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295)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 295화(295/400)
마운드에 오른 도진.
그에 맞서는 놀란.
커뮤니티는 난리가 났다.
-또 왔다! 또 왔다고!
킴과 놀란. 놀란과 킴! 또 붙는다. 놓쳐서는 안 되겠지?
이 소식은 금세 미국 전역으로 퍼졌다.
-둘이 또 붙는다고? 절대 못 참지.
└드라마 보시겠다는 어머니 리모콘 강제로 갈취함.
└엥? 경기 끝난 거 아니었어? 왜 이렇게 됐냐?
└킴이 또 하나 해냈다며?
└하나? 그냥 계속해 내는 중.
└이번에도 일낼 거 같은데?
└근데 상대는 놀란임. 앞으로 미국을 대표할 천재 타자라고.
해설들도 끓어오르는 흥분을 자제하지 못했다.
[다시 한번 이 그림이 나와버렸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도 그 누구보다 기대하던 매치업입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당연히 놀란이 우위에 있다고 봅니다. 이유는 오늘 내내 설명 해드렸고 제일 중요한 건 만루라는 점이네요. 짧은 안타라도 에인절스의 숨통을 끊을 수 있으니까요.]그런데 그때.
도진의 예고 삼진이 나왔다.
[제, 제가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 걸까요? 지금 킴이 먼저 놀란을 도발했습니다!] [그, 그렇네요? 킴은 여태껏 도발에 맞대응만 할 뿐. 먼저 도발한 적은 없거든요?]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자신감일까요? 만루입니다! 팀의 패배가 눈앞에 있다고요!]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까요? 최근 킴의 최근 예고 삼진과는 조금 다르네요.] [같은 한국인인 팍 과의 맞도발을 말씀하시는군요?] [네. 그때는 구종을 아예 보여줬지만, 지금은 그립을 쥐기보다는 공을 동그랗게 감싸 쥐었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삼진을 잡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죠.] [반면 놀란은 그의 상징이라고도 볼 수 있는 예고 홈런이 나오지 않네요? 이유가 무엇일까요?] [이유라…… 글쎄요. 이번만큼은 결과로 보여주겠다는 의미가 아닐까요?]* * *
태산처럼 굳건하던 놀란의 동공이 파르르 떨렸다.
도진의 도발 때문에?
정확히는 도진이 내비치는 자신감 때문이었다.
놀란이 바라본 도진은 언제나 자신감이 넘치는 선수.
하지만 겸손이 그 자신감을 억눌렀다.
그런 그가 대놓고 자신감을 표출했다.
예고 삼진으로 말이다.
다른 선수라면 웃고 넘겼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가 상대인지라 놀란도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젠장!’
놀란의 어금니가 빠득 갈렸다.
불펜에서 그가 모습을 내비쳤을 때는 드디어 그를 앞서나갈 기회가 생겼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그를 마주하니. 더욱이 자신감마저 내비치니 트라우마가 떠올랐다.
‘정신 차려. 정신 차리라고!’
놀란은 속으로 울부짖었다.
승부처다. 이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 오늘 양키스는 진다.
시즌을 마감해야만 한단 말이다!
‘쳐내야 한다. 충분히 칠 수 있다.’
이길 수 있는 근거도 있다.
도진은 체력에 허덕이고 있었다.
그러므로 저건 블러핑이다.
1차전에서 이미 변수에 한 번 당했다. 그러므로 두 번은 당하지 않는다.
도진에 대한 데이터는 머릿속에 차다 못해 넘쳐흐른다.
질 이유는 없다. 모든 정황이 자신을 향해 웃고 있었다.
‘초구가 중요하다.’
아무리 그가 지쳤더라도 여전히 100마일 넘는 공을 던질 수도 있다.
대신 그 위력을 내려면 제구를 포기해야겠지.
‘제구되지 않은 패스트볼을 내게 던질 리는 없어.’
생각을 정리하자 몸이 편안해지면서 자신감이 되돌아왔다.
이 감정 그대로 도진을 무너뜨린다.
하지만 놀란의 자신감은 금세 자취를 감추었다.
