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294)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 294화(294/400)
[정말 숨 막히는 경기입니다. 왜 이 경기가 팬들이 그토록 바라던 경기였는지 양 팀 선수들이 여실히 보여줍니다!] [이제 막 경기를 보는 분들이 계실 테니 축약해서 설명하겠습니다. 1회 초 킴의 리드오프 홈런으로 에인절스는 1:0으로 앞섰지만, 1회 말 놀란 카브레라의 만루 홈런으로 1:5가 되었습니다. 이때 승리가 양키스로 기우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2회 마운드에 등판한 벨 조이스가 이닝을 완벽히 틀어막아 분위기 반전을 꾀했고, 킴을 시작으로 연달아 3명의 타자가 연속 출루를 하더니 호세가 그랜드슬램으로 동점을 만들었어요.] [그 후 7회 초가 된 지금. 여전히 스코어는 5:5입니다. 앞서 타자들의 기세를 투수들이 이어받았습니다.] [벨 조이스는 4이닝을 끝으로 내려갔고, 에인절스는 총 6회까지 두 명의 투수를 더 내보내 양키스의 타선을 완벽히 틀어막았습니다.] [양키스도 보르네오가 만루홈런을 맞긴 했지만, 그 후 단 한 명의 타자도 출루시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양키스는 보르네오 이후에 올라온 제나츠가 아직도 마운드를 지키고 있습니다.] [양키스가 불펜에 여유가 더 있잖아요? 양키스가 더 유리할까요?] [남은 불펜 투수의 숫자, 올 시즌 기록. 그리고 이곳이 양키스 스타디움이란 점을 내세우자면 그렇습니다만. 솔직히 여기까지 온 이상 어떤 팀이 유리하다고 단정 지을 수 없습니다.] [7회 초. 에인절스의 8번부터 시작하거든요? 이제 슬슬 양 팀 모두 쐐기를 박고 싶어 할 거 같아요.]때마침 타석에 들어선 8번 타자 제롬은 2루수 땅볼로 물러났다.
[아. 아쉽습니다. 방금 투수의 공은 실투로 보였거든요?] [인정합니다. 패스트볼이 한복판으로 향했음에도 아쉬운 결과가 나왔죠. 이해는 합니다. 경기에 집중하면 할수록 피로감은 몰립니다. 에인절스는 원정이라는 불리함 때문에라도 피로를 더 느낄 겁니다.]9번 타자 윌리엄은 고군분투하며 7구까지 승부를 끌고 갔지만, 그 역시도 우익수 플라이로 물러섰다.
7회 초. 2사 주자 없음.
해설들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오늘 3타수 2안타 1타점 2득점의 주인공 킴이 타석에 들어섭니다.] [킴은 그 어떤 메이저리거보다 지쳐있을 겁니다. 하지만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 타자죠. 사실 그가 없었다면 이 시리즈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을지 의문입니다] [그는 기적을 불러일으킵니다. 과연 이번 타석에서도 그 기적을 만들 수 있을지! 투수도 상당히 지쳐 보이거든요?]그런데 그때.
양키스 감독이 마운드를 방문했다.
[어? 투수 교체로 보이죠?] [네. 좋은 선택으로 보입니다. 양키스는 1차전과 3차전에서 킴을 공략하지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그를 걸어내보낸다? 미친 짓이죠. 그러니 여기서 싱싱한 투수를 올려 그를 완벽히 틀어막고 싶을 겁니다.] [누가 올라올까요?] [양키스의 두 명의 셋업맨 중 한 명이 유력해 보입니다.]하지만 불펜의 문을 열고 나온 투수는 양키스의 마무리 투수 킬리언.
[양키스의 수호신. 킬리언이 마운드에 오릅니다.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로 무지막지한 퍼포먼스를 펼치며 마무리 자리를 획득한 선수. 하반기에서의 방어율은 1.20. 블론 세이브는 3개뿐입니다. 대신 아직 7회잖아요?] [그만큼 이번 승부가 중요하다는 거겠죠. 킴을 잡아야지만 에인절스가 쓰러진다. 양키스는 포인트를 정확히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고작 7회에 양키스의 마무리 투수가 등판했다.
