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261)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 261화(261/400)
에인절스는 디트로이트로 원정을 떠나게 됐다.
조 캐넌 감독은 원정 라커룸에 도착하자마자 새로운 얼굴 두 명을 소개했다.
“다들 주목. 새로운 얼굴이 팀에 합류하게 됐다. 앞으로 팀에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길 바란다.”
도진은 새로운 얼굴들을 시야에 담았다.
한 명은 백인이며, 다른 한 명은 흑인.
둘 다 호리호리한 체격이었다.
‘미카와 카메론의 대체자니, 야수일 텐데.’
선수를 외견으로 판단해서는 안 되지만, 파워가 있을 것 같은 타자는 아니었다.
‘팀에 장타력이 떨어지겠는데.’
새로운 얼굴들이 기존 얼굴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며 인사를 나누는 도중 호세가 나지막이 읊조렸다.
“이번 트레이드는 1:1 트레이드가 아니야. 동급의 선수가 왔다고 볼 수는 없지.”
“또 제 생각이 읽혔나요?”
호세는 피식 웃더니 종이 한 장을 도진에게 건넸다.
“자. 여기 자료다. 저 백인의 이름은 라이언 스미스. 원소속팀은 타이거즈고 재작년 메이저리그를 밟았어. 에인절스는 미카를 내주고 라이언과 유망주 둘을 더 데리고 왔지.”
“지금 당장 저희에겐 손해겠네요.”
“그건 모르지. 자료나 한번 훑어봐라.”
도진은 라이언의 기록을 스윽 훑어 내려갔다.
메이저리그 3시즌 동안 타율은 2할 5푼 6리가 커리어 하이였으며, 홈런도 전부 10개 미만이었다.
‘이 수치만으로는 20홈런의 가치가 월등하니 지금 당장 에인절스의 전력이 크게 약화된 거 아닌가.’
하지만 도진의 흥미를 사로잡는 수치가 있었으니.
“출루율이 높네요?”
“어. 매해 3할 중후반대의 출루율을 기록했어. 솔직히 타격 자체는 별론데 눈이 좋아서 출루를 잘해. 감독님과 상의 했는데 7번이나 8번에서 뛸 거라고 하시더군.”
“윌리엄에게 좋겠는데요?”
“어째서지?”
“그야…… 지금 윌리엄은 상위타자에게 연결해 주고자 타격보다는 선구안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하지만 어디까지나 윌리엄은 눈보다는 타격에 더 재능이 있죠. 라이언이 출루해 준다면 윌리엄에게도 기회가 더 가겠네요.”
“주자도 더 많이 쌓이겠지. 그 기회는 고스란히 상위와 클린업에게 연결되는 거고. 자. 이건 나머지 다른 선수.”
도진은 종이를 쭉 읽어나갔다.
흑인 선수의 이름은 제롬 블랙.
그 역시도 장타는 부족하지만, 3할대 중반의 출루율을 보유했다.
“빠른 발을 갖춰서 중견수 수비에도 탁월하다. 골든 글러브에 근접한 선수였어.”
“그럼 이 부분에서도 결국 윌리엄에게 힘을 실어주네요.”
“왜지?”
“그야. 윌리엄이 코너 외야수로 간다면 타격에 조금 더 힘을 쓸 수 있으니까요.”
호세는 피식 웃었다.
“틀린 말은 아니긴 한데.”
도진의 말마따나 단편적으로만 본다면 윌리엄의 공격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트레이드라고 볼 수도 있다.
그만큼 한 선수의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면 팀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트레이드는 전부 이 애송이를 위한 거지.’
윌리엄이 홈런 타자냐?
그건 아니다.
그는 어디까지나 갖다 맞추는데 탁월한 타자. 안타 생산력은 뛰어나지만, 장타를 자주 생성하는 타자는 아니다.
그러니 윌리엄 다음 타자인 도진에게 찬스가 쏠릴 것이다.
‘이 애송이가 이 부분을 모를 리가 없는데.’
호세는 생각을 거둬들이겠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긴. 이제 메이저리그 풀 타임을 뛰는데 자신을 위한 라인업이 꾸려지리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수도.’
