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293)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 293화(293/400)
[세, 세 타자 연속 삼진! 그 대망의 주인공은 에인절스의 1선발! 바로 벨 조이스입니다!] [와. 이게 말이 됩니까? 저는 보고도 믿기지 않습니다. 이제 30대 후반이 된 그가 다시 전성기를 되찾은 것 같습니다.]감탄은 이어졌다.
[확실히 멋진 투구였습니다. 하지만 의문도 남습니다. 구종은 전부 패스트볼이었거든요? 아무리 강력한 패스트볼이어도 메이저리거들은 그 패스트볼을 충분히 대응할 수 있잖아요?] [그렇습니다. 105마일의 공도 쳐 내는 곳이 바로 메이저리그죠.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잖아요?] [와일드카드전이라서 그런 걸까요?] [뭐. 어느 정도 이번 결과에 보탬이 돼주긴 했겠지만, 그게 근본적인 원인은 아닙니다.] [그럼, 무엇일까요?] [벨 조이스. 그가 누굽니까? 현재를 말하는 겁니다. 올 시즌 최고 구속 98마일. 그리고 올 시즌 그가 던진 구종 중 패스트볼 비중은 45%로 그리 높지 않죠.] [하지만 이번 그의 등판은 100% 패스트볼로 이루어졌고, 구속도 7마일이나 더 올라서 그런 거겠군요.] [양키스 선수들은 벨 조이스를 압니다. 아주 잘 알죠. 사실 메이저리거가 벨 조이스를 모르는 게 더 이상하지만요. 구속이 단박에 7마일이나 더 올라 선수들의 뇌가 적응하지 못한 겁니다. 익숙함에 속아서 말이죠.]잠깐의 정적 끝에 캐스터가 다시 물었다.
[하지만 도대체 어떻게 저런 공을 던질 수 있었을까요? 무려 7마일이에요. 이건 솔직히 말이 안 되잖아요.] [저도 그래서 놀란 겁니다. 벨은 전성기 때의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무려 10년 전의 이야기죠. 그 후 구속만큼은 쭉 하락세였어요. 그러니 이 장면을 설명하려면 기적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기적이라. 팀이 패배에 직면하기 전 영웅본능이 나타났다. 뭐 그런 거겠네요?] [네. 사람은 죽기 직전 천부적인 힘을 발휘한다는 말도 있죠. 아마 벨 조이스는 이대로 패배하기 죽기만큼 싫었던 것 같습니다.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요.] [저도 죽기 직전 천부적인 힘을 발휘한다는 건 들어본 적이 있고 증명됐다는 걸 압니다만. 그것 외의 상황에서 그런 힘이 발휘된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게 무엇입니까?] [희망.] [네? 희망이요?] [네. 벨 조이스는 자신이 틀어 막아주기만 한다면, 기필코 역전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있는 것 같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저는 양키스가 이번 경기의 9부 능선을 넘어갔다고 생각했거든요?] [저 역시도 마찬가집니다. 벨 조이스가 등판하기 전까지는 에인절스의 승률이 1%도 되지 않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그는 슈퍼스타입니다. 지금 에인절스 더그아웃을 한 번 보십시오.]카메라가 에인절스 더그아웃을 비췄다.
[선수들의 표정이 매우 좋군요.] [네. 아무리 야구가 혼자 하는 스포츠가 아니라고 한들. 한 명의 슈퍼스타가 가져올 수 있는 점이 바로 이런 겁니다. 다 죽어가는 팀의 분위기가 되살아났잖아요? 이래서 구단은 슈퍼스타를 보유하고 싶어 하죠. 또한.] [더 있습니까? 사실 에인절스는 지고 있습니다. 득점이 필요하죠. 그리고 투수는 득점을 낼 수 있는 포지션이 아닙니다.] [네. 그 말을 하려고 했습니다. 에인절스에는 슈퍼스타가 한 명 더 있으니까요. 그리고 또 한 명의 슈퍼스타가 이제 타석에 들어서고 있습니다.]껌을 질겅질겅 씹어대는 도진의 모습에 경기를 다잡았다고 생각했던 양키스 선수들의 간담이 서늘해졌다.
* * *
도진은 생각했다.
