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273)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 273화(273/400)
라인업이 발표되자 상우는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웬 선발이냐.’
그 대단한 김도진도 처음 로스터에 포함됐을 때 며칠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자신은 올라오자마자 마스크를 쓰게 됐다.
물론 도진과 자신은 다르다.
그는 엄연히 메이저리그 계약을 했고, 자신은 아직 마이너리그 신분이었으니까.
그래도 떨리는 건 떨리는 거다.
야구선수라면 누구라도 꿈꾸는 메이저리그 데뷔였으니 말이다.
‘젠장. 조졌네.’
더그아웃을 벗어난 상우는 마운드에 올라 오늘 선발 투수 레이날도와 먼저 가벼운 대화를 나눴다.
레이날도는 상우를 격려했다.
“헤이. 걱정하지 마. 여기도 별거 없어.”
“아. 넵. 넵.”
“약해 보이면 안 돼. 네가 마스크를 쓴 이상 에인절스의 사령관인 거 잊지 마라.”
상우는 대답 대신 끄덕였다.
너무 긴장했던 나머지 쉬운 단어조차 입에 담을 수 없었다.
레이날도는 잠깐 걱정스러운 눈빛을 띠었다가 이내 미소를 지었다.
“너. 킴 친구잖아.”
“네.”
“기대한다?”
기대는 무슨.
농담인 줄 알았지만, 상우는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하필 비교 대상이 저 망할 놈의 친구이자 괴물 자식이다.
18세에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저 미친놈 말이다.
그래서일까. 중압감은 배가 되어 돌아왔다.
상우는 한숨을 꾹 삼키고 레이날도 너머에 있는 그레그를 힐끗 쳐다봤다.
그가 씨익 웃었지만 평소답지 않은 모습이다.
‘에휴. 그레그시치. 내기 어쩌고저쩌고하더니. 지도 결국 잔뜩 쫄았네.’
상우는 피식 웃고는 마운드를 떠났다.
‘그래서 다행이네. 저 긴장 따위 안 할 것 같던 그레그도 저러니까.’
상우는 자신이 오늘 지켜야 할 홈 플레이트 앞에 잠깐 멈춰 섰다.
‘내기는 중요한 게 아니야. 하지만 계속 뒤처지는 건 성미에 맞지 않아.’
어렸을 적부터 김도진과 함께 쭉 야구를 함께했다.
먼저 야구를 하자고 제안한 건 자신이지만, 어느덧 그는 먼발치 앞서고 있었다.
‘그러니 오늘은 내게도 기회긴 해.’
여기서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면?
적어도 김도진의 그림자는 밟을 수 있을 테니까.
상우는 더그아웃을 힐끗 쳐다봤다.
친구 놈이 걱정스러운 눈빛을 띠고 있었다.
‘표정 봐라.’
사실 나도 걱정돼 미치겠다.
그런데 말이야.
이 기회.
네가 준 거잖아.
‘절대 놓치고 싶지 않아.’
로스터 확장에 앞서 그레그와 자신의 이름이 호명됐을 때.
처음 느낀 감정은 더할 나위 없이 기쁘다는 것.
하지만 머지않아 이 기회가 온전히 도진 덕분에 나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나는 적어도 저놈처럼 야구만 모르는 바보는 아니거든.’
도진은 메이저리그에서 잘하고 있다.
그 여파로 자신과 그레그가 콜업된 거겠지.
‘우리 기량을 점검한다기보다는 아마 도진이 힘을 좀 불어넣어 주고 싶었던 것도 있겠지. 그레그와 내가 아직 저놈만큼 잘할 리는 없을 테니까.’
어떤 18세 핏덩이가 메이저리그를 밟자마자 데뷔전부터 홈런을 치나?
상우는 쓰디쓴 미소를 지었다.
‘만화도 그렇게 그리면 욕먹어.’
하지만 결국 기회는 왔다.
이 기회가 마지막일지도 모른다.
물론 이미 확장 로스터에 포함됐기에 올해까지는 이 무대를 밟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 경기 삽질하면 남은 경기 내내 벤치를 달궈야만 할 수도 있다.’
그래도 구단은 상관없겠지.
‘도진이 너만 살리면 손해는 아니라고 생각할 테니까.’
상우의 손이 파르르 떨렸다.
분노? 혹은 열등감?
도진을 누구보다 잘 알았기에 그런 시시한 감정은 아니었다.
‘저놈이랑 10년을 넘게 함께한 내가 제일 잘 알아.’
천재들은 먼저 보내주는 게 맞다.
괜히 뒤쫓다가 지치는 건 본인이다.
그러니 이 감정은 그저 잘하고 싶다는 것.
하지만 쉽지 않다.
괴물들만 모인 꿈의 무대니까.
