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270)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 270화(270/400)
애스트로스 스윕승 이후.
에인절스는 단단히 물이 오른 듯 기세를 유지하며 좋은 모습을 계속해서 보여주었다.
아직 1위는 탈환하지 못했지만, 2위는 굳건히 지키는 상황.
그렇게 시즌은 8월 중순에 다다랐다.
그러나 기세 좋은 팀과는 다르게 도진에게 위기가 닥치기 시작했다.
제아무리 도진이라도 피할 수 없는 문제.
바로 체력이 부족하다는 문제였다.
도진은 첫 메이저리그 풀 타임을 보내고 있었다.
메이저리그 풀 타임이 힘들다는 것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직접 경험해보니 신체가 느끼는 피곤함은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아무리 관리를 받는다고 해도 도진은 투타 겸업.
2배는 아니더라도 다른 선수들보다 체력 소모가 더 많았다.
첫 블론 세이브도 이 시기에 나왔다.
[킴! 블론 세이브를 기록합니다!] [괜찮습니다. 아뇨. 여태껏 블론 세이브를 기록하지 않았던 게 더 신기하죠. 여전히 아주 잘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도진도 언제든 블론 세이브를 기록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경험해 보지 못한 처음이란 충격에 좀처럼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호세는 죽은 눈의 도진을 위로하고자 마운드를 방문했다.
그러고는 그의 머리에 큼지막한 손바닥을 올렸다.
“괜찮아.”
“죄송합니다.”
“괜찮다니까. 그 대단한 벨 조이스도 패배하는 마당에 블론 세이브 좀 할 수 있지.”
도진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시즌도 한 달 반 정도밖에 남지 않았으니 말이다.
경험이 없던 도진은 한 달 반이라는 시간이 매우 짧게 느껴졌다.
호세는 도진의 머리에 올린 손을 가볍게 좌우로 흔들었다.
그러자 도진의 머리도 호세의 리듬에 맞춰 좌우로 흔들렸다.
“낙담할 필요 없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지금부터가 더 고비야.”
도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 호세의 손을 머리에서 떼고 그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호세는 어깨를 으쓱했다.
“경험이 많은 메이저리거들도 슬슬 힘이 빠질 시긴데 너는 오죽하겠냐. 스포츠에서 체력은 중요하지. 하지만 인간인 이상 결국 체력에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어.”
호세의 목소리가 조금 더 커졌다.
“근데 넌 이제 첫 풀 타임이잖아? 거기에 투수와 타자를 병행하고 있고. 체력이 빠질 거라고 예상은 하고 있었다. 나뿐만이 아니야. 감독님이나 선수들도 이미 다 경험해봤기 때문에 너한테 뭐라고 하지는 않을 거다.”
“그게 문제가 아니에요.”
“그럼.”
“그냥. 하. 복잡하네요.”
도진은 말을 아꼈다.
그렇게 둘의 대화도 끝이 났다.
그래도 도진은 호세의 조언을 허투루 듣지 않았다.
아직 시즌 중이라 최대한 멘탈을 관리하고자 긍정적인 생각만 했다.
하지만 호세의 말마따나 하루하루 체력이 떨어지는 게 느껴졌다.
마운드에서만이 아닌 타격과 수비 그리고 주루에서도 실수가 나왔다.
불방망이를 뿜어내던 도진의 기세는 확 꺾였고 어찌저찌 출루해서 도루를 하면 포수에게 저지도 당했다.
수비에서는 에러까지 범했다.
팀의 중심이 흔들리자 에인절스의 기세도 같이 꺾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도진을 나무라지 않았다.
그 덕분에 에인절스가 2위를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벌어졌던 3위와의 격차는 도진의 두 번째 블론 세이브로 두 경기 차이로 좁혀졌고.
1위 텍사스와는 다섯 경기 차이로 벌어졌다.
결국 제 화를 이기지 못한 도진은 라커의 문을 손바닥으로 강하게 내리쳤다.
