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279)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 279화(279/400)
[에인절스와 레인저스는 메이저리그는 정규 시즌 마지막 3연전을 앞두고 있습니다.] [제가 다 떨리네요. 대개 시즌이 끝날 때쯤에는 순위가 정해지지만, 이번엔 아직 순위가 정해지지 않았어요!] [그렇습니다. 에인절스는 현재 와일드카드 2위. 순위를 유지할 수 있다면 와일드카드전을 노려볼 수 있어요. 문제는 에인절스를 뒤쫓는 애스트로스와 레이스에게도 전부 기회가 있다는 거예요!] [와일드카드 3위까지는 전부 포스트 시즌에 진출할 수 있죠. 그렇기에 가능성이 있는 팀들은 전부 총력을 가할 겁니다.] [그럼 우선 라인업부터 살펴보실까요?]1. 도진 킴. 3B.
2. 마르셀로 무냐. LF.
3. 아돌니스 로드리게스. DH.
4. 켄 매논. SS.
5. 자렌 테일러. 1B.
6. 윌리엄 바스테스. RF.
7. 라이언 스미스. CF.
8. 그레그 호먼. 2B.
9. 상우 리. C.
P. 제이넷 콘스타로스.
[굉장히 파격적인 라인업입니다. 이번 확장 로스터에 포함된 선수가 무려 셋이나 됩니다.] [선발 투수와 2루수 그리고 포수가 있죠. 갈 길이 바쁜데 도대체 왜 이런 라인업을 꺼냈을까요?] [중요한 경기임은 맞지만, 지금 이름을 올린 선수들은 9월에 좋은 성적을 내고 있습니다. 그들의 활약 덕분에 기존 선수들도 같이 힘을 내주고 있죠. 시즌 마지막 경기입니다. 조 캐넌 감독은 지금 팀에 필요한 건 에너지 레벨이라고 보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말씀하시니 오늘 라인업이 이해됩니다. 기존 선수들보다 확장 로스터로 올라온 선수들이 에너지가 더 넘치는 것은 사실이니까요.] [맞습니다. 이에 맞서는 레인저스의 라인업도 살펴보실까요? 레인저스는 지구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여유를 부릴 때는 아닙니다.]1. 알렉산드로 데이비스. 2B.
2. 디에고 미첼. 3B.
3. 마테오 에드워즈. DH.
4. 카를로스 술리번. 1B.
5. 루이스 앤더. SS.
6. 조지 포스터. C.
7. 미구엘 카터. CF.
8. 살바도르 젠킨스. LF.
9. 에스테반 시몬즈. RF.
P. 유우키 나카무라.
[레인저스 역시 에인절스와 비슷한 생각으로 보이는 것 같죠?] [기존 선수들 사이에 신인선수들도 포함되어 있고, 확장 로스터에 포함된 선수들도 보입니다. 에너지 레벨만큼은 정말 훌륭해 보입니다.] [오늘 경기는 순위 말고도 지켜볼 관심사가 하나 더 있잖아요?] [그렇죠. 순위도 순위지만 최근 미디어에서 떠들썩한 두 선수의 맞대결이죠.] [얘기가 나온 김에 신인왕 얘기를 좀 해보도록 하죠. 지금 아메리칸 리그는 3명의 선수가 유력 후보예요. 도진 킴, 유우키 나카무라 그리고 놀란 카브레라가 있죠.] [그렇습니다. 지금 성적을 보면 킴과 놀란이 공동 1위를 달리고 있고, 유우키가 저 둘을 바짝 쫓고 있어요.] [유우키는 둘에 비하면 성적이 부족하다는 말도 있긴 한데. 맞는 말일까요?] [글쎄요. 일단 선발 투수가 180이닝이나 먹었다는 점. 부상 없이 5선발 로테이션을 꾸준히 참여했다는 점은 칭찬받아 마땅합니다. 거기에 10승이나 거뒀어요. 다만 나이가 있죠. 킴과 놀란은 동갑내기며 아직 21세가 아닙니다. 하지만 유우키는 올해로 25살. 생일이 지나 26살이 되었어요.] [성적만 놓고 보면 누가 수상해도 이상하지 않지만, 나이가 어린 킴과 놀란이 유력하다고 보시는군요.] [시즌이 당장 끝난다면 아무래도 그렇죠. 대신 아직 끝나지 않았잖아요? 유우키 선수가 오늘 경기 완봉이라도 한다면? 평가는 충분히 뒤집힐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유우키는 레인저스. 다른 두 선수에 비하면 1위 팀 선수죠. 공헌도 했고요.] [양 팀 모두 두 마리의 토끼를 전부 획득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으로 보입니다.] [동의합니다. 팀이 포스트 시즌에 진출할 수 있다면 성공적인 시즌이라고 볼 수 있으니까요. 거기에 개인 수상자까지 나온다? 팬들은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겁니다. 차후 시즌에도 당연히 도움이 될 거고요.] [말씀드리는 가운데 킴. 타석에 들어서며 경기의 시작을 알립니다.]* * *
타석에 들어서는 도진을 향한 투수 유우키의 눈빛은 칼날처럼 날카로웠다.
