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26)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26화(26/400)
샌프란시스코 고등학교를 이기겠다는 FS의 집념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덕분에 FS의 선수들은 눈에 띌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경기 봤냐?”
실내 연습장으로 향하던 마이크는 도진에게 질문했다.
도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제는 기숙사에서 핸드폰으로 경기 중계를 지켜봤다.
아무리 상대가 하위권 팀이라지만, 불과 지난주 만해도 페드로와 알렉산더가 없는 FS는 꼴찌를 해도 무방할 정도로 약팀이었다.
하지만 어제의 결과는 무려 12-2.
완승이었다.
“확실히 다른 선수들도 열심히 한 만큼 기량이 쑥쑥 올라오네.”
“그러니까 말이다. 희소식이지. 역시나 야구는 분위기라니까? 강팀을 이긴 효과도 톡톡히 드러나고.”
물론 급성장은 희소식이지만 샌프란시스코는 산타모니카와 비등할 정도로 강팀이다.
아무리 FS 선수들의 기량이 상승했어도 저들에 비하면 여전히 부족했다.
이제 시합까지 3일밖에 남지 않았다.
최선을 다하는 게 선수의 몫.
그때까지 기량을 최대한 올리는 데 주력해야 했다.
물론 도진과 마이크도 기량을 최대한 올려야 했다.
실내 연습장에 도착한 도진은 마이크와 함께 곧바로 감독을 찾았다.
“감독님. 오늘 라이브피칭 좀 해도 될까요?”
“이유는?”
“타자들에게 조언 좀 받고 싶습니다.”
“이번에 배운 커브 때문인가 보군.”
“네. 선수마다 생각이 다 다를 테니 그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마이크는 자신의 커브가 괜찮다고 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포수로서 공을 받아봤을 때의 얘기다.
‘타석에 선 타자들에게 위협적이지 않다면 의미가 없지.’
감독은 곧바로 라이브피칭을 세팅해 주었다.
알렉산더를 비롯해 FS에서 가장 잘 치는 타자 4명을 선별했다.
“날려버려도 되냐?”
타석에 들어선 알렉산더는 타격자세를 잡고 여유를 부렸다.
도진도 마운드에 서서 고개를 끄덕였다.
알렉산더라면 커브의 약점을 금세 파악…….
따-악!
알렉산더는 무자비했다.
도진은 4명의 타자에게 총 10구씩 던졌다.
결과는 안타가 5할이나 나왔다.
피칭이 끝난 직후엔 타자들과 머리를 맞댔다.
그들은 알렉산더를 시작으로 저마다의 조언을 서슴지 않았다.
“커브 던질 걸 알아서 치기 쉬웠던 거지. 패스트볼을 섞었다면 어려웠을 거다. 특히나 넌 패스트볼이 주 무기니까.”
특히나 95마일이 넘는 패스트볼은 잠깐 움찔하는 순간 이미 미트에 꽂혀 있다.
“타자는 너처럼 빠른 공을 가진 투수를 상대할 때 보통 구종을 하나 노리고 타석에 임하는데, 커브를 두 개나 구사하면 타이밍을 맞추기 힘들 거다.”
다른 타자들도 한마디씩 거들었다.
“위력적인 것 같아. 패스트볼만으로도 훌륭한데 낙차가 큰 커브를 두 가지나 던져서 까다로웠어.”
“인정. 어떤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더라. 12-6을 노리면 파워 커브가 날아오고, 파워 커브를 노리면 12-6에 타이밍 맞추기가 힘들었어.”
대화가 끝난 후 도진은 마이크와 따로 머리를 맞댔다.
대부분 칭찬이었지만 결과는 그렇지 못했으니까.
“근데 타율이 너무 높게 나오지 않았어?”
“그렇긴 한데. 커브라는 구종이 원래 그렇잖아.”
“그래도 두 가지를 섞어 던졌는데 5할이면 역시 커브가 안타를 잘 맞긴 하네.”
“그럴 수밖에 없지. 커브는 구속이 느리니까. 갖다 맞추는 게 쉽지. 공에 힘도 부족해서 안타가 잘 나와. 이거 어떻게 사용해야 좋을지가 고민이네.”
마이크는 턱을 매만지며 고민했다.
‘킴은 파워 피처야. 볼 배합에 고민을 줄여서 투구에 온전히 집중해야 제 기량이 발휘되는데.’
결국 볼 배합은 온전히 마이크의 몫이었다.
물론 도진도 손 놓고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마이크를 이끌고 페드로에게 다가갔다.
“캡틴. 20구만 던져줄 수 있나요? 구종은 두 종류의 커브로요.”
페드로는 흔쾌히 허락했다.
도진과 마이크는 페드로의 커브를 타석에서 끝까지 지켜봤다.
피칭이 끝난 페드로는 마운드에서 내려와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이왕이면 유인구로 쓰는 게 좋을 거야. 위력적인 패스트볼을 두고 변화구만 주야장천 던질 필요는 없지.”
그 말을 끝으로 페드로는 다시 개인 훈련을 하겠다며 자리를 벗어났다.
