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28)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28화(28/400)
“나이스 수비!”
이번 이닝에 혼자서 점수를 틀어막은 도진은 선수들의 환호를 받았다.
‘중견수 송구는 오랜만이었는데. 그래도 좋은 결과가 나와서 다행이야.’
물론 안도할 때는 아니다.
상대는 페드로를 상대로 큼지막한 타구를 연달아 만들어냈다.
저 수준의 타자들이라면 아무리 페드로라도 충분히 실점할 수 있다.
‘선발 투수의 어깨를 가볍게 해주려면 점수가 필요해.’
도진은 대기 타석에서 사인을 내리는 감독을 쳐다봤다.
‘공을 오래 지켜보라는 거네.’
1번 타자 도미닉은 고개를 끄덕이며 타석에 임하더니 어떤 공에도 손을 대지 않고 지켜봤다.
덕분에 다음 타석에 들어서는 도진은 투수의 공을 좀 더 많이 지켜볼 수 있었다.
결과는 4구 삼진.
이 4구 동안 패스트볼과 커브. 두 가지의 구종을 접했다.
‘위력적이긴 하네. 확실히 전미 레벨이라는 걸 알겠어.’
도진은 타석으로 이동했다.
‘1번 타자인 도미닉의 타격은 준수해. 그런데도 감독님은 공을 최대한 지켜보라고 했지. 후속 타자가 베이스를 밟을 확률이 더 높다고 판단한 거야.’
야구의 상황은 언제나 시시각각 바뀌며 그에 따른 작전이 동반된다.
그렇기에 사인만으로는 감독의 생각이 선수들에게 정확히 전달되기는 힘들다.
하지만 선수는 감독의 생각을 최대한 읽어야 했다.
야구 지능이 높은 선수들은 감독의 생각을 정확히 읽는다.
그리고 도진은 지금 감독의 생각을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
‘그 후속 타자가 나 아니면 마이크. 최소 이번 회에 알렉산더까지 타석에 들어서는 게 좋으니까.’
타선을 한 바퀴라도 빨리 돌려야 공이 눈에 익고, 그래야 다음 타석에 들어섰을 때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법이었다.
[킴. 타석에 들어섭니다.] [킴 vs 스테픈. 스테픈 vs 킴. 제가 다 긴장되네요.]-스테픈이면 작년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에서도 선발로 뛴 투수 아니야?
-탈락하긴 했지만 6이닝 3실점.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했어. 물론 한 경기밖에 치르지 못했지만 훌륭했지.
-맞아. 나도 스테픈이 전미 레벨이라는 데엔 동의해.
-아! 신이시여! 제발 출루 좀!
도진은 타석에 들어서서 배트를 빙글빙글 돌렸다.
마른침을 꼴깍 삼킨 후 타격 자세를 잡았다.
투수는 노련했다.
도진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겠다며 곧장 와인드업했다.
손을 떠난 공은 포수의 미트로 향했다.
‘변화구.’
도진은 꺾여 들어오는 공에 배트를 내지 않았다.
“스트라이크!”
하지만 투수가 던진 커브가 스트라이크 선언이 되었다.
도진은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는 다시 타격 자세를 잡았다.
2구는 패스트볼.
바깥쪽을 날카롭게 찌르는 완벽한 제구였다.
더군다나 93마일의 패스트볼은 확실히 위력적이었다.
“스트라이크!”
도진은 타석에서 한 발자국 벗어나 투구를 매만졌다.
그러고는 장갑을 꽉 조이며 다시 타석에 들어섰다.
심장이 두근거린다.
이렇게 뛰어난 투수와의 승부는 자신도 처음이었다.
‘바로 스트라이크 존에 꽂아 넣지는 않을 거다.’
비록 몇 경기 뛰지 않았지만, 자신은 경기마다 결과를 만들었다.
그러니 투수는 신중하게 승부하려 들겠지.
투수가 원하는 건 삼자범퇴.
타자가 원하는 건 출루였다.
도진은 분명히 유인구가 올 테니 속으면 안 된다고 몇 번이나 자신에게 되뇌었다.
3구.
도진은 떨어지는 커브에 배트를 강제로 참았다.
“볼!”
4구도 연달아 떨어지는 변화구. 하지만 도진의 배트는 멈춰 있었다.
2-2 카운트.
‘투수는 이번 카운트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 그리고 타자도 마찬가지지.’
5구. 공이 다시 한번 바깥쪽 꽉 차게 들어왔다.
