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278)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 278화(278/400)
미디어는 떠들썩했다.
-어떤 선수가 신인왕을 탈 것인가.
내셔널리그는 다수의 신인 선수 중 군계일학이 존재했으므로 비교적 관심이 적었지만.
아메리칸 리그는 3파전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시합을 앞두고 그레그는 잡지 하나를 도진에게 건넸다.
“아메리칸 리그는 신인왕 후보가 아직 추려지지 않았네.”
잡지를 건네받은 도진은 그레그가 접어둔 페이지를 활짝 펼쳤다.
-신인왕 후보. 텍사스 레인저스의 유우키 나카무라.
성적: 29선발 10승 11패 ERA 3.83. WHIP 1.48. 180이닝. 185K.
유우키 나카무라는 레인저스의 5선발로 시즌을 치르며 메이저리그 첫 시즌에서 무려 10승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그는 유력한 신인왕 후보 중 한 명이다.
아직 한 번의 등판이 남아 있으며 여기서 실점을 최소화하고 승리를 챙겨야지만 신인왕을 노려볼 수 있다.
다만 다른 두 경쟁자에 비하면 지금은 다소 부족한 성적이다.
그레그는 추가 설명을 나열했다.
“네가 유우키 나카무라보다 앞서는 건 맞는데. 문제라면 그 선수는 텍사스 레인저스 소속. 리그 1위를 확정 지었어. 그게 유우키에겐 추가 점수가 될 거다.”
“저희 이번 시즌 마지막 리그 3연전이 텍사스 레인저스와 붙어요. 그리고 유우키 나카무라가 등판할 예정이죠.”
“놈을 박살 내야지만 네 수상 가능성이 조금 더 올라가겠지.”
도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음 페이지를 넘겼다.
익숙한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신인왕 후보. 뉴욕 양키스의 놀란 카브레라.
성적: AVG 0.288. OPS 0.868. HR 29. RBI 99. SB 29.
차세대 캡틴 아메리카 놀란 카브레라.
첫 시즌부터 30홈런을 앞에 둔 그의 재능은 진짜다. 남은 3연전에서 1개의 홈런을 추가한다면 20-20을 기록할 수 있고 30홈런이라는 쾌거를 이뤄 신인왕이 유력해진다.
도진의 미소는 금세 사그라들었다.
놀란은 첫 시즌임에도 불구하고 신인답지 않은 뛰어난 성적을 내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레그는 도진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정말 말도 안 되는 기록이긴 해. 고졸 루키가 30홈런이라니. 도대체 어떻게 되먹은 놈인지 모르겠다.”
그레그의 말마따나 놀란은 고졸 루키다.
메이저리그 신인왕 중 50홈런을 달성한 선수가 존재하지만, 그 선수의 나이가 24살인 점을 생각해야 한다.
놀란은 21세 미만 선수 중 역대 최고의 데뷔전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었다.
무엇보다 메이저리그는 나이가 어리면 어릴수록 그 가치가 천정부지로 치솟기에 당연히 신인왕 수상에도 도움이 된다.
그레그는 착잡한 표정의 도진을 향해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뭘 그리 기죽냐? 너도 잘하고 있잖아? 빨리 넘겨봐.”
도진은 다음 페이지를 넘겼다.
-신인왕 후보. LA 에인절스의 도진 킴.
성적: AVG 0.292. OPS 0.834. HR 22. RBI 78. SB 40.
타격 성적만 놓고 본다면 놀란보다 부족하다.
다만 그의 장점은 타격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 아래 도진의 투수 성적도 나왔다.
-43경기 46이닝. 2승 2패. ERA 2.23. WHIP 0.88. 56K. 40SV.
현 메이저리그 유일한 투타 겸업.
마무리투수로서도 큰 성공을 이뤄 신인왕 유력 후보 중 한 명이다.
놀란과 더불어 첫 풀 타임 시즌에 매우 훌륭한 성적을 내고 있었음에도 도진의 표정은 밝지 못했다.
미디어, 그리고 지금 읽고 있는 잡지도 놀란에게 조금 더 손을 들어주고 있었다.
