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281)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 281화(281/400)
호텔에 도착한 에인절스 선수들은 짧은 휴식을 취한 후 기자들의 인터뷰에 응했다.
“호세. 이 중요한 경기에서 어떤 각오로 임할지 궁금합니다.”
“벨. 내일 양키스의 1선발 보르네오 바라보사와 붙는데 이길 자신 있습니까?”
“아돌니스가 내일 선발 마스크…….”
“마르셀로 컨디션은…….”
도진도 기자들의 인터뷰에 몇 마디 짧게 인터뷰했다.
가끔 도발 섞인 질문도 들려왔지만, 이미 고등학교 시절부터 익숙해져 있어 딱히 개의치 않았다.
시합 전 정식 인터뷰는 조 캐넌 감독 그리고 에인절스에 제일 오래 몸담고 있던 호세와 벨이 맡았다.
그 사이 도진은 호텔 로비 소파에 앉아서 저녁 전 따로 인터뷰가 예정되어 있었다.
“킴!”
도진은 익숙한 목소리에 몸을 벌떡 일으켜 시선을 돌렸다.
정장을 차려입은 캐서린 기자는 도진에게 다가가 살포시 껴안고는 등을 도닥였다.
“오랜만이에요! 일단 먼저 축하드려요.”
“오랜만이네요.”
“일단 약속된 장소로 움직일까요?”
인터뷰는 호텔에서 제공해 준 컨퍼런스룸에서 진행된다.
도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캐서린은 도진보다 반보 앞서 걸었다.
“첫 풀 타임 시즌을 멋지게 치렀잖아요? 어땠어요?”
도진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힘들었어요. 솔직히 지금도 몸이 남아나질 않아요.”
“아직 21세 미만. 어린 나이니까 그럴만하죠.”
“그런데 21세 미만이 그렇게 중요한가요?”
“물론이죠. 21세 미만에 큰 성공을 이룬 선수들은 전부 한 시대를 풍미했어요. 그중 에인절스 선수로는 마이크 트라웃이 있죠. 브라이스 하퍼나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도 전부 21세 미만이었고요.”
도진은 혀를 내둘렀다.
“쟁쟁하긴 하네요.”
“뭣보다 킴은 18세에 데뷔해 이번 해에는 19세와 20세를 보내고. 내년이라고 해 봤자 20세와 21세겠네요. 다른 슈퍼스타들보다 햇수로 2년을 더 앞서네요.”
도진은 쓴웃음을 지었다.
“햇수로 앞서는 게 뭐 중요한가요? 결국 성적이 중요하지.”
“에이. 중요하죠. 경험을 갖춘 채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슈퍼스타들의 나이가 되잖아요? 이러다가 내년 일내는 거 아니에요?”
“그건 잘 모르겠어요. 그만큼 제 데이터도 쌓이니까요. 물론 이름을 나열하신 선수들은 데이터 의미 없이 전부 잘했지만요.”
캐서린은 피식 웃고는 도진의 등을 도닥였다.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있어서 그런가? 자신감이 많이 없네요. 아니면 피곤해서?”
“기분이 오묘하긴 해요. 이게 무슨 감정인지 잘 모르겠어요. 긴장인지 아니면 피곤한지 몸이 찌뿌둥하네요.”
어느덧 컨퍼런스룸 앞에 도착한 캐서린은 천금 같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킴의 투지를 좀 올리려고 손님 한 분 초빙했는데 괜찮죠?”
“손님이요?”
캐서린은 대답 대신 컨퍼런스룸의 문을 열었다.
그곳엔 캐서린이 말한 손님.
양키스 유니폼을 입은 등번호 33번 놀란 카브레라가 씨익 웃고 있었다.
“제시간에 맞춰 왔네.”
도진의 광대가 꿈틀댔다.
“뭐야. 여기 우리 호텔인데 네가 왜 있어? 혹시 염탐?”
“그러게나 말이다. 기자님 때문에 스파이가 돼버렸네?”
캐서린은 손뼉을 두 번 치며 둘의 이목을 끌었다.
“자. 저기 준비된 자리로 가서 앉아주시겠어요? 먼저 두 위대한 선수의 인터뷰를 제가 맡게 되어서 먼저 영광이라는 말을 하고 싶네요.”
도진은 마련된 2개의 의자 중, 한 자리를 차지했다.