도진은 눈을 번뜩이며 배트를 내었다.
이 공을 당겨친다면 아무리 잘 쳐줘야 유격수 땅볼.
그렇기에 바깥쪽을 향하는 공을 결대로 밀어쳤다.
따-악!
타구는 우익수 앞으로 날아가더니 바닥에 살포시 안착했다.
도진은 1루에 도달하며 주먹을 말아 쥐었다.
‘됐어. 일단 출루했다.’
타석에 마이크가 들어섰다.
도진은 감독을 힐끗 쳐다봤다.
그리고 그에게서 사인이 나오자 도진은 혀를 날름거리며 솟아오르려는 입꼬리를 감췄다.
* * *
‘작전이다.’
도진과 마이크는 감독의 사인을 읽었다.
물론 작전이 거창하진 않았다.
마이크에게는 타격의 자유를.
도진은 뛸 수 있는 자유. 즉 그린라이트를 부여받았다.
둘이서 알아서 해보라는 뜻이다.
‘일단 초구는 좀 보자. 마이크의 상태부터 봐야지.’
이런 큰 경기라면 타자도 경직되기 마련.
의욕은 있어도 제대로 된 스윙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었다.
투수가 세트포지션으로 공을 던졌다.
자신이 출루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세트포지션이 와인드업에 비하면 부족한 것인지, 제구가 흔들렸다.
한복판 패스트볼.
마이크라면 이 공을 놓치지 않을 것이다.
“스트라이크.”
하지만 마이크의 헛스윙에 도진의 예상이 빗나갔다.
“젠장!”
마이크는 실수를 놓치더니 크게 아쉬워했다.
‘투수보다 마이크가 더 경직됐어. 여기서 삼진을 당해도 알렉산더까지는 이어지긴 하겠지만.’
하지만 FS는 선취점이 필요하다.
특히나 마이크가 아웃당하면 투수는 알렉산더를 거를 명목이 생긴다.
‘그렇게 되면 선취점을 내지 못할 확률이 더 커져.’
FS 선수들의 기량이 올라온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은 부족했다.
특히나 이런 큰 경기 경험이 부족하면 더욱 그렇다.
‘이대로라면 다른 타자들도 제대로 된 타격이 나오지 않을 거야.’
결국 잔뜩 굳어버린 몸을 녹이는 방법은 선취점뿐이었다.
‘내가 흔들어야겠어.’
도진은 리드를 가져가며 왼쪽 손바닥으로 오른쪽 어깨를 툭툭 털었다.
타자에게 보내는 사인이었다.
‘뛴다.’
마이크는 도진과 사인을 주고받았다.
그래도 이 사실을 들키지 않겠다는 듯, 도진의 사인을 보고서도 일부러 내색하지 않았다.
2구.
투수가 발을 들어 올리는 순간 도진은 2루로 내달렸고 마이크는 배트를 내지 않았다.
퍽.
“스트라이크 투!”
포수는 2루로 향하는 도진을 발견했다.
곧장 미트에서 공을 빼내려고 했지만, 도진의 속도가 워낙 빨랐던지라 결국 2루로 공을 던지지 못했다.
괜히 지금 던져봤자 주자가 아웃 될 확률은 0%.
오히려 송구 실책으로 에러가 난다면 주자는 3루까지 도달할 정도의 스피드였다.
[킴. 2루에 안착하며 득점권에 안착했습니다.] [와! 발이 정말 빠릅니다. 이 선수는 도대체 못 하는 게 뭔지 한번 물어보고 싶네요.] [도루가 달리기만 빨라서 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속도도 중요하지만, 주루 스킬이 훨씬 중요한 법입니다. 그런데 방금 보시면 아시겠지만, 뛰는 타이밍부터 마무리까지 군더더기가 없었어요.]-빠르긴 진짜 빠르더라.
-단거리 선수 해도 될 정도로 빠르던데?
-누가 아시아인이 운동 못 한다고 그랬냐?
-아무도 그런 말 한 적 없음.
[물론 저희는 이유를 알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저희는 저 선수가 왜 만능인지 알고 있죠.]-또 놀려?
-장난해? 한가해? 해설 날로 먹어?
[이쯤하고 말씀해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킴의 신체 능력 테스트 결과 때문입니다. 4가지 항목에서 캘리포니아 최고점을 기록했습니다. 더 나아가 역대 최고점입니다.]-미, 미국인을 제치고?
-그 정도까지 바라던 건 아니었는데…….
-여기서도 인종 가르게? 응원이나 해라. 우리 학교 대표잖아.