에인절스에서 오래 뛰었던 자신이나 벨 조이스는 이번 트레이드가 온전히 도진을 위한 것임을 알았다.
‘구단은 앞으로 이 애송이를 최소 5년은 가지고 있을 수 있지. 그러니 이 루키를 필두로 선수단을 구성한 거고.’
때마침 선수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던 새로운 얼굴.
라이언과 제롬이 도진의 앞에 섰다.
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도진에게 악수를 요청했다.
“에인절스의 심장. 앞으로 잘 부탁한다.”
“MVP. 함께 뛰어서 영광이다.”
도진은 호칭이 불편하다는 표정으로 둘이 내민 손을 잡았다.
“심장도 아니고요. MVP도 아니지만 그래도 잘 부탁해요. 함께 더 높은 곳을 향해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봐요.”
이를 지켜보던 호세는 남몰래 피어오르는 미소를 감췄다.
‘제일 중요한 건 이거지.’
도진을 신뢰하는 선수 둘이 합류했다는 것.
꿈꾸던 원팀에서 더 가까워졌다.
‘아무리 에인절스가 약팀이라고 한들. 팀이 하나가 되면 그 위력은 무시할 수 없거든.’
물론 결국 결과가 제일 중요한 법이다.
이번 트레이드가 실패했다는 반응이 나올 것이냐. 아니면 성공적인 트레이드냐는 결국 결과뿐이었다.
‘결과는 온전히 이 애송이의 손에 달려 있다고 봐도 과언은 아니거든.’
호세는 흐뭇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도진의 등짝을 퍽 쳤다.
도진은 영문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호세를 혐오스럽게 쳐다봤지만, 호세는 끝까지 침묵을 지켰다.
‘애송아. 이제 진짜로 이 팀을 이끄는 건 너다.’
도진이 올스타 MVP를 타냈기에 순서가 대폭 앞당겨졌던 것이었다.
‘올스타 MVP는 어떻게 보면 이벤트성 경기에서 컨디션이 좋아 운이 좋아 탄 상일 수도 있긴 한데.’
하지만 올스타전이 무엇이던가?
최고들이 모이는 자리였다.
그 가운데 MVP를 수상한 선수는 최고들 사이에서도 최고라는 뜻을 의미하는바.
‘그리고 이제부터 시작이지.’
에인절스는 올 시즌 큰 성공을 거두든 못하든 앞으로 강해질 일만 남았으니까.
벨 조이스도 자신도 그리고 아돌니스조차 견디지 못한 왕관의 무게는 이제는 완전히 도진에게로 넘어갔고.
‘너라면 충분히 견딜 수 있다고 본다.’
* * *
미디어는 이번 에인절스의 트레이드를 비관적으로 봤다.
20홈런 타자를 2명이나 내치고 데려온 선수들은 아직 타격에서만큼은 증명되지 않았으니 말이다.
-이번에도 에인절스는 알 수 없는 트레이드를 감행. 올 시즌도 버리는 것인가?
-올 시즌 대형 FA 영입은 없다고 못 박은 단장 페리. 그들은 왜 굳이 샐러리 캡을 비운 것인가?
-미래를 보는 선택지라면 성공을 거둔 것은 맞다. 하지만 텍사스 레인저스를 한 경기 차로 바짝 쫓는 지금, 트레이드의 의미를 모르겠다.
-시대를 역행하는 에인절스. 장타를 버리고 출루율을 선택한다? 현대 야구와 동떨어진 그들에겐 파멸뿐일 것.
팬들도 미디어의 반응을 인정했다.
먹튀가 아닌 이상 비싼 선수는 그만한 값어치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조 캐넌 감독은 경기에 앞서 선수들을 불러 모았다.
“다들 알다시피 새로운 얼굴들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다수다. 하지만 난 지금 우리 전력이 예전보다 나아졌다고 확신한다.”
조 캐넌 감독의 발언에는 두 가지 의미가 담겨 있었다.
새로운 얼굴들이 부담감을 떨칠 수 있도록 그들에게 힘을 실어준다.
