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285)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 285화(285/400)
도진은 환상에 가까운 수비를 선보였다.
총알 같은 타구를 단숨에 낚아채자, 관중들의 입에선 아쉬움 가득한 탄성이 쏟아져 나왔다.
“아…….”
타자, 그리고 양키스 더그아웃도 주먹을 불끈 쥐거나 눈을 질끈 감아 아쉬움을 표출했다.
안타를 확신했던 타구가 아웃으로 둔갑했으니 그럴 수밖에.
대신 양키스 구장에서 도진의 활약에 환호하는 이들이 있었으니.
그라운드를 지키는 선수들.
그리고 더그아웃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이들이었다.
도진의 수비가 나오자마자 숨이 턱 막혔다.
그만큼 어려운 타구를 멋지게 처리했기 때문이다.
정신이 돌아올 때쯤.
호세는 분위기를 더욱 끌어올리겠다고 솔선수범했다.
“Oh my God~”
흑인 특유의 은율 넘치는 목소리와 함께 재빨리 무릎과 허리를 낮추며 양팔을 좌우로 크게 뻗었다.
호세의 행동을 단번에 이해한 에인절스 선수들은 씨익 웃고는 앞으로 뛰쳐나가겠다는 시늉을 했고.
호세의 팔에 가로막혀 나갈 수 없는 그림이 그려졌다.
이 퍼포먼스는 농구나 야구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같은 선수가 보기에도 너무나도 멋진 장면일 때 당장에라도 이 기쁨을 표출하고자 그라운드로 뛰쳐나가겠다고 시늉한 것이며.
그나마 팀 내 고참 선수가 흥분한 다른 선수들을 자제시키는 이 퍼포먼스는 미국에서 꽤 유행한다.
그리고 이런 퍼포먼스는 팀의 분위기를 살리는 데 아주 큰 영향을 끼친다.
당연히 이 장면은 카메라에 비쳐 미국 전역으로 퍼져나갔고.
누구보다 이 광경을 좋아한 건 해설이었다.
그들 또한 농담 섞인 어조로 너스레를 떨었다.
[어휴. 호세가 없었다면 경기가 지연될 뻔했습니다. 선수들이 단체로 그라운드로 뛰쳐나갈 뻔했어요! 그만큼 대단한 수비였잖아요?] [그러니까 말입니다! 저 역시도 순간 뛰쳐나갈 뻔했거든요? 물론 메이저리그에서는 충분히 보일 법한 장면이지만, 지금은 정규 시즌이 아닙니다. 둘 중 한 팀은 떨어져야만 하는 와일드카드 전이에요! 그런데 저런 멋진 수비를 한 선수는 올 시즌 첫 풀 타임을 뛰고 있는 킴입니다!] [킴의 수비가 대단한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죠. 스카우팅 리포트부터 아주 남달랐죠. 마치 외계인과도 다름없는 최고 수준의 수비 능력이었으니까요.] [그렇습니다. 물론 킴만큼이나 수비를 잘하는 선수들은 몇 있습니다만. 대신 그들 역시 연차가 쌓이면서 경험을 얻게 되어 수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줄 뿐. 저렇게 신인 시절부터 환상적인 수비 퍼포먼스를 보여주지는 못합니다.] [특히나 킴은 골든글러브 후보로도 유력하잖아요?] [말해 뭐합니까? 신인왕이야 선택지가 갈릴 수 있다고 해도, 아메리칸리그 3루수 골든글러브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아무도 이견은 없을 겁니다.] [방금 타구가 빠졌다면 에인절스는 힘들게 잡은 분위기를 양키스로 다시 넘어갔겠지만, 강제로 틀어막았어요. 경기 어떻게 흘러가리라 보십니까?] [말씀해 주신 그대롭니다. 만약 이 타구가 빠졌다면? 그래서 득점으로 연결됐다면? 오늘 에인절스는 끌려갈 확률이 높았겠죠. 물론 양키스도 아직 희망은 있습니다. 이닝이 끝난 것은 아니고 이번 회에 따라갈 수 있다면 다시 분위기를 가져갈 수 있을 테니까요. 더군다나…….]놀란 카브레라.
그가 유유히 타석에 들어서는 모습에 해설들은 깜짝 놀랐다.
[차세대 캡틴 아메리카. 타석에 들어섭니다.] [2036년 드래프트는 역사상 미국 최고의 황금 세대라는 말이 있고 인정은 합니다만. 저 선수를 보십시오. 팀이 뒤지고 있음에도 표정에 여유가 넘쳐요. 마치…… 1회 초. 킴을 보는 것 같습니다.] [또 다른 차세대 슈퍼스타 놀란 카브레라. 그가 양키스에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 줄지!]* * *
좌타석에 들어선 놀란의 광대가 꿈틀댔다.
그는 투수를 한번 힐끗 쳐다보고는 곧바로 3루 베이스로 시선을 돌렸다.