-그러니까 그냥 한마디로 미친 괴물이라는 거네? 왜 야구 해? NFL 보내야 하는 거 아냐?
-해설분들 괜찮아요? NFL에서 이 소식을 듣는다면 돈 보따리 싸 들고 올 것 같은데?
NFL. 미식축구는 그 어떤 스포츠보다 뛰어난 신체 능력을 가진 인간들만 모여 있다.
그만큼 도진의 신체 능력 테스트는 믿을 수 없는 결과였다.
하지만 그가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이라면 해설의 말이 거짓이 아니라고 짐작할 수 있었다.
타격, 투구, 수비. 더 나아가 주루까지.
정말 야구의 신이 강림했다고 해도 믿을만한 결과를 내고 있지 않던가.
이걸로 끝이 아니었다.
도진은 이번에도 뛴다는 사인을 보냈고 마이크는 이번에도 배트를 내지 않았다.
0-2 카운트.
투수는 안타 하나면 선취점을 내줄 수 있다.
그러니 유인구를 던져 배트를 끌어낸다는 확신이 있었다.
결과는 변화구. 볼이었다.
“세이프! 세이프!”
도진은 3루 베이스에 안착했다.
무덤덤하게 몸을 일으켜 상의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어냈다.
변화구 타이밍에 도루를 뛰는 건 정석이다.
당연히 구속이 느린 공에 뛰어야 도루 성공확률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그리고 도진의 도루 전략은 경기의 분위기를 바꿔놓고 있었다.
1아웃 2루와 1아웃 3루는 느낌 자체가 다르다.
플라이 타구만으로도 득점을 노려볼 수 있는 상황이니까.
마운드에 선 투수나 마스크를 쓴 포수는 예상치 못한 이 상황이 어지러웠다.
도진은 그저 타격도 준수한 투수인 줄만 알았다.
그런데 그는 중견수로 나와서 멋진 수비를 보인 것도 모자라 발까지 빠르다.
불과 1분 전만 해도 1루에 있던 선수가 정신을 차려보니 3루에 가 있었다.
아무리 전미 레벨이라도 고등학생은 고등학생.
특히나 전혀 예상에 없던 선수가 자신들보다 뛰어나다는 불안감이 들기 시작한다면 어떤 선수라도 흔들리기 마련이었다.
“베이스 온 볼스!”
도진으로 인해 투수는 제구가 크게 흔들렸고.
결국 마이크는 이를 캐치하고 배트 한번 휘두르지 않고 1루에 안착했다.
그리고 다음 타자가 타석에 들어서는 순간.
관중들의 함성은 하늘을 찔렀다.
* * *
[알렉산더 로데온. 타석에 들어섭니다.] [하하. FS 타자 중 최고의 타자. 하지만 지금 그의 기록은 참 재밌죠.]-최고의 타자지만 0할 타자!
-하지만 출루율만큼은 10할 타자!
-단 한 번도 타석에서 배트를 휘둘러보지 못한 남자!
-기다리고 있었다고!
-킴이 판 다 깔아줬다! 알렉산더! 네가 보여줘야 한다!
해설도 알고 채팅창도 알고 직관 온 관중들도 알았다.
지금까지의 결과가 전부 알렉산더를 위한 셋업이었다는 것을.
1사 1, 3루.
그 어떤 투수도 지금 상황에서 알렉산더를 거르지 못한다.
1사 1, 3루와 1사 만루의 무게감은 차원이 달랐기 때문이다.
도진은 타석에 들어서는 알렉산더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확실히 포스가 장난이 아니야. 내가 마운드에 있었어도 지렸을 거다.’
알렉산더는 미식축구와 야구 두 가지의 스포츠를 한다.
그게 가능했던 이유는 그의 신체에 기인한다.
알렉산더의 신체 능력은 마이크보다 우월했다.
190cm의 키에 다부진 체격은 타석에 들어서는 것만으로도 위압감을 뽐냈다.
더군다나 이뿐만이 아니었다.
그는 햇빛을 가리는 야구 고글을 끼고 있었으며, 풍선껌을 5개는 씹었는지 타석에 들어서기 전 얼굴을 가릴만한 거대한 풍선도 불어댔다.
그 일련의 행동들이 상대를 향한 압박감으로 작용했다.
그 모습을 보던 도진은 껌을 질겅질겅 씹어대는 알렉산더가 멋있다고 생각했다.
‘아. 나도 껌 씹을까?’
