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268)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 268화(268/400)
[8회 초. 2사 만루! 에인절스의 수호신 킴이 마운드에 오릅니다!] [위기에서 투수 교체 타이밍을 일찍 가져가네요. 좋은 선수교체라고 생각합니다. 애스트로스의 추격이 상당히 매서웠거든요?] [그 중심에는 당연히 코리안 팍이 있지 않았습니까? 그가 살아나자, 팀 전체가 살아났습니다. 그러니 스윕 패는 절대 내어주고 싶지 않을 겁니다.] [두 한국 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맞대결을 펼치게 됐습니다. 적어도 한국 팬들에게는 뜻깊은 날이 되겠습니다.]해설의 말마따나 한국 커뮤니티는 두 선수의 맞대결에 활활 타올랐다.
-김도진 vs 박정환.
누가 이길까?
└박정환.
└정환팍.
└Park.
└대부분 박정환이네. 메이저리그에서만큼은 김도진 퍼포먼스가 윈데.
└그건 박정환이 정신을 차리지 못했을 때 얘기고.
└ㄹㅇㅋㅋ. 정신 차린 박정환은 부모님도 못 막으시지.
└정보: 박정환은 바닥에 철퍼덕 된 이후 본인의 스윙을 되찾았다. (움짤).
└우와. 기억 잠깐 잃었다가 돌아온 건가? 진짜 스윙이 예전으로 돌아갔네?
└이러면 김도진이 박정환 은인 아님? ㅋㅋ.
└은인과의 대결인가. 근데 난 왜 김도진이 이길 것 같지? 김도진 100마일 넘게 던지잖아.
└박정환은 무시하냐? 적어도 박정환은 빠른 공에도 강해.
└한국에서도 대충 150km 중반대 공에 잘 반응하더라. 160km 가까이되는 공도 홈런 만들고 하던데.
└아무리 에인절스가 상태가 안 좋다고 한들. 김도진은 한 구단의 마무리 투수다?
└그러니까. 요즘 국내에도 수준 높은 외국인 선수들이 많이 오기는 하는데 그래봤자 KBO고. 김도진은 메이저리그 마무리 투수로 뛰면서 여태 블론 세이브도 없음.
└아무리 구단의 모든 관리를 받고 있다고 해도 진짜 대단한 기록이지. 블론 세이브 없는 선수가 어딨음?
└없지. 근데 오늘 김도진 블론 세이브할 듯. 만루 홈런 예상한다.
└박정환이 이겨야지. 김도진이 담그려고 했잖아.
└개소리 작작해라. 아무리 그래도 김도진이 박정환을 담그려고 했다고? 그건 아니지.
└오히려 그 반대라면 모를까.
└박정환이 뭐가 아쉬워서 저 핏덩이를 담그냐?
한국 팬들 대부분이 박정환의 부활을 두 팔 벌려 환영했다.
선수 개인뿐만이 아니라 팬들도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가 이겼으면 하는 바람이 컸다.
* * *
“어이. 컨디션은 어때.”
호세가 마운드에 방문했다.
도진은 어깨를 으쓱했다.
“낫 배드요.”
“낫 배드는 무슨. 좋잖아?”
“답을 정해놓고 질문을 하시네요.”
호세는 끌끌 웃었다.
“어쨌든 컨디션과는 별개로 상황이 쉽지만은 않네.”
호세가 주변을 살폈다.
도진도 그의 시선을 따랐다.
2사지만 베이스에 주자가 가득 들어차 있었다.
‘부담이 되지 않다는 건 거짓말이지.’
무엇보다 상대가 상대였던지라.
아무리 한국인이라고 한들 비 매너 행동을 하려고 했던 그를 용서하고 싶지는 않았다.
호세는 도진의 표정을 읽었다.
“난 네가 위라고 본다.”
“그럴까요? 오늘 스윙 보니 장난 아니던데요.”
“어. 그렇긴 해. 놈은 확실히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할 법한 스윙을 갖췄어. 왜 그전까지는 이상했는지 이해가 안 되지만 말이야.”
말은 이렇게 했지만, 호세는 박정환의 머릿속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도진이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모습이 고까웠겠지.
‘뭐. 그게 나쁜 건 아니지만.’
질투심이 있는 선수는 더 높은 곳을 향할 능력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현재에 안주하는 선수보다는 백번 나아.’
하지만 호세 역시 박정환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감히 에인절스의 보물을 망가뜨리려 했으니 말이다.
그러니 2사 만루고 나발이고.
스윕 승이든 뭐든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솔직히 머리를 맞춰버리고 싶긴 한데.’
호세는 쓴웃음을 지었다.
