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292)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 292화(292/400)
[Grrrrrand Slam!] [양키스의 4번 타자 놀란 카브레라! 첫 타석부터 4타점 만루 홈런을 칩니다!] [이 선수. 왜 자신이 차세대 메이저리그 슈퍼스타인지를 정확히 증명해 냅니다.] [실수를 놓치지 않는 망설임 없는 스윙. 도대체 어느 누가 저 선수를 신인으로 볼까요?] [에인절스는 오늘 힘든 경기가 될 것 같습니다.] [동의합니다. 에인절스도 1회 킴이 초구부터 홈런을 때려내지만, 양키스라는 거대한 벽을 완전히 허물기엔 솔로 홈런은 다소 부족했습니다.] [그래도 아직 1:4. 에인절스도 기회가 남아 있잖아요?] [맞습니다. 추가 실점을 허용하지 않는다면 3점이란 점수는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죠. 이미 분위기가 완전히 넘어가서 쉽지 않겠지만요.] [과연 이 시리즈의 행방은 어떻게 흘러갈지!]만루 홈런 직후 조 캐넌 감독은 마운드를 방문했다.
그는 레이날도의 어깨를 잡고 살짝 흔들었다.
“레이날도! 레이날도!”
초점 없는 레이날도의 동공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그를 일깨운 건 호세의 호통이었다.
“정신 차려 이 등신 새끼야!”
깜짝 놀란 레이날도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정신을 차리려고 했다.
그제야 레이날도는 초점 없는 눈동자로 감독을 쳐다봤다.
감독은 어금니를 까득 물었다.
“어떻게서든 실점 없이 이닝만 마무리해다오. 뒤는 알아서 하겠다.”
죄송스러운 마음에 레이날도의 고개가 바닥을 향했다.
바닥을 향한 고개는 위아래로 살포시 움직였다.
“3점 차다. 여기서 틀어막을 수만 있다면 충분히 기회만 온다. 그러니 정신 똑바로 차리고 이번 이닝부터 마무리 지어라.”
“알겠습니다.”
개미처럼 작은 대답에도 조 캐넌은 레이날도의 어깨를 도닥여 주고 마운드를 벗어났다.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조 캐넌 감독을 제일 먼저 맞이한 건 에인절스의 1선발. 벨 조이스였다.
“감독님. 레이날도는 어때요. 제가 보기엔 글러 먹은 것 같은데.”
조 캐넌 감독은 눈을 질끈 감았어.
“자신감을 완전히 잃었어.”
“제가 불펜에 들어가겠습니다.”
“뭐?”
“방법이 없잖아요.”
조 캐넌은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아.”
그도 그럴 것이 벨이 지금부터 몸을 푼다면?
기껏해야 3이닝 정도 그를 기용하기로 정했는데, 이닝이 더 길어질 수도 있다.
선발 투수에게는 루틴이 있다.
괜히 구단들이 5선발 혹은 6선발 로테이션을 기용하는 게 아니다.
그 루틴에 맞춰서 등판해야지만, 선수의 최대 기량을 뽑아낼 수 있었으니까.
물론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는 것을 안다.
그래도 만약 에인절스가 오늘 양키스를 이기고 다음 라운드로 진출할 시.
오늘 벨의 이닝 수에 따라 다음 라운드에서 그의 컨디션이 송두리째 흔들릴 수도 있다.
“그래. 들어가라.”
그런데도 조 캐넌은 결단을 내렸다.
지금 레이날도의 상태는 좋지 못하다.
당장 3점 차라고 할지언정, 추가 실점을 할 수도 있다.
뭣보다 지금 에인절스가 미래를 볼 때인가?
상황이 이렇게 틀어져 버린 이상 이 시리즈가 마지막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임해야만 했다.
* * *
에인절스는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듯했다.
레이날도는 1회 6번 타자에게 솔로 홈런을 추가로 맞아 스코어는 1:5.
격차가 늘어날수록 선수들의 사기는 바닥으로 치 닫았다.
그 때문에 2회 7번부터 시작하는 에인절스의 공격은 터무니없었다.
뛰어난 출루율을 앞세워 도진에게 연결해 주는 그들의 장점은 발휘되지 못했다.
너무나도 벌어진 점수 때문에 선수들의 마음은 급했기에 스윙은 허공만 갈랐다.
