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262)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 262화(262/400)
[타이거즈와 에인절스! 에인절스와 타이거즈의 경기가 시작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두 팀은 맞트레이드 후 바로 경기를 펼치게 되겠네요.] [미디어나 팬들의 목소리를 들어봤을 때 에인절스가 트레이드에서 손해를 봤다는 말이 다수입니다. 왜 에인절스가 이런 트레이드를 감행했는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텐데요?] [글쎄요. 사실 저 역시도 에인절스가 이번 트레이드에서 뚜렷한 이득을 봤다고 보기는 힘듭니다. 물론 단편적으로만 놓고 봤을 때는 말이죠. 타이거즈는 현재 중부 2위. 에인절스 역시 서부 2위입니다만, 타이거즈는 미카를 데리고 옴으로써 부족한 장타를 메꾸게 되었고, 에인절스는 안 그래도 장타가 부족한데 더욱 장타가 부족하게 됐죠.] [샐러리 캡을 비움으로써 에인절스는 미래를 도모할 수는 있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역시 이상하네요.] [물론 아예 답이 없는 건 아닙니다. 에인절스도 성공적인 트레이드였다고 증명할 방법이 있긴 합니다.]때마침 준비해 둔 자료가 화면에 나타났다.
먼저 마르셀로가 화면에 비쳤다.
[메이저리그 팬들이라면 마르셀로를 모를 리가 없죠.] [그의 타격은 정말 뛰어나죠. 그리고 타격 중에서도 득점권 타율. 즉 클러치 능력이 월등한 선수라고 평가받죠.] [그렇습니다. 올 시즌도 그의 득점권 타율은 4할이 넘습니다. 물론 마르셀로는 부상에서 복귀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표본이 적어서 더욱 이 수치가 도드라져 보이지만, 그는 원래 주자가 나갔을 때 더 잘 치는 선수라는 것을 시즌 내내 증명했죠.] [그래서 에인절스가 출루율이 높은 선수를 데리고 왔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는 오늘 라이언과 제롬은 7번과 8번에 이름을 올렸다는 겁니다. 앞으로도 저 자리에 머무를 것이라 예상되거든요? 사실 7, 8번과 2번 타순은 가까우면서도 멀잖아요?] [9번에 이름을 올린 윌리엄이 다리 역할을 해준다고 한들. 타자가 매번 치거나 출루할 수는 없는 노릇이죠. 하지만 에인절스에는 이 찬스를 살릴 타자가 마르셀로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에인절스의 선봉장 킴이 다리 역할을 해준다고 보시는 겁니까?] [다리 역할이 아닙니다. 아마 에인절스는 킴에게 해결사 역할을 기대하는 모양입니다.] [허허. 헛웃음 죄송합니다. 일반적이지 않아서 그랬습니다.] [저도 이야기하고 헛웃음이 나올 뻔했습니다. 올 시즌 첫 풀 타임을 소화하는 선수에게 중책을 맡겼다는 것. 에인절스가 큰 결단을 내렸다고밖에 볼 수 없으니까요. 물론 말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어디까지나 결과가 뒷받침되어 줘야 하니까요.] [어린 선수에게 중책이라. 솔직히 지금까지 쭉 야구를 지켜봐온 저는 걱정이 먼저 됩니다.] [네. 저 역시도 걱정이 됐을 겁니다.] [무슨 뜻일까요?] [그가 누구였는지 우리는 다시 한번 되새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를 그저 어린 선수 중에 잘하는 선수로만 오해해서는 안 됩니다. 올스타전 MVP. 날고 기는 메이저리거들 사이에서 수훈 선수를 따냈으니까요.]해설의 의미심장한 말과 동시에 경기는 시작됐다.
* * *
경기는 2회까지 무실점으로 진행됐다.
각 팀의 1선발이 등판했으므로 오늘 투수전이 예고되었기 때문이다.
3회 초.
스코어는 여전히 0대0.
에인절스에 합류한 새로운 얼굴 라이언이 타석에 들어섰다.
‘후우.’
손발이 바들바들 떨렸기에 긴장을 속으로 삼켰다.
‘젠장. 하필 새로운 팀에서 데뷔전이.’
타이거즈의 1선발 오도네스였으니 말이다.
라이언은 오도네스를 아주 잘 알았다.
당장 어제까지만 해도 같은 유니폼을 입고 있었으니 모를 수가 없었다.