마운드에 선 도진은 손가락으로 브이 자를 그린 채 왼쪽 어깨에 대고 있었다.
‘직접 사인을 낸다고?’
놀란은 두 눈을 의심했다.
하지만 눈을 찌푸려 봐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놀란이 당황했다는 것을 깨달은 호세는 히죽 웃었다.
‘이야. 여기서 시그니처가 나온다고?’
도진에게 필요할 때 써먹으라고 했다.
그 역시도 그런다고 했다.
그런데 도진은 시즌이 끝날 때까지 그만의 시그니처를 선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패배로 직격 될 수 있는 이 숨 막히는 상황에서 나왔다.
‘이 얼마나 대단한 자신감이냐.’
근거가 없는 자신감도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도진의 첫 번째 사인은…….
호세는 정 중앙에 미트를 고정했다.
호세의 움직임에 도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사인이 호세에게 제대로 전달됐기 때문이다.
‘고마워요. 호세. 솔직히 위험하기는 한데 놀란을 이기려면 어떻게서든 이 초구가 먹혀야 해요.’
의심이 가득했던 도진의 눈동자가 통한다는 자신감으로 바뀌었다.
무조건 먹힌다.
고작 신인이면서 패스트볼 대응이 메이저리그 최상위권인 놀란이라고 한들.
‘벨이 보여줬잖아?’
그 역시도 인간일 뿐이었다.
어떤 패스트볼이든 전부 쳐내는 기계가 아니었다.
‘인간은 완벽할 수 없어.’
도진은 와인드업에 돌입했다.
역동적인 투구 폼.
손을 떠난 투구는 굉음을 내지르며 한복판으로 쏜살같이 날아갔다.
놀란의 눈이 번뜩 뜨였다.
패스트볼이 아닌 변화구를 예측했는데 하필이면 패스트볼이 날아왔다.
그래도 상관없다. 평소라면 그랬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평소가 아니다.
무엇보다 코스가…….
한복판.
당황을 머금은 놀란의 배트는 투구가 미트에 꽂힌 이후에 뒤늦게 돌아갔다.
퍼억.
부웅.
“스트라이크!”
배트를 쥔 놀란의 왼손 힘이 축 빠졌다.
무의식에서 턱도 벌어졌다.
한복판이라니.
아무리 2사라지만 만루다.
한복판은 타자들이 제일 좋아하는 공이다.
저 공을 던진다는 건 그야말로 미친 짓이다!
그런데 놓쳤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허를 찌르는 투구였기 때문이다.
전광판을 확인했다.
99마일.
바닥을 향한 놀란의 배트 끝이 다시 치솟았다.
‘그래. 넌 원래 이런 애였어.’
도진은 언제나 상상 이상의 것을 보여주는 선수였다.
매번 까먹는다. 그를 마주하면 언제나처럼 스며드는 공포 때문에 그랬다.
그런데 이제는 아니다.
‘더는 네가 두렵지 않다.’
넘어선다. 양키스는 올라간다.
‘네가 혹여 105마일을 던져도 난 쳐낼 것이다.’
놀란은 타격 자세를 잡았다.
망설임 따윈 존재하지 않았으므로.
도진은 그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회복이 참 빠르네. 역시 넌.’
최고다. 그래서 너무 즐겁다.
도진은 이번에 엄지와 새끼손가락을 제외. 나머지 세 손가락을 펼쳐 어깨에 댔다.
호세는 미트의 등을 바닥에 살짝 터치했다.
떨어지는 공. 커브.
공은 던져졌다.
놀란은 투구에서의 탑 스핀을 재빠르게 확인하며 휘두르지 않았다.
“볼!”
1-1.
도진은 검지만 어깨에 댔다.
호세는 한복판에 미트를 고정했다.
와인드업. 공은 던져졌다.
한복판으로 향하던 투구는 홈 플레이트 앞에서 일순 힘을 전부 잃더니 바닥으로 떨어졌다.
놀란은 이번에도 배트를 참았다.
퍼억.
“볼!”
2-1.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았음에도 도진은 불리한 입지에 서게 됐다.