“저야 뭐. 캐서린 기자님 인터뷰는 언제든 환영이죠.”
놀란도 거들었다.
“나는 저분이 누군지도 모르는데. 던진 떡밥 때문에 올 수밖에 없었어.”
떡밥이란 도진을 의미했다.
와일드카드전과 신인왕을 다투는 선수와의 공동 인터뷰는 재밌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럼, 바로 인터뷰 시작할게요. 답변이 준비되신 분부터 편하게 대답해 주시면 됩니다. 일단 두 선수의 관계는 어떤가요? 세간에서는 두 선수가 상당히 친해 보인다고 하거든요? 뭐 그만한 이유가 있지만요.”
함께 올스타에 뽑히고 홈런 더비에서도 우승을 거머쥐었으니까.
놀란이 먼저 대답했다.
“친하죠. 이 친구 덕분에 이 악물고 야구만 하게 됐으니까요. 고맙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밉기도 해요. 어디서 혜성처럼 등장하더니 늘 제 앞을 막아서니까요.”
놀란의 목소리에는 여유가 있었다.
그렇기에 반쯤 농담임을 쉽게 유추할 수 있었다.
도진도 비슷하게 대답했다.
“놀란이 없었다면 저 역시도 이만큼 성장하지 못했을 겁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는 저보다 늘 앞서 있었으니까요. 그의 등을 바라보면서 꼭 도달하고 싶은 위치라고 생각했어요.”
놀란은 팔꿈치로 도진의 옆구리를 툭 쳤다.
“기만하네? 그렇게 생각한 놈이 늘 끝에는 내 앞에 있냐? U-18,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 메이저리그도 먼저 데뷔했고 올스타에서도 MVP를 따냈지.”
도진은 쩝. 입맛을 다실 뿐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놀란은 자칫 어두워질 수 있는 분위기에서도 여유로웠다.
“뭐. 이번에 승리해서 전부 되찾아 올 거라 딱히 상관없지만. 신인왕이든 플레이오프 진출이든. 미안하지만 이번에는 손가락이나 빨면서 나 좀 응원해 줘라.”
도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대신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행동과는 정반대되었다.
“올라가면 열렬히 응원할게. 올라갈 수 있다면 말이지.”
캐서린은 천천히 다음 질문을 준비했다.
두 선수가 내비친 자존심에 비해서 분위기 자체는 화기애애했기 때문이다.
“일단 두 선수 모두 승리한다는 각오를 내비쳤으니 바로 다음 질문으로 들어갈게요. 신인왕. 누가 탈것 같아요?”
도진은 짓궂은 질문이라고 생각했다.
미국인은 워낙 솔직하지만, 저렇게 대놓고 물어볼지는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놀란이 먼저 대답했다.
“성적만 놓고 보면 킴이 더 잘했다고 생각해요. 승리기여도에서 저를 앞서고 있으니까요. 투수와 타자 부분의 승리기여도를 합친다면 저를 월등히 앞서죠. 하지만 제가 앞서는 부분도 있습니다. 타격이죠. 당연히 저는 타격만 하는 선수이므로 이건 장점이 아니지만, 팀을 승리로 이끈 결승타만큼은 제가 앞서죠.”
“확실히. 놀란 선수는 킴 선수보다 타점도 더 많고 홈런도 더 많이 쳤죠. 특히나 그 홈런들이 흔히 불리는 스탯 관리가 아닌, 대부분 팀이 지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한 방이었죠. 기자들도 이 부분을 높게 평가하고 있고요.”
놀란은 자신감을 담아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투표권이 주어진다면 저는 저 자신에 투표할 겁니다. 다만 제가 아닌 저와 성적이 같은 다른 선수가 킴과 레이스를 펼쳤다면? 킴에게 투표했을 거고요.”
“답변 감사해요. 킴은요?”
둘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은 도진은 즉시 대답했다.
“일단 놀란에게 인정받아서 기분은 좋네요. 저 역시도 놀란은 한 시대에 획을 그을 만큼 훌륭한 기록을 세웠다고 생각합니다. 30홈런과 100타점을 쳤잖아요? 첫 메이저리그 풀 타임에서 이미 강타자임을 증명해 냈어요. 물론 투표권이 제게도 주어진다면 전 저를 뽑을 거예요. 타격에서 뒤지지만, 세이브는 40개를 올렸으니까요. 투타 겸업. 이거 사람이 할 일이 못 돼요. 힘들어 죽겠어요.”