팡!
굉음이 라커를 가득 메웠다.
도진은 재빨리 한숨을 내뱉고는 선수들에게 90도로 허리를 굽혔다.
“죄송합니다.”
호세는 그런 도진의 옆구리를 툭툭 치며 밖으로 나오라는 사인을 냈다.
라커룸을 벗어나자마자 호세가 물었다.
“괜찮냐?”
“죄송해요.”
“죄송할 필요 없어.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았잖아?”
“그래도요.”
호세는 도진을 나무라지 않았다.
그가 지금 체력에 허우적대 암흑 속으로 빠져들어 가고 있다는 것을 알아서 그랬다.
‘경험이 없으니 어쩔 수 없지.’
도진뿐만이 아니다.
한창 잘나가는 선수가 갑자기 기세가 꺾일 때.
화를 이기지 못하는 건 당연하다.
그리고 그래야만 한다.
더 높은 곳을 바라는 건 선수의 개인 욕심이자 숙명이었으니까.
‘나도 포스트 시즌을 가고 싶긴 해.’
그렇기에 도진을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
그 방법 말고는 없었으니 말이다.
‘만약 이 애송이가 여기서 더 무너지게 된다면?’
그때는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에인절스도, 팬들도 선수들도.
누구보다 도진이 제일 원치 않을 것이다.
호세는 도진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첫 시즌이라 의욕이 넘치는 건 안다. 그래도 계속 담아두다간 오히려 페이스가 말릴 거다. 네가 팀을 포스트 시즌으로 이끌고 싶어 하는 건 알아. 그리고 신인왕도 따야 하지.”
힘에 부친 도진은 지금 자신을 뒤덮는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있을 터.
호세는 오히려 사과를 건넸다.
“미안하다.”
도진은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으로 말했다.
“호세가 왜 사과하세요.”
“그렇잖아. 넌 이제 첫 풀 타임 시즌이야. 관리? 솔직히 이게 관리인가 싶다. 너만큼 많이 뛰는 선수가 어딨냐? 거기에 팀에 대체 선수가 없다는 것도 큰 문제가 되지.”
도진은 아니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제가 부족해서 그런 거죠. 신인 선수들도 충분히 풀 타임을 뛸 수 있잖아요. 관리를 받지 않아도요.”
“그렇긴 해. 메이저리그에서 이름을 날린 선수들은 첫 시즌부터 풀 타임을 소화하지. 그런데 그 선수들은 너랑 다른 점이 있어.”
도진은 눈빛으로 그게 무엇이냐고 물었다.
호세는 즉답했다.
“바로 나이야. 네가 말하는 신인 선수라면 21세 미만의 선수들일 테고. 그 선수들의 숫자가 적다는 거 알지?”
대부분이 신체와 기량이 어느 정도 완성된 이후에 메이저리그를 밟기 때문이다.
물론 극소수의 천재들은 그런데도 메이저리그를 21세 미만이란 어린 나이에 밟는다.
호세는 다시 한번 그들은 너와 다르다며 말을 덧붙였다.
“이제는 신이 된 마이크 트라웃을 예로 들어볼까? 그 역시도 20세 나이에 첫 풀 타임을 소화했지. 하지만 너보다 거의 2년 늦은 시점이야.”
호세는 목소리 볼륨이 올라갔다.
“나이는 중요해. 신체는 10대에 멈추지 않고 체력도 계속해서 늘어나지. 무엇보다 선수의 전성기는 적어도 10대는 절대 아니야.”
메이저리그는 마라톤과 같다.
아직 갈 길이 머니 좌절하지 말라는 뜻이 담겼다.
“괴롭겠지만 조금만 더 버텨라.”
도진은 한숨을 내쉬었다.
조금만 더 버틴다고 달라지는 것이 있을까?
에인절스의 포스트 시즌 진출도.
자신의 신인왕도 전부 날아갈 것만 같았다.
