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282)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 282화(282/400)
경기에 앞서 배팅 훈련을 끝내고 케이지를 벗어난 도진에게 호세가 다가왔다.
“어이. 뭐 이렇게 한가롭게 있어?”
도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한가롭긴요. 저 방금 연습 배팅 끝내고 왔는데요?”
“연습 배팅 끝나면 할 일이 끝나냐?”
도진은 살포시 미간을 구겼다.
“그럼요?”
“팀원들이 힘낼 수 있도록 북돋아 줘야지.”
도진의 눈동자가 팽창했다.
“네?”
“들었잖아?”
“듣긴 들었죠. 그런데 정확히 무슨 말씀인지는 모르겠어요.”
호세는 혀를 찼다.
“쯧쯧. 이래서 앞으로 에인절스를 이끌어 갈 수 있겠냐?”
“예를 들어주세요. 팀을 위한 거라면 뭐든 할 테니까.”
호세는 만족스럽다는 미소를 띠었다.
“오늘 선발 출전하는 선수들 일일이 찾아가서 대화나 좀 나눠.”
“무슨 대화요?”
“그냥 뭐…… 그걸 왜 나한테 물어?”
“호세가 하라고 했잖아요.”
“지금 다들 긴장하고 있을 테니 긴장이나 좀 풀어주라고. 앞서 말했듯이 힘을 북돋아 주면 더 좋고.”
“뭐든 괜찮아요?”
“어.”
“정말요? 건방지진 않을까요?”
호세는 한숨을 내쉬었다.
“건방지긴. 오히려 고마워할 거다. 팀의 주축은 원래 그래야 하는 법이야.”
“그러면 호세나 벨이 하는 게 아무래도 나을 것 같은데요? 벨이야 주장이고, 호세는 부주장이자 레전드잖아요.”
호세는 도진의 등짝을 후려쳤다.
“거참 말 많네! 하라면 가서 해!”
“알았어요.”
도진은 호세의 명령을 따르고자 자리를 떴다.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호세는 씨익 웃었다.
“네가 해야만 한다.”
지금 도진은 누가 뭐래도 에인절스의 주축이다.
‘쉽게 말하자면 심장이지.’
현 에인절스 선수들은 전부 그를 믿고 따랐으니까.
‘나와 벨보다 더.’
그러니 그가 직접 선수들에게 힘을 실어준다면?
에인절스는 원정에서만 3연전을 치른다.
원정인 만큼 부담감도 증폭하는데 2패면 그대로 탈락한다.
‘지금 필요한 건 정신적 지주야. 애송이 네가 직접 나선다면 다들 없던 힘도 쥐어 짜내겠지.’
* * *
도진은 타격 훈련을 방금 끝내고 나온 제롬과 라이언에게 먼저 다가갔다.
트레이드로 에인절스로 오게 된 저들은 아무래도 본래 에인절스를 지켰던 선수들보다는 대화를 걸기 편했다.
“오늘 타격감들이 좋네요.”
제롬과 라인언은 갑작스레 들려온 목소리에 움찔 놀란 듯한 반응을 보였다.
“어휴. 깜짝이야.”
“애 떨어지는 줄 알았어.”
도진은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반응을 보아 진짜로 긴장되나 보네.’
그러니 호세의 조언은 틀리지 않았다.
도진은 팀의 승리를 위해서 용기를 내겠다며 눈을 빛냈다.
“평소처럼만 해주세요! 그럼 이기는 건 저흽니다.”
도진은 팔을 반쯤 들어 올렸다.
제롬과 라이언도 도진과 손을 맞잡고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다. 어떻게서든 출루할 테니 부탁할게!”
“몸에 맞아서라도 꼭 나가겠다. 불러들여 줘!”
“네. 꼭 홈으로 불러들일 테니 저만 믿으세요.”
도진은 한쪽 팔을 들어 그레그처럼 이두박근을 자랑했다.
이 행동은 미국에서 자신을 믿으라는 신호였다.
이후 도진은 켄 메논과 자렌 테일러를 찾았다.
“홈런 4개만 쳐주세요! 둘이 합쳐서 8개!”
그러고는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 마르셀로와 아돌니스에게 다가갔다.
“무슨 일이냐?”
도진을 향한 마르셀로의 질문에 아돌니스도 거들었다.
“할 말이 있나 보군.”
도진은 고개를 한번 가볍게 끄덕였다.
“저 이기고 싶어요.”
마르셀로는 씨익 웃었다.
“이기고 싶은 건 우리도 마찬가지야. 그러려면 선봉장인 네가 잘해야겠지?”
아돌니스도 거들었고 도진은 즉답했다.
