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264)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 264화(264/400)
에인절스는 신구의 조화로 타이거즈를 7:3으로 잡았다.
덕분에 한껏 부풀어 오른 기세를 이어 나갈 수 있었다.
라이언과 제롬은 뛰어난 출루율을 바탕으로 매 경기 한 번씩은 출루했고.
그들을 뒤받쳐 주는 도진과 마르셀로는 번갈아 그들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그 결과, 박빙의 승부가 펼쳐지리란 예상과 달리 에인절스가 타이거즈에 스윕 승을 거두었고, 이로 인해 미디어는 떠들썩했다.
-에인절스는 현대에서 과거로 회귀하며 더욱더 완벽한 경기를 펼쳤다.
-장타력? 현대 야구에서 중요한 부분임은 확실하지만, 매번 장타에 의존할 수는 없는 법. 에인절스는 출루율만이 가질 수 있는 기대치를 충족시켰다.
-이번 트레이드의 승자는 에인절스다. 그들은 경기 내용으로 증명했다.
팬들이라고 다를까?
그들 역시 이번 3연전에서 우려하던 불안감이 순식간에 잠식했다.
@AnglesGo
반성합니다. 트레이드 이후 구단을 욕한 자신이 너무나도 부끄럽습니다.
└빠른 반성 좋습니다. 물론 저도 반성합니다.
└이야. 이걸 이렇게 풀어내네? 20홈런 타자를 내치고 이상한 선수들을 데려오나 싶었는데 보물이었어!
└이래서 설레발은 금물이야. 나 자신이 너무나도 부끄러워.
└에인절스가 선보인 야구가 쉬운 건 절대 아니지. 에인절스는 마르셀로라는 득타율의 신을 보유했고, 올스타 MVP를 타낸 킴의 활약이 도드라졌기에 나온 결과야. 만약 저 둘 중 하나라도 에인절스에 없었다면 이런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을 거다.
└응. 킴과 마르셀로는 에인절스에 있어. 가정 따위는 의미 없어.
└이래서 선수의 능력이 중요하다니까?
└팀마다 자신들만의 색깔이 존재하는 법이지. 에인절스는 어쭙잖게 장타를 생성하기보다는 팀플레이로 풀어나가는 게 맞는 것 같다.
└인정한다. 솔직히 아직 세 경기밖에 뛰지 않아서 설레발일 수도 있는데. 난 지금의 에인절스가 더 좋아.
└확실히 에인절스가 그동안 이상한 트레이드를 많이 하긴 했지만, 전문가는 확실히 전문가야.
└그 중심에는 킴이 있지.
└인정. 선봉장, 다리 역할. 거기에 해결사까지. 완벽한 1번 타자야.
└성숙해졌어. 올스타 이후에 실력이 더 좋아진 것 같은데?
└그가 팀에 가져다주는 이점은 숫자로 표기할 수 없다. 그만큼 이제는 킴이 없는 에인절스는 생각도 하기 싫어.
에인절스는 타이거즈와의 결과와는 별개로 8월에 들어서면서도 여전히 2위에 안착해 있었다.
텍사스 레인저스를 바짝 뒤쫓고 있었지만, 격차를 줄이지는 못했다.
레인저스도 에인절스의 추격을 뿌리치고자 매 경기 최선을 다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이런 상황에 에인절스에게는 악재가 하나 더 있었다.
바로 자신들을 뒤쫓는 휴스턴 애스트로스.
그들은 에인절스와 세 경기 차로 뒤지고 있었지만, 충분히 뒤집을 수 있는 격차였다.
그리고 두 팀의 맞대결을 앞둔 내일이자 8월 초.
한국 커뮤니티는 활활 타올랐다.
-에인절스와 애스트로스! 드디어 왔다!
└오긴 뭘 와 등신아. 벌써 몇 번이나 맞대결했는데.
└코리안 더비 말하는 거겠지. 박정환이 애스트로스잖아?
└박정환. 스프링 트레이닝에서 새끼손가락 부상으로 잠깐 이탈했었지. 복귀 후 컨디션 조절차 마이너리그에서 15경기를 뛰었고 32타수 12안타. 홈런은 무려 5개나 쳤어.
└이야. 마이너리그 폭격했네?
└타수가 적어서 폭격이라고 보기는 어렵긴 한데. 그래도 한국에서 매해 50홈런씩 치던 선수의 폼이 어디 가지는 않았지.
└박정환 이번에 콜업된 거야?
└맞음. 그래서 코리안 더비임.
└본방 사수해야겠네. 누가 이기려나?
└소오오올직히 박정환이 낫지.
└인정. KBO라고 한들 7년 프로 경험이 사라지는 건 아니잖아?
└김도진도 잘하긴 하는데. 아직은 박정환이지. 한국의 희망이잖아.
