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277)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 277화(277/400)
경기 직후 도진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킴 승리 축하드립니다.]“감사합니다!”
[피곤하실 테니 바로 본론으로 들어갈게요. 9회 위기의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르게 됐어요. 자의였습니까? 타의였습니까?]“일급 비밀인데요.”
도진은 피식 웃고는 말을 덧붙였다.
“자의였습니다.”
마운드에 오르고자 했던 도진의 행동이 카메라에 잡혔을 게 눈에 훤했기 때문이다.
도진은 9회 등판하기 전.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도진은 불펜에 들어가겠다고 조 캐넌 감독에 전달했다.
조 캐넌 감독도 결국 도진의 요청을 수용했다.
이런 모습들은 흔히 카메라에 잡힌다.
[앞서 조 캐넌 감독에게 어필을 하던 부분이 불펜에 들어가겠다는 신호였군요.]“네. 그렇습니다.”
[첫 시즌 풀 타임이 쉽지 않다는 걸 압니다. 힘에 부치지는 않나요? 감독님이 말리진 않으시나요?]“말리셨죠. 그래도 전 마무리투수예요. 팀의 승리를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등판할 수 있습니다.”
[자신감일까요?]도진은 고개를 저으며 손사래를 쳤다.
“아뇨. 아뇨. 그 뜻이 아닙니다.”
[팀을 위해 언제든지 헌신할 수 있다는 말이겠네요.]“네. 지금 에인절스의 성적을 보시면 아시잖아요? 조금만 더 힘내면 되니까요.”
[하하. 역시 아시아인들은 겸손이 몸에 배어 있네요. 하지만 제 의견을 말씀드리자면. 킴. 당신이 말했듯이 당신은 에인절스의 수호신입니다.]도진은 입술을 삐쭉 내밀었다.
해설은 말을 덧붙였다.
[메이저리그에서 마무리투수라는 보직을 맡는다는 것. 그저 잘 던진다고 맡을 수 있는 보직은 아니에요. 제가 틀렸나요?]“그건…… 그렇죠.”
[네. 아주아주 아주 잘 던져야지만 그 자리를 꿰찰 수 있어요. 그러니 자신감을 가지세요. 이건 개인을 위한 조언이 아닙니다. 저희 메이저리그를 위해서예요.]도진은 해설의 말을 단번에 이해했다.
세계 최고가 모이는 자리다.
여기서 겸손을 떤다면 다른 선수들에게도 피해가 간다.
그들은 정말 자신들이 최고라고 생각하며 마무리투수라는 보직이 영광스러울 테니까.
“죄송합니다. 거기까지는 생각 못 했어요.”
[하하. 꾸중하려는 건 아니었어요. 그냥 팬들이 원하는 대답이 이럴 것이다. 힌트를 드렸을 뿐이에요. 물론 요즘에는 아시아인들이 꽤 많이 미국에 나와 있어서 팬들도 알고는 있겠지만. 반전 있는 인간이 매력적인 건 사실이잖아?]“조언 감사합니다.”
[어쨌든. 추가적인 질문을 더 하겠습니다. 오늘 코리안 배터리가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첫선을 보이는 자리지만 결과가 좋았어요. 볼 배합을 보면 예사롭지 않았거든요? 체인지업으로 카운트를 잡는다? 상대 타자가 스윙하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됐을지 아시죠?]“네. 저희가 허덕였겠죠.”
[그런데도 그런 판단을 내렸고 저는 굉장히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결과가 좋았으니까요. 누구의 머리에서 나온 겁니까? 저흰 킴이라고 보거든요? 아무래도 메이저리거니까요.]도진의 입꼬리가 씰룩댔다.
앞서 상우를 믿지 못했던 제 모습이 떠올라서 그랬다.
도진은 고개를 저었다.
“아뇨. 순전히 리의 아이디어였습니다. 인터벌이 빨랐잖아요?”
[미리 정해둔 패턴을 수행하면 인터벌이 빠를 수도 있죠.]“물론 그렇긴 합니다만. 다시 말씀드리자면 저는 온전히 포수에게 사인을 맡겼습니다. 도망갈 구멍이 필요했거든요. 맞더라도 포수 탓. 이기면 제 덕. 뭐 이런 거죠. 저는 메이저리거이고 리는 마이너리거니까요.”
[허허. 킴이 농담도 할 줄 아네요? 그런 반전 좋습니다.]농담 아닌데.
그래도 도진은 굳이 더는 언급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상우를 치켜세웠다.
“굳이 제가 구구절절 얘기하지 않아도 남은 기간 리의 진가를 알아보실 수 있을 겁니다. 앞으로의 활약도 기대해주세요.”
