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287)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 287화(287/400)
[킴. 8회 말 무사 1, 2루라는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마운드에 오릅니다.] [팬들은 바로 이 그림을 기다렸을 겁니다. 킴과 놀란. 놀란과 킴. 신인왕을 다투는 두 선수의 맞대결이 성사됐습니다.] [저 역시도 기대가 됩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이 맞대결에서 심리적으로 우위에 있는 선수는 놀란입니다. 양키스 홈이고 또 주자도 두 명이나 나가 있으니까요.] [시나리오를 한번 그려보죠. 사실 8회 말. 1점 뒤지고 있는 팀은 무사 1, 2루라는 절호의 기회이니 번트로 안전하게 진루시키는 방법도 있잖아요?] [물론 그렇습니다. 하지만 놀란은 번트를 대진 않을 겁니다. 그는 이번 시즌에 번트가 없습니다.] [결국 운명의 한판 승부를 볼 수 있겠네요.] [네. 킴은 어떻게서든 놀란에게서 무조건 아웃카운트를 빼앗아 와야만 하는데 삼진, 땅볼 그리고 얕은 플라이밖에 없습니다. 발 빠른 2루 주자 아드리안은 외야 플라이라도 진루할 수 있기 때문이죠.] [긍정적인 면은 없을까요?] [아돌니스가 마스크를 벗고 호세가 서둘러 포수 장비를 착용하고 있네요. 희소식이라고 할 수 있죠.] [둘의 합이 또 굉장히 잘 맞잖아요?] [맞습니다. 킴은 올 시즌 터프 세이브 상황에서도 좀처럼 흔들리지 않았어요. 그의 블론 세이브가 고작 2개라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죠. 그 내면에는 호세가 마스크를 쓴 영향도 있겠죠. 다만 계속 걱정되는 부분을 언급하는 게 죄송스럽지만, 바로 체력입니다.] [킴은 8월부터 힘이 확실히 빠진 모습이었죠. 아무래도 투타 겸업이라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겠지만, 상대는 무자비하게 그를 무너뜨리려고 들것 같습니다.] [저 역시도 같은 생각입니다. 양키스가 1차전을 가져가면 내리 다음 경기까지 가져갈 확률이 높습니다. 지금까지의 데이터가 그래왔으니까요. 대신 에인절스 관점에서 보자면 이번 경기에서 이겨야지만 디비전 시리즈에 진출할 수 있는 희망을 연명할 수 있죠.] [두 선수의 맞대결. 아마 미국 전역이. 아니 전 세계가 지켜보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한편, 마운드에 오른 호세의 표정은 평소답지 않았다.
걱정이 잔뜩 묻어난 그의 눈썹이 높게 치켜 올라갔다.
“젠장. 상황이 매우 뭣 같네.”
도진은 볼에 살짝 바람을 넣어 불린 후 묵묵히 고개만 끄덕였다.
그 행동에 호세는 오만상을 찌푸렸다.
“긴장 안 되냐?”
“되죠. 저도 사람인데요.”
“그런데 왜 이렇게 여유가 넘치는 것 같지?”
“뭐…… 에인절스가 그렇잖아요?”
호세는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하긴. 언제나 우리의 뜻대로 흘러간 적은 없지. 그래서 다행이네. 마주하기 싫은 상황이지만 나름 평온할 수 있어서.”
도진은 피식 웃었다.
“그러니까요. 그러한 경험들이 다 피와 살이 됐죠.”
도진은 호세의 어깨 너머로 타자를 힐끗 쳐다보며 말을 덧붙였다.
“하필 제일 만나기 싫은 상대지만요.”
“번트는 없을 거다.”
“알고 있어요.”
“어떡할래?”
“믿을게요.”
호세는 한마디 크게 혼내주겠다며 숨을 들이마시다가 그저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그래. 괜히 같이 머리 쓸 필요는 없겠지. 내가 알아서 한다. 저 타자 놈 잡으려면 일반적인 방식은 힘들 것 같다.”
무엇보다 지금 도진의 체력은 완전히 회복됐다고 볼 수 없다.
