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265)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 265화(265/400)
[에인절스가 홈에서 애스트로스를 만났습니다. 아메리칸 리그 서부 2위와 3위의 만남인데요? 경기 어떻게 보십니까!] [오늘 경기는 상당히 중요합니다. 에인절스가 승리를 거두면 3위와의 격차를 벌릴 수 있고. 반대로 애스트로스가 승리하면 2위를 노려볼 수 있어요!] [그렇습니다. 최근 양 팀 기세가 좋잖아요?] [네. 두 팀은 1위 텍사스마저 바짝 쫓고 있죠. 이번 경기 승리로 기세를 이어 나가고 싶을 겁니다.] [그럼, 시작에 앞서 라인업을 먼저 살펴볼까요? 원정팀 애스트로스입니다.]1. 잭슨 터너. CF.
2. 위트 미첼. DH.
3. 메이슨 레이놀즈. 1B.
4. 카터 산체스. 3B.
5. 브래드 앤더슨. C.
6. 정환 팍. SS.
7. 코튼 하퍼. LF.
8. 타일러 도노반. RF.
9. 체이스 넬슨. 2B.
P. 로먼 해리.
[새로운 얼굴이 보이죠?] [이야기에 앞서 일단 홈 팀 에인절스의 라인업부터 살펴보시죠.]1. 도진 킴 3B.
2. 마르셀로 무냐. LF.
3. 아돌니스 로드리게스. C.
4. 호세 로드리게스. DH.
5. 켄 매논. SS.
6. 자렌 테일러. 1B.
7. 라이언 스미스. CF.
8. 제롬 블랙. RF.
9. 윌리엄 바스테스. 2B.
P. 레이날도 먼츠.
[요즘 에인절스는 이 라인업으로 재미를 보고 있죠.] [3루수 출신 윌리엄이 2루를 보게 되면서 수비에 안정감이 더 생겼어요. 그리고 라이언과 제롬이라는 새로운 얼굴들이 제 몫을 톡톡히 해주고 있죠.] [아까 한번 언급 드렸지만, 휴스턴 애스트로스는 새로운 얼굴이 보이잖아요?] [그렇습니다. 정환 팍! 한국에서 날아온 천재 타자입니다. 우투우타이자 유격수. 그의 체격만 봐도 힘이 좋아 보이지 않습니까? 한국 리그에서 무려 세 시즌 연속으로 50홈런을 쳐낸 대단한 타자입니다.] [최근 아쉽게도 한국 선수들은 메이저리그에서 얼굴을 비치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한국 팬들에겐 희소식이겠어요!] [그렇죠. 더군다나 오늘은 그 한국 선수가 무려 2명이나 경기에 임하게 됐으니까요! 저 역시도 기대가 됩니다. 다양한 국적의 선수들이 많이 참여한다는 건 리그에도 희소식이니까요.]경기가 시작되자 더그아웃에 앉아있던 박정환은 3루수 도진을 흘겨봤다.
‘어디 한번 보자.’
박정환은 이미 미국에서 성적을 내고 있는 도진이 꽤 괜찮은 선수임을 알고 있었다.
더군다나 그의 올스타 MVP 수상을 보자면 요행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야구는 초심자의 행운이란 게 있거든.’
여기서 박정환이 말하는 초심자의 행운이란.
신인 선수들은 데이터가 부족해서 좋은 활약을 더러 펼칠 때도 있는 걸 의미했다.
아무리 메이저리그라고 한들. 신인에 관한 데이터는 적어도 1년은 축적해야 한다.
게다가 박정환은 질투심 때문에라도 도진의 데이터가 더더욱 없었다.
하루가 멀다 하게 포털 사이트에 김도진의 기사가 올라오면 화가 치밀어 올랐기 때문이다.
‘그래도 분명히 약점이 있을 거다.’
박정환은 도진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때마침 선두 타자 잭슨 터너가 타석에 들어섰다.
초구부터 밀어친 타구는 3루수와 유격수를 꿰뚫겠다며 날아갔다.
‘갈랐네.’
박정환은 저 타구가 좌익수 앞 안타가 되리란 확신이 있었다.
잘 맞은 타구였고, 타구 속도 역시 예사롭지 않았다.
‘툭 친 거 같은데 타구 속도가 뭐 저래? 역시 메이저리거인가?’
하지만 박정환의 예상은 우스우리만치 빗나갔다.
김도진. 그는 타구음이 들려오는 즉시 탈인간급 반응 속도를 선보인 것도 모자라.
군더더기 없는 다이빙 캐치는 턱이 벌어질만큼 놀라웠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도진이 바닥에서 벌떡 일어나 1루까지 완벽한 송구를 선보이자 박정환의 턱은 힘없이 벌어졌다.
‘저, 저게 무슨……’
어렸을 적부터 야구만 했던 박정환은 표현력이 다소 부족했다.
