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266)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 266화(266/400)
도진의 안타가 나오자, 해설들은 혀를 내둘렀다.
[와우. 정말 대단하네요.] [어떻게 저 어린 선수가 완벽에 가까운 타격 메커니즘을 선보일 수 있는 걸까요?] [정말 훌륭한 선수입니다. 저 선수가 이제 첫 풀 타임을 뛰고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요. 나날이 발전하는 게 느껴지시죠?] [네. 시즌 도중에 선수가 성장하는 건 보편적입니다. 하지만 저렇게 180도 가까이 바뀌는 선수는 생전 처음 봅니다.] [올스타전에서 최고의 선수들과 마주한 후에 완벽한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어요. 방금 타격은 정말 완벽에 가까웠다고 봅니다.] [킴은 1번 타자죠. 1번 타자가 처음 타석에 들어설 때 해야 하는 일을 정확히 해냈어요! 투수의 투구 수도 많이 끌어냈고 출루까지. 다만 에러로 기록되지는 않을까 싶긴 합니다만.]때마침 전광판에는 안타로 기록됐다.
[안타네요.] [킴의 타구와 주루 속도를 보면 충분히 안타가 돼도 이상하지 않죠. 정환 팍이 잘못한 건 없습니다. 저 정도의 타구는 에스리우스 로자리오 정도는 돼야 처리할 수 있었을 겁니다.]에스리우스 로자리오는 타격뿐만이 아니라 수비에서도 절정의 폼을 보여주고 있었으니 말이다.
[이 선수가 시즌이 끝날 때쯤에는. 아니. 다음 시즌에는 어떤 괴물이 될지 기대가 되는데요?] [선수에겐 2년차 징크스라는 게 있죠. 더군다나 잘나가는 선수라면 그 난관을 맞이할 수밖에 없습니다.]2년 차 징크스.
데이터가 쌓여 신인 선수들에 대한 파악이 끝이 난다.
[하지만 지금 그의 능력을 보자면 2년차 징크스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네요.] [저도 동의합니다. 물론 저희 예측은 그저 희망입니다만 브레이크 없는 그의 성장 속도를 보면 그저 빈말은 아닙니다. 저흰 그런 선수를 많이 봐오지 않았습니까?] [그렇습니다.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역시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네요. 그 선수 역시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를 황금기로 이끈 선수. 신인이나 2년 차 때도 징크스는 존재하지 않았죠.] [그나저나 정환 팍 선수의 표정이 많이 놀란 게 보이죠?] [그럴 수밖에 없을 겁니다. 저희도 놀랐는데 그는 오늘이 메이저리그 데뷔전이니 오죽할까요.]박정환은 몸을 파르르 떨었다.
‘이래서는 안 된다.’
스포츠는 노력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초기 자본으로 재능이 뒷받침되어야만 하는 게 스포츠다.
박정환은 적어도 자신이 한국인 중에서는 역대 최고의 선수 반열에 올라설 재능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도진을 만나기 전까지는 그랬다.
지금은 아니다.
고작 단 한 번의 수비와 타석뿐이었지만, 그는 자신의 재능을 가볍게 웃돌고 있었다.
아직 프로 선수 생활을 1년도 채 마치지 않았음에도 말이다.
‘젠장.’
박정환은 이내 쓴웃음을 지었다.
‘그래도 프로 생활 7년의 짬은 어디 가지 않는다.’
아직 놈의 재능은 개화하기 전일 터.
‘재능보다 경험이 더 중요하다는 걸 보여주면 된다.’
박정환은 멘탈을 다듬었다.
그러자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하지만 그의 억장이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장면이 펼쳐졌으니.
투구가 세트포지션에 돌입하자 도진은 지체없이 2루로 내달렸기 때문이다.
박정환은 서둘러 베이스 커버를 들어갔다.
포수의 송구도 완벽해 아웃이라고 확신하는 그때.
도진은 우측으로 몸을 날려 태그를 최대한 늦췄고, 덕분에 그의 손이 먼저 베이스에 닿았다.
“세이프! 세이프!”
박정환은 당황을 머금고 굽힌 무릎을 천천히 폈다.
‘주, 주루 속도와 스킬까지?’
심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자신은 한국에서 타격과 수비 그리고 발까지 빨라 최근 3년간 50홈런과 30도루를 꾸준히 기록했다.
메이저리그에 입성하기 전에는 40-40까지 기록하며 호타준족의 대명사라고도 불렸다.
그런데 방금 도진이 선보인 주루 스킬 때문에 7년간 갈고 닦았던 제 것은 한없이 초라해 보였다.
박정환은 의도치 않게 저절로 도진에게 시선이 갔다.
‘이런 능력으로…… 투수까지 한다고?’
무엇보다 그는 투수에서 더 뛰어난 모습을 보이는 선수라고 했다는 말이 떠오르자 박정환의 눈동자가 분노로 가득 찼다.
한편. 2루에 안착한 도진은 자리를 훌훌 털고 일어나 시선이 느껴지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부담스럽네.’