도진은 승리와 멀어질 수 있는 행동을 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호세는 도진의 어깨를 툭 쳤다.
“사인은 없다. 있는 힘껏 던져라.”
“네?”
도진은 호세를 벌레 쳐다보듯 쳐다봤다.
2사 만루에서 사인이 없다니.
자칫 잘못하면 승리가 날아갈 수 있는 지금 도무지 그의 뜻을 이해할 수 없었으니 말이다.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도 모자랄 판에 그게 무슨 소리예요.”
호세는 이번만큼은 뜻을 굽히지 않겠다며 눈을 부라렸다.
“말했지만, 사인은 없다. 사인 없이 변화구를 던지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
도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포구를 못 하면 폭투가 되겠고 점수를 내주겠죠.”
“잘 아네.”
도진은 서둘러 글러브로 입을 가렸다.
“아니. 패스트볼만으로 승부하라고요? 그게 말이 돼요? 2사 만루에요!”
“어쩌라고.”
도진의 눈이 번뜩 뜨였다.
“승리가 날아간다니까요?”
“알 바냐?”
도진의 말문이 턱하고 막혔다.
알 바냐니.
‘당연히 알아야지.’
하지만 생각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호세의 눈이 호선을 그렸다.
“포스트시즌도 아니고. 당한 건 갚아줘야 해.”
“그거랑 패스트볼만 던지는 거랑 무슨 상관이에요.”
“놈은 네게 몹쓸 짓을 했…… 할 뻔했어. 저런 불순한 의도를 가진 놈을…… 하. 말을 말자.”
도진은 이해할 수 없다며 미간을 찌푸렸다.
여기는 메이저리그다.
상대가 한창 아래가 아닌 이상 패스트볼로만 승부하기란 절대 불가능하다.
‘그런데 패스트볼만 던지라고?’
상대가 한창 아래라고 생각했나 보다.
‘박정환이 그 정도인가?’
아닐 텐데?
데뷔 이래 매년 30홈런을 놓치지 않았으며 50홈런까지 쳐낸 선수다.
하지만 호세의 말을 종합해 본 결과 도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를 생각 해주고 있구나.’
호세의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동자를 보자니 그가 사인을 내면 100% 히트 바이 피치드 볼이 나올 것이다.
적어도 호세는 자신에게 박정환의 의도를 먼저 알아차리고 알려준 장본인이었으니까.
‘마음에 들지 않겠지.’
메이저리그는 무서운 곳이다.
상대가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하면 가차 없이 맞춰버리기 때문이다.
‘내가 그런 성격이 아니라서 사인을 내지 않는다고 했구나.’
도진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까지 앞만 보며 달릴 수는 없는 법.
가끔 일탈은 괜찮잖아?
무엇보다 패스트볼만으로 상대를 잡을 수만 있다면?
무언으로 상대를 무시까지 할 수 있으며 통한다면 통쾌한 복수로 이어진다.
‘호세도 근거 없이 말하지는 않았을 거다.’
충분히 패스트볼만으로 상대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런 제안을 했을 것이다.
그는 누구보다 포스트시즌 진출을 갈망하고 있었으니까.
“호세의 뜻을 따를게요.”
“그래. 그럼 내려간다.”
호세는 마운드에 미소를 남기며 떠났다.
* * *
홀로 마운드에 남게 된 도진은 박정환을 노려봤다.
박정환도 도진의 시선을 정면에서 마주했다.
마치 스파크가 튈 것만 같은 둘의 신경전은 도진이 투구 모션에 들어가자, 순식간에 일단락됐다.
와인드업 후 던진 공은 바람을 가로지르며 순식간에 미트에 꽂혔다.
퍼억.
“스트라이크!”
박정환의 동공이 당황으로 물들었다.
‘뭐, 뭐야?’
도진이 빠른 공을 던진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건 빨라도 너무 빨랐다.
박정환은 마른침을 꼴깍 삼키며 전광판을 힐끗 훔쳐봤다.
100이라는 숫자에 헉 소리가 튀어나올 뻔했지만, 마음을 추슬렀다.
‘국내에서 뛸 때 100마일의 공은 충분히 접해봤어.’
요즘에는 국내 선수들도 100마일까지 던진다.
물론 메이저리그의 100마일과 비교할 수는 없겠지.
‘구위나 로케이션 자체가 다르니까.’
하지만 그런 빠른 공이 더는 생소하지는 않았고, 홈런도 곧잘 만들어 냈다.
‘그러니 메이저리그에서도 충분히 통하리란 확신이 있었는데.’
하지만 초구를 접한 박정환은 깨달았다.