도진과 마이크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타석에 섰을 때 어땠냐?”
마이크의 질문에 도진은 미간을 잔뜩 구겼다.
“아무래도 캡틴 말처럼 유인구일 때 배트가 나갈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
“그렇지. 그래도 커브를 유인구로만 사용해서는 안 돼. 스트라이크 존에도 꽂을 수 있다는 걸 상대에게 인식시켜줘야겠지.”
도진은 입맛을 다셨다.
어렵다. 야구는 진짜 어려운 스포츠였다.
이렇게 골머리까지 앓아야 한다니.
‘뭣 모를 때가 편하긴 했구나.’
한국에서는 이런 고민을 해본 적이 없다.
그저 상대를 힘으로 눌렀으니까.
물론 누구라도 그렇겠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진로나 미래에 대한 고민이 있기 마련.
더 잘하고 더 좋은 성적을 내고 싶은 건 인간의 본능이었다.
“그런데 이건 알아 둬라.”
도진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뭐?”
“네 커브가 페드로 선배의 커브보다 훨씬 낙차가 컸어. 더 위력적이란 말이지.”
도진도 페드로의 커브를 타석에 서서 지켜보지 않았던가?
페드로의 커브는 정말 뛰어났다.
그런데 자신의 것이 더 위력적이라고?
만약 마이크가 내뱉은 말이 그저 자신감 상승을 위해 해주는 빈말이 아니라면.
‘충분히 자신감을 가져도 괜찮겠네.’
* * *
도진은 하루하루가 촉박했다.
특히나 투타 겸업으로 남들보다 훈련량이 2배는 많았다.
무엇보다 단순히 타격과 피칭만 했다면 모를까.
“다음 공!”
따-악!
도진은 좌익수 방면으로 날아드는 공을 향해 쏜살같이 달려가 공을 낚아챘다.
‘헉헉. 퍼, 펑고는 너무 힘들어.’
타격 코치는 도진에게 하나의 펑고를 더 날렸다.
따-악!
도진은 이번에는 우익수 방면으로 향하는 공을 향해 내달렸다.
아슬아슬하게 잡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자 몸까지 날려 타구를 처리했다.
타격 코치는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여기까지! 감독님이 찾으신다.”
도진은 펑고에서 자유가 됐다며 몸을 벌떡 일으킨 후 곧바로 자리를 떴다.
물론 코치님의 말마따나 곧장 사무실의 문을 노크했다.
똑똑.
“들어오거라.”
사무실 안에 발을 디딘 도진은 고개를 꾸벅했다.
“찾으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래. 여기 앞에 앉도록 하지. 일단 훈련 고생 많았다.”
지금까지 펑고 훈련으로 호흡이 부족했던 도진은 고개만 끄덕였다.
감독은 도진에게 물 한잔을 내어주며 말을 이었다.
“샌프란시스코전에 외야 수비를 볼 거라는 건 알고 있지?”
“네.”
당연히 외야 수비 훈련을 하고 있으니 다음 경기에서 수비로 뛴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어지는 감독의 말은 충격이었다.
“이번에 중견수로 기용할 생각이네.”
“주, 중견수요? 코너 외야수가 아니라요?”
“그래. 그 중견수.”
도진은 코너 외야수를 생각했지, 중견수는 예상에 없었다.
중견수가 무엇이던가.
그 어떤 포지션보다 수비 범위가 넓어야 하고 활동량도 제일 많은 포지션이 바로 중견수였다.
물론 중견수가 자신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타격도 해야 하며 투수로도 등판해야 했으니 체력이 제일 문제였다.
“이번 경기만 힘 내주게. 나도 자네에게 막중한 책임을 주는 것 같아서 마음이 편치는 않아.”
도진은 금세 생각을 고쳐먹었다.
감독님이 저렇게까지 말씀하시는데 선수로서 투정 부릴 필요는 없었다.
“괜찮습니다. 한국에서는 자주 있던 일이니까요.”
도진의 말마따나 한국에서는 수비를 보다가 마운드에 올라가는 경우는 흔했다.
물론 부족한 체력 때문에 뒷받침되는 성적이 문제지, 다수의 포지션을 소화하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그래. 그럼 그만 가보도록.”
사무실을 벗어나자 마이크가 찾았다.
“사고 쳤냐?”
“사고는 무슨.”
“그럼 왜?”
“나 중견수 본다던데?”
“아 중견수. 뭐? 중견수?”
마이크는 놀란 토끼 눈이 되어 도진의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중견수? 좌익수, 우익수도 아닌 중견수?”
“어. 그 중견수. 너와 같은 센터라인의 중견수.”
마이크는 미간을 잔뜩 구겼다.
하지만 금세 있을법한 일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너 수비 범위가 뛰어나긴 해. 특히나 외야 펑고에서 제일 높은 점수를 받고 있잖아? 전문 수비수도 아닌 놈이.”
“그런가?”
“어. 넌 투구도 하랴, 타격도 하랴 다른 선수들 펑고 결과를 잘 모르겠지만, 계속 제일 높은 점수를 받고 있어. 그러니 중견수가 적합하긴 하지. 문제는 투수로 등판했을 때의 체력인데…….”