박정환이 자신을 오묘하게 쳐다보자 나긋하게 입꼬리를 올려 보았다.
시선을 외면할 수도 없었고, 그렇다고 똑같이 뚫어지게 쳐다볼 수는 없는 노릇에서 나온 행동.
하지만 도진에게 열등감을 느낀 박정환에게는 도진의 미소조차 마음에 들지 않았다.
* * *
프로 선수는 성적으로 말해야 하는 법이다.
박정환은 도진이 싫었지만, 반대로 그보다 더 나은 성적을 내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에게는 경험이 있다.
그 경험을 토대로 저 어린놈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 주겠다는 계획은 뜻대로 실행되지 않았다.
박정환의 메이저리그 데뷔전 기록은 4타수 무안타 3삼진.
더군다나 상대는 메이저리그 1선발도, 2선발도 아닌 3선발에 나온 결과였다.
하지만 도진은 그 경기에서 4타수 2안타 2득점을 올려 더욱 대조됐다.
한편, 첫 경기 이후 한국 커뮤니티는 도진과 박정환에 관한 이야기로 활활 타올랐다.
도진을 옹호하는 부류와 박정환을 옹호하는 부류가 나뉘어져 있었다.
-김도진>>>>>>>>>>>>>>박정환.
개 같이 발렸죠?
└이제 한 경기 갖고 설레발치기는.
└ㄹㅇ. 박정환 아직 적응도 못 했는데 이걸 좋아하고 있네.
└응. 김도진은 메이저리그 데뷔전부터 잘했어.
└데뷔전부터 끝내기 치지 않았었나?
└심지어 홈런이었음.
└거기에 18세였음.
└박정환은 부상에서 이제 복귀해서 아직 감을 못 잡은 거고. 김도진은 마이너리그에서 꾸준히 기량 올렸었고.
└정보: 박정환도 메이저리그 밟기 전 마이너리그에서 컨디션 조절하고 올라왔다. 그때의 설레발은 ‘이러다 한국인 홈런왕 나오겠어!’였다.
└메이저리그 데뷔전인데 당연히 부담되지. 난 박정환이 잘해줄 거라 믿는다. 한국의 희망이잖아?
└그럼 김도진은 일본의 희망이냐? 개소리하고 자빠졌네.
└이번 3연전 끝날 때 누가 웃는지 두고 보자고. 박정환은 원래 몰아치는 스타일이야.
└흔히 스탯 관리라고도 하죠.
└아가리 닥쳐라.
하지만 두 번째 경기에서도 두 선수는 희비가 엇갈렸다.
도진은 안타를 기록하지 못했지만, 2개의 볼넷을 얻어나갔고.
박정환은 또다시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김도진>>>>>>>>>>>>>>>>>>>>
└이젠 박정환 이름도 안 적어넣네 ㅋㅋ.
└박정환 개같이 빨던 놈들 다 어디 감?
└아직 마지막 기회는 남아 있다.
└기회 살리려면 다음 경기 4타수 4안타는 쳐야 할 듯. 근데 지금 타격감을 보면 영 쉽지 않네?
└지금 박정환 뭔가 이상해. 국내에서 좋았던 모습이 나오지 않고 있어.
└메이저리그니까. 그게 원래 박정환 실력일 거라고는 생각 안 해봤냐?
커뮤니티에서 이름깨나 알린 한 팬이 동영상을 올렸다.
박정환의 국내 그리고 마이너와 메이저리그에서의 타격 폼을 비교하는 동영상이었다.
-박정환 전후 비교.
영상에서는 확실히 대조되는 모습을 보여줬다.
쉬운 타구에도 밸런스가 무너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유가 뭐임? 마이너리그 때는 국내와 차이가 없었네? 메이저리그 올라가자마자 저렇게 무너진다고?
└정보: 대부분 이렇게 급속도로 다른 모습을 보이는 건 멘탈이 무너졌을 가능성이 큼.
└무슨 멘탈이 무너져? 뭐 했다고?
└왜겠냐? 약한 투수들만 상대하다가 진짜들을 만났으니 그렇겠지.
└혹시…… 김도진한테 벽 느낀 거 아님?
└개소리하고 있네. 박정환이 돈도 더 벌고 인지도도 더 많은데 뭣 하러?
└정보: 박정환은 오직 국내에서만 인지도가 더 높다. 일본과 미국에서는 김도진이 압도적으로 인지도가 높다.
└개소리하고 있네.
└사실임. 일본이나 미국 포털 사이트 들어가서 이름이나 한번 검색해 봐라. 김도진에 비하면 박정환은 그저 눈곱임.
이 내용들은 전부 지켜보는 이가 있었으니.
박정환은 2번째 경기가 끝난 직후 호텔에 처박혀 커뮤니티 내용들을 하나하나씩 읽더니 분노에 바들바들 떨었다.
“이런 개 같은!”
손에 쥔 핸드폰을 벽에 집어 던졌다.
빠각.
벽에 튕겨 나온 핸드폰의 액정이 사방으로 흩뿌렸다.