모두가 알다시피 메이저리그의 1선발은 전부 규격 외의 선수다.
하지만 라이언은 상대하는 선수가 그저 잘 던지는 투수여서 떨고 있던 것이 아니었다.
빠드득.
그의 어금니가 갈렸다.
어제 팀을 떠나게 되어 짐을 챙기는 사이.
오도네스를 필두로 타이거즈 선수단의 비꼬던 말투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반쪽. 드디어 떠나는 건가? 아쉽게 됐어.
-가서 잘해라. 혹시 알아? 그 팀에서는 네가 주축이 될지.
-하긴. 에인절스라면 라이언에게는 알맞네. 고만고만한 놈들이 모여 있는 팀이잖아.
반쪽은 반쪽짜리 선수를 의미했다.
3년간 한 팀에서 뛰던 선수를 조롱하는 게 맞나?
장타력을 갖춘 선수가 온다고 빨리 꺼지라는 저들의 태도 때문에 자존심에 금이 갔다.
‘안다. 출루율만 높은 선수는 메이저리그에서 큰 빛을 볼 수 없다는 것을.’
더군다나 타이거즈는 중부 2위. 정규 시즌을 1위로 끝내고 포스트 시즌 직행을 노리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 역시 메이저리거다.
메이저리거는 되고 싶다고 될 수 있는 자리는 아니었다.
라이언은 쓴 웃음을 삼켰다.
‘3년간 팀을 위해 헌신했는데 결국 돌아오는 건 조롱인가.’
올스타전이 시작되기 전.
트레이드가 될 수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은퇴도 고려했다.
처음 접하는 트레이드여서 그랬을지 몰라도, 팀에 쓸모가 없다고 판단됐다는 생각에 가슴이 저려와서 그랬다.
더군다나 그 팀이 에인절스.
플레이오프는 고사하고 바닥에서 허우적대던 팀이었으니까.
하지만 라이언은 지금의 에인절스를 생각하니 입꼬리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잘못된 생각이었다.’
이 팀은 타이거즈보다 낫다.
적어도 MVP를 보유하지 않았던가?
‘오도네스. 네가 1선발이라고 한들 올스타에도 참여하지 못한 네게 에인절스를 조롱할 자격은 적어도 올 시즌에는 없다.’
대부분 선수가 올스타 브레이크 때 올스타전을 지켜본다.
자신 역시 그중 하나였다.
라이언은 올스타전을 지켜보면서 도진의 활약에 피가 끓어올랐다.
아메리칸 리그의 첫 득점이 되어주는 홈런을 쳐서?
팽팽한 가운데 9회에 마무리 투수로 등판해 세이브를 올려서?
라이언은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의 볼넷은 내게 한 줄기의 빛이 되어주었지.’
도진은 메이저리그를 호령하는 최고의 배터리를 상대로도 끈덕지게 버텨내며 결국 볼넷으로 출루했다.
그리고 그가 출루함으로써 후속 타자였던 놀란이 그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대부분이 놀란의 호쾌한 타격을 조명했을 때.
자신만큼은 도진의 출루가 더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추가로 1점을. 2점을 득점하느냐는 앞선 타자의 출루가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평생 조연이어도 상관없다. 적어도 내가 가진 장점인 출루. 여기서는 빛을 볼 수 있을 것만 같다.’
라이언은 힐끗 에인절스 더그아웃으로 시선을 돌려 도진을 시야에 담았다.
그가 기대 섞인 눈동자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저 기대는 출루겠지.
‘이번 타석에서 네게 기회가 갈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언젠가는 그가 자신을 불러들여 주는 날이 올 것이다.
이왕이면 그날이 오늘이었으면 좋겠지만.
‘이 팀에 와서 뛰게 된 게 일생일대의 행운이라는 경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쉐에에엑.
생각을 끝내자 강력한 패스트볼이 몸쪽을 향해 파고들었다.
“스트라이크!”
2구 역시 떨어지는 체인지업에 헛스윙이 나왔다.
“스트라이크!”
0-2.
투수가 압도적으로 유리한 카운트.
더군다나 상대가 오도네스였으므로 여기서 살아 나갈 확률은 고작 해봐야 1% 남짓.
그런데 이상했다.
새로운 팀에서 첫 타석.
어떤 인간이라도 잘 보이고 싶은 건 매한가지일 터.