시즌 내 쏟아부은 체력이 회복되려면 시즌이 아예 끝난 후 푹 휴식을 취해야만 한다.
“네. 어떤 사인이든 따를게요.”
“그래. 가보자.”
호세가 마운드를 떠나자, 도진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 즉시 놀란의 이름을 담은 팬들의 목소리가 고막을 괴롭혔다.
‘어휴. 서러워서 야구하겠나?’
도진은 관중석을 스윽 훑어보며 소수의 에인절스 팬을 시야에 담았다.
거리가 꽤 됐으므로 얼굴이 확인되지는 않았다.
그래도 저들이 누군지는 알 수 있었다.
검은색 머리카락의 남녀는 상우와 하리.
노란색 머리카락 둘은 그레그와 마이크겠지.
‘꼴사나운 모습은 보이기 싫다.’
도진은 놀란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와 눈이 마주쳤다.
그가 씨익 웃는다.
도진의 한쪽 입꼬리도 미세하게 꿈틀댔다.
‘그래. 붙어보자.’
도진은 모자를 푹 눌러썼다.
호세의 사인이 나온 것도 그때였다.
도진은 순간 당황스러운 눈빛을 띠었지만, 금세 고개를 끄덕였다.
‘호세. 정말 일반적이지 않네요.’
초구.
도진은 투구에 돌입했다.
몸쪽으로 향하는 패스트볼에 놀란의 배트도 나왔다.
따—악!
경쾌한 타구음은 쭉쭉 뻗을 것임을 알렸지만, 도진의 미소는 유지됐고 놀란의 표정은 와락 구겨졌다.
타이밍은 정확했지만, 홈 플레이트 앞에서 더욱 몸쪽으로 파고드는 투구였기에 배트의 스위트 스폿을 외면했기 때문이다.
파울.
그러므로 스트라이크.
놀란의 눈동자가 당황으로 물들었다.
‘커, 커터?’
커터가 확실하다.
우투수가 던진 패스트볼이 좌타자의 몸쪽을 더욱 파고드는 구종은 커터뿐이었다.
도진은 올 시즌 커터를 단 한 번도 구사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놀란은 도진의 포심과 투심. 그리고 체인지업에 혹시 모를 상황에 커브까지 염두에 두고 있었다.
‘젠장!’
하지만 커터일 줄이야.
물론 놀란도 도진의 커브를 본 적이 있다.
무대는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
바로 자신의 앞 타자에게 선보인 구종이었다.
놀란은 어금니를 까득 깨물었다.
‘그래. 네겐 커터까지 있었지.’
하지만 더는 새로운 건 없다.
놀란의 눈동자에 확신이 서렸다.
‘아쉽겠어. 아무리 초구 스트라이크가 중요하다고 한들. 그 구종을 마지막에 사용했다면 더 좋았을 텐데.’
그러니 이번 승부에서 이기는 건 나다.
놀란은 타격 자세를 잡았다.
한편, 도진은 호세의 사인을 읽으려고 했다.
‘초구부터 커터라니.’
놀란의 머릿속을 들여다보진 못했지만, 그와 생각이 같았다.
‘2스트라이크 잡고 나서 사용하는 게 더 나았을 것 같은데?’
도진은 성급히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 땅볼이었다면 모를까 타구가 외야로 뻗었어. 커터로 스트라이크를 잡은 것만으로 다행이겠지.’
커터를 던질 수는 있지만 밋밋했기 때문이다.
평소 선보이지 않았던 구종이라 통했던 것일 뿐.
또다시 커터를 사용하면 그때는 놀란이 놓칠 리가 없다.
이런 생각은 도진의 감탄을 자아냈다.
‘진짜 패스트볼 대응 하나만큼은 메이저리그 탑 클래스네.’
호세도 느꼈던 것인지 2구째 커브를 요구했다.
스트라이크 존을 무조건 벗어나야만 하는 유인구.
도진이 던진 커브는 스트라이크 존을 크게 외면했다.
“볼!”
1-1.