원래부터 박정환은 커뮤니티 반응을 자주 보고는 했다.
특히 이런 대형 야구 커뮤니티는 하루에 한 번씩은 꼭 염탐했다.
KBO에서 뛸 때는 온통 자신을 찬양하는 글들밖에 없었으니 말이다.
안다. 원래 악플러들은 세상에 존재하는 법이며 자신을 깎아내리려는 사람들도 다수 존재한다는 것을.
“빌어먹을.”
예전 같았으면 열등감이라고 생각하며 그저 웃고 넘겼겠지만, 지금은 좀처럼 화가 가라앉지 않았다.
자신을 조롱하는 댓글들은 전부 사실에 기반이 되었으니까.
8타수 무안타.
하지만 김도진은 2안타 2볼넷.
그것도 모자라 도루도 2개를 추가하며 매 경기 제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었다.
‘이 시리즈가 이렇게 막을 내려서는 안 된다.’
놈은 무너져야만 한다.
박정환의 눈동자가 어둠으로 물들었다.
* * *
세 번째 경기가 시작되기 전.
도진은 에인절스가 애스트로스와의 경기에서 2승 0패로 앞서 나가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네.’
애스트로스는 3위로 자신들을 바짝 뒤쫓고 있었다.
이 경기 승패에 따라 3위와의 격차를 벌릴지, 좁힐지가 달려 있었다.
추격은 사람의 속을 바짝 타들어 가게 만들지만, 차이가 세 경기에서 다섯 경기로 벌어져 숨 돌릴 틈이 생긴 것.
‘물론 아직 시리즈가 끝나지는 않았어. 스윕 승을 거둘 수만 있다면 격차는 더 벌어진다.’
이제 슬슬 정규 시즌의 마지막인 9월을 앞뒀으므로 최대한 격차를 벌려놓는 게 좋다.
도진은 부푼 포부를 한 아름 안고 타석에 들어섰다.
그러고는 투수 너머에 있는 박정환을 힐끗 쳐다봤다.
‘아쉽긴 한데.’
그는 자신과 같은 한국인이며 한국인 메이저리거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한국인이 이 낯선 미국 땅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그래도 승부는 승부지.’
그의 숨통을 끊어야지만, 에인절스가 올라간다.
약육강식의 세계에서는 상대를 짓밟는 것이 당연한 이치.
도진은 애스트로스와의 3연전에서 좋은 컨디션을 보여주었고.
‘이어 나가보자.’
애스트로스의 1선발 로버트 다우너는 훌륭한 투수지만, 이번 시즌 유독 후반기부터 힘이 슬슬 빠지고 있었다.
도진은 힘들이지 않고 바깥쪽으로 향하는 패스트볼을 가볍게 밀어쳤다.
따-악!
첫 타석부터 안타를 신고한 도진은 2루 베이스를 힐끗힐끗 쳐다봤다.
‘포수의 상태가 오락가락해.’
3연전에서 자신에게 2번의 도루를 내주었다.
첫날 도루 저지를 위한 송구는 유격수 글러브로 정확히 향했지만, 둘째 날 송구는 유격수 키를 넘길 만큼 엉망진창이었다.
‘다시 한번 2루를 노려볼까?’
투수와 눈이 마주쳤다.
포수도 자신에게 경계의 눈빛을 보내고 있었지만, 도진은 개의치 않았다.
‘백날 견제할 것도 아니고.’
어차피 견제 제한에 걸려 불가능하다.
투수는 주자를 딱 두 번만 견제할 수 있다.
세 번째 견제에서 실패할 시 1루 주자는 자동으로 2루로 향하게 된다.
‘투수는 힘을 비축하려고 하겠지. 괜히 나랑 신경전을 펼치기보다는 타자를 잡으려고 할 거다.’
도진은 초구부터 뛰기로 다짐했다.
그러곤 투수가 발을 들어 올리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2루를 향해 쏜살같이 내달렸다.
투구는 바깥쪽으로 빠지는 패스트볼.
배터리에게 도진의 도루는 예측 범위 안에 있었다.
포수는 공이 미트에 꽂히자, 벌떡 일어났다.
도진의 도루할 것임을 알고 있었지만, 그는 훌륭한 주루 스킬을 가진 타자.
그렇기에 상대가 뛸 줄 알았다고 한들 안심할 수는 없었다.
그 때문에 예측은 물거품이 되었다.
포수의 송구는 2루 베이스로 향했지만, 베이스 커버를 들어온 유격수가 점프해야 잡을 수 있는 코스로 날아갔기 때문이다.
“Fu**.”
포수와 투수는 동시에 욕설을 내뱉었다.
이번에도 도루를 허용했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때.
누구도 예상치 못한 흑심이 드러났다.
2루 베이스를 커버한 박정환은 송구가 머리 위로 날아들자.
‘기회다!’
서전트 점프로 송구를 받아낸 박정환은 착지할 지점인 발아래로 시선을 가져갔다.
다리가 시야에 들어오자, 입꼬리가 치솟았다.
‘밟아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