“너무 상심하지 마. 물론 놀란이 미국인이라서 기자들의 표를 더 가져갈 확률이 있긴 한데. 솔직히 까놓고 성적만 보면 네가 더 잘한 거 아니냐? 물론 타격 성적은 뒤처지지만 넌 40세이브나 올렸어.”
“위로 감사해요. 딱히 기분 나쁜 건 없어요.”
어느덧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호세가 도진의 손에 들려 있는 잡지를 빼앗아 읽더니 미간을 찌푸렸다.
“참나. 어이가 없네. 누가 봐도 애송이가 유력 후보 아니냐?”
“그, 그런 것 같아요.”
그레그는 갑작스러운 호세의 질문에 말까지 더듬었다.
아직 하늘 같은 메이저리거와 나란히 설 수 없다는 부담감 때문에 서둘러 경기 준비에 임하겠다며 자리를 떴다.
둘만 남게 된 호세도 도진에게 위로를 건넸다.
“기죽을 필요 없다.”
호세가 던진 위로에 도진은 양쪽 어깨를 으쓱했다.
“기죽은 거 아니에요.”
“아무리 봐도 그런 것 같은데?”
“진짜 아니에요.”
“뭐. 어쨌든. 네가 미국인이었으면 유력 후보였을 거다.”
“알고 있어요. 그래도 무조건 미국인이라고 상을 주는 것도 아니잖아요.”
호세는 모호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물론 신인왕은 좀 다르긴 해. 미국인이 아니더라도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펼친 선수라면 다른 상은 충분히 수상 가능하긴 한데. 신인왕은 곧 미래잖아? 비슷하면 미국인에게 향할 가능성이 커. 팔은 안으로 굽는 법이니까.”
호세는 부정적인 면을 추가로 늘어놓았다.
“확실히 너는 지금 타격면에서는 놀란에게 밀리지. 좋지 않은 이야기긴 한데 예전에도 이런 적 한 번 있었잖아? 그때는 MVP 싸움이었지만.”
2022년. 양키스의 애런 저지와 에인절스의 오타니 쇼헤이의 이야기를 뜻했다.
그땐 62홈런을 친 애런 저지가 MVP를 따냈다.
호세는 태세를 바꿔 긍정적인 면도 일러주었다.
“물론 그때랑 지금은 상황이 좀 달라. 너는 놀란과 비교했을 때 타석에서의 격차가 크지 않아. 그런데 세이브는 무려 40개나 올렸어. 타격 성적이 부족한 부분을 충분히 메꾸고도 남지.”
호세의 목소리가 조금 더 커졌다.
“여기서 쐐기를 박는 방법이 있긴 한데.”
“뭔데요?”
도진이 솔깃한 표정을 짓자 호세는 피식 웃었다.
“관심 없는 줄 알았더니. 이 봐라.”
“관심 없을 수가 있나요. 제 올 시즌 목표인데.”
“어떻게서든 포스트 시즌에 나가자. 그럼 기자들은 널 뽑을 거다.”
“저희가 포스트 시즌에 나간다고 쳐요. 양키스도 지금 와일드카드 1위를 달리고 있어요. 저희가 2위고요.”
“그래서 남은 3연전이 중요하지. 그래도 이 순위대로라면 우린 양키스를 와일드카드전에서 만날 가능성이 커. 아마 그때가 승부처일 것 같아.”
“수상은 정규 시즌 성적만 놓고 얘기하는 거 아닌가요?”
“그건 그래. 하지만 지금 상황은 조금 달라. 우리가 와일드카드 2위로 진출해 1위 양키스를 만난다면? 거기서 승리를 거둔다면? 이 애매한 평가를 전부 뒤집을 수 있을 거다. 결국 투표는 기자들이 해. 와일드카드 전에서의 활약도 분명히 네 수상에 도움이 될 거다. 그렇지 않더라도 끝까지 발악은 해봐야 하는 거 아니겠어?”
“그렇네요. 고마워요. 호세. 물론 지금 2위도 위태위태해서 딴생각할 틈은 아니지만요.”
에인절스는 와일드카드 2위.
애스트로스는 와일드카드 3위.
그리고 레이스가 4위.
각 한 경기 차이로 순위는 언제든지 뒤집힐 수 있다.