놀란은 큭 웃음을 참지 못했다.
“둘 중 하나는 포기해라. 투수만 해. 타자만 하던가. 치사하게 둘 다 해서 승리기여도 잔뜩 뻥튀기 치지 말고.”
“남자가 한번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썰어야지. 난 이 길을 쭉 고수할 거다.”
캐서린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마지막으로 각오나 한 말씀씩만 해주시겠어요?”
“이번 경기 기필코 이길 겁니다. 그래서 이 욕심쟁이 놈의 코를 납작하게 눌러줄 거고요. 아무리 생각해도 다 가져가는 건 불공평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적어도 하나는 빼앗아 와야 하지 않겠어요? 그리고 그렇게 될 겁니다.”
놀란의 대답 직후 도진의 대답이 나왔다.
“욕심쟁이라…… 제가 원래 욕심을 부리는 성격은 아니지만, 이번만큼은 그 욕심을 부려보려고요. 놀란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이번에 이기는 건 제가 될 겁니다.”
대답 직후 도진은 놀란과 악수를 했다.
그 사진을 끝으로 인터뷰는 마무리됐다.
* * *
경기를 앞두고 커뮤니티는 시끌벅적했다.
양키스나 에인절스 팬들은 팀 승리에 더욱 초점을 맞췄지만, 타 팀 팬들은 어떤 선수가 더 우위에 있는지 토론을 나눴다.
-이번 신인왕 예정자 둘은 살벌하네.
새로운 타격 천재의 놀란이냐.
현 메이저리그 유일한 투타 겸업인 킴이냐.
두 선수 모두 환상적인 활약을 펼쳐서 누가 우위에 있다고 말하기 힘들다.
└성적만 놓고 봤을 땐 킴이 더 낫지. 신인왕은 성적으로 뽑는 거다.
└성적으로 뽑는 건 맞는데, 놀란이 킴에 비해 부족한 게 있나? 데뷔 첫해부터 30홈런을 때렸다고? 이건 마이크 트라웃이 달성한 첫 풀 타임 시즌 30홈런과 맞먹는 기록이야!
└그건 인정. 그것도 모자라 놀란은 그때의 마이크 트라웃보다 1살 더 어려. 난 놀란이 받아도 이상할 게 없다고 본다.
└나도 동의한다. 한 시대를 풍미한 브라이스 하퍼나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도 데뷔 첫 풀타임 시즌에서 30홈런을 때리지 못했어. 그러니 저 30홈런은 상징성이 있지.
└그럼 킴은 상징성이 없냐? 데뷔 시즌에 20개의 홈런에 40개의 도루. 거기에 40세이브를 올렸음.
└투타 겸업 덕분에 승리기여도도 지금 메이저리그 1위임. 메이저리거 통틀어서 1위야.
└그러니 놀란이 신인왕 따야지.
└이건 또 뭔 개소리냐?
└킴은 MVP 주자고. 놀란 신인왕 주고.
└아하? 그건 괜찮은데?
└근데 MVP는 너무 갔어. 올 시즌 포텐 터진 선수들이 너무 많아. NL은 에스리우스 로자리오가 유력하고 AL은 1점대 방어율을 기록한 조이 히메네즈도 후보지. 거기에 올 시즌 53홈런으로 홈런왕을 달성한 아자네스 코네오도 있고.
└난 솔직히 신인왕은 관심 없다. 그보다 양키스와 에인절스가 어떤 경기를 펼칠지가 더 기대됨.
└동의. 둘은 팀 내 제일 기여를 많이 한 선수야. 여기서 이기는 쪽이 실력적으로 확실하게 우위를 가져갈 수 있겠지.
└신인왕은 아무래도 팔이 안으로 굽는 법. 기록상 킴이 놀란에게 밀릴 건 없지만, 놀란이 신인왕을 받아도 이상할 건 없어. 대신 승패는 다르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황금세대라고 불렸던 2036년 드래프트 중에서도 머리가 누구인지 알게 될 테니까.
└응원하는 팀이 떨어져서 다른 경기는 별 관심 없는데. 앞으로 메이저리그를 이끌어갈 두 선수의 맞대결이라 무조건 본방 사수한다.
다수의 이목이 쏠린 가운데 대망의 경기 날이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