“스트라이크 아웃!”
“스트라이크 아웃!”
“스트라잌 아웃!”
3타자 연속 삼진.
양키스는 미세하게 남은 에인절스의 분위기를 더욱 쥐어 짜냈다.
반전이 필요하다.
선수들은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누가? 어떻게? 이 분위기를 뒤집을 수 있겠는가?
더그아웃에 있던 선수들은 자연스레 도진을 힐끗 쳐다봤다.
에인절스의 심장.
도진 말고는 이 팀의 분위기를 되찾아 올 선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선수들은 서둘러 도진에게 향했던 시선을 거뒀다.
‘여긴 리그가 아니다…….’
‘킴 하나만 믿고 다음 시리즈에 진출하기엔 무리가 있다…….’
아무리 도진이라도 이 난관을 헤쳐 나갈 수는 없을 것이다.
선수들의 시선에 중책을 느낀 도진도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뭐라도 해야 한다.’
하지만 무엇을?
처음부터 이렇게 차이가 벌어지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만약 예상했었더라면?
‘아돌니스 대신 지명타자로 나서지 않았을 거야.’
팀의 핵심 타자가 빠져버렸다.
타순의 힘이 약해졌는데 분위기마저 전부 빼앗겨 버렸다.
타순이 한 바퀴 돌았으므로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 수는 있다.
‘하지만 돌아가면 체력을 비축한다는 계획은 애당초 의미가 없어진다.’
그럼, 이 작전은 애당초 실패작이다.
하지만 감독은, 선수들은.
‘그리고 아돌니스는 나를 믿고 있어.’
그러므로 아직 2회도 끝나지 않은 지금.
이 작전이 시작도 제대로 해보지 못한 채 실패라는 걸 인정하는 것을 원치 않겠지.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도진의 목소리가 에인절스의 더그아웃을 가득 메웠다.
그는 호통이 입 밖을 튀어나온 즉시 어금니를 꽉 물었다.
‘응원밖에 할 수 없다니.’
참 한심스럽다.
차라리 지금 3루에 나가 있었더라면 뭐라도 보여줄 수 있었을 텐데.
그래도 어쩌겠는가?
물은 엎질러졌다.
이것 말고 할 수 있는 게 없다면 이거라도 해야 하잖아?
자신을 향하는 선수들의 시선이 미세하게 변했다.
도진은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길 수 있다고요. 다시 가져오면 돼요. 분위기.”
도대체 무슨 수로?
선수들이 눈빛으로 그렇게 묻는 듯했다.
아쉽게도 도진은 당장 정답을 제시해 줄 수 없었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 3회에 무조건 출루하겠다.
이 말조차 할 수 없었다.
1회에 5점을 먹혔다.
2회에 더 먹히지 말란 법이 있던가?
3회에 다시 한번 홈런을 친다고 한들 격차가 좁혀지나?
그러자 그때.
도진의 눈에 희망이 비쳤다.
그 희망은 레이날도 대신해서 2회 마운드를 밟은 에인절스의 1선발 벨 조이스였다.
물론 그는 이미 1차전에서 선발로 등판했다.
그렇기에 그의 컨디션은 좋다고 할 수 없다.
‘퍼포먼스도 일반적인 불펜 투수보다 못할 수도 있어.’
벨 조이스는 엄연히 선발 자원이지, 불펜 자원이 아니니까.
그래도 어쩌겠는가?
지금 에인절스에서 최고의 투수를 꼽으라면 당연 1선발 벨 조이스다.
그런 그가 팀을 위해 등판했다.
도진도 그가 직접 나서겠다고 감독에게 사정하는 모습을 똑똑히 지켜봤다.
‘그러니 해줄 거다.’
이 어둠 속에서 지금 당장 에인절스를 구원해 줄 선수는 벨 조이스 뿐.
도진은 그를 믿었다.
* * *
벨 조이스.
마운드에 등판한 그에게 호세가 다가갔다.
“어이.”
벨은 대답 대신 턱을 까딱했다.
호세는 미간을 구겼다.
“표정이 괜찮아 보이네?”
여기서 괜찮다는 의미는 매우 좋다는 것을 넘어 자신감이 넘치고 있었다.
평소 그가 어떤 생각을 품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뭐. 그냥저냥.”