그렇기에 지금 자신의 시야에 담긴 저 장면을 어떤 단어로 설명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다.
그는 이내 어금니를 빠득 갈았다.
방금 그가 선보인 수비 장면을 야구 용어로 표현하기는 매우 쉬웠으니 말이다.
‘골든글러브를 부르는 수비였다.’
미국은 한국과 다르게 수비를 제일 잘하는 선수에게 골든글러브를 준다.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수비에서도 세계 1위.
오죽했으면 국내 해설들도 이따금 나오는 한국 선수들의 말도 안 되는 호수비를 메이저리그에서나 볼 법한 수비라고 칭찬하겠는가?
‘아니 저게 말이 되나?’
박정환은 눈을 비볐다.
하지만 눈 씻고 현실을 부정해 봐도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저, 저렇게나 탄력이 좋다고?’
야구를 잘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그저 쉬운 다이빙 캐치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박정환은 야구를 잘 아는 선수였으며 포지션도 수비가 중요시되는 유격수였다.
‘놈은 저 어려운 타구를 아주 쉽게 처리했어. 나였다면…….’
머릿속으로 방금 타구를 그려보았다.
잡지 못했을 거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어려운 걸 쉽게 해낸다? 말이 더 필요할까?
아쉽게도 정말 극소수의 아시아인들을 제외한 대다수 아시아인은 백인이나 흑인과 비교했을 때 신체 능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리고 이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게 웬걸?
‘신체적인 능력을 판가름할 수 있는 그의 반응 속도와 탄력은 규격 외다.’
오히려 백인과 흑인이 김도진에게 한 수 접고 들어갈 정도.
박정환은 불안감이 스멀스멀 전신을 감돌기 시작했다.
‘요행이 아니라 진짜 실력이라고?’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KBO에서는 타격뿐만이 아니라 수비에서도 늘 최고라 칭송받던 자신마저 김도진이 부러울 지경이었으니까.
고작 한 장면이었지만 말이다.
박정환은 서둘러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래. 어리니까 탄력이 좋을 수도 있어.’
아니면 운일 수도 있다.
운이어야만 한다. 그렇게 믿고 싶었다.
‘놀라지 말자. 한국인 골든글러브는 저놈 전에도 있었어.’
그러니 한국 선수들도 충분히 수비에서 강점을 보일 수 있다.
문제는 타자는 수비만 잘해서는 결코 이 무대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때마침 2번 타자가 타석에 들어서며 당겨친 타구가 다시 한번 도진의 서전트 점프에 잡히자 이빨이 바득바득 갈렸다.
‘X발. 무슨 NBA 선수야?’
도진은 총알처럼 날아오는 타구에도 제자리에서 1m는 족히 점프하더니 타구를 처리했다.
박정환도 이쯤 되니 인정하기로 했다.
‘그래. 지금 당장 네가 나보다 수비에서만큼은 앞선다.’
그래도 타자는 타격으로 이야기해야 하는 법.
박정환은 타석에서만큼은 도진을 압도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 * *
1회 말.
도진은 타석에 들어섰다.
야구란 그렇다.
수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이상하게 타격도 짝짝 달라붙게 되는 경기가 있다.
어려운 타구를 손쉽게 처리한 도진은 오늘이 그날임을 알았다.
‘이어 나가 보자.’
도진은 타석에 들어서며 투수를 힐끗 쳐다봤다.
애스트로스의 4선발 로먼 해리.
패스트볼보다는 변화구에 강점이 있는 투수였다.
‘올 시즌 포수와 유독 합이 잘 맞는다는 데이터가 있지.’
상대가 4선발이라 한들 메이저리거는 메이저리거다.
도진은 절대 방심하지 않겠다며 배트를 움켜쥐었다.
초구.
느릿느릿한 낙차 큰 커브가 하늘에서 바닥으로 뚝 떨어졌다.
예상했던 각보다 훨씬 낙차가 컸기에 도진은 헛스윙했다.
‘어휴. 초구부터 커브야?’
이래서 선봉장은 괴로운 법이다.
더욱이 변화구로 승부 보려는 투수를 마주하면 더 그렇다.
‘이 정도 변화구 구사율이라면 다른 변화구들도 상당하겠는데?’
문제는 다른 투구들은 아직 지켜보지 못했다는 것.
도진은 작전을 바꿨다.
‘조금 더 지켜보자.’
상대 투수도 자신에게 쉬운 공을 주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조금 더 느긋해도 된다며 마음을 편히 먹었다.
2구. 한복판으로 향하는 공.
도진은 나가려는 배트를 강제로 멈춰 세웠다.
투구는 홈플레이트 앞에서 꿈틀대더니 힘을 잃고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나는 체인지업이었다.
“볼!”
“휘유.”