‘널 기필코 잡는다.’
유우키도 걸린 게 많았다.
신인왕.
앞서 있는 선수를 따라잡을 유일한 기회다.
신인왕은 생에 단 한 번의 기회뿐이다.
그리고 이 상을 딴 역대 일본 선수는 전부 미국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일전 또한 그 못지않게 중요했다.
‘건방지긴.’
유우키는 류타와의 승부에서 승리한 도진의 인터뷰를 떠올렸다.
한일전은 안중에도 없었다는 뉘앙스는 일본인들의 공분을 샀고.
자신도 그 일본인에 포함이었다.
안다. 무시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다는 것을.
일본과 한국은 문화적 차이가 존재하지만, 동방예의지국 출신이라는 점만큼은 똑같았다.
그렇기에 동양인 선수가 대놓고 다른 선수를 무시하는 발언을 미디어를 통해 내뱉지는 않는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선수들의 인정이었다.
조이 히메네즈는 팀 동료인 자신보다 도진을 더 기억하고 있었다.
그만큼 그의 활약이 눈부셔서 그렇겠지.
유우키는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눈빛을 띠었다.
‘너만 잡으면 모든 게 해결된다.’
오늘 같은 중요한 경기에서 승리하는 쪽이 진짜 승자다.
위기에서 팀을 구원해줄 수 있는 선수만이 진정한 슈퍼스타였으니 말이다.
유우키는 자신이 있었다.
적어도 경험만큼은 도진에게 앞서 있었으니 말이다.
스읍.
유우키는 코로 공기를 들이마셨다.
‘탁하군.’
공기의 흐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이건 일반적인 리그 경기가 아니었다.
철근이 몸에 붙어 있는 듯한 중압감은 신인이 견디기는 힘들 것이다.
한편, 타석에 들어선 도진은 코끝을 찌르는 탁한 공기에 미간을 구겼다.
원정이라서? 투수가 일본인이라서?
아니. 이런 중압감은 시즌 내 처음 느껴봤지만 유추해 볼 수는 있었다.
‘포스트 시즌에 기필코 진출하겠다는 선수들의 의지가 느껴진다.’
일반적인 리그 경기가 아니다.
너무나도 많은 것이 걸려 있었다.
1승에 웃고 1승에 울어야만 하는 지금. 전신이 짓눌렀다.
그런데도 도진의 광대가 꿈틀댔다.
‘오히려 잘됐어.’
와일드카드 전이나 포스트 시즌은 이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훨씬 더 숨이 막힐 것이다.
그러니 이 또한 예습이다.
‘적어도 어떤 분위기일지 예측이 가능한 이상 지금만큼 놀랄 일은 없겠지.’
‘후우.’
심호흡을 속으로 삼킨 도진은 타격 자세를 잡았다.
그러고는 투수를 노려보았다.
유우키 나카무라.
최고 구속 100마일까지도 던지는 일본의 기대주.
그 역시도 오늘 경기를 승리로 가져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겠지.
‘아마 뒤는 없다고 생각하며 전력투구할 거다.’
선발 투수가 1회부터 전력으로 투구한다?
비축해 둔 힘이 빠르게 빠질 수 있어 웬만해서는 지향하는 편이다.
그렇기에 상대 투수를 빨리 끌어내린다.
그러면 에인절스는 쉽게 갈 수 있으며 승리도 챙기겠지.
‘어떤 구종을 노리지?’
노림수를 가져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좋지 않다는 느낌에 어금니를 꽉 깨물고는 생각을 비틀었다.
‘패턴이 180도 달라질 와일드카드전과 포스트 시즌을 위해서라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갈고 닦는 게 나아.’
그러니 보고 친다.
초구. 공은 던져졌다.
투구는 바깥쪽을 파고드는 패스트볼.