벨의 하찮은 대답에 호세의 광대가 꿈틀댔다.
“불펜은 오랜만이잖아? 한 14년 됐나?”
“메이저리그 첫 시즌을 불펜 투수로 취직했지.”
“참 지긋지긋한 인연이다. 그때도 내가 마스크를 썼는데 말이야.”
“그때 넌 백업이었지.”
“너도 백업이었어 임마!”
“난 불펜이었고.”
호세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주둥이만 살아서는.”
“주둥이만 살았겠냐? 나 1선발이야. 실력도 충분히 뒷받침되지.”
“그런데 이틀 쉬고 불펜으로 올라왔지. 컨디션이 이만저만이 아닐 텐데?”
“달라지는 건 없어.”
호세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래. 나도 널 믿는다. 그런데 말이야 우리가 이길 가능성은 있냐? 4점이야. 너무 벌어졌어. 문제는 네가 내려간 이후도 그래.”
벨은 모자를 푹 눌러썼다.
“확실히 어렵긴 하지. 솔직히 우리가 양키스를 역전하는 그림은 고작 1%로 본다.”
“그렇지? 나도 그래. 아쉽기는 한데 디비전 시리즈는 애당초 못 먹는 감을 쳐다만 보는 느낌이었잖아? 늘 그래왔고. 지금도 그렇고.”
그런데 그때.
더그아웃에서 이길 수 있다는 도진의 외침이 들려왔다.
벨의 입꼬리가 치솟겠다며 꿈틀댔다.
“대신 그때와는 다르지. 여전히 못 먹는 감이라도 지금은 바로 앞에 있으니까.”
“손을 뻗기만 하면 닿는다?”
벨은 고개를 끄덕였다.
호세도 함께 주억였다.
“그래. 어떡할래? 변화구? 아니면 정면 승부?”
“오랜만에 데뷔전이 떠오르네?”
저 말의 의미를 알았던 호세는 너무 놀랐던 나머지 벨을 벌레 쳐다보듯 쳐다봤다.
“미친놈이네. 괜히 무리했다가 다치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은퇴하지 뭐.”
농담처럼 들렸지만, 농담이 아니다.
벨을 아주 잘 알았던 호세는 알고 있었다.
“거참. 속 편하네. 알았다. 그대로 가자. 내려간다?”
벨은 손을 휘휘 저었다.
마운드를 벗어난 호세는 서둘러 마스크를 썼다.
미소가 번진 자신의 표정을 그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았으니까.
‘벨의 데뷔전이라…….’
자리로 돌아간 호세는 쪼그려 앉았다.
그러고는 에인절스 더그아웃을 힐끗 쳐다봤다.
정확히는 도진을 찾았다.
덩치 큰 선수들 사이에서 그를 찾는 건 생각보다 쉬웠다.
암울함만이 가득한 에인절스 더그아웃에서 유일하게 희망을 뿜어내고 있었으니 말이다.
‘애송아. 너를 믿는다. 벨도 너를 믿어서 이렇게까지 하는 거고.’
호세는 일말의 고민 없이 패스트볼 사인을 냈다.
코스는.
한복판.
굳이 좌우를 찌를 필요도 없었다.
데뷔전 때의 벨이라면 그랬다.
‘참고로 벨 저놈의 데뷔전 패스트볼 구속이 얼마였더라…….’
굳이 생각할 필요는 없겠지.
보여줄 테니까.
최근 볼 수 없던 그의 눈동자는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한편, 마운드에 혼자 남게 된 벨은 호세의 사인에 패스트볼 그립을 쥐었다.
‘널 믿는다.’
그의 시선은 정면을 향했다.
하지만 머릿속은 온통 도진으로 가득했다.
에인절스는 뒤지고 있다.
아무리 잘 틀어막아도 점수를 내지 못하면 결국 진다.
그리고 암울한 에인절스를 되살릴 수 있는 건 도진뿐이었다.
투수는 점수를 막는 역할이지 득점을 내는 역할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나는 그저 흥만 돋우면 돼.’
생각을 마친 벨은 지체없이 와인드업했다.
손을 떠난 투구는 한복판으로 날아갔다.
타자가 휘두른 배트에서 망설임을 찾아볼 수 없었다.
벨만 무너뜨리면 에인절스의 뒤는 없다.