다른 하나는 기존 선수들에 대한 믿음은 굳건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결국 우리가 옳았다는 것을 증명하려면 이번 경기에서의 승리밖에 없다. 다들 홈으로 돌아갔을 때 야유가 들려오지 않도록 최선의 경기를 펼쳐라.”
“알겠습니다!”
선수들은 입을 모아 대답했다.
조 캐넌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이내 도진에게 따로 보자며 손짓했다.
“올스타전은 잘 봤다. 멋진 활약을 펼쳤어. 이번 활약은 팀에 좋은 기운을 불어넣어 줄 거다.”
“감사합니다. 감독님.”
“자네도 알다시피 오늘 새로운 얼굴 둘이나 들어왔잖아? 에인절스에 더 오래 있었던 자네가 저 둘이 적응을 잘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게.”
“네.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노력해 보겠습니다.”
조 캐넌은 만족스럽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더니 이내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
“이번 트레이드는 내 주관을 바탕으로 이뤄진 트레이드네. 알고 있나?”
“처음 듣는 얘깁니다.”
“그럼 내가 왜 20홈런 타자 둘을 내치고 저 둘을 데리고 왔는지는 예상이 되나?”
“네. 대충은요.”
도진은 출루율을 높여 후속 타자 윌리엄에게 더 많은 찬스를 살려주겠다는 이유로 대답했다.
조 캐넌 감독은 도진의 대답에 살포시 미소 지었다.
“뭐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지. 하지만 윌리엄이 찬스를 놓친다면 그 찬스가 자네에게 간다는 걸 잊지 말게.”
“네. 그 부분도 어느 정도는 인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조 캐넌 감독은 잠깐 뜸 들이더니 서둘러 말을 덧붙였다.
“감독마다 야구 철학이 있는 법일세. 자네는 똑똑한 선수니 굳이 재미없는 철학 이야기나 나누는 것보단 직접 경기로 느껴보는 편이 좋겠지. 대신 힌트를 좀 주자면, 자네는 스타일을 바꿔야 할 수도 있을 거야.”
도진은 반사적으로 반문했다.
“스타일을 바꾸다뇨?”
“내가 이 라인업을 왜 꾸렸는지는 금방 알게 될 거야. 자네는 올스타 MVP잖아?”
도진은 더 질문하는 대신 고개를 주억였다.
선수라면 감독의 생각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무릇 스포츠가 그렇듯.
야구도 매번 다른 상황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
적재적소에 감독의 뜻을 100% 이해하려고 노력해야만 하는 것이 선수의 숙명.
‘사인이 있지만, 사인만으로는 감독님의 뜻을 100% 이해할 수 없으니까.’
그나저나.
도진은 오늘 들어온 새로운 선수 둘의 등을 멍하니 바라봤다.
‘팀에 잘 적응할 수 있게 도우라고?’
감독님도 참.
도진은 푸념을 삼켰다.
이제 메이저리그 첫 시즌을 뛰는 선수에게 이미 메이저리그 경험이 있는 선수의 적응을 도우라니.
‘솔직히 내가 아니라 다른 선수들이 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도진은 이내 미소를 삼켰다.
오늘은 새로운 얼굴들과 가벼운 인사를 나눠봐야겠다.
그리고 야구 선수라면 당연히 야구로 인사를 나누는 것이 인지상정.
하지만 아직 시합이 시작되기 전이다.
도진 역시 이번 트레이드의 키를 아직은 알지 못했기에 의문이 가득했다.
‘과연 출루율로 장타율을 메울 수 있을까?’
야구에서는 OPS를 높게 쳐준다.
OPS라면 출루율과 장타율을 합산한 기록이다.
그렇기에 둘 중 하나에만 장점이 있는 타자는 어찌 보면 반쪽짜리 선수다.
구단 대부분이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99%가 장타율을 고를 것이다.
나머지 1%는 이번 트레이드를 감행한 에인절스였다.
‘현대 야구에서 투수의 수준은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어.’
출루를 해도 후속 타자가 불러들이지 않는 이상 득점을 올리기가 녹록지 않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조 캐넌 감독은 이번 트레이드로 에인절스가 더 강해졌다고 했다.
그리고 도진은 오늘 경기에서 구단과 감독의 숨은 뜻을 깨닫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