도진은 심판의 콜에 안도의 한숨을 빙자한 휘파람을 불었다.
‘배트가 나갔으면 큰일이 날뻔했네.’
치기 좋게 날아오는 공에 문뜩 이상함을 느꼈고, 도진은 자신의 직감을 믿었기에 나온 결과.
오늘 컨디션이 좋다는 이유를 대변해 주었다.
‘다음 공은 뭘 던지려나?’
여전히 그는 포심과 커터라는 두 가지의 패스트볼을 선보이지 않았고.
변화구로는 슬라이더도 보유하고 있다.
여전히 보여줄 게 많은 투수였기에 도진은 질겅질겅 씹어대는 껌을 멈추고는 눈을 번뜩 떴다.
‘조금만 더 차분히 가자.’
3구. 바깥쪽으로 걸치고 들어오는 패스트볼.
도진의 배트가 나갔다.
하지만 홈플레이트 앞에서 살짝 휘어진 커터에 빗맞은 타구가 나오며 파울이 됐다.
‘까다롭네.’
카운트는 타자가 불리한 1-2.
이제 투수는 승부구를 던지려고 들 터.
비슷하면 나가겠다는 생각을 뒤로한 채 4구는 초구와 같은 12-6 커브.
도진은 탑 스핀을 잔뜩 머금은 커브의 낙폭을 재빨리 계산했다.
‘스트라이크 존을 아주 살짝 벗어날 것 같은데?’
이미 앞서 한 번 본 공이다.
투수는 한 가지의 커브만 구사할 수 있다.
머리와는 다르게 몸은 움찔거리며 반응했지만, 도진은 이를 악물고 배트를 내지 않았다.
퍼억.
“볼!”
도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장갑을 매만졌다.
그런 그를 유격수 방면에서 지켜보던 박정환은 히죽 웃었다.
‘눈은 좋아. 그런데 스윙은 별로인 것 같은데?’
방금 스윙이 나올 뻔한 공을 참았다.
이건 타자가 잘한 거다.
하지만 앞서 파울을 만든 스윙은 맥아리가 없었다.
‘데이터가 없는 첫 시즌이라서 지금까지 좋은 모습을 보인 거구나. 굳이 경계할 필요는 없겠어.’
저런 타자는 다음 시즌 데이터가 나온 순간부터 빠르게 무너지게 될 테니까.
물론 그가 이번 시즌 남긴 업적은 진짜다.
나이답지 않은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내 스포트라이트를 가져가긴 이르다.’
박정환은 도진이 이타적인 선수임을 알지 못했다.
자신의 기록보다는 팀의 승리가 우선이며.
팀의 승리를 위해선 주연이든 조연이든 가리지 않는다.
무엇보다 오늘 첫 메이저리그 데뷔인 그는 아직 타석에도 들어서지 못했으므로 간과한 것이 있었다.
국제 경기가 아닌 미국에서.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공은 훨씬 더 위력적인 것을.
도진은 그런 그들을 상대로도 꾸준히 성적을 내고 있었다.
5구. 투수가 던진 몸쪽을 파고드는 80마일 중반대의 공은 슬라이더.
동시에 도진의 배트가 나왔다.
‘잡혔구나.’
박정환은 유격수 위치에서 포수의 사인을 보았다.
슬라이더.
‘여기서 배트가 나온다면 삼진. 혹여 맞추더라도 잘해봐야 땅볼이다.’
궤적이 스트라이크 존에서 무릎 아래로 떨어지는 슬라이더이니 그럴 수밖에.
하지만 박정환의 눈이 금세 번뜩 뜨였다.
낙차를 잃고 떨어지는 공을 끝까지 쫓는 그의 완벽한 배트 컨트롤 때문에도 그랬고.
무엇보다 밸런스가 깨져야 정상인데 도진의 자세는 무너지지 않았다.
따—악!
‘말도 안 돼!’
박정환은 타구음이 들려오는 즉시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하지만 그 타구가 하필이면 자신에게 날아왔던지라 딴청을 부릴 새는 없었다.
3, 유 간을 꿰뚫겠다며 굉음을 내지르는 타구에 몸을 날려 보았지만.
머릿속으로 계산해 놓았던 타구 속도를 가볍게 웃도는 바람에 타구는 박정환의 글러브를 맞고 튕겨 나왔다.
뒤늦게 몸을 벌떡 일으켜 공을 주워 보았지만, 도진은 이미 1루에 안착해 있었다.
‘젠장! 젠장!’
화가 치밀어 올랐다.
꼴사나운 모습을 보여서 그랬다기보다는.
저 작은 체구에서 뿜어내는 타구 속도는 국내에서 단 한 번도 접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타격 능력도 나보다 위라고?’
저딴 꼬맹이가?
박정환은 넘을 수 없는 재능이란 벽을 마주하자, 어둠의 늪에서 허우적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