하지만 도진은 조금만 더 버티라는 호세의 말뜻을 이해하게 됐다.
8월 말까지 쭉 페이스가 꺾인 그에게 천군만마가 도착했으니 말이다.
* * *
9월 1일이 되었다.
시즌이 끝나려면 이제 채 한 달 정도 남은 시점에서 메이저리그도 큰 변화를 맞이한다.
바로 로스터 확장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선수들을 맞이하기 전.
도진은 호세와 함께 경기장 입구 벤치에 앉아 대화를 나눴다.
“호세. 버티라고 했던 게 오늘을 위해서죠?”
호세는 정면을 바라보며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
“로스터 확장이 새로운 기회는 맞지만, 솔직히 저희 에인절스가 해당하나요?”
“무슨 말이냐?”
“그렇잖아요. 저희 유망주 풀이 막 뛰어난 것도 아니고.”
호세는 피식 웃었다.
“그랬지. 정확히는 그랬었지.”
“네?”
“너 이번에 미카와 카메론 트레이드하면서 유망주 데리고 온 거 알지?”
“아. 기억나네요.”
“걔들 꽤 유명한 1라운드 애들이야.”
“그런가요?”
“그렇더라고.”
도진은 조금 안도했다.
로스터가 확장되면 훌륭한 유망주들에게도 기회가 간다.
체력이 부족한 주전 선수들을 대신해서 그 자리를 메꾸기 때문에 도진에게도 조금의 휴식은 주어질 것이다.
하지만 찾아온 안도는 막상 미래를 그려보니 금세 자취를 감추었다.
‘유망주는 어디까지나 유망주야.’
엄연히 마이너리거다.
메이저리그 경험이 없는 마이너리거와 메이저리거의 기량은 두말하면 입만 아프다.
‘물론 여기서도 잘하는 선수는 다음 시즌 메이저리거가 될 기회가 주어지기도 해.’
하지만 도진도 에인절스 유망주들을 대부분 알고 있었다.
작년 시즌 9월 확장 로스터 때 한번 겪어봤기 때문이다.
에인절스 유망주가 뛰어나냐고 질문한다면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유망주 키우기에 일가견 있는 양키스나 다저스라면 또 모를까. 에인절스가 최근 트레이드를 통해 유망주 몇 명을 수급 해왔다고 한들. 크게 달라질 것 같진 않아.’
야구는 상대적이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듯이.
에인절스에 훌륭한 유망주들이 존재한다고 한들, 다른 구단도 마찬가지다.
압도적인 기량을 보유한 유망주들이 많지 않다면 큰 기대는 금물이었다.
‘작년에도 결국 성적을 뒤집지 못했잖아?’
도진은 8월 말에 메이저리거가 되었으며, 9월 확장 로스터 일원들과 함께 고군분투했지만,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호세는 심각한 표정의 도진을 힐끗 쳐다보더니 침음했다.
‘쯧쯧.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네. 하긴. 이 애송이도 메이저리그가 생소할 테니 당연한 건가?’
미카와 카메론으로 데리고 온 유망주들은 비교적 주전 경쟁이 쉬운 에인절스에서 다음 시즌에라도 한 자리를 꿰차고자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게 약팀의 묘미지.’
누구에게도 기회가 있었으니 말이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호세는 미카, 카메론과 맞바꾼 유망주들도 팀에 조금의 보탬은 되리라 생각했지만, 정작 중요한 건 다른 유망주들이었다.
“어이 애송아. 우리 에인절스는 변하고 있어.”
“그런가요?”
“어. 네 덕분이지.”
도진은 미간을 찡그렸다.
“제가 무슨. 8월에 손가락만 빨고 있었는데요. 뭘.”