도진을 기필코 잡겠다는 양키스의 의지가 느껴지는 교체였다.
하지만 걸출한 마무리 투수에 맞서는 도진의 눈동자는 태풍에도 흔들리지 않겠다며 굳건했다.
* * *
타석에 들어선 도진은 감독의 사인에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껏 휘두르라고?’
오늘 내내 마음대로 하란다.
도진은 사인을 수긍하며 머리를 굴렸다.
‘이번만큼은 앞서나갈 수 있는 결과가 필요해.’
최소 2루타. 아니면 그 이상.
아쉽지만 여기서 결과를 내지 못하면 에인절스는 와르르 무너져 내릴 것이다.
지금까지는 어찌어찌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었지만, 인간인지라 한계에 부딪히고 있었다.
뭣보다 아직 3이닝이나 남았는데 에인절스에는 믿을만한 불펜 투수가 부족했다.
대신 양키스는 여유가 있다.
저들에게는 아직 걸출한 투수들이 더 남아있었다.
그런데도 도진의 광대가 꿈틀댔다.
‘결과. 내면 되지.’
까딱하면 양키스는 홈에서 질 수도 있다.
체력적으로, 전력으로 우위에 있다고 한들 저들이라고 부담을 느끼지 않을까?
‘분명 부담을 느낄 거다.’
부담은 인간의 실수를 불러일으킨다.
그러니 투수가 아무리 올 시즌 훌륭한 모습을 보여줬다고 해도 이 무대에서까지 완벽할 순 없을 것이다.
‘후우.’
도진은 한숨을 내쉬었다.
긴장을 풀기 위해서였지만, 그 때문에 몸이 더 축축 처졌다.
힘들다. 야구가 이렇게나 힘든 스포츠였구나.
처음 야구를 접했을 때부터 고등학교를 거쳐, 작년까지만 해도 몰랐다.
안다. 이 또한 경험으로 돌아올 것이며 다음 시즌에는 이보다 낫겠지.
문제는 지금이다.
‘한 걸음이라도 더 높은 곳에 다다르고 싶다.’
도진은 어금니를 까득 깨물었다.
결과를 내야만 한다.
그 결과는 점수로 시작해서 마운드에 등판해 마무리까지 지어야 한다.
그러니 약한 마음은 금물이다.
척.
도진은 타격 자세를 잡았다.
‘지금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걸 해야겠지.’
상대의 실수를 노린다.
보고 치는 수밖에 없다.
‘상대의 공은 빠르다. 뜻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어.’
투수의 구속이 빠를수록 대응도 늦기 때문이다.
그래도 해야만 한다.
여기서 한계를 넘는다.
초구.
공은 던져졌다.
멀어 보이는 바깥쪽 패스트볼.
“스트라이크!”
도진은 전광판을 확인했다.
100이란 숫자에 침이 꼴딱 넘어갔다.
도진은 어금니를 꽉 깨물고는 머리를 비웠다.
‘멀어 보였다는 건 피로 때문이겠지.’
하지만 데이터는 쌓였다.
앞으로 바깥쪽으로 향하는 공은 저 방금 투구를 기준으로 배트를 휘두를지 말지 선택하면 된다.
2구.
몸쪽으로 바짝 붙은 패스트볼.
도진은 엉덩이를 뒤로 빼면서까지 공을 피하려고 했다.
그만큼 가깝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는.
“스트라이크!”
하아.
한숨을 내쉰 도진은 잠깐 타석에서 물러섰다.
배트를 가랑이 사이에 끼운 후 양손으로 헬멧을 두들겼다.
‘정신 차려. 스트라이크 하나면 끝이다.’
도진은 마음의 평온을 찾고자 눈을 질끉 감았다.
긍정적으로 생각해야겠지.
‘이번에도 데이터는 쌓였다.’
