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284)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 284화(284/400)
무사 2루.
에인절스가 선취점을 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
타석에 선 마르셀로는 침이 바짝바짝 말랐다.
‘기회이긴 한데…….’
막상 투구를 눈앞에서 지켜본바 점수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그만큼 투수는 대단한 공을 던졌으니 말이다.
마르셀로는 2루에 나간 도진을 경이롭게 쳐다봤다.
‘이걸 어떻게 쳤지?’
그것도 모자라 공을 끝까지 지켜본 후 풀 카운트에서?
3구를 맞이한 마르셀로의 스윙은 허공을 갈랐다.
“스트라이크!”
젠장.
마르셀로는 애꿎은 배트를 움켜쥐었다.
선두 타자가 2루를 밟고 있었으므로 타점을 올릴 찬스라고 생각했다.
도진에게는 매우 쉬워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기준점이 달랐다.
그에게 쉬워 보인다고 다른 선수들도 그러리라는 법은 없었으니까.
‘상대는 양키스의 1선발.’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이런 마음가짐은 마르셀로의 자신감을 앗아갔고.
퍼억.
“스트라이크 아웃!”
마르셀로는 대기 타석에서 대답을 기다리던 아돌니스를 향해 한숨을 내쉬었다.
“미안하다. 근데 돌덩이가 날아오는 기분이다.”
아돌니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타석에 들어섰다.
돌덩이 같다.
그만큼 타석에 섰을 때 느껴지는 구위와 구속이 수준급이라는 뜻이겠지.
더욱이 야구 경력과는 별개로 에인절스에서 오래 뛰었던 선수라면 포스트시즌이나 와일드카드전 경험이 적다.
반면 양키스 선수들은 아니다.
밥 먹듯이 경험해 본 저들은 자신들보다 우위를 점했다.
타석에 들어선 아돌니스는 초구를 맞이했다.
강력한 패스트볼이 한복판에 완벽히 꽂혔다.
“스트라이크!”
아돌니스는 이를 갈며 투수 너머로 도진을 힐끗 쳐다봤다.
절로 한숨이 뿜어져 나왔다.
‘불러들인다고 약속했는데.’
쉽지 않을 것 같다.
2구. 공은 던져졌다.
아돌니스의 배트도 나왔다.
따악!
둔탁한 소리.
완전히 먹혀버린 타구는 중견수의 키를 넘기지 못했다.
아돌니스는 실망을 가득 품은 채로 다음 타자 호세에게 나지막이 읊조렸다.
“구위가 상당해서 힘으로 누르기 쉽지 않을 것 같은데…….”
호세는 고개를 한 번 고개를 끄덕이더니 아돌니스의 어깨를 도닥여 주고는 타석으로 이동했다.
타석에 들어서서는 타격 자세를 잡고 어금니를 꽉 물었다.
‘확실히 쉽지 않아 보여.’
그래도 해야만 한다.
도진은 에인절스의 막내. 그런데도 제 역할을 다해주고 있었다.
그러니 경력이 차다 못해 넘쳐흐르는 자신들이 이렇게 손쉽게 물러서게 된다면?
‘오늘 경기 못 이겨. 아니. 이번 시리즈 이길 수 없다.’
기필코 해결해야만 한다.
1회에 선취 득점으로 에인절스도 충분히 할 수 있는 팀이라고 증명해야만 한다.
‘적어도 네게는 말이다.’
호세의 눈동자에는 도진의 전신이 비쳐 있었다.
이 팀이 더 높게 올라가기 위해서는 누구보다 도진이 더 많은 찬스를 만들어줘야 했으니 말이다.
반대로 여기서 점수를 내지 못한다면. 활활 넘치는 도진의 의욕을 한순간에 앗아갈 수도 있다.
하지만 점수를 내기가 말처럼 쉬운가?
초구. 2개의 아웃카운트를 내리 잡고 여유를 되찾은 투수의 투구는 날카로웠다.
쉽사리 치지 못하는 바깥쪽 낮은 코스에 정확히 꽂혔다.
퍼억!
“스트라이크!”
2구. 완벽한 바깥쪽 하단으로 향하던 투구는 힘을 잃고 바닥으로 떨어졌지만.
같은 구종이라고 오해했던 호세의 배트는 허공을 갈랐다.
퍼억.
“스트라이크!”
두 번의 스트라이크 콜에 호세의 미간이 와락 구겨졌다.
‘젠장. 말도 안 되는 공을 던지네.’
타격 능력만큼은 자신을 웃도는 마르셀로와 아돌니스도 속수무책으로 물러섰는데.
‘내가? 할 수 있을까?’
도진을 위해서라도 선취점을 올리겠다는 호세의 기세가 꺾이기 시작했다.