‘같은 100마일이라 해도 저놈을 KBO 선수들과 비교해서는 안 된다.’
차원이 다르다.
그저 공만 빠른 것이 아닌 힘도 느껴졌기 때문이다.
박정환은 도진에게서 거둔 시선을 호세에게 보냈다.
‘이 포수는 미트질에 일가견이 있다고 했어. 그래도 이건 미트질의 영역을 넘어섰어.’
폭탄 터지는 소리가 고막을 마구 찔러왔으니 말이다.
박정환은 마른침을 꼴깍 삼키고는 다시 타격 자세를 잡았다.
2구. 도진이 다시 한번 와인드업에 돌입하자 박정환은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뭐지?’
도진의 인터벌이 빨라도 너무 빨랐으니 말이다.
‘잠깐만! 생각해 보니 고개를 끄덕이거나 젓지도 않았던 것 같은데?’
초구가 오버랩되자, 박정환은 배트를 꽉 움켜잡았다.
‘설마…….’
사인이 없다고?
그렇다는 것은.
배터리의 숨은 뜻을 깨달은 박정환은 어금니에도 힘이 들어갔다.
‘직구다.’
저놈은 지금 자신을 무시하고 있다.
직구 하나로 자신을 상대하겠다는 것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손을 떠난 공이 다시 한번 날아왔고 역시나 패스트볼이었다.
분노에 사무친 박정환은 배트를 휘둘렀지만.
부웅.
애꿎은 허공만 갈랐다.
“스트라이크 투!”
헛스윙한 박정환은 눈을 천천히 끔뻑이며 미트를 힐끗 쳐다봤다.
다소 높게 날아왔지만, 휘두르지 않았더라도 스트라이크가 불릴 법한 로케이션이었다.
무엇보다 패스트볼을 노렸음에도 크게 헛스윙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떠올리며 전광판을 쳐다봤다.
101이란 숫자는 불안감이 되어 돌아왔다.
‘101마일?’
100마일과 고작 1마일 차이다.
하지만 타석에서 타자가 느끼는 그 1마일의 차이는 천지 차이.
더군다나 초구와 다른 로케이션으로 날아오는 공은 더 까다로웠다.
식은땀이 등을 훤히 적신 박정환은 잠깐 장갑을 매만지겠다며 타석에서 물러섰다.
이렇게라도 시간을 끌어서 도진을 이길 방법을 궁리하기 위함이었다.
‘제발. 제발.’
박정환은 1초 1초가 너무나도 빠르게 흐르는 것 같았다.
‘침착해. 상대는 직구만 던진다. 충분히 칠 수 있는 공이야.’
박정환은 타이밍을 맞춰보고자 눈을 질끈 감고 도진이 던진 두 번의 투구 동작을 떠올렸다.
‘박정환. 네가 늘 치던 직구다. 타이밍만 맞추면 이길 수 있어.’
자신감을 조금 되찾은 박정환은 턱에 힘이 들어갔다.
지금은 저 어린놈을 때려눕히는 게 먼저였으며 충분히 할 수 있으리라 봤다.
‘여기서 안타 하나만 쳐도 주자 둘은 들어온다.’
역전만 할 수 있다면 그간의 설욕을 절반이라도 되갚아 줄 수 있다.
박정환의 움켜쥔 배트가 분노로 바들바들 떨렸다.
‘감히.’
직구만으로 나를 상대한다고?
박정환은 히죽 웃었다.
놈이 간과한 것이 하나 있었으니 말이다.
KBO에서 50홈런 가운데 대부분 절반 이상이 패스트볼로 만들어졌다는 것.
‘직구만큼은 자신 있다.’
그러니 와라!
이뿐만이 아니었다.
박정환은 배트로 도진을 가리켰다.
예고 홈런과 비슷한 도발이었다.
관중들의 탄성이 하나가 되어 고막으로 흘러 들어왔다.
박정환은 히죽 웃었다.
‘어차피 코리안 맞대결이야. 이런 도발은 웃고 넘길 것이다.’
승리할 확신이 있었기에 나온 행동.
그에게 향한 스포트라이트를 전부 가져올 유일한 기회였다.
‘이번만큼은 커리어 중 그 어떤 스윙보다 완벽할 것이다.’
그런데 이게 웬걸?
박정환의 천천히 끔뻑이는 두 눈은 의심으로 가득했다.
자신의 도발에 맞대응하는 도전의 행동 때문이었다.
그가 패스트볼 그립을 쥔 손을 자신에게 내보였던 것이었다.
‘서, 설마…….’
박정환은 저 행동의 의미를 알았다.
대놓고 그립까지 보여주는 저 행동은.
예고 삼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