‘조졌네. 조졌어.’
상우는 가디언스 측 더그아웃을 힐끗 쳐다봤다.
와. 몸뚱이들이 다 장난이 아니다.
마이너리거들도 한 몸뚱이 하지만, 저들은 완성된 몸이었다.
그래서인지 벤치가 눈앞에 아른거린다.
짜증 난다.
하지만 이 감정을 억누를 방법은 자신에게 없었다.
상우는 한숨을 내쉬고 쪼그려 앉았다.
시야가 온통 어두컴컴하다.
투수도 둘로 보였다.
그리고 타자 역시 둘로…….
그런데 류타 이시하라가 타석으로 이동하는 그때.
상우의 감정이 순간 요동쳤다.
‘쪼개?’
저 일본인이 타석에 들어서며 미소를 짓고 있다.
왜일까.
도대체 뭐가 저리 즐거운 것일까.
‘원래 여유가 넘치던 놈인가?’
상우는 머릿속에 있는 류타 이시하라의 데이터를 끄집어냈다.
그는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언제나 진중한 표정이었다.
상우는 어금니를 뿌득 갈았다.
‘알겠다.’
김도진이 오늘 벤치에 앉아서 그런 거구나.
앞지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구나.
‘이놈이나 저놈이나.’
X발. 장난하나.
상우는 결국 분노를 참지 못했다.
“넌 저놈 못 이겨.”
내가 막을 거거든.
나를 앞서는 건 김도진뿐이다.
‘난 도진이 말고 나를 앞질러도 된다고 한 적 없어.’
더군다나 상대는 일본인.
요즘 한국보다 야구에서만큼은 확실히 우위에 있는 국적의 선수였다.
‘그런데 말이야. 그 평가도 곧 뒤집힐 거야. 김도진이 있으니까.’
그리고 나도. 도진이와 함께 그 평가를 뒤집는 선수가 되고 싶다.
아니 그렇게 될 것이다.
상우의 파르르 떨리던 동공은 어느덧 옛말이 되었다.
* * *
류타 이시하라는 포수가 뿜어내는 섬뜩한 기운에 순간 몸이 파르르 떨렸다.
‘뭐야?’
안중에도 없던 놈이다.
그는 마이너리거. 자신과는 하늘과 땅만큼 차이 나는 입지였으니 말이다.
그런데 도대체 왜 이러지?
류타는 요동치는 감정을 쉽게 추스르지 못했다.
이 포수.
그냥 마이너리거가 아니다.
도대체 뭘까?
‘한국인이라서?’
그럴 수도 있겠다.
한국은 일본에 지는 걸 싫어한다.
역시나 일본도 한국에 지는 건 죽어도 싫다.
스포츠에서만큼은 말이다.
비슷한 피부, 머리카락 색과 생김새.
무엇보다 같은 동양인.
서양인들과는 다르게 비슷한 조건이었으니 그럴 수밖에.
하지만 적어도 이 선수와 자신은 레벨부터 다르다.
‘그런데 왜 갑자기 순간 두려웠던 거지?’
한국과 일본의 대결이라서는 절대 아니다.
류타는 결국 여유로웠던 표정에 균열이 갔다.
그는 타석에 들어설 때만큼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한편, 상우는 타자의 표정이 일그러지자, 광대가 꿈틀댔다.
‘그래. 드디어 이쪽을 보는구나?’
안다. 지금 당장 자신은 이 선수보다 아래임을.
‘하지만 그렇다는 게 네가 나를 앞선다는 건 절대 아니야.’
출발선 자체가 달랐잖아?
먼저 출발한 건 네놈이잖아?
때마침 경기의 시작을 알리는 심판의 콜이 들려오자 상우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에인절스 3선발 레이날도.’
그의 프로필과 더불어 무기들이 머릿속 안에서 활개를 쳤다.
90마일 중후반까지 가는 패스트볼.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3개의 변화구.
바깥쪽 제구에 강점.
이뿐만이 아니었다.
타자 류타 이시하라의 것도 동시에 나열됐다.
‘빠른 공에 강점이 있는 선수.’
몸쪽 바짝 붙인 투구도 곧잘 홈런을 만들어 낸다.
바깥쪽 상단 타율 0.231.
하단은 0.215.
몸쪽 하단은 0.350.
몸쪽 상단 0.273.
등등.
9칸의 타자 히트맵에 관한 타율을 전부 되뇌었다.
‘정리 끝.’
상우는 투수에게 사인을 보냈다.
그 즉시 순간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
사인에 고개를 젓는다면?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네.’
메이저리그라는 무대라 너무 긴장돼서 그랬다.
하지만 레이날도는 곧장 고개를 끄덕이며 사인에 수긍했다.
상우는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초구. 공이 투수의 손을 떠났다.