고작 2회에 쐐기를 박을 수 있는 좋은 찬스.
하지만 그의 배트는 공이 미트에 꽂힌 후에야 돌아갔다.
퍼억!
“스트라이크!”
타자의 턱이 벌어졌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패스트볼에 맞춰 공을 휘둘렀는데 결과는 체인지업에 맞춰 휘두른 것이나 다름없게 됐기 때문이다.
타자는 놀란 가슴을 추스르고 전광판을 쳐다봤다.
하지만 이 행동은 오히려 그에게 공포를 선사해 줬다.
전광판에 찍힌 숫자는 세자릿수.
103마일. 무려 165km.
최근 들어 최고 구속이 98마일까지 찍힌 선수에게서는 절대 기대할 수 없는 숫자였다.
퍼억! 퍼억!
연거푸 미트에 꽂히는 패스트볼.
곧이어 울려 퍼지는 심판의 우렁찬 목소리.
“스트라이크!”
“스트라이크 아웃!”
1번 타자라고 다르지 않았다.
“스트라이크 아웃!”
그 역시도 3구 삼진으로 타석에서 물러났다.
2회 말. 2아웃.
타석에는 1회 만루홈런을 친 놀란 카브레라.
그는 느껴보지 못한 희열에 휩싸인 채 타석에 들어섰다.
하지만 그 표정의 의미를 알고 있는 벨은 놀란 카브레라가 조금 가소로웠다.
‘왜? 요즘 좀 잘 나간다고 해볼 만해 보이나 봐?’
확실히 요즘 애들이 잘하는 건 안다.
그런데 이걸 어쩌지?
‘솔직히 말하면 나에게 닿기는 아직 일러.’
벨은 그 즉시 와인드업했다.
놀란 카브레라도 초구부터 휘두르겠다며 의지를 내비쳤다.
공이 던져졌다.
한복판으로 향하던 투구가 놀란의 바깥쪽으로 크게 휘어져 나갔다.
놀란의 배트는 애꿎은 허공을 갈랐다.
퍼억!
“스트라이크!”
놀란은 턱이 벌어진 채로 전광판을 쳐다봤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경기장을 찾은 팬들.
더그아웃에 있는 양키스와 에인절스 선수들.
더군다나 그라운드에 나간 선수들조차 고개를 돌려 전광판을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들의 입에서는 하나같이 똑같은 말이 튀어나왔다.
“원(1)…… 오(0)…….”
Four…….
104마일. 167km.
놀란은 똑같은 코스와 구종 그리고 구속의 2구를 맞이했다.
하지만 당황을 추스르지 못한 그는 이번에도 헛스윙했다.
퍼억!
“스트라이크!”
놀란은 잠깐 시간을 벌겠다며 타석을 벗어나 장갑을 매만지며 벨 조이스를 똑바로 바라봤다.
이번에도 패스트볼 승부일 것이다.
에인절스가 탈탈 털린 분위기를 되찾을 유일한 길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번에는 쳐낸다!
놀란 카브레라는 의지를 가득 담고 다시 타석에 들어섰다.
대망의 3구.
와인드업 후 던진 공의 코스는 스트라이크존이 아닌 놀란을 맞추겠다며 그의 허리로 향했다.
그 때문에 놀란은 움찔 놀랐다.
맞는다. 피해야 한다.
저 패스트볼이 몸에 꽂히면 부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놀란은 피하지 못했다.
그럴 수 없을 만큼 매우 빨랐기에 그저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런데 우려하던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역회전을 잔뜩 품은 투구는 놀란의 허리춤에서 크게 요동치더니 정확히 포수가 요구하는 타자의 몸쪽에 꽂혔고.
퍼억!
“스트라이크 아웃!”
패스트볼 대응에 능하다고 알려진 놀란 카브레라가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하지만 이보다 놀라운 건 벨 조이스가 던진 마지막 투구의 구속이었다.
전광판에는 105마일.
169km가 찍혀 화룡점정을 찍었다.
벨은 마치 당연하다는 듯.
무뚝뚝하게 모자를 푹 눌러쓴 채 더그아웃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그러고는 턱이 잔뜩 벌어진 도진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에이. 네가 놀라면 안 되지.’
넌 오늘 경기에서 이보다 더 놀라운 기적을 만들어 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