“출루만 해다오. 우리가 불러 들여주마.”
“100% 출루할 테니 믿을게요.”
도진이 자리를 뜨자 다시 둘만 남게 된 마르셀로와 아돌니스의 눈썹이 꿈틀댔다.
“크게 될 아이야.”
“이미 큰 것 같은데.”
“저기서 더 크겠지. 어쨌든 광경이 좀 웃기긴 하네. 루키가 돌아다니면서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어 준다니.”
“동의한다. 어쨌든 저 아이는 사람을 바꾸는 마술을 부리니 이상할 건 없지만.”
“태업했던 옛 기억이 떠오를 때마다 부끄럽더라.”
“그건 나도 마찬가지지. 지금은 왕관을 쳐다도 보지 않아서 마음이 편하다.”
한편, 도진은 방금 막 배팅 케이지를 벗어난 윌리엄에게 다가가 주먹을 내밀었다.
윌리엄과는 가끔 저녁 식사도 함께 먹는 사이였기에 불편함 따위는 없었다.
“윌리엄. 오늘 힘내 보죠.”
윌리엄은 도진이 내민 주먹을 툭 쳤다.
“최선은 다해볼게. 이겨서 올라갔으면 좋겠다. 내게는 생에 첫 포스트시즌이거든.”
“저도예요. 같이 힘내 봐요. 첫 포스트시즌을 위해서.”
“너만 믿고 간다.”
“본인을 믿으세요! 저한테 부담 떠넘기지 마시고.”
윌리엄은 한숨을 내뱉었다.
그 한숨에는 지금껏 몸을 무겁게 만든 긴장이 전부 뿜어져 나왔다.
멀찍이 도진을 지켜보던 호세의 광대가 꿈틀댔다.
‘쯧쯧. 저렇게나 잘할 거면서.’
도진이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선수들의 표정을 보면 쉽게 유추해 볼 수 있었다.
팀이 아직 어색한 선수들에게는 자신을 믿으라고 했고.
그 외 팀에 오래 있었던 선수들에게는 믿겠다고 했겠지.
도진은 호세에게 다시 돌아갔다.
호세는 엄지를 치켜세웠다.
“잘했다. 선수들 표정이 밝아졌네.”
호세는 너스레를 떨었지만, 도진은 표정을 굳혔다.
“호세. 우리 무조건 이겨야 해요.”
“이 자식. 가만 보면 참 커리어에 욕심이 많단 말이지?”
“선수로서 당연한 거잖아요?”
“그건 그렇지. 그리고 그렇게 바뀌는 게 맞고.”
“저를 위해서만은 아니에요. 호세도 기필코 플레이오프에 진출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잖아요.”
호세는 미소를 거뒀다.
“기억하고 있었냐?”
“당연하죠. 아들을 위해서라도 죽기 살기로 뛰세요.”
도진은 자칫 딱딱해질 수 있는 분위기를 장난기 섞인 대화로 능숙하게 풀었다.
반대로 호세는 눈에 불을 켰다.
“이제는 하다 하다 명령까지 하네? 네가 그렇게 말 안 해도 이미 목숨 걸었어! 임마!”
“그럼 다행이고요.”
“에휴. 커도 너무 컸어. 내년 생각하니 벌써 피곤하네. 쯧쯧.”
“이랬다가 저랬다가. 조금 전에는 바뀌라면서 이제는 또 뭐라고 하시네.”
호세는 고개를 떨구며 양 손바닥으로 얼굴을 감싸더니 쓸어내렸다.
“어쨌든. 와일드카드전은 쉽지 않을 거다. 알지?”
“더군다나 양키스 원정이니까요.”
“잘 아네. 특히 너나 나나 걸린 게 많아서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어. 넌 더군다나 경험도 없잖아?”
“호세도 15년이 메이저리거였지만, 플레이오프 경험은 많지 않았잖아요. 한 번?”
“끄. 아픈 곳을 찌르네. 그런데 표정을 보니 넌 별로 긴장한 것 같지 않다?”
도진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선수들과 대화를 나눴더니 긴장이 싹 풀렸어요. 호세도 해보세요.”
“싫어. 귀찮아.”
도진은 호세의 반응을 예상했기에 더는 말을 잇지 않았다.
‘상관없지. 호세는 긴장 따윈 안 할 테니까.’
병원에 있는 아들을 위해서 그 누구보다 죽기 살기로 뛸 테니까.
‘그리고 나 역시도.’
걸린 게 너무 많았고, 놓치고 싶지 않았다.
* * *
양 팀 선수들은 시합을 앞두고 정렬했다.