2022년부터 와일드카드 방식이 바뀌며 총 3팀이 와일드카드로 진출한다.
와일드카드 1위와 2위는 서로 맞붙게 되며.
3위는 정규시즌 1위 팀 중 승률이 제일 낮은 팀과 맞붙어서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게 된다.
그렇기에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인 아메리칸 서부 1위 레인저스와의 경기에서 기필코 승리를 챙겨야 해.’
호세는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레인저스는 1위를 확정한 팀이다. 그렇다고 이미 확정된 순위 덕분에 주전 선수들에게 휴식을 주진 않을 거다.”
“그렇겠죠. 레인저스가 저희에게 스윕당하면 와일드카드 3위와 맞붙게 될 테니까요.”
와일드카드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1위 레인저스가 와일드카드 3위 팀에게 떨어져서 시즌을 마감할 수도 있었으니 말이다.
그러니 그들 역시 총력적으로 임할 터.
‘쉽지 않은 경기가 되겠지.’
무엇보다 레인저스의 오늘 선발 투수는 유우키 나카무라.
도진과 신인왕 경쟁을 하는 선수였다.
‘10승을 거둔 투수야. 메이저리그에서의 10승은 가치가 어마어마해. 그러니 여기서 확실히 밟아놓지 않으면 되레 잡아 먹힌다.’
* * *
경기에 앞서 더그아웃에 도착한 유우키 나카무라는 넌지시 에인절스 더그아웃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 모습을 본 레인저스의 1선발이자 올 시즌 사이영 수상이 유력한 조이 히메네즈가 그에게 다가갔고, 유우키의 통역사가 서둘러 붙었다.
“헤이. 유우키.”
유우키는 조이 히메네즈의 목소리에 서둘러 고개를 돌렸다.
“긴장되나?”
조이의 질문에 유우키는 애매모호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잘 모르겠습니다.”
“긴장되면 된다고 해. 그게 나쁜 건 아니니까. 이번 3연전. 걸린 게 참 많잖아?”
유우키는 고개를 끄덕였다.
“긴장됩니다.”
“넌 좋은 투수야. 일본 리그에서의 경험도 풍부하지. 그러니 잘하리라 믿는다.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조이 히메네즈는 에인절스 더그아웃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상대가 천재잖아?”
그의 눈동자에 에인절스 선수 도진이 비쳤다.
조이 히메네즈는 회수한 시선을 유우키에게로 이동했다.
“그래도 지금 기량 자체는 네가 위라고 본다. 충분히 상대를 밟을 수 있을 거야.”
“감사합니다.”
유우키는 영어에 능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저 짧은 대답만 했다.
조이 히메네즈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일본인들은 유독 다른 아시아인들보다 영어에 약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잘 부탁한다.”
툭툭.
조이 히메네즈는 유우키의 어깨를 도닥이더니 자리를 떠났다.
혼자 남게 된 유우키의 이빨이 갈렸다.
‘천재…… 라고?’
안다. 도진은 천재다.
그것만큼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의 성적은 거짓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고졸 루키가 18세에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것도 모자라 바로 다음 시즌에는 풀 타임을 뛰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 자신보다 신인왕 레이스에서 한발 앞선다.
일본에서 사와무라상을 받은 것도 모자라 일본의 희망이라고 불리는 자신보다 말이다.
빠드득.
턱에 힘이 더 들어갔다.
도진이 미워서는 아니다.
야구는 기나긴 마라톤.
당장 다음 시즌에는 충분히 입지가 뒤바뀔 수 있었으니까.
유우키가 분노했던 이유는 따로 있었다.
조이 히메네즈는 명실 상부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이다.
그런 그와 시즌 내내 대화를 나눈 게 이번이 처음이었다.
하지만 조목조목 따져보면 이 대화는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닌.
‘저 아이를 인정해서야.’
그러니 어찌 화가 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같은 팀원보다 상대를 추켜세워 준다는 게 말이 되는 건가?
선수에게 인정은 중요하다.
적어도 같은 팀원에게 실력으로 인정받아야지만 롱런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네놈을 향한 인정. 오늘 경기에서 전부 빼앗아 오겠다.’
더불어 뒤처진 신인왕 경쟁에서 한 발짝이라도 좁힐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