놀란은 카운트에 여유가 있었지만, 에인절스 배터리는 아니었다.
여기서 스트라이크를 잡지 못한다면?
패스트볼에 강한 놀란에게 얻어맞을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맞춰 잡는 피칭은 외야로 공이 뻗을 수도 있었으므로 여러모로 불리한 입장.
호세는 결단을 내렸다.
도진은 사인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의 손바닥은 땀으로 흥건했다.
‘체인지업.’
변화구다. 맞으면 넘어가는 그 체인지업이다.
그러니 실수 없이 던져서 스트라이크 존 앞에서 확실히 낙하해야 한다.
‘해보자.’
3구. 공은 던져졌다.
좌타자가 멀다고 느껴지는 바깥쪽으로 향하는 투구는 금세 힘을 잃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도진이 원했던 로케이션과 무브먼트.
놀란의 배트가 나오자 배터리는 미소를 머금었다.
카운트를 올릴 수 있다는 확신.
하지만 그 확신은 놀란의 개인 능력으로 전부 거짓이 되었다.
그의 배트가 홈 플레이트 앞에서 멈춰 섰기 때문이다.
호세는 다급히 꾸부린 무릎을 펴고는 1루심을 향해 손가락을 가리켰다.
하지만 1루심은 양팔을 좌우로 펼치며 돌아가지 않았다고 판단.
카운트는 2-1이 되었고 관중들은 심판의 판정에 환호를 내질렀다.
‘젠장.’
도진은 환호가 고막에 꽂힐 때마다 심장이 바늘에 쿡쿡 찔리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그만큼 중요했던 3구가 절대 원치 않았던 결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호세가 눈살을 찌푸리며 사인을 머뭇거렸다.
그의 심정을 알 수 있었단 도진도 속이 타들어만 갔다.
‘여기서 카운트를 무조건 잡아야 해.’
3-1이 된다면 패스트볼 말고 던질 구종이 없었으니 말이다.
더욱이 지금은 무사 1, 2루.
3-1에서 패스트볼만으로 놀란을 상대하기도 어려운데.
볼넷을 내준다면 무사 만루가 된다.
‘지금까지의 무사 만루 경험은 도움이 되지 않을 거다.’
그럼 결국 경험해 보지 못한 무지막지한 중압감이 자신을 짓누를 테고.
‘솔직히 이겨낼 자신은 없어.’
그러니 어떻게서든 스트라이크를 잡아야 하는 지금 호세의 사인이 나왔다.
이번에도 체인지업이었다.
도진은 즉각 고개를 끄덕였다.
패스트볼을 던지면 맞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도진은 공을 던지는 즉시 간담이 서늘해졌다.
히죽 웃는 놀란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퍼억.
“볼!”
3-1.
호세는 다급하게 오른손으로 왼쪽 어깨부터 팔 그리고 손목을 짚었다.
‘미안하다. 이제는 패스트볼을 던져야 한다. 걸어내보내서는 안 된다. 맞더라도 승부해야 해.’
도진 역시 카운트가 몰리자, 정상이 아니었다.
시야가 순간 흐려져 서둘러 눈을 모았다.
호세는 다시 한번 같은 사인을 보냈다.
그제야 호세의 사인을 확인한 도진은 깊은 한숨이 쏟아져나왔다.
패스트볼은 주무기다.
평소였다면 주저 없이 투구에 돌입했을 것이다.
‘지금은 그 평소가 아니다.’
체력에 허덕이고 있었으므로 놀란을 힘으로 누를 수 있을지는 미지수.
무엇보다 맞는 순간 팀의 승리는 물 건너갈 테고. 팀은 패배를 직면해야겠지.
이럴 땐 어떡해야 하지?
‘해답이 떠오르지 않아.’
이랬던 적이 있던가?
단 한 번도 마운드에 섰을 때. 공을 던지는 게 두렵다고 느낀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등을 적시는 땀은 전부 식은땀이었다.
‘2, 3차전이 남아 있다고 한들…….’
에인절스가 양키스를 잡을 확률은 희박했다.