[양키스와 에인절스, 에인절스와 양키스의 와일드카드전이 이제 시작을 앞두고 있습니다!] [정말 기대되는 경기죠? 설문조사에서 70%가 넘는 메이저리그 팬들은 이 맞대결을 보겠다고 했어요. 그만큼 정말 핫한 경기죠.] [특히나 에인절스에겐 더 뜻깊잖아요?] [아무래도 그렇죠. 양키스야 늘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팀이죠. 하지만 에인절스는 아닙니다. 마지막 10년이 그들의 마지막 플레이오프였으니까요. [그럼 먼저 에인절스의 라인업부터 살펴보시죠.]1. 도진 킴 3B.
2. 마르셀로 무냐. LF.
3. 아돌니스 로드리게스. C.
4. 호세 로드리게스. DH.
5. 켄 매논. SS.
6. 자렌 테일러. 1B.
7. 라이언 스미스. CF.
8. 제롬 블랙. RF.
9. 윌리엄 바스테스. 2B.
P. 벨 조이스.
[그리고 이에 맞서는 양키스 라인업입니다.]1. 조든 톰슨. LF.
2. 놀란 카브레라. SS.
3. 아이작 그린. 1B.
4. 자비에 브룩스. DH.
5. 칼렙 블룸. C.
6. 메이슨 윌리엄스. RF.
7. 노아 잭슨. 2B.
8. 아미르 데이비스. 3B.
9. 아드리안 파커. CF.
P. 보르네오 바라보사.
[먼저 선발 투수입니다. 예상했던 대로 두 1선발이 등판합니다.] [벨 조이스. 올 시즌 15승 8패 방어율 2.72. 굉장히 훌륭한 성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전히 90마일 후반대를 던지는 그의 패스트볼은 위력적이며 체인지업, 슬라이더 그리고 커브를 섞어 타자들을 요리합니다.] [늘 3점대 방어율이었던 벨 조이스는 나이가 더 들었음에도 훨씬 더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죠. 이유가 무엇일까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유추해 보자면 팀 분위기가 바뀌었다? 분위기가 바뀌면 선수들의 기량이 덩달아 올라가는 법이니까요.] [보르네오 바라보사가 양키스의 마운드를 지킵니다. 정말 대단한 선수잖아요?] [그렇죠. 올 시즌 17승 9패. 방어율은 2.54. 조이 히메네즈만 아니었다면 유력한 사이 영 후보였을 겁니다! 평균 구속 97마일의 강속구를 던지며 변화구 각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제구 역시 뛰어나고요.] [이런 투수들을 맞서는 타자의 심정은 어떨지 상상도 가지 않습니다만 무적의 포스를 지닌 투수들을 공략할 만한 선수들은 각 팀에 있습니다. 이번 경기의 키 플레이어는 누가 될 것 같습니까?] [양키스는 2번 타자 놀란 카브레라죠. 저 어린 선수는 올 시즌 메이저리그를 밟았고 30홈런을 쳤습니다. 강속구와 변화구 대처에 매우 능하죠.] [유력한 신인왕 후보가 과연 오늘 경기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궁금하네요. 에인절스는요?] [단언 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또 다른 신인왕 후보이자 메이저리그 전체 통틀어서 WAR 1위죠. 물론 투수와 타자를 합산한 수치긴 하지만, 어휴. 그 역시도 올 시즌이 메이저리그 첫 풀 타임이란 게 믿기지 않습니다.] [팬들도 두 선수를 눈여겨보고 있어요. 아직 신인왕이 발표되지 않았잖아요?] [네. 물론 신인왕은 어디까지나 정규시즌 성적을 토대로 뽑는다고는 하지만, 저는 아마 팀을 플레이오프로 이끄는 선수가 받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말씀드리는 순간! 에인절스의 킴. 타석에 들어섭니다!] [표정 한번 보십시오. 그 누가 저 선수를 신인으로 보겠습니까?]도진은 껌을 질겅질겅 씹어대며 타석에 들어섰다.
제일 먼저 심판에게 꾸벅 인사를 건넸고.
타석에 들어서서는 빙글빙글 돌린 배트를 앞으로 겨눴다.
“와라!”
양키스 선수들은 마른침을 꼴깍 삼키며 자신감이 넘치다 못해 흐르는 도진을 노려봤다.
덕분에 에인절스 선수들은 흘러넘치는 도진의 자신감을 그대로 흡수했다.
무거웠던 공기의 흐름을 단번에 뒤집어 버리자 해설들은 열광했다.
[감히 장담해 보겠습니다. 오늘 메이저리그는 차세대 슈퍼스타를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