‘역시. 난 아직 갈 길이 멀구나?’
방금 벨 조이스의 투구 장면은 전율을 일게 했다.
그만큼 벨 조이스의 투구는 환상 그 자체였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벨이 팀을 위해 부상도 무릅쓰고 최선을 다했다으니 그가 베푼 은혜를 이제는 자신이 보답할 차례였다.
배터박스에 안착한 도진은 머리를 더욱 빠르게 굴렸다.
‘이제 어떡하지?’
애써 가져온 분위기에 불을 지피려면 도대체 어떡해야 하는 거지?
오늘 투수의 공은 좋다.
1회 허덕이기는 했지만, 결국 1실점으로 마무리했고.
그 결과가 자신감이 되어 2회를 완벽히 틀어막았다.
그러니 결코 쉬운 상대는 아니다.
더군다나 홈 팬들의 응원을 등에 업고 있었으니 말이다.
‘후우.’
도진은 심호흡을 삼키고 감독의 사인을 확인하겠다며 더그아웃을 힐끗 쳐다봤다.
조 캐넌 감독이 손바닥으로 전신을 건드리며 세세하게 사인을 냈다.
‘알아서 하라고?’
도진은 고개를 딸깍 끄덕였다.
‘여기서 홈런을 쳐봤자 고작 1점밖에 따라가지 못해. 단번에 따라가는 수밖에 없어.’
결론에 도달한 도진의 입꼬리에 희망이 맺혔다.
‘지금은 나보다 팀을 믿는다.’
양키스를 이기고 올라가려면 서로를 믿고 원 팀이 되어야만 한다.
지금까지 원 팀을 외친 에인절스지만 아직 그곳에 닿지 못했다.
그러니 개인 욕심은 부리지 않는다.
‘스포트라이트가 굳이 내게 향할 필요는 없어.’
피가 바짝 마를 듯한 이 신중한 승부에서 도진은 상대 배터리의 생각을 읽었다.
‘타자는 신중할 때야. 배터리도 알고 있겠지. 그러니 역으로 간다.’
도진은 타격 자세를 잡았다.
그 즉시 수 싸움이 이어졌다.
포수가 투수에게 사인을 냈다.
‘스트라이크 잡고 시작하자.’
‘괜찮을까요? 1회에는…….’
‘괜찮을 거다. 이 애는 루키고 무엇보다 지금 분위기가 살짝 넘어갔어. 애써 가져온 분위기를 살려야만 하는 처지에서 1회처럼 초구부터 방망이가 나올 리는 없을 거야. 홈런 맞아봤자 1점이고.’
‘좋습니다.’
‘몸쪽. 제구에 힘써라.’
사인이 교환됐다.
공은 던져졌다.
패스트볼은 도진의 몸쪽으로 날아왔다.
그 즉시 도진의 배트가 나왔다.
투수와 포수의 턱이 벌어졌다.
야수들은 침을 꼴깍 삼킨 채 공에 집중했다.
따-악!
힘 하나 들이지 않고 당겨친 타구는 3루수 키를 넘기더니 좌익수 방면으로 굴러갔다.
좌익수가 최대한 서둘러 타구를 집었다.
주자를 확인한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여유롭게 뛰던 도진은 그저 1루에서 만족했기 때문이다.
충분히 2루를 노려봄 직한 상황이었음에도 그랬다.
1루와 2루의 차이는 크다.
거의 100에서 99는 2루에 나가는 것이 이득이다.
그런데도 도진은 2루를 노리지 않았다.
‘나는 100명 중 1명에 해당하거든.’
2루를 언제든지 훔칠 수 있는 주자가 1루에 있다는 것.
이것만으로도 배터리를 괴롭힐 수 있다.
무엇보다 지금은 주자를 모을 때다.
한 명이라도 더 루에 나가서 한 번에 홈을 밟아야 한다.
그래야지만 에인절스가 뒤처진 점수를 따라가기에도, 그리고 투수가 최대한 부담을 많이 느낄 수 있는 유일한 길.
‘알아.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하지만 지면 탈락하는 지금 이닝이 길어질수록 모험 따위는 할 수 없게 된다.