국내 팬들 대부분이 박정환을 옹호했다.
그도 그럴 것이 박정환은 국내 팬들에게 친숙했기 때문이다.
KBO를 폭격하고 당당하게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타격 천재.
한국 팬들은 혜성같이 메이저리그에 등장한 도진에 대한 정보는 극히 부족했기에.
팔은 안으로 굽는 법이라며 박정환을 더 응원하고 높이 평가했다.
* * *
애스트로스는 에인절스 원정을 떠났다.
전용기에 탑승한 그는 인터넷에서 자신의 이름을 검색했다.
‘젠장.’
그의 미간이 잔뜩 구부려졌다.
마이너리그 폭격과 메이저리그 복귀를 조명하는 기사 따위는 없었으니 말이다.
‘나가리네.’
팬들은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한국인 선수에 목말라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메이저리그는 모든 야구 선수의 꿈.
자신의 꿈과도 일치했다.
박정환은 데뷔 시즌부터 30홈런을 친 천재 타자였다.
계약금, 연봉.
매해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미국이 아무리 한국과 환경이 다르다고 한들.
‘나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성공한다.’
확신을 갖고 있었다.
그렇기에 한국 선수로서 유일한 희망인 자신이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가져가는 것이 목표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팬들은 한국인 최초 신인왕을 자신이 따리라 확신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상은 탈 수 없게 됐다.
부상 때문에 8월 초에 합류하게 됐으므로 정규 타석을 채우지 못한 자신에게 그 상을 탈 기회는 없었다.
‘차후 명성이며 시즌이 끝나고 한국에서 벌어들일 돈이며. 전부 내 것이 될 줄 알았는데. 이렇게 된 거 내년으로 데뷔를 밀었어야 했나.’
하지만 쉽지 않다. 아니 불가능한 일이다.
휴스턴은 자신에게 크나큰 돈을 주었다.
그렇기에 구단이 까라는 대로 할 수밖에 없는 상황.
물론 처음에는 신인왕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구단이 쥐여주는 돈은 국내에서는 받을 수 없을 만큼 천문학적이었으니 말이다.
2년 계약이지만 연봉만 무려 150억에 근접했다.
아직 메이저리그에서 증명하지 못한 선수에게는 매우 큰 돈이었다.
갓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한국인 선수 중에서는 최고 대우.
‘그러니 신인왕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었지.’
선수의 가치는 돈으로 평가된다. 지금 받는 돈이면 충분히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고 확신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아쉬움을 삼킨 박정환은 서둘러 포털 사이트에 적힌 자신의 이름을 지우고 새 이름을 적어 넣었다.
Do Jin Kim.
수천이 넘는 기사가 시야를 괴롭혔다.
영어로 된 기사들은 순식간에 한국어로 번역이 되었고.
대부분 도진을 칭찬하는 기사에 분노가 치밀었다.
‘어디 근본도 없는 놈이 튀어나와서는.’
박정환은 한국인 메이저리거라는 스포트라이트가 온통 도진에게 향하자, 분노가 치밀었다.
10년 전과는 달리. 작년 중반까지만 해도 단 한 명의 한국 선수도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지 못했다.
몇몇 미국에 나와 있는 한국 선수들이 존재하긴 했지만 전부 마이너리그에 처박혀 있었다.
그런데 김도진이 자신의 앞길을 막아서고 있었다.
더군다나 자신보다 한참 어린 선수가 말이다.
무엇보다 그는 신인왕 후보다.
‘그냥 후보로 등재된 건 더더욱 아니다.’
훌륭한 일본 선수들 혹은 홈그라운드인 미국 신인들보다 경쟁에서 앞서고 있었다.
더군다나 그는 올스타 MVP.
신인이 최고들만 모인 자리에서 단 한 명에게만 주어지는 상까지 타냈으니 말이다.
‘여기서 놈이 신인왕을 타버린다면?’
미국 무대에서는 증명이 필요한 법.
신인왕이라는 타이틀을 따낸 그가 결국 주인공이 되겠지.
박정환은 분노를 삭이겠다며 천천히 호흡을 골랐다.
‘괜찮아. 놈에게 향하는 스포트라이트가 다시 내게 향할 방법은 있어.’
그가 신인왕을 타지 못하게 만드는 것.
그럼, 팬들은 자연스레 연봉이 더 많은 자신을 치켜세울 것이다.
박정환은 여러 시나리오를 머릿속에 그려보며 히죽 웃었다.
* * *
도진은 애스트로스와의 경기에 앞서 조금 일찍 그라운드로 나갔다.
그러고는 맞은편 더그아웃을 힐끗힐끗 쳐다봤다.
‘박정환. 새로운 한국인 선수가 오늘 메이저리그에 입성했지.’