몸쪽 하단으로 향하는 투구에 타자의 배트가 어김없이 나왔다.
부웅.
둔탁한 소리 대신 미트에서 나오는 굉음만이 경기장을 가득 메울 뿐.
체인지업에 크게 헛스윙한 류타의 표정은 경악으로 가득 찼다.
이후 심판의 콜은 덤이었다.
“스트라이크!”
류타는 미간을 잠깐 찡그리더니 고개를 두 번 끄덕이며 다시 자세를 잡았다.
초구 스트라이크로 기분 좋은 시작을 알린 상우도 이에 질세라 곧바로 다음 사인을 냈다.
2구. 공은 던져졌다.
바깥쪽 상단으로 향하는 하이 패스트볼.
움찔 놀란 타자가 배트를 휘둘러봤지만, 허공만 갈랐다.
“스트라이크 투!”
2개의 공에 카운트는 0-2.
배터리가 압도적으로 유리했다.
타자의 머리가 복잡해졌던 것도 그때였다.
보이지 않는 수 싸움은 숨이 막힐 정도.
우위를 가져간 건 상우였다.
그가 투수에게 보내는 사인은 마치 폭포수처럼 막힘이 없었다.
그 때문에 생각할 시간이 부족했던 타자는 흔히 나올 유인구를 예상했지만.
퍼억.
몸쪽 하단에 꽂힌 패스트볼.
상우는 심판의 콜이 들려오기도 전에 미트에서 공을 빼내더니 나지막이 읊조렸다.
“말했지? 넌 안 된다고.”
직후 심판의 콜이 들려왔다.
“스트라이크 아웃!”
* * *
툭.
호세는 놀란 토끼 눈을 한 도진의 옆구리를 쳤다.
“표정 관리 좀 해라. 못생겨 보인다.”
그런데도 도진은 벌어진 턱을 회수할 수 없었다.
경기의 시작을 알리는 첫 타자에게 3구 삼진.
온전히 상우가 만들어 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상우야…….’
도진은 가슴이 뭉클했다.
복잡한 감정들이 얽히고설켰다.
하지만 이내 볼에 붉은 홍조가 생겼다.
‘미안하다.’
도진은 반성했다.
앞서 감독님과 면담에서 했던 말들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기 때문이다.
‘나는…… 상우를 믿지 못했구나.’
도진은 고개를 푹 숙였다.
왜 믿지 못했을까.
상우가 없었다면 자신도 이 자리에 없었을 텐데.
그가 그저 자신에게 야구를 권해서 그런 건 아니다.
그를 믿었기에 잡생각 없이 마운드에 설 수 있었던 게 제일 컸다.
‘왜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한 거지?’
도진은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딴 건 아무래도 좋다.
친구의 데뷔전.
성황리에 마칠 것 같아서 그랬다.
류타 이시하라의 최근 폼은 좋다.
솔직한 말로 자신이나 놀란보다 앞서고 있었다.
‘경험 때문이라는 건 알아.’
엄연히 놀란과 자신은 프로 선수 경험이 없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류타 이시하라는 다르다.
그는 일본 무대를 평정하고 왔다.
그런데도 상우는 류타를 저리 쉽게 요리하지 않았던가?
‘내가 만약 타석에 섰다면?’
마스크를 쓴 상우를 상대해야만 했다면?
‘이길 수 있었을까?’
모르겠다.
알 필요도 없다.
누가 뭐래도 그는 에인절스를 대표해서 포수 마스크를 쓰고 있었으니 말이다.
앞으로 기울어진 도진의 몸이 움직이더니 드디어 등이 벤치의 등받이와 맞닿았다.
“왜. 이제 좀 편하게 지켜볼 마음이 드냐?”
도진은 티 없이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
“네. 확실히 그렇네요.”
“그러니 앞으로는 팀을 믿어라. 안 미더울 때도 있겠지만, 어쩔 수 없어. 그래야지만, 체력도 더 회복되는 법이야.”
도진은 지금까지 쉴 때도 마음 놓고 쉬지 못했다.
자신이 빠진 날의 승률은 채 4할도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팀 컬러의 중심이 될 자신이 빠지게 됐으니 어찌 보면 당연하긴 한데.’
말처럼 쉬운가? 팀이 쫓기는 가운데 편히 쉴 수 있는 법이던가?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저렇게 멋진 친구가 당분간 함께해 주는 이상 더는 걱정할 것 따윈 없었다.
팔짱까지 낀 도진을 바라보는 호세는 씨익 웃었다.
‘그래. 그거다. 몸은 편히 쉬고. 의지만큼은 그대로 가져가라.’
그도 그럴 것이 도진이 뿜어내는 눈빛은 한창 좋았을 때의 감정을 품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