몸쪽 바깥쪽은 방금 두 공을 기준으로 휘두르면 된다.
다시 타석에 입성한 도진은 타격 자세를 잡았다.
3구는 바깥쪽 패스트볼.
‘멀다.’
도진의 감이 그렇게 일렀다.
그렇기에 배트를 휘두르지 않았다.
퍼억!
양키스 포수는 삼진을 잡았다는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1구와 엇비슷한 코스에 꽂혔기 때문이다.
야수들도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려는 움직이려는 그때.
심판은 선수들을 제자리로 돌아가라며 선언했다.
“볼!”
양키스 선수들은 아쉽다며 탄성을 내뱉었다.
하지만 도진이 지금 꼼짝도 못 했다는 점에서 희망을 엿봤다.
도진을 아주 잘 아는 놀란은 그가 피로에 찌들어 본 모습을 보일 수 없다고 확신했다.
4구는 몸쪽 패스트볼.
도진은 2구보다 몸쪽으로 더 붙는 패스트볼에 배트를 참았다.
퍼억!
포수는 이번만큼은 미트를 고정했다.
심판에게 똑똑히 보라는 의미였다.
팬들도 삼진이라고 확정 지으며 환호하던 그때.
심판의 콜은 단호했다.
“볼!”
어째서?
양키스 팬, 선수들 그들의 코치진은 의아했다.
하지만 해설만큼은 심판의 콜이 정확하다고 판단했다.
그들에겐 스트라이크 존을 판별할 수 있는 데이터를 화면으로 볼 수 있었으니까.
[심판의 콜은 정확했습니다.] [그렇습니다. 1구와 2구는 정확히 라인에 걸쳐서 스트라이크였죠. 하지만 3구와 4구는 스트라이크 존을 아주 미세하게 벗어났습니다.]핸드폰으로 경기를 지켜보던 직관 중인 팬들은 아! 탄성을 쏟아내며 결국 수긍했다.
팬들의 반응 때문에 양키스 선수들도 심판의 콜이 정확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양키스 선수들에겐 바로 저 반응들이 큰 문제가 되어 돌아왔다.
1mm의 오차까지 계산하는 타자가 지금 타석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2스트라이크였다.
비슷하면 휘둘러야만 하는 게 타자였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는 참아냈다.
꿀꺽.
투수는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사인을 내는 포수의 손이 파르르 떨렸다.
도진을 1루로 내보내는 순간 이 주자는 2루와 3루 그리고 홈까지 훔칠 수 있는 타자다.
절대 내보내선 안 된다.
5구.
사인을 교환한 투수가 공을 던졌다.
앞서 4개의 패스트볼에 상반되는 변화구는 체인지업.
하지만 아무리 양키스의 수호신이라고 한들.
너무나도 거대해 보이는 타자에 위축된 그는 공을 던지는 즉시 표정이 일그러졌다.
공이 높게 형성됐다.
도진의 가슴 높이였다.
그 즉시 도진의 입꼬리가 치솟았다.
‘앞서 4개의 공보다 느리네?’
그러니 체인지업이다.
도진의 전광석화 같은 배트 스피드는 투수가 던진 공을 둘로 쪼개버리겠다며 가격했고.
따—악!
맞는 순간 양키스 선수들은 고개를 떨궜다.
도진은 헬멧을 살포시 눌러 쓰고 유유히 베이스를 돌았다.
스코어는 6:5.
에인절스가 리드를 다시 가져왔다.
* * *
원래라면 도진의 헬멧을 마구 두들겨야 정상이지만 그 누구도 도진의 헬멧을 두들기지 않았다.
아직 경기는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짧은 축하. 그것이 전부였다.
7회 말부터 9회 말까지 아직 3이닝을 견뎌내야만 했기 때문이다.
그럴 여유도 없었다.
도진은 혹시 모를 등판을 위해 재빨리 불펜에 들어가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양키스는 도진에게 홈런을 맞았지만, 아직 경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1점은 충분히 뒤집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만큼 에인절스 불펜은 약했다.