껌을 저렇게 포스 있게 씹는 건 알렉산더의 상징이라고 마이크에게서 들었다.
도진도 알렉산더의 상징이 정말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이제 쳐주기만 하면 되는데.’
하지만 걱정 따윈 없었다.
마이크에게도 볼넷을 내주지 않았던가? 투수는 이미 흔들리고 있다.
‘더군다나 알렉산더의 타격 능력은 나도 잘 알지.’
알렉산더는 그간의 설움을 다 떨쳐버리겠다며 초구부터 배트를 휘둘렀고.
따-악!
배트에 맞는 순간 투수는 고개를 떨궜다.
알렉산더도 하늘 높이 배트를 던지고는 유유히 베이스를 돌았다.
거대한 풍선을 연이어 불어대는 것도 잊지 않았다.
관중들은 그 모습에 환호를 멈추지 않았다.
1회 말. 3:0.
FS가 선취점을 올렸다.
* * *
“와! 홈런이에요!”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캐서린은 마치 제일인 양 좋아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의 왼편에는 앞서 대화를 나눴던 다른 기자들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하나같이 똥 씹은 표정이네.’
캐서린은 오른편에 앉아있는 스카우트들에게 목소리를 높여 질문했다.
다른 기자들도 들으라는 취지였다.
“어떻게 보셨어요? 정말 대단한 홈런이지 않았나요?”
스카우트들은 저마다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알렉산더는 찬스를 놓치지 않는 뛰어난 타자네요.”
“실투를 놓치지 않는 것도 실력입니다. 왜 여러 구단에서 군침을 흘리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알렉산더가 만약 내년 이후 메이저리그 드래프트에 참여하게 된다면 확실히 1라운드 감입니다. 하지만…….”
다저스 스카우트가 말을 흐리자 다른 스카우트들이 먼저 입을 열었다.
“찬스를 만들어준 건 누가 봐도 51번의 코리안이죠. 저 선수가 없었으면 알렉산더가 기회조차 잡을 수 없었을 겁니다.”
“솔직히 저도 저 한국인이 적당히 잘 치고 뛰어난 투수인 줄 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보니 제가 그를 너무 저평가 했다고만 생각이 드네요.”
캐서린은 어깨도 빳빳이 세우며 목소리를 더욱 높였다.
“무슨 뜻인지 더 자세히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이번에는 다저스 스카우트가 대표로 대답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저렇게 완벽한 고등학생 선수는 처음 봅니다. 물론 고등학생도 타격과 투수를 동시에 잘할 수는 있습니다. 더군다나 우린 메이저리그에서조차 성공한 선수를 알고 있지 않습니까?”
“오타니 쇼헤이 선수를 말씀하시는군요.”
에인절스 스카우트는 괜히 어깨를 으쓱했다.
오타니의 메이저리그 첫 구단이 다름 아닌 에인절스였으니까.
다저스 스카우트는 피식 웃더니 말을 이었다.
“네. 물론 아직 킴을 그 선수와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만, 적어도 이것만큼은 확실합니다.”
고등학생 때의 오타니보다 지금의 킴이 더욱 다재다능하다.
기량이 앞선다고는 확신할 수 없지만 다재다능한 것만큼은 확실하다고.
“어떤 포지션에 둬도 완벽한 모습을 보이는 선수는 태어나서 처음 봅니다.”
캐서린은 스카우트들의 립서비스가 들어간 발언이라는 걸 알았다.
적어도 이들은 미국인.
아무리 도진이 한국인이라도 미국에서 생활하고 있지 않던가?
오타니는 일본에서 고등학교와 프로 생활을 경험하고 메이저리그에 왔다.
그렇기에 팔이 안으로 굽듯. 이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스카우트들은 미국 야구 시스템이 일본 야구 시스템보다 좋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캐서린은 지금 답변에 만족하기로 했다.
누가 우위에 있다는 건 지금으로서는 의미가 없다.
도진과 오타니는 동시대 사람도 아니며 같은 리그를 뛰는 선수도 아니었으니까.
물론 차후에 도진이 오타니를 뛰어넘는 선수가 될 확률은 존재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그가 프로에 올라가서도 좋은 성적을 냈을 때의 얘기지.’
지금 도진은 아직 성장기인 고등학생일 뿐이니까.
생각이 끝을 맺자 캐서린은 혀를 내둘렀다.
‘생각해보니 비교 대상이…….’
야구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최고의 야구 선수였기에 앞으로 도진의 활약과 성장이 더욱 기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