도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피식 웃었다.
“승리만 할 수 있다면 뭐든 못하겠냐. 공을 100개씩 던지는 것도 아니고 몸이 조금 피곤할 뿐이니까. 없던 힘도 발휘해야겠지.”
“역시. 넌 야구에서만큼은 확실히 긍정적이야. 나 아니었으면 어떻게 할 뻔했냐.”
“그건 감사하게 생각한다.”
마이크도 덩달아 피식 웃더니 눈을 번뜩였다.
“이번에도 승리하면 정말 무시무시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어.”
“무시무시한 일이라니?”
“RS를 이겼는데 무슨 일이 일어났지?”
“메이저리그 구단의 팔로우?”
“그래. 그리고 잡지 표지에 실리기도 했지. 샌프란시스코와 RS는 차원이 다른 팀이야. 그런 그들을 이긴다면?”
도진의 동공도 덩달아 팽창했다.
물론 샌프란시스코를 이긴다 한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데?”
“그건 나도 잘 몰라.”
“또라인가?”
“큭큭. 에이.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겠냐?”
도진은 금세 수긍했다.
뭔진 몰라도 엄청난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으니까.
어떤 포상이 기다리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기대됐다.
‘아무것도 없다 한들 결국 승리 자체가 포상이지만.’
* * *
시합 하루 전.
야구부 일원들은 한자리에 모여 샌프란시스코 경기가 분석된 영상을 지켜봤다.
영상 시청이 끝났다.
감독은 상대편에서 주의해야 할 인물들을 말해주었는데, 거를 타선이 없었다.
“샌프란시스코는 투타 밸런스가 뛰어나다. 1번부터 9번까지는 전부 20홈런을 때릴 수 있는 강타선이며, 내일 선발로 나서는 투수 스테픈 케라인은 평균 구속 93마일을 던진다. 불펜진도 캘리포니아 내 최고 수준이다.”
장타력이 주목받는 요즘 시대에 1번부터 9번까지 전부 20홈런을 치는 미친 타선을 보유한 팀이 샌프란시스코였다.
거기에 93마일을 던지는 선발 투수에 불펜진까지 완벽한 팀이라니.
‘이 경기야말로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 토너먼트를 위한 예비 경기라고 봐도 되겠지.’
설명을 끝낸 감독은 선수들을 해산시켰다.
“오늘 푹 쉬고 내일 잘해보자.”
도진과 마이크는 학교의 벤치에 앉아서 스포츠음료를 홀짝였다.
“샌프란시스코는 윌 같은 놈 없나?”
마이크는 고개를 저었다.
“없어. 무슨 야구 하는 애들이 죄다 악당이냐? 여기가 무슨 고담 시티야? 박쥐맨이라도 되려고?”
도진은 멋쩍게 뒤통수를 긁었다.
“하긴. 실력도 좋아서 굳이 그럴 필요는 없겠네. 그런데 샌프란시스코는 작년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에서 어디까지 올라갔냐?”
마이크는 즉각 대답했다.
“16강에서 바로 떨어졌어.”
“그래?”
별것 아니네.
도진은 이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뻔했지만, 꾹 참았다.
16강에서 바로 탈락했어도 전미에서 16번째로 잘하는 팀이나 다름없었다.
“우리가 이길 확률은?”
“글쎄. 미디어는 5% 정도로 보더라.”
“5%? 우리가 이길 확률이 그거밖에 안 돼?”
마이크는 핸드폰을 꺼내 인터넷 기사 몇 개를 도진에게 보여줬다.
FS와 샌프란시스코의 경기가 이번 주 기대되는 매치업에 꼽히긴 했지만, 샌프란시스코가 승리를 점친다는 기사들로 도배되어 있었다.
‘이 정도로 열세라고?’
솔직히 이렇게나 격차가 차이 날 줄은 몰랐다.
보편적인 실력 격차에서 나온 확률이겠지.
도진은 구겨진 미간을 풀며 입꼬리를 올렸다.
‘하지만 공은 둥글거든.’
“우리가 이기면 반응들이 볼 만하겠네?”
“그뿐이겠냐? 난리가 나겠지.”
도진은 동의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옛 나날을 회상했다.
자신이 속한 동대 중학교는 중학교 최강이라고 불렸다.
대다수가 동대 중학교를 우승으로 점쳤고 도진은 동대 중학교를 몇 번의 대회에서 우승시켰다.
하지만 그간 쌓아 올린 자신의 위상은 미국에서 통하지 않는다.
상대적 약자로 경기에 임해야 하는 상황이 영 적응이 되지는 않았다.
‘물론 이긴다면 그만큼 얻어갈 것도 많을 거다.’
약팀이 강팀을 이긴다는 건 언제나 큰 보상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보상은 결국 프로를 노리는 자신의 길에도 도움이 되겠지.
‘내일 경기. 제대로 증명해야겠네.’
도진은 주먹을 말아 쥐며 눈을 빛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