그러니 비교적 경기 초반인 3회 초. 지금이 모험을 걸기에 더할 나위 없이 적합한 시기였다.
‘마르셀로는 해줄 거다.’
켄과 호세도 잠자코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다.
도진은 리드를 크게 가져갔다.
도루를 뛸 생각은 없었지만, 배터리의 신경을 조금이라도 더 거스르기 위함이었다.
투수에게서 견제구가 날아왔다.
도진은 쾌재를 삼켰다.
‘이걸로 내 역할은 다했다.’
도진은 마르셀로를 힐끗 쳐다봤다.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입꼬리를 올렸다.
고맙다는 의미.
도진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왠지 결과가 자연스럽게 상상됐다.
따-악!
마르셀로는 초구부터 거침없이 스윙했다.
그 역시도 도진의 생각을 읽어 스윙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지만, 제대로 얹힌 타구가 우익수 앞에 안착했다.
연속 안타.
3회 초. 무사 1, 2루.
타석에는 켄.
그는 더그아웃에서 흘러나오는 사인에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투수가 공을 던지려는 순간 번트 자세를 취했다.
그 때문에 투수가 공이 던지기 전 깜짝 놀란 나머지 제구가 흔들렸다.
공은 스트라이크 높은 쪽으로 형성됐다.
켄은 공이 홈플레이트를 지나치기 전에 때맞춰 번트를 회수했다.
퍼억!
“볼!”
번트를 노리는구나.
양키스 배터리는 확신했다.
하지만 쉽게 번트를 대개 해줄 순 없다.
켄은 유격수지만 엄연히 번트보다 타격에 능한 타자.
번트가 성공해서 주자가 2루와 3루에 안착한 후. 후속 타자가 안타라도 친다면?
4점이었던 리드는 2점으로 줄어들게 된다.
차라리 한 점만 내준다면 또 모를까.
4점 차인 지금 1점과 2점의 차이는 컸다.
2구.
포수는 투수에게 높은 쪽 패스트볼을 요구했다.
하이 패스트볼은 번트하기 어려운 구종이었으니 말이다.
공은 던져졌다.
하지만 무사 1, 2루라는 부담감 때문에 포수가 요구했던 코스보다는 조금 높게 향했다.
켄은 이번에도 번트를 회수했다.
퍼억!
“볼!”
배터리는 미간을 찌푸렸다.
결국 포수는 아쉬움을 삼키며 번트를 대주자는 사인을 냈다.
투수도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3구를 앞둔 켄은 이제 대놓고 번트를 치겠다고 애초부터 자세를 잡았다.
투수는 타자의 몸쪽 코스로 향해 패스볼을 던졌다.
내야수들도 최대한 번트 타구에 실수가 나온다면 재빨리 처리하겠다며 전부 전진하던 그때.
번트를 회수한 켄은 타격으로 전환했다.
양키스 선수들은 페이크 번트에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따-악!
원래는 손쉽게 처리할 수 있었던 2루수 땅볼.
내야수들은 전진하고 있었기에 강습 타구가 되며 2루수 글러브를 맞고 뒤로 튀었다.
이 기록은 실책이 아닌 안타가 되었다.
실책이든 안타든 딱히 상관이 없던 에인절스는 3회 초 무사 만루를 손에 넣었다.
그리고 4번 타자 호세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타석으로 이동했다.
양키스 더그아웃도 때마침 마운드를 방문했다.
‘이야. 이게 진짜 이렇게 되네?’
고맙다. 벨.
호세는 3루 베이스를 밟고 있는 도진을 힐끗 쳐다봤다.
‘그리고 애송아, 급했을 텐데 욕심부리지 않고 잘했다.’
벨은 팀을 위해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도진은 그 분위기에 불을 지피는 역할을 완벽히 수행했다.
1회에는 홈런을 치더니 이번에는 에인절스에 제일 필요한 주자를 모았다.
후속 타자들은 도진의 결과물에 찬물을 끼얹고 싶지 않았겠지.
덕분에 무사 만루다.
물론 여기서 병살타가 나와 기껏 지핀 불에 시원하게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겠지.
‘대신 오늘만큼은 그럴 일 없어.’
투수가 흔들리고 있다.