100마일에 육박하는 투구에 도진은 크게 헛스윙했다.
부웅.
초구 스트라이크를 가져간 유우키의 입꼬리가 꿈틀댔다.
도진은 불리하게 시작했음에도 묵묵히 고개만 끄덕였다.
2구. 초구와는 다른 회전수.
도진은 변화구를 예측했고 배트를 휘두르지 않았다.
포크볼 같은 궤적의 스플리터는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났다.
“볼!”
카운트가 맞춰지자 도진의 입꼬리가 씰룩댔다.
그를 바라보는 유우키는 미간을 구겼다.
‘이걸 참는다고?’
그것도 모자라 저렇게 여유롭게?
3구를 앞둔 유우키는 사인에 고개를 저었다.
세 번을 더 젓고서야 2구와 같은 사인이 나오자 힘차게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3구. 공은 던져졌다.
하지만 이번에도 도진의 배트는 미동도 없었다.
퍼억.
“볼!”
유령 스플리터라고 불릴 만큼 스플리터에 일가견이 있던 유우키의 간담이 서늘해졌다.
일반적인 구종 앞에 별칭이 붙는다는 것.
같은 구종이지만 다른 선수들보다 훨씬 더 위력적으로 구사한다는 의미다.
그리고 이 별칭은 메이저리그에 와서 붙은 것이며 지금까지 이 스플리터로 얼마나 대단한 선수들을 낚았던가.
‘사인이 읽힌 건가?’
아니다. 루에 나가 있는 주자는 없다.
그러니 스플리터가 간파당한 거겠지.
빠드득.
유우키의 이빨이 갈렸다.
자신의 스플리터는 90마일 극 초반대에 형성되지만, 지금 두 번의 스플리터는 93마일을 기록했을 만큼 온 힘을 다해 던졌고.
스트라이크존에서 사라져 버리는 마술과 다름없는 궤적을 선보였다.
그런데 자신의 무기가 통하지 않는다.
그냥 무기도 아니다.
이 구종만큼은 그 누구도 칠 수 없다고 생각해서 던진 공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카운트는 2-1. 반대로 쫓기고 있었다.
‘젠장.’
유우키의 시야가 흐려졌다.
이래서는 안 된다며 눈을 질끈 감았다 떴다.
덕분에 정신이 조금은 돌아왔다.
그런데 정신이 돌아올수록 상대는 더욱 거대하게 보였다.
유우키는 이 감정이 무엇인지 알았다.
‘내가…… 이길 수 없다고?’
그럴 리 없다.
상대는 애송이다. 아무리 같은 신인왕을 다투는 선수라도 그는 한참 어린 선수다.
경험도, 기술도 무엇 하나 자신보다 앞서는 게 없어야만 정상이다.
그러니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어야만 했다.
‘이렇게 무너질 수 없다.’
놈에게 갚아줄 게 너무 많다.
처음 악연은 스프링 트레이닝.
그에게 볼넷 하나와 2루타를 맞았다.
그때는 그저 시범 경기였을 뿐.
정규시즌에는 무조건 이긴다고 다짐했다.
일본 팬들도 류타는 몰라도 유우키는 이길 거란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이길 수 있는 길이 보이지 않는다.
어떤 공을 던져도 통하지 않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도대체 뭐가 문제지?’
왜 저 아이와의 격차를 좁힐 수 없는 걸까.
시간이 흐른다.
더는 잡생각 할 틈이 남지 않았다.
포수에게서 패스트볼 사인이 나왔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초구에는 통했던 구종이다.
슬라이더 같은 무기도 존재하지만, 포수의 사인이 그렇듯 지금 저 아이에겐 변화구는 통하지 않을 것이다.
한편. 유우키의 표정에 당황이 피어오르자, 도진은 웃음을 삼켰다.
‘끝났네.’
투수가 잡생각이 너무 많다.
이유 불문하고 타자에게 감정을 읽힌다는 건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아마 나보다 많은 게 걸려 있어서 그렇겠지.’
그는 자신보다 프로 경력이 압도적으로 길었으니까.
이것저것 걸려 있는 것도 모자라 새파란 신인에게 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거겠지.
때마침 공은 던져졌다.
얼핏 투수의 표정이 스쳐 지나갔다.
미소.
원하는 코스로 공을 던졌나 보다.
도진도 그에 맞서 미소를 지었다.
‘익숙한 회전수네.’
패스트볼에 맞춰 휘두른 배트는 전광석화 같았다.
따—악!