그에게 다가가 인사라도 건네고 싶었다.
고등학교를 미국에서 보냈다고 한들 자신은 한국인이다.
중학교 때까지는 쭉 한국에서 뛰었기에 한국의 야구 문화도 몸에 배어 있었다.
‘어쨌든 나는 후배잖아? 시합에 앞서, 인사라도 드리고 싶은데.’
박정환은 대단한 선수다.
아무리 KBO가 메이저리그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한들.
그래도 미국, 일본 다음으로 세계에서 세 번째로 쳐주는 리그였다.
‘거기서 50홈런을 3번이나 기록했다는 것.’
충분히 존경받아 마땅한 선수였다.
하지만 상황이 녹록지는 않았다.
‘애스트로스에는 접점이 있는 선수가 없어. 무작정 저들의 더그아웃을 찾아가는 건 실례일 수도 있겠지.’
경기 도중 만날 수는 있겠지만, 둘 중 하나가 출루하고 나서야 만날 수 있었다.
‘만약 내가 출루해서 유격수인 그에게 인사한다고 한들. 기만하게 되는 걸 수도 있잖아?’
그러니 인사를 건넬 타이밍은 지금뿐이었다.
도진이 머뭇거리는 사이 호세가 등 뒤에서 나타났다.
“가자.”
“어, 어딜요?”
“어디긴 어디야.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안절부절못하지 말고. 똥 싸러 가자고.”
도진은 호세를 벌레 보듯 쳐다봤다.
호세는 도진의 시선을 가볍게 무시하더니 애스트로스 더그아웃으로 발걸음을 내디뎠다.
“뭐 해? 안 가?”
도진은 호세의 숨은 뜻을 단번에 이해했다.
‘감사합니다.’
속으로 감사를 삼킨 도진은 호세의 등 뒤로 바짝 붙었다.
애스트로스 더그아웃 근처에 도착한 호세는 선수들에게 손을 들어 올려 흔들었다.
“어이. 친구들. 오늘 즐겁게 경기해 보자고! 물론 우리가 이길 거지만. 적당히 쫓아와라. 요즘 네놈들 추격 때문에 잠도 제대로 못 자겠어!”
호세는 메이저리그에서 오래 뛴 선수다.
그는 어떤 구단의 어떤 선수와도 친분이 있었다.
애스트로스 선수들은 낄낄대며 맞받아쳤다.
“뭐야. 이빨 빠진 호랑이. 왜 갑자기 와서 친한 척이야?”
“그냥 인사차 왔지. 그나저나. 이번에 애스트로스에도 새로운 메이저리거가 있다며?”
“아! 있지!”
애스트로스 선수들은 호세 등 뒤에 찰싹 붙어 있던 도진을 힐끗 쳐다보더니 피식 웃었다.
“헤이 팍! 누가 너 찾는데?”
멍하니 경기장을 쳐다보던 박정환은 자신의 이름이 들려오자, 고개를 휙 돌렸다.
“나?”
“어. 저기 누가 너 찾는다.”
박정환은 호세가 시야에 들어오자,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왜 흑인이 날 찾고 지랄인데?’
하지만 그의 등 뒤에서 머리를 빼꼼 내민 도진의 시야에 들어왔다.
‘뭐지?’
왜 나를 찾아온 거지?
이유는 도진의 행동에서 금세 알 수 있었다.
그가 90도로 허리를 굽혔으니 말이다.
“처음 뵙겠습니다! 박정환 선배님. 메이저리그 입성 축하드립니다!”
박정환은 이내 비열한 미소를 강제로 숨기고는 어색하게 손을 들어 올렸다.
“어. 어. 그래.”
깍듯한 인사에 박정환은 자칫 그를 향한 악감정이 누그러질 뻔했지만, 그는 적이었다.
‘네가 그런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
인사는 아무래도 좋다.
모든 관심은 자신에게 향해야만 하는 지금.
그와 시시콜콜 대화 따위는 나누고 싶지 않았다.
호세는 박정환의 반응이 시원치 않자, 도진의 목덜미를 쥐고 에인절스 더그아웃으로 걸음을 돌렸다.
“무시당했네?”
“에이. 무시라뇨.”
도진이 아니라며 너스레를 떨자 호세는 표정을 굳히더니 서늘한 목소리를 내었다.
“저놈 조심해라.”
“네? 왜요?”
“낌새가 이상해.”
도진은 진중한 표정을 지었다.
“미국이, 그리고 메이저리그가 처음이니까 당연히 그럴 수 있지 않을까요?”
호세는 도진보다 더욱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럴 수도 있겠지. 있긴 한데. 그래도 세상에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
야구에서 조심할 필요가 있나?
더군다나 박정환은 야수. 접점이 없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도진은 호세의 경고를 그냥 흘려듣지만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