다 잡은 경기를 놓치게 된 것이며, 분위기 자체가 양키스에게 전부 넘어갈 테니까.
불안감은 도진을 미지의 소용돌이로 빨아드렸다.
허우적대던 도진은 구원의 손길을 뻗어 보았지만, 그 누구도 뻗은 손을 잡아주지 않았다.
‘아…….’
그런데 문뜩 조엘 오스틴과의 대화가 떠올랐다.
그리고 그 대화로 인해 깨달은 부분들이 떠올랐다.
‘여기서 무너질 수 없다. 난 아직 이뤄야 할 게 많이 남아 있어.’
그러니 져도 괜찮다.
도망가지만 말자.
끝까지 맞서 싸우자.
‘야구 하루 이틀 할 거 아니잖아?’
도진의 입 틈을 비집고 헛웃음이 튀어나왔다.
‘생각해 보니 이번 시즌 늘 승리만 보고 달려갔구나.’
패배가 두려웠다.
선수로서 언제나 승리를 갈망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김도진. 너 고작 올해가 첫 풀 타임이잖아?’
야구에서 그렇게나 중요한 경험이란 물결은 아직 발목도 채 잠그지 못했다.
그러니 이것도 경험으로 삼겠다.
‘뭐 없어도 자신 있게 가자.’
도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즉각 투구에 돌입했다.
공은 손을 떠났다.
투구는 바람을 가로지르며 한복판을 향해 날아갔다.
놀란의 배트가 나왔다.
타이밍은 정확했다.
하지만 투구는 배트를 외면하고 미트에 꽂혔다.
퍼억!
“스트라이크!”
3-2 풀카운트.
도진은 이번 투구로 자신감을 되찾았다.
하지만 자신감을 되찾은 건 도진만이 아니었다.
놀란 카브레라.
그는 큭큭 웃더니 타격 자세를 잡았다.
그가 내뿜는 기세는 도진을 집어삼키려고 들었다.
‘미안하지만 이번만큼은 내가 이긴다.’
도진은 9월에 들어서서 구속이 97마일까지 떨어졌었다.
커터의 구속이 94마일을 찍었을 땐 힘이 확실히 빠졌다고 확신했다.
그런데 방금 도진이 던진 공은 100마일.
‘그래도 저게 최선이겠지.’
최선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놈은 또다시 어떤 마술을 부릴지 모른다.
다 죽어가는 그의 구속이 1에서 2마일이 더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놀란의 표정이 환희로 물들기 시작했다.
그런 가능성마저도 염두에 두고 있었기에 승리가 보였다.
공은 던져졌다.
바로 직전의 공보다 미세하게 빠르다.
‘역시 넌…… 정말 괴물 같은 놈이다. 그런데 이번만큼은 정말로 내가 이긴다.’
놀란의 배트 스피드는 전광석화 같았다.
도진의 101마일 패스트볼을 정확히 타격했다.
따—악!
맞는 순간 직감했다.
‘꿰뚫는다.’
홈런성 타구는 아니지만, 2, 유간을 꿰뚫는 안타가 나올 것임을.
놀란의 예상대로 되는 듯했다.
도진의 허리 높이로 날아가는 라인드라이브성 타구는 그의 우측을 지나치겠다며 굉음을 내지를 때까지만 해도 그랬다.
그런데 그때.
투구를 마친 도진은 좌측으로 빙글 돌더니 글러브를 낀 손을 쭉 뻗었다.
터억.
타구가 다이렉트로 글러브에 꽂혔다.
안타라고 확신했던 놀란.
타구 확인 후 뒤늦게 스타트를 끊었던 주자들의 몸이 일순 얼어붙었다.
도진은 재빨리 2루로 공을 던졌고.
“아웃!”
유격수는 1루로 귀루하려다가 발이 엉켜 넘어진 주자마저 손쉽게 잡아냈다.
도진의 비하인드 백 캐치가 낳은 결과는…….
삼중살(三重殺).
Triple play.
그리고 이닝 종료.
에인절스는, 도진은 절체절명의 위기를 완벽하게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