투구가 배트의 스위트스폿에 얹히자, 도진은 고개를 살짝 숙이고는 헬멧을 푹 눌러 쓰더니.
방망이를 가볍게 던져놓고 유유히 베이스를 돌았다.
1:0. 에인절스가 앞서가기 시작했다.
* * *
홈런을 맞은 유우키는 정신이 번쩍 들었는지 실점 후 단 한 명의 타자도 내보내지 않았다.
어느덧 3회 초.
8번부터 시작하는 타순.
상우는 대기타석으로 나가려는 그레그를 붙잡았다.
“브라더.”
“왜.”
“긴장 많이 했네?”
“닥쳐.”
“우리 이번이 마지막이잖아. 뭐라도 해야 하지 않겠어?”
그레그는 미간을 찌푸렸다.
“하고 싶지 임마! 그게 말처럼 쉽냐?”
상우는 무표정을 유지하며 고개를 기울이며 말했다.
“쟤는 쉽게 했잖아?”
“저놈은…… 우리와 비교하기엔 좀 그렇지. 쟨 메이저리거잖아.”
“그래서. 이대로 잔뜩 쫄아서 삼진이나 당하고 오시겠다?”
“누가 삼진당한다는 거야?”
“그럼 어떻게든 출루해 봐.”
“너 요즘 들어 왜 이렇게 출루에 목을 매냐.”
상우는 아랫입술을 살짝 씹었다.
“지금까지 쭉 저놈한테 도움만 받았는데. 매번 받기만 할 거야? 김도진이 무슨 아낌없이 주는 나무냐고!”
상우의 각오 섞인 목소리에 그레그는 미간을 구기더니 속삭이듯 말했다.
“알아. 안다고. 그런데 그게 쉽냐고. 저 투수 공 봤잖아!”
“칠 수 있어. 저 투수 정신 차린 것처럼 보이지만, 흔들리고 있어. 김도진한테 맞은 한 방을 완전히 털어버리지 못했을 거야.”
그레그의 올라간 입꼬리에 환희가 뒤섞여 있었다.
“그런가아?”
“그렇다니까?”
“가만 보니 이 악문 모습이 톡 건들기만 해도 무너질 것 같네?”
“어. 그러니까 출루해. 김도진 신인왕 따게 해줘야지! 그래야지만 우리가 메이저리거가 됐을 때. 놈이 우리도 신인왕 딸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거 아니야!”
“그런가?”
“그렇다니까? 저놈 빚지고는 못사는 성격임.”
“근데 그렇게 되면 너랑 나랑 신인왕 경쟁해야 하는 거 아냐? 포기하는 거냐?”
상우는 그레그를 벌레 보듯 쳐다봤다.
“미친놈인가? 어딜 날로 먹으려고.”
“알았다. 다녀올게. 어떻게서든 출루할 테니 이어줘라.”
그레그는 피식 웃고는 자리를 떴다.
상우는 송곳같이 날카로운 그레그의 눈빛에 마음이 한결 놓이자 배트를 손에 쥐었다.
그러고는 대기타석에 들어서서 두 선수의 맞대결을 지켜봤다.
‘그레그. 믿는다.’
그런데 이게 웬걸?
부웅.
부웅.
부웅.
삼 연속 헛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그레그는 반쯤 벙찐 표정으로 상우를 지나치려는 그때.
상우는 그레그의 어깨를 잡았다.
“아오. 뭐하냐고! 신중했어야지.”
그레그는 나라를 잃은 표정으로 상우를 정면으로 바라봤다.
떨리는 목소리는 울상인 표정과 안성맞춤이었다.
“미, 미안.”
응? 사과를 한다고?
상우는 그레그와 함께 지내면서 그가 어떤 성격인지 아주 잘 알았다.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선수.
그렇기에 이번 사과는 전혀 예상 밖이었다.
상우는 결국 비어 있는 타석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초구 바깥쪽에 꽂히는 빠트린 볼을 접한 순간.
퍼억.
“스트라이크.”
망치로 뒤통수를 강하게 맞은 충격에 휩싸였다.
‘씁.’
그제야 왜 그레그가 사과했는지 알 수 있었다.
이 투수.
무너지기는커녕 오히려 살아났다.
‘그레그도 출루하고 싶었겠지.’
그런데 저 투수에게 벽을 느꼈던 것이었다.
마치 지금의 자신처럼.
‘젠장……’
격차가 느껴진다.
이게 진심 메이저리그 레벨인가?