[좋습니다. 한 가지 더요. 류타는 일본인이자 신인왕 후보입니다. 그를 어떤 심정으로 마주했는지 궁금합니다.]“음.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딱히 신경 쓰지 않았…… 말이 좀 이상하네요. 정정하겠습니다. 여기는 메이저리그입니다. 한일전이었지만, 그보다 팀이 먼저라서요. 상대의 국적은 일절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답변 감사드립니다. 남은 시즌 힘내서 에인절스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마디 하시겠어요?]도진은 즉답했다.
“이번에 확장된 로스터에 포함된 리와 그레그는 관심이 필요하니 응원 많이 해주세요.”
* * *
에인절스의 승리로 막을 내리자, 한국 커뮤니티는 축제 분위기였다.
-김도진: 류타? 그게 뭐예요? 먹는 건가요?
└일본 컷!
└NPB 홈런왕 컷!
└김도진: 류타? 일본의 홈런왕 출신? 그는 일본에서나 방망이 좀 돌리던 놈일 뿐. 여긴 미국이다.
└그 결과는 3구 삼진이야.
└미쳤다. 미쳤어. 인터뷰도 더럽게 통쾌하더라.
└인정. 해설이 도진이 일침을 가하는 것도 좋았다.
└역시 사람은 반전이 있어야 해.
└죄다 김도진 칭찬뿐이네. 상우도 칭찬 좀 해줘라.
└완벽한 메이저리그 데뷔전이긴 했어. 그런데 진짜 상우가 사인 다 내나?
└그렇든 아니든 상관없음. 김도진이 그렇다면 그런 거다.
└ㄹㅇㅋㅋ. 아무렴 어때. 코리안 배터리가 미국에서도 통한다는 걸 증명한 것만으로 행복하다.
└최소 9월은 한국인 힘으로 차곡차곡 승리 챙겨나가자! 오랜만에 포스트시즌도 나가보고.
└그랬으면 좋겠다.
└오늘 보니 그렇게 될 것 같다.
한국과 다르게 일본 커뮤니티 분위기는 장례식장을 연상시켰다.
-쿠소! 바가야로! 키무도진. 마음에 안 들어.
└키무. 잘하긴 하네. 류타는 너무 안일했어. 붕붕. 무슨 풍차인 줄.
└류타 새가슴 본능 나왔네. 중요한 상황에서 결국 해내지 못했어. 일본은 언제나 이게 문제야.
└말은 바로 해야지 류타가 무슨 새가슴이냐? 일본에서 득점권 타율이 얼마나 높았는데. 메이저리그에서도 나름 잘하고 있고.
└그냥 실력으로 발린 거야. 이따금 나오는 한국 천재들은 우리 일본인보다 뛰어나잖아? 축구도 그렇고 야구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런 천재가 나온 것 같네.
└나도 위 댓글과 생각이 비슷해. 키무. 저놈 우리 일본에 언젠가 비수를 날릴 것 같아.
└언젠가가 아니라 벌써 날림. 오늘이 아니라 18세 일본 대표팀도 키무에게 개 처 발렸잖아. WWW
└성인 대표팀은 다르다.
└사실 류타는 일본인 메이저리거 중 최약체였다.
└유우키 나카무라가 키무를 막아줄 거다! 그리고 신인왕도 겟또 하겠지!
* * *
도진은 환상적인 데뷔전을 치른 상우와 그레그를 데리고 레스토랑으로 이동했다.
“오늘 먹고 싶은 거 다 먹어.”
“네가 사냐?”
“네가 쏘냐?”
칼날같이 날아오는 즉답에 도진은 눈을 끔뻑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 내가 다 살 테니까. 마음껏 먹어.”
“천 달러어치 먹어도 됨?”
“만 달러어치 먹어도 됨?”
“남기지 않을 자신 있으면.”
상우와 그레그는 내뱉은 말과는 다르게 메뉴 두 가지씩만 시키더니 너스레를 떨었다.
“요즘 하도 잘 먹어서 그리 땡기지는 않네.”
“인정. 뷔페가 너무 잘 나와.”
도진은 마저 음식을 주문하고 일원들을 힐끗 쳐다봤다.
그레그는 머리를 감싸 쥐었다.
“아. 망했다. 또 시작이다. 야구 얘기하겠네.”
“야구 얘기해야죠. 예전이라면 모를까. 지금은 둘 다 메이저리그라는 무대에서 뛰잖아요.”
“알아! 안다고! 그리고 너, 말은 바로 해야지! 예전이었어도 넌 야구 얘기했어!”
도진은 그레그의 말을 가볍게 무시하고 곧장 본론을 꺼냈다.
“어때요? 할만해요?”
둘은 동시에 대답했다.
“할만하겠냐?”
“그래도 잘했잖아요.”
상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경기를 뛰긴 했는데. 내용도 다 잊어버렸어.”
그레그도 거들었다.
“난 내가 호수비를 몇 개나 했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아.”
“원래 다 그렇죠. 꿈의 무대 데뷔잖아요.”
“넌 안 그랬잖아.”
“저도 그랬는데요?”
“거짓말하네. 우리가 널 모르냐?”