더군다나 그는 벨 조이스 급 투수는 절대 아니다.
‘너 따위는 언제든 두들겨 줄 수 있어.’
하지만 여유로웠던 호세의 미간이 구겨졌다.
‘아니 Fu**. 벌써 투수 교체를 한다고?’
투수가 손에 쥔 공을 감독에게 넘겼기 때문이다.
양키스 불펜의 문을 열고 나온 선수는 보르네오. 양키스 1선발.
호세의 죽어가던 미소가 다시 치솟았다.
‘양키스. 그거 맞냐?’
저 투수에게 벨 조이스 같은 활약을 기대하기라도 했던 거야?
‘근데 이걸 어쩌지?’
쟤는 벨이 아닌데?
같은 1선발이라고 다 같은 1선발인 줄 아나.
호세는 나지막이 읊조렸다.
“뭣보다 벨은 2회가 되자마자 올라온 거고.”
넌 무사 만루잖아.
네가 뭐 애송이라도 된다는 거냐?
무사 만루가 쉬워 보이지?
호세는 타격 자세를 잡았다.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세는 대놓고 넘겨버리겠다는 자신감.
하지만 뿜어내는 기세와는 다르게 초구부터 참았다.
“볼!”
호세는 히죽 웃었다.
‘뻔해.’
보르네오는 선발이다.
언제나 1회부터 마운드를 지키는 선수가 바로 선발 투수다.
그러니 누군가의 주자를 등에 업고 던진다는 게 익숙할 리가 없다.
‘그래서 제구가 흔들렸던 거겠지.’
벨 조이스처럼 분위기 반전을 위해 구위로 찍어 누르고 싶었겠지.
하지만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 제구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다.
‘반대로 나는 땡큐지.’
호세는 배터리의 머릿속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투수는 고작 초구를 놓쳤지만, 지금은 무사 만루다.
방금 볼이 된 초구는 그들에게 재앙이나 다름없었다.
‘여기서 무조건 스트라이크를 잡으려고 할 거다.’
스트라이크를 잡지 못하면?
대량 득점을 올릴 빅 이닝이 될 수도 있다.
‘무조건 스트라이크긴 한데. 패스트볼이냐 변화구냐.’
희생타로 1점 실점한다고 생각하고 나머지 주자를 잡는 방법도 있다.
‘지금 양키스 배터리라면 그럴 가능성은 극히 적어.’
타석에 선 타자가 누구냐에 따라 달라진다.
에인절스는 지금 아돌니스라는 걸출한 타자가 부재다.
‘그러니 나만 잡아내면 충분히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 지을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
뭣보다 자신 역시 타율이 높은 편은 아니기에.
허공을 가르는 바람 소리를 기대하고 있을 터.
‘그러니 변화구다.’
슬라이더냐. 체인지업이냐.
뭐든 상관없다.
‘스트라이크로 들어올 테니까.’
애송아, 고맙다. 이렇게 수 싸움이 쉬웠던 적은 또 처음이거든.
공은 던져졌다.
호세는 히죽 웃었다.
변화구 타이밍에 맞춰 힘차게 배트를 휘둘렀다.
투구는 홈플레이트 앞에서 크게 꿈틀대며 휘어져 나가겠다며 요동쳤지만, 호세에게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변화구가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왔다는 것.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것.
힘만큼은 에인절스 선수 중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기에.
‘아들아. 보고 있지? 우리 에인절스가 올라간다.’
따—악!
호세는 맞는 순간 무심하게 배트를 뒤로 던져버리더니 유유히 베이스를 돌았다.
스코어는 5:5.
3회 초. 에인절스는 양키스와 동률이 되었고.
홈 베이스를 밟은 호세는 자신을 향해 팔을 번쩍 들어 올린 도진의 손바닥을 짝 쳤다.
그런 그에게서 해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호세. 우리 도달한 거 맞죠?”
호세는 어금니를 꽉 깨물어 최대한 희열을 감추었다.
“그래. 맞아. 이게 우리가 그토록 원했던 One Team이지.”
선수들은 서로를 믿었기에 나온 결과였으니까.
잠깐의 소강상태 후 경기는 어느덧 클라이맥스로 치닫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