상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럴수록 정신 똑바로 차려.’
상대가 좋은 공을 던진다고 한들 자신에게 이 타석은 야구 인생이 걸려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어떻게서든 이 무대를 밟을 수 있게 해준 도진에게 보답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 보답은 출루 말고는 없어.’
친구가 타점 1개라도 더 올려서 신인왕을 따는 모습을 보고 싶었으니까.
그런 마음가짐 때문일까?
상우의 눈에 불이 붙었다.
‘상대는 일본인이다.’
그리고 나는 일본 킬러이자…….
2구를 앞둔 상우는 생각을 마무리 짓지 못했다.
그 대신 머리는 빠르게 굴러갔다.
‘내가 놈이라면.’
다음 타자가 김도진이다.
놈에게 복수를 하고 싶어서 몸이 근질거리겠지.
그러니 이번 공은…….
유우키가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상우는 배트를 말아쥐었다.
공이 손을 떠난 즉시 상우도 배트를 휘둘렀다.
‘패스트볼이다!’
따악!
둔탁한 소리.
상우는 미간을 찌푸렸다.
손바닥에서 느껴지는 진동은 이 타구가 뻗지 못할 것을 일러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타구를 확인하는 대신 이 악물고 달렸다.
이렇게라도 도진에게 받은 은혜를 갚아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최선을 다했는데 안 됐다.
아직 여기 수준이 아닌가 보다.
그러니 미안하다 친구야.
‘다음에는 더 잘할게.’
1루 베이스를 밟은 상우는 문뜩 이상함을 감지했다.
심판에게서 아웃됐다는 제스처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황 파악을 위해 그라운드로 시선을 돌렸다.
좌익수, 유격수, 그리고 3루수가 원을 그리며 모여 있었다.
그런데 그들의 표정이, 제스처가 좋지 않다.
그렇기에 안타를 직감한 상우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평소였다면 해냈다고 크게 소리쳤을 것이다.
하지만 무대가 무대였던지라.
속삭이듯 자찬했다.
“내가 차세대 조선의 4번 타자야! 이 자식들아!”
아까 마무리 짓지 못했던 생각을 입 밖으로 표출한 상우는 후련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얼굴에 웃음꽃이 핀 도진이 타석에 들어서는 모습을 두 눈으로 담았다.
‘부탁한다.’
내가 아닌. 네 미래를 위해서.
* * *
타석에 들어선 도진은 입꼬리를 내리려고 안간힘을 써 보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대신 1루에 나가 있는 상우를 힐끗 쳐다봤다.
‘고맙다.’
그에게 눈빛을 보내 고마움을 전달했다.
상우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도진은 저 표정의 의미를 알고 있었다.
‘알고 있다고?’
풉. 웃음이 나오려는 걸 간신히 참아낸 도진은 어느덧 무표정으로 배트를 말아쥐었다.
‘여기서 무조건 해결한다.’
앞서 그레그의 삼진도.
상우의 행운의 안타도.
전부 자신을 위한 것임을 알고 있었다.
결과가 좋든 좋지 못하든 도움이 되고자 최선을 다했다는 걸 모르는 바보는 아니었으니까.
‘투수는…….’
도진은 유우키를 힐끗 쳐다봤다.
무표정 사이로 뿜어내는 아우라는 데일 것 같이 뜨거웠지만.
‘낙승이네.’
투지를 끌어 올리는 건 좋다.
하지만 감정까지 끄집어낸 이상 승패는 이미 결정이 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결과.
따-악!
초구부터 호쾌하게 돌아간 도진의 배트가 투수가 던진 공을 후려쳤다.
장타. 펜스를 직격한 타구에 상우는 이를 악물고 홈까지 내달렸고.
안전하게 2루에 안착한 도진은 3루를 돌아 홈까지 내달리는 상우를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저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는데.’
조금 천천히 달려도 될 만큼 우익수의 타구 처리에 실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상우가 홈을 밟았다.
그러고는 자신에게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도진은 검지로 상우를 가리키며 그의 세레모니에 보답했다.
‘아무렴 어때.’
이기면 장땡이지.
그리고 이번 타구로 인해 굳건했던 유우키가 내리 3실점을 내주며 와르르 무너져 내렸고.
도진은 아메리칸 리그 신인왕 후보 단 한 명을 제외.
전부 자신의 발아래에 무릎을 꿇렸다.
그리고 에인절스는 레인저스와의 3연전에서 2승 1패를 거두며 와일드카드 2위 자리를 지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