도진의 전신이 눈동자에 담기자 결국 놀란의 입꼬리가 치솟았다.
‘역시…… 넌 언제나 내 앞길을 막는구나.’
하지만 도진이 밉지는 않았다.
고등학교 시절이라면 모를까.
이미 도진은 자신과 동등한.
아니. 조금 더 앞서나가고 있었으니 말이다.
태어나서 유일하게 인정을 한 상대다.
그렇기에 그가 앞서나간다고 한들 딱히 상관없었다.
놀란의 솟아오른 입꼬리가 언제 그랬냐는 듯. 순식간에 제자리를 되찾았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2위를 할 생각은 없다.’
도진을 넘어서겠다.
어느 순간 목표가 생겼다.
그 목표는 오늘. 조금 더 미뤄진다고 해도 이번 3연전 안이 될 것이다.
‘내가 그렇게 만들 테니까. 친구야. 이번 시즌, 네 목숨줄을 끊는 건 나다.’
놀란은 배트를 움켜잡았다.
정규 시즌과 다른 와일드카드전이라고 부담이 되지는 않았다.
도진을 이기겠다는 투쟁심이 더 컸으니 말이다.
‘후우.’
놀란은 심호흡을 내뿜고 타격 자세를 잡았다.
타격 자세에 들어선 놀란에게서 어떠한 떨림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도진과는 다르게 믿는 구석이 있었으니까.
이곳은 양키스 스타디움.
적어도 이 공간만큼은 자신들이 주인이었다.
또한.
‘저 대 투수의 제구가 말을 안 들어.’
벨 조이스.
에인절스의 1선발이 1회 제구에 애를 먹고 있다.
비웃는 건 아니다.
올해 사이 영 수상이 유력한 조이 히메네즈라도 이 무대라면 그랬을 테니까.
그만큼 떨지 않는 도진이 규격 외일 뿐, 벨 조이스가 잘못된 건 아니다.
야구는 원래 상대의 약점을 후벼파는 게 정석.
‘몸쪽으로 날아오면 스트라이크. 멀어 보이면 참으면 된다.’
초구.
멀어 보이는 투구에 놀란은 배트를 휘두르지 않았다.
퍼억.
“볼!”
2구.
다시 한번 먼 코스로 공이 날아왔고.
놀란은 어떤 미동도 없이 공을 흘려보냈다.
퍼억!
“볼!”
심판의 콜에 가라앉은 놀란의 입꼬리가 다시 치솟았다.
그 때문에 에인절스 배터리 벨과 아돌니스의 등골이 오싹해졌다.
아돌니스는 서둘러 몸을 일으켜 벨에게 공을 던지고는 표정으로 물었다.
‘젠장. 읽힌 모양이다.’
공을 건네받은 벨 조이스도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것 같군.’
‘어쩔래? 루는 비어 있다. 이 타자. 예사 놈이 아니야.’
벨 조이스는 고개를 살짝 저었다.
‘승부해야만 한다. 1선발이 두렵다고 도망가는 피칭을 하는 순간 이 경기 이길 수 없다.’
아돌니스는 결국 고개를 끄덕이며 몸쪽 패스트볼 사인을 냈다.
벨 조이스는 즉각 와인드업했다.
몸쪽 낮은 코스로 향하는 패스트볼.
다행이라면 저 코스로의 제구는 완벽했기에 배터리의 생각이 일치했다.
‘휘두른다 한들 쉽게 치지 못한다!’
하지만 배터리의 예상을 일순 밟아버리는 놀란의 배트에는 망설임 따위 없었다.
낮은 코스로 날아오는 패스트볼을 향해 걷어 올리는 어퍼 스윙을 선보였고.
최선을 다해 던진 투구의 구속은 99마일이었음에도 배트의 스위트 스폿에 정확히 얹혔다.
따–악!
맞는 순간 관중석에서는 환호가 쏟아져 나왔다.
대신 그라운드에 나간 에인절스 선수들은 대부분 고개를 숙였고.
더그아웃에서 지켜보던 에인절스 선수들의 희망을 앗아갔다.
타구는. 담장을 훌쩍 넘어갔다.
2루 베이스를 통과한 놀란은 에인절스 선수 중 유일하게 고개를 떨구지 않은 도진과 눈이 마주쳤고.
둘이 교차하는 즉시 서로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다.
스코어는 1:1. 아직 1회가 다 지나지 않았음에도 경기는 동률이 되었다.
* * *
[두 슈퍼스타가 1회부터 팀을 끌어 나가고 있습니다.] [정말 대단하다는 말밖에 생각나지 않네요. 다만 애써 가져간 리드를 빼앗긴 에인절스는 앞으로 힘든 경기를 펼쳐야 할지도 모릅니다.]우려와는 다르게 에인절스는 나름 잘 버텼다.