이를 알아본 도진의 미간이 잔뜩 구부려졌다.
‘젠장. 더 흔들어놨어야 했어.’
투수가 저렇게 빠르게 회복하리라고는 예상 밖이었다.
이럴 줄 알았다면 모험을 걸어서라도 3루를 훔쳤을 것이다.
이 또한 큰 시합에 대한 경험이 부족해서였다.
문뜩 번뜩임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점수를 낼 작전이 하나 떠올랐지만 도진은 성급히 고개를 저었다.
0-2. 유인구 타이밍이다.
그러므로 3루를 훔칠 절호의 기회일 수도 있다.
하지만 2사 2루나 2사 3루나 거기서 거기다.
어차피 안타 하나면 홈을 밟을 수 있었으니까.
대신 도진의 작전은 그저 3루를 훔치는 것이 아니었다.
3루에 도달하면 남은 베이스는 홈밖에 남지 않는다.
그리고 주자는 홈까지 훔칠 수 있었으니까.
‘굳이 모험을 걸지 말자. 지금은 때가 아니야. 호세를 믿자. 그게 맞아.’
자신이 그런 행동을 한다면?
팀을 못 믿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양키스는 혼자서 이길 수 없었으니까.
‘그러니 팀을 믿는다.’
호세는 해줄 것이다.
도진은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동자로 호세를 굳건히 쳐다봤다.
호세는 어디선가 자신을 녹일 듯이 쳐다보는 시선에 전신이 움찔했다.
다가오는 시선을 따라가 보았다.
도진이 자신을 노려보고 있다.
그제야 호세는 피식 웃었다.
‘그래. 무조건 해결해 주마.’
호세는 머리를 빠르게 굴렸다.
‘무실점으로 위기를 넘길 수 있는 상황이니 지금 당장은 유인구야. 문제는 그다음인데.’
퍼억.
예상대로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난 체인지업은 볼이 되었다.
카운트는 1-2.
변화구가 하나 더 날아오느냐. 아니면 승부냐.
호세는 결단을 내렸다.
‘나는 애송이 너처럼 보고 치는 데 능하지는 않아.’
대신 어떤 공이 날아오는지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면?
‘어떤 1선발보다 힘만큼은 내가 앞선다.’
4구. 공은 던져졌다.
동시에 호세는 배트를 휘둘렀다.
‘패스트볼이다.’
충분히 유인구로 타자의 눈을 현혹할 수 있지만, 배터리는 그러지 않을 것이다.
아니. 못할 것이다.
도진이 아직도 2루에 나가 있었으니까.
만약 주자가 없었다면 모를까.
배터리는 저 골칫덩이를 빨리 더그아웃으로 보내고 싶겠지.
따-악!
경쾌한 타구음과 동시에 타구는 2루수 키를 넘겼고.
이미 스타트를 끊은 도진은 3루를 돌아 홈을 밟았다.
1:0. 에인절스는 선취점을 내며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 * *
이후 에인절스는 후속 타자 불발로 선취점을 낸 것에 만족했다.
그리고 돌아온 공수교대.
도진은 더그아웃으로 돌아오는 호세를 향해 손바닥을 펼쳐 건넸다.
“나이스 안타! 정말 멋진 타구였어요!”
호세는 히죽 웃고는 호세와 하이 파이브를 나눴다.
도진은 지금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려고 노력하는 것이 눈에 보였기 때문이다.
아무리 상대 선발 투수가 강하다고 한들.
분위기를 뒤에 엎은 선수들은 타석에서뿐만이 아니라 수비에서도 힘을 내줄 테니까.
호세는 이대로 만족하지 않았다.
“양키스 홈에서 양키스를 상대로 1회에 점수를 냈다. 조금만 더 힘내서 이겨보자!”
선수들은 일제히 환호를 내지르며 분위기를 더욱 끌어올렸다.
이후 그라운드에 나간 도진은 미소를 머금었다.
‘역시. 호세는 말 안 해도 알아서 잘한다니까?’
어떻게서든 이긴다.
‘양키스를 잡고 디비전 시리즈로 올라가는 건 우리 에인절스다.’
한편, 마운드에 혼자 남게 된 벨 조이스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 즉시 복잡 미묘한 감정들이 스며 들어왔다.
‘얼마 만이냐.’
이런 무대에 와본 기억이.
기억을 조금 더 더듬어 보자면 정확한 날짜를 알겠지만, 뭐 자랑이라고.
‘굳이 기억하고 싶지는 않네.’
대신 그만큼 부담감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1:0이다.
앞서나가고 있었지만, 여유는 없었다.
일단 원정 경기임이 제일 크다.
두 번째는 1선발이라는 부담감이었다.