힘이 빠진 그들은 도진을 제외한 그 누구도 두렵지 않았다.
게다가 도진 역시 체력에 허덕이고 있었기에 무너뜨릴 희망이 엿보였다.
7회 말. 양키스의 공격.
8번 선두 타자가 출루했다.
9번 타자가 번트를 대며 주자를 2루로 보냈다.
1번 타자가 친 강습 타구를 유격수 켄이 한번 더듬는 바람에 발 빠른 주자와 타자는 3루와 1루에서 세이프가 됐다.
투수는 2번 타자에게서 삼진을 빼앗았다.
2사 1, 3루.
타석에 3번 타자.
도진을 등판시키기엔 이르다.
제발 막아만 다오.
하지만 이어진 결과는 에인절스의 억장을 무너뜨렸다.
퍼억.
부담감에 짓눌린 투수는 결국 공이 손에서 빠졌고 3번 타자의 허벅지를 가격했다.
2사 만루.
조 캐넌 감독은 마운드를 방문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2사 만루에서의 놀란 카브레라.
에인절스에서 그를 상대할 만한 투수는 지금 당장 도진뿐이었다.
“X발. 또 만루네.”
마운드를 방문한 호세가 투덜거리며 도진의 눈치를 살폈다.
왜 이 개 같은 팀은 하루도 빠짐없이 이 애송이에게 이런 시련을 주는 것일까.
그런데 도진의 표정을 살핀 호세의 턱이 서서히 벌어지기 시작했다.
그의 미소 때문이었다.
그 미소에는 어떤 긴장감도 묻어 나오지 않았다.
“뭐, 뭐야? 왜 그래? 혹시 또 만루에 등판해서 정신 나간 거야?”
호세는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메이저리그에서 사골을 우려낸 자신도 정신적으로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었다.
그러니 이제 첫 풀 타임 시즌인 도진은 얼마나 더 하겠는가?
미쳐버린 것이다. 정신이 가출해 버린 것이다.
걱정이 전신을 덮쳐오는 그때.
그 걱정을 단숨에 씻기는 도진의 온화한 목소리가 걱정들을 죄다 밖으로 밀어냈다.
“호세. 우리가 이길 거예요.”
호세는 옆에 있는 조 캐넌 감독을 힐끗 쳐다봤다.
“감독님. 애송이가 미쳤어요. 앰뷸런스 좀 불러주세요!”
도진은 진정하라며 호세의 어깨를 잡았다.
“불펜에서 생각해 봤는데요. 벨이 했던 말 깨달아 버렸어요.”
“그, 그게 뭔데?”
“그런 게 있어요. 그러니 사인은 제가 낼게요.”
“그래. 사인은 네가…… 뭐?”
호세는 어이없다는 듯이 도진을 멍하니 쳐다봤다.
도진은 리드에 재능이 없었으니까.
더군다나 2아웃이다. 아웃카운트 하나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러니 자신이 사인을 내는 게 이 위기를 타개해 나갈 확률이 더 높다.
호세는 도진을 또렷히 쳐다봤다.
리드만큼은 내게 맡겨라.
이 말이 나오지 않았다.
결국 호세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다. 믿고 간다.”
어차피 도진이 없었다면 이 자리도 없었을 테니까.
조 캐넌 감독도 그저 도진의 어깨를 도닥이고는 마운드를 벗어났다.
홀로 남은 도진은 모자를 푹 눌러 썼다.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다.
놀란 카브레라.
친구이자 라이벌의 표정은 여유로웠다.
도진은 이유를 알고 있었다.
‘여러 정황이 네게 웃어주는 건 맞아.’
그런데 말이야.
정황만으로 야구하는 거 아니잖아?
‘내게 비장의 무기가 있거든.’
도진은.
공을 글러브에서 빼내 앞으로 쭉 내밀었다.
태풍에도 끄떡없을 것 같던 놀란의 눈빛은 도진의 예고 삼진에 사시나무처럼 떨렸다.
그렇게 이 승부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는 두 선수의 승부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