홈런으로 정신이 번쩍 든 벨 조이스는 1회를 완벽하게 틀어막고 그 기세를 2회와 3회까지 이어 나갔다.
다만 4회 선두 타자 놀란에게 다시 한번 안타를 맞았고.
진루타와 안타 하나를 추가로 맞으면 실점해 스코어는 1:2.
양키스는 4회 말에 추가점을 내며 역전에 성공했다.
하지만 에인절스는 보르네오를 완벽히 공략하지 못했다.
그는 홈에서 치러지는 경기의 익숙함을 등에 업고 호투를 펼쳤다.
두 번째 타석에서 도진은 내야 플라이로 물러섰다.
다른 타자들 역시 좀처럼 안타를 쳐내지 못했다.
전광판에 적힌 안타 숫자는 고작 2개는 1회에 나온 결과였다.
6회 초. 9번 타자부터 시작하는 에인절스의 공격.
도진은 타석에 들어서려는 윌리엄을 불렀다.
“윌리엄.”
그저 이름을 불렀을 뿐이지만, 의미를 깨달은 윌리엄은 진중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최선을 다해서 출루해 볼게.”
“네. 투수의 투구 수가 많아졌어요. 여전히 위력적이지만, 공략할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만약 공략할 시…… 알죠?”
“하나 만들어 보자.”
도진과 윌리엄은 주먹을 맞췄다.
이번 이닝이 무위로 돌아가면 양키스의 필승 불펜진을 만난다.
도진은 아랫입술을 까득 씹었다.
‘선발 투수의 투구가 이제 겨우 눈에 익기 시작했는데 투수가 바뀌면 리셋이다. 이번 이닝에 점수를 내지 못한다면 진다.’
분위기상 그랬다.
양키스는 휘어잡은 분위기를 내어줄 생각이 없었으니 말이다.
‘그나마 80구 넘게 던진 투수도 힘이 조금은 빠졌을 터.’
타석에 들어선 윌리엄은 도진과 짜놓은 여러 시나리오를 머릿속에 그렸다.
어떡해야 출루할 수 있을까.
아무리 투수가 힘이 빠졌다고 한들, 노련하기까지 하다.
쉬운 공은 절대 주지 않을 것이다.
쉬운 공이 아니라면 지금 투수를 공략하기는 힘들다.
그러니 선택할 수 있는 정답의 개수는 매우 적었다.
배터리도 긴장을 놓지 않았다.
이번 타자를 무조건 잡아야만 한다.
비록 두 번째 타석에서 도진에게서 아웃카운트를 빼앗았다 한들.
저놈은 무슨 짓을 저지를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번 타자를 어떻게서든 잡아야지만, 도진에게 온 신경을 쏟을 수 있다.
투수는 있는 힘껏 공을 던졌다.
퍼억!
낮은 코스로 날아오는 스트라이크는 칼날 같은 제구가 동반되었다.
“스트라이크!”
2구. 눈높이로 날아오는 90마일 중후반대의 패스트볼에 타자의 배트는 반사적으로 튀어 나갔다.
부웅.
퍼억!
“스트라이크 투!”
카운트는 순식간에 0-2.
그런데도 윌리엄의 눈동자에 이채가 서렸다.
‘유인구에 끌려 나가다간 결국 삼진이다.’
3구. 와인드업.
공은 투수의 손을 떠났다.
그 즉시 윌리엄은 번트 자세를 취했다.
스트라이크가 벌써 두 개다.
여기서 번트 파울이 나오면 그대로 아웃이었다.
하지만 도진의 말처럼 투수의 힘이 빠졌다고 한들 공략하기 쉽지 않다.
어디 코너를 찌르는 90마일 중후반대의 공을 갖다 맞추기 쉽던가?
그렇기에 모험을 걸었던 것.
토옥.
타구는 3루수 방향으로 데굴데굴 굴러갔다.
뛰는 선택지밖에 없었던 윌리엄은 이를 악물고 1루 베이스로 내달렸다.
어차피 파울 라인을 벗어나면 아웃이었기에 타구 따위는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
‘제발! 제발!’
얼마나 빠르게 달렸는지.
윌리엄의 머리에 쓰인 헬멧은 진동을 견디지 못해 바닥을 나뒹굴었다.
한편 투수와 포수 그리고 3루수는 라인을 탈 듯 말 듯 한 번트 타구를 쉽사리 건들지 못했다.
하필이면 번트 타구가 처리하기 힘든 어려운 코스로 향해서 그랬고.
그간의 경험으로 이대로 라인을 벗어나야지만 아웃카운트를 올릴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양 팀 선수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행운의 여신을 찾았고.
그 결과.
행운의 여신은 양키스가 아닌 에인절스를 향해 환하게 웃었다.
윌리엄이 댄 번트 타구는 라인을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6회 초. 스코어는 1:2.
무사 1루.
양키스 선수들은 타석으로 이동하는 도진의 모습에 간담이 서늘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