여기서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게 된다면?
에인절스는 뒤가 없을 것이다.
원정 3연전에서 적어도 첫 번째 경기를 잡아야지만,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확률이 더 높아진다.
‘내가 해내야만 한다.’
하지만 쉽지 않다.
나이 때문에도 있었다.
이제 30대 중후반을 넘겨 체력도 떨어질 대로 떨어졌고.
뭣보다 전성기 때와 비교하기 무색한 구위와 구속 때문에도 그랬다.
‘살아남고자 변화구 구사율을 늘렸지만, 이 무대에서마저 통할지는 모르겠다.’
글러브 안에서 공을 쥔 벨 조이스의 손이 파르르 떨렸다.
다행이라면 글러브를 낀 손에는 힘을 가득 주고 있었기에 양키스 선수들에게 이 감정이 새어나가지는 않았다.
1번, 우타자 조든이 타석에 들어섰다.
오늘 마스크를 쓴 선수는 아돌니스.
‘호세 놈이 리드는 더 낫지만, 놈도 늙어서.’
1회처럼 한 방이 필요한 시점을 위해서라도 힘을 비축시켜 두는 게 맞다.
초구. 사인은 몸쪽 패스트볼.
시작부터 상대의 기를 죽여놓겠다는 사인.
와인드업 후 공을 던진 벨 조이스는 미간을 찌푸렸다.
포수가 요구한 코스보다 더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퍼억.
“볼!”
아돌니스는 쥐도 새도 모르게 고개를 살짝 갸웃했다.
벨 조이스도 글러브로 입을 가리며 이빨을 드러냈다.
공을 건네받은 벨 조이스는 다시 한번 몸쪽을 향해 패스트볼을 던졌지만.
퍼억.
“볼!”
다시 한번 공이 빠졌다.
‘젠장. 우타자 몸쪽이 말을 듣지 않는다.’
벨 조이스는 순간 머리가 지끈거렸다.
원래 투수는 가끔 영점이 제대로 잡히지는 않는다.
다만 지금까지의 경험은 거짓이 아니다.
이번 이닝만 어찌어찌 넘기면 바깥쪽 영점은 결국 다시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번 이닝이야.’
동료들이 힘들게 1점을 올려주었다.
그런데 여기서 실점하게 된다면?
기껏 힘들게 가져온 분위기를 고스란히 넘겨주게 된다.
‘한번 넘어간 분위기는 좀처럼 되돌아오지 않겠지.’
그런데 기필코 막아내야만 하는 지금. 투수에게 중요한 로케이션이 말을 듣지 않는다.
때마침 아돌니스에게서 사인이 나왔다.
바깥쪽 패스트볼.
한복판으로 던진다면 화를 치를 테니 선택지 따위는 없었다.
3구.
퍼억.
“스트라이크!”
벨 조이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저쪽은 말을 듣는군. 이번 이닝은 어떻게서든 저 코스로 승부해서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무리할 수밖에 없겠어.’
4구는 슬라이더.
한복판으로 향하던 투구가 홈플레이트에서 크게 꺾이더니 바깥쪽에 걸치며 헛스윙을 유도했다.
“스트라이크 투!”
2-2.
카운트를 같게 마쳤지만, 안심할 때는 아니었다.
이쯤 되면 상대도 의심은 해볼 터.
‘바깥쪽을 노릴 것 같은데?’
아돌니스의 생각도 같았다.
아직 2-2. 볼넷까지는 카운트에 여유가 있었기에 몸쪽을 요구했다.
공은 던져졌다.
그 즉시 벨 조이스의 미간이 와락 구겨졌다.
97마일에 육박하는 투심이지만 한복판으로 향했기 때문이다.
타자의 배트가 나왔다.
따-악!
스위트 스폿의 미세하게 아랫부분에 맞았다.
‘젠장.’
벨 조이스는 다급한 마음으로 타구를 쫓았다.
이 타구가 외야까지 흘러간다면 시작부터 2루타를 맞고 시작할 만한 코스였기 때문이다.
그런 위급한 상황임에도 벨 조이스의 입꼬리가 치솟았다.
3루수 도진이 몸을 날리는 모습이 제일 먼저 시야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폴짝 날아올라 쭉 내민 글러브 안으로 타구가 쏘옥 들어갔고.
“아웃!”
이내 몸을 벌떡 일으키더니 벨 조이스를 향해 아이 같은 미소를 띠었다.
결국 벨 조이스는 웃음을 터트렸다.
“큭큭큭. 크하하.”
잊고 있던 사실이 떠올라버렸으니 어찌 기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지금 에인절스의 3루를 지키는 선수는 신인왕은 물론.
골든 글러브까지 유력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