그레그와 상우는 도진의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라이브로 지켜보지 못했지만, 따로 동영상으로 보았다.
“너 그때도 감독님에게 출전시켜달라고 졸랐잖아!”
“제가 그랬어요?”
도진은 모르는 척했다.
그레그는 어금니를 뿌득 갈았다.
“하. 저놈 봐라. 그런다고 모를 줄 알아? 이게 너와 우리의 차이야. 넌 출전을 원했고. 우리는 강제로 출전 당했어!”
“강제로 출전 당한 게 더 좋은 거 아니에요? 감독님의 신임을 받고 있다는 거잖아요.”
“말은 잘하지. 감독님도 네가 없었다면 우릴 썼겠냐? 그리고 만약 네가 팀에 없었다고 쳐볼까? 난 아마 벤치를 달구고 싶어 했을 거다.”
상우도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그레그의 말에 동의했다.
“인정. 출전한다는 게 이렇게 곤욕스러운 줄 몰랐어. 적응이 되면 괜찮겠지만. 솔직히 지금 마음으로는 그레그의 말마따나 벤치나 지키고 싶다.”
도진은 둘을 위로했다.
“뭐 마음은 이해해요. 지금 에인절스는 작년과 다르게 2위니까요. 승률도 좋아서 와일드카드를 노려볼 수 있으니까요. 저는 반대로 작년 데뷔했을 때 꼴찌였어요. 그래서 마음 편했던 것도 있었겠네요.”
“지금 2위로 올린 게 너잖아?”
“그러니까. 결국, 지 자랑하고 싶어 시동 건 거야?”
도진은 입맛을 다셨다.
어떤 얘기를 꺼내도 불리하다는 느낌을 받는 건 마치 호세와의 대화를 떠올리게 했다.
‘그래도. 이 둘이 힘을 더 내줘야 해.’
둘은 예상보다 훨씬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당장 메이저리그 계약을 해도 손색없을 정도.
물론 주전을 꿰차기엔 다소 무리가 있지만 마이너리거와 메이저리거의 갭은 매우 큰 법이다.
이 둘은 어느덧 메이저리그 레벨로 올라왔다.
“둘은 시즌이 끝나면 로스터에서 빠지겠죠. 그래도 내년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줘요. 저 솔직히 말하면 힘들어 죽겠어요. 만약 둘이 없었다면 무너졌을 수도 있어요.”
상우가 대답했다.
“힘들겠지. 첫 풀 타임인데 넌 벌써 110경기 이상을 소화했고. 마운드에서도 40이닝을 넘게 던졌어. 몸이 부서지지 않은 게 신기할 따름이다.”
“그러니 좀 도와줘.”
상우는 버럭했다.
“네가 말하지 않아도 그럴 거거든? 네가 아니라 우리 밥줄을 위해서다!”
그레그도 눈에 불을 켰다.
“그러니까. 저놈 세상이 무조건 자기중심으로 돌아가는지 안다니까?”
말은 이렇게 내뱉었지만 상우와 그레그 또한 도진을 전적으로 돕고 싶었다.
덕분에 메이저리그라는 무대를 밟게 되었기 때문이다.
대신 남자들끼리 서로 입바른 소리를 하는 건 성미에 맞지 않아서 그랬다.
그렇기에 마이너리그에서 쭉 합을 맞춰왔던 상우와 그레그는 오그라들지 않는 방식으로 도진을 위로했다.
“넌 우릴 믿는다면서? 그런데 왜 자꾸 휴식 때 기어 나오냐?”
“그러니까. 지 없으면 팀은 무조건 지는 줄 아나 보네. 그러면서 우릴 믿는다고? 힘내 달라고? 모순 지리네.”
둘의 합을 몰랐던 도진은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것도 그렇네요. 진심으로 사과드릴게요. 앞으로는 쉴 때는 확실히 쉴게요.”
상우는 안도했다.
“그래. 그게 맞지. 무엇보다 넌 시즌이 끝나더라도 포스트시즌에 나가게 된다면 경기를 더 해야 하잖아? 그러니 쉴 땐 쉬어라. 리그에서 힘 다 쏟고 포스트시즌에서 죽 쑤지 말고.”
도진은 둘의 의도를 눈치채고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할게. 그러니 부탁한다.”
둘은 입을 모았다.
“우리 밥그릇을 위해서라도 그럴 거다.”
그 후. 도진은 믿음직스러운 친구들 덕분에 2일이란 꿀 같은 휴식을 맛보았다.
에인절스 역시 도진이 없었을 때의 승률은 처참했지만.
상우와 그레그가 합류하고 나서는 도진이 없다고 매번 경기에서 지지는 않았다.
어린 선수들이 제 몫을 다해줬기에 기존 선수들도 포스트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루고자 최선을 다해주었다.
그리고 어느덧 9월 말.
에인절스의 순위.
그리고 신인왕에 대한 두각이 드러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