“고작 보름 정도잖아? 어떤 야구 선수가 한 시즌 내내 잘하냐? 정정한다. 어떤 유망주가 한 시즌 내내 잘하냐? 우여곡절이 있어야 해. 뭐 슈퍼스타라도 되세요? 슈퍼스타도 시즌 내 한 번의 슬럼프는 겪는 법인데. 넌 그럼 뭐 슈퍼 슈퍼스타라도 되세요?”
“개그였나요?”
호세는 쩝 입맛을 다셨다.
“어쨌든 난 기회라고 본다.”
“까놓고 말해서 텍사스 레인저스와 다섯 경기 차이예요. 3위 애스트로스와는 한 경기 차이로 좁혀졌고요. 1등을 잡기는 글렀어요. 호세가 더 잘 알 거 아니에요.”
호세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이맘때쯤 다섯 경기 차를 좁히기는 쉽지 않지. 더군다나 상대는 밥 먹듯이 1위를 하는 레인저스니까. 그래도 우린 네 활약 덕에 승률이 높아서 와일드카드를 노려볼 수는 있겠지만.”
도진의 목소리가 커졌다.
“잘 아시면서 왜 그래요? 포스트 시즌도 위태위태하다고요.”
“말했잖아. 믿는 구석이 있다고.”
“작년 시즌 확장 로스터 때는 반전 따위는 없었잖아요.”
“작년이랑 올해랑 같냐? 주축이 다른데. 그 주축 하나 때문에 지금 팀이 180도 달라졌잖아.”
도진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저 주축이 자신임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180도 달라졌다고?
‘그건 결과가 나올 때까지 모르는 법이야.’
아직 30경기 정도 남았고 이 페이스대로라면 3위나 4위로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다.
그럼 포스트 시즌과 신인왕도 눈앞에서 전부 놓치게 될 것이다.
호세는 도진의 두 눈을 들여다보았다.
“역시 넌 하나만 알고 둘은 몰라. 주축이 바뀌었는데 그 주축이 이제 20세. 19세였나? 어쨌든 조오오온나게 어려. 이렇게 말해도 모르겠냐?”
“제가 어린 거랑 무슨 상관인데요.”
호세는 팔짱을 낀 채 눈을 질끈 감고는 턱을 밀어 정면을 가리켰다.
도진은 호세의 턱이 가리킨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 즉시 양쪽 입꼬리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익숙한 두 명.
상우와 그레그가 캐리어를 끌고 실실대고 다가오고 있었으니 말이다.
도진은 대화를 멈추고 결국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서 둘에게 달려갔다.
“설마…… 둘 다 확장 로스터에 포함된 거야?”
상우는 도진의 옆구리를 주먹으로 툭 쳤다.
“왜. 못 볼 사람이라도 봤냐?”
그레그는 양팔을 올려 이두박근 자랑을 하는 시그니처 포즈를 취했다.
“어이 브라더. 우리가 왔다고? 콜업은 아니지만, 당분간은 같은 뷔페를 먹게 됐어!”
“이거 진짜죠?”
도진의 해맑은 웃음은 이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뀌었다.
“아무리 유망주 랭킹이 높다고 해도…….”
도진이 말을 흐리자 상우는 눈초리를 가늘게 찢었다.
“이 개자식 봐라? 우린 아직 이르다는 거야? 뭐야? 우리도 어? 너처럼 마이너리그 폭격하고 올스타에도 뽑히고 다 했어! 임마!”
그레그도 한마디 내뱉었다.
“하. 이 자식이 아직도 우리를 코흘리개로 보네.”
“그나저나. 이 새끼 보름 내내 죽 쑤던데. 슬슬 벤치나 달궈라. 우리가 대신 해줄 테니까.”
한참 힘들 도진의 자존심을 건들 수도 있는 말이지만, 그의 미소는 끊이질 않았다.
이 둘의 기량이 얼마나 올라왔는지는 아직 모른다.
그래도 상관 없었다.
‘즐거울 것 같네.’
한편, 어린 선수들을 여전히 벤치에서 지켜보던 호세는 히죽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