하지만 살아 나갈 가능성이 극히 적었음에도 자신의 전신을 감싸던 공포 따위는 사라진 지 오래다.
다시 한번 도진이 볼넷을 얻어나간 장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때도 0-2였어.’
더욱이 상대 배터리는 내셔널리그를 대표하는 올스타였다.
‘그러니.’
라이언은 배트를 움켜잡았다.
3구는 유인구로 자신을 현혹하려 들 터.
숱하게 타이거즈 배터리의 볼 배합을 봐왔기에 알 수 있었다.
‘내가 아무리 타격에 재능이 없다고 한들.’
2할 5푼은 친다.
네 번 타석에 들어서면 한 번은 칠 수 있다는 의미다.
장타가 부족해서 2할 5푼이 더 낮아 보일 뿐.
이 수치는 메이저리그에서만큼은 그리 낮은 수치는 아니었다.
라이언은 분노를 머금고 투수를 노려봤다.
‘무엇보다 너 역시도 나한테 맞고 싶지는 않겠지.’
3구. 라이언은 예상했던 공에 휘두르는 바보는 아니었다.
다시 한번 떨어지는 체인지업에 배트를 참아냈다.
“볼!”
4구. 사뭇 심각해진 오도네스의 표정에서 라이언은 이번 공 역시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나리라 확신했다.
“볼!”
5구는 몸쪽을 파고드는 패스트볼. 라이언은 이에 맞춰 배트를 냈고.
딱!
둔탁한 소리는 파울을 알렸다.
6구.
7구.
연달아 파울로 끊어낸 라이언.
10구까지 가는 승부 속, 마지막 순간 라이언은 배트를 내지 않았고.
“베이스 온 볼스.”
원아웃 상황에서 볼넷을 얻었다.
어떻게 보면 고작 볼넷 따위라고 볼 수도 있지만, 라이언은 무언가 이뤄냈다는 성취감을 느끼며 1루로 향하면서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하지만 그 즉시 정신이 돌아오자 양 볼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왜 이런 행동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정신을 차려보니 야군 선수들은 손뼉을 건네고 있었고.
치켜세운 도진의 엄지는 더욱 도드라졌다.
그 후 후속 타자 제롬이 1점이 중요한 상황에서 번트를 대며 1사 2루를 만들었고.
윌리엄은 내야 안타를 기록하며 1사 1, 3루가 되었다.
‘아직 점수를 올린 건 아니다.’
라이언은 긴장을 늦추지 않겠다고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하지만 타석에 들어서는 타자의 모습을 보며 굳은 다짐은 금세 수포가 되었다.
저 위풍당당한 자태를 보아라.
어찌 긴장을 풀지 않을 수 있겠는가.
질겅질겅 껌을 씹어대며 한껏 입꼬리를 올린 도진이 타석에 들어서는 모습을 보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 * *
도진은 윌리엄이 타석에서 내야 안타를 치고 나가는 것을 보며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이거구나.’
구단의 알 수 없는 트레이드의 의미.
그리고 조 캐넌 감독이 말한 스타일을 바꿔야 할 수도 있다는 의미를 단숨에 깨닫게 되었다.
‘나를 위한 트레이드였어.’
그리고 스타일을 바꿔야 한다는 것.
팀이 득점할 수 있도록 타격에 더 힘을 써달라는 거겠지.
1번 타자. 팀의 선봉장.
팀마다, 감독마다 1번 타자가 해야 할 역할은 따로 정해져 있었다.
요즘 메이저리그에서는 1번 타자의 역할은 다양하다.
‘그리고 요즘은 제일 잘 치는 선수를 한 번이라도 더 내보내려고 1번에 배치하는 경우도 있지.’
물론 흔하면서도 흔하지 않다.
아직 장타력이나 득점권 타율 높은 선수를 2번 혹은 3번이나 4번 타자에 배치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그리고 그 선수들은 전부 클러치 능력을 보유했다.
‘그런데 지금 그라운드에 나간 선수를 보면 그 역할을 내게도 맡긴 거라고 봐야하는 거잖아?’
출루율 좋은 선수들이 합작품으로 1사 1, 3루라는 완벽한 그림이 그려졌으니 말이다.
도진은 3루에 나간 새로운 얼굴을 향해 눈빛을 보냈다.
‘새로운 팀에서 첫 득점을 올리고 싶잖아요?’
그러니 제가 꼭 홈으로 불러들여 드릴게요.
도진은 배트를 움켜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