카운트에 여유가 생긴 놀란의 자신감은 하늘에 닿겠다며 치솟았다.
볼넷은 없다. 놀란은 확신했다.
여기서 공짜로 점수를 내줄 투수는 없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다시 유인구일까?
아니. 패스트볼 뿐이다.
투수는 3-1이 아닌 2-2를 원할 테니까.
놀란은 배트를 움켜쥐었다.
투수의 와인드업.
공이 날아온다.
패스트볼이다.
그런데…….
‘젠장! 높다!’
가슴 높이로 날아오는 투구.
스트라이크 존에 꽂히리라 확신했던 놀란의 배트가 허공을 갈랐다.
뒤늦게 인지해봤자 무조건 스윙하겠다는 의지는 뇌를 지배하고 있었기에.
퍼억!
“스트라이크 투!”
카운트는 2-2.
놀란은 다시 배트를 움켜쥐었다.
입술을 얼마나 강하게 깨물었는지 선혈이 맺혔다.
5구.
승부처가 될 수 있는 투구.
공이 날아왔다.
4구보다 낮다. 그래도 볼이다.
놀란은 배트를 참았다.
퍼억!
“볼!”
3-2 풀 카운트.
덕분에 놀란은 완전히 여유를 되찾았다.
여기서는 패스트볼로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것밖에 없다.
체인지업은 골라낼 수 있다.
커브는 두말할 것도 없다.
그러므로.
‘내 승리다!’
놀란은 승리를 눈앞에 두었다고 확신했다.
도진은 OK를 의미하는 엄지와 검지를 동그랗게 말아 반대로 눕혀 어깨에 댔다.
당황스러운 눈빛을 숨기지 못한 선수는 놀란이 아닌 호세.
저 사인의 의미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스, 슬라이더?’
호세의 심장이 사정없이 뛰어댔다.
도진은 슬라이더를 던지지 못한다.
흉내를 낼 수 있다고 한들 6구는 무조건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해야만 한다.
뭣보다 벨이 절대 슬라이더를 던지지 말라고 경고했다.
‘너라면 벨의 조언을 어기지 않을 텐데?’
그러니까 저 사인은 도대체 무엇인가?
호세의 전신이 파르르 떨렸다.
도진이 보낸 사인을 깨달아버려 전율이 흘렀기 때문이다.
‘그래. 너라면 가능하겠지. 가보자고 애송아!’
호세의 동공에 승리가 비쳤다.
* * *
도진은 거친 숨을 뿜어냈다.
몰려오는 피로 때문.
짓눌리는 중압감은 사람의 피를 말리게 했다.
하지만 그의 표정만큼은 여유로웠다.
‘마지막이잖아? 여태까지 잘 버텼잖아?’
글러브 안, 도진의 오른손은 슬라이더 그립으로 공을 쥐고 있었다.
하지만 그 역시도 슬라이더를 던질 생각은 없었다.
흉내는 낼 수 있지만 완벽하지 않다.
완벽하지 않은 공을 던진다면?
‘놀란이라면 가차 없이 홈런을 만들겠지.’
그런데도 도진은 슬라이더 그립에 변화를 주지 않았다.
‘벨. 이거였죠?’
벨은 슬라이더 그립을 알려줬다.
하지만 슬라이더를 던지지 말라고 했다.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
계속해서 고민했다.
‘이 그립으로 던질 수 있는 구종은 슬라이더 말고 더 있더라.’
무엇보다 자신이 던질 수 있는 구종과 매우 근접하게 연관되어 있었다.
도진은 글러브와 오른손을 가지런히 모아 복부 쪽으로 가져갔다.
동시에 심호흡을 크게 내뿜었다.
‘이 구종이라면…….’
완벽하지는 않다.
하지만 여태껏 자신이 선보이지 않은 구종 중에서는 제일 완성도가 뛰어난 구종일 것이다.
도진은 발을 치켜올렸다.
발바닥이 지면에 닿았다.
팔이 힘차게 돌아간다.
공은 손을 떠났다.
투구를 기다리던 놀란의 동공이 파르르 떨렸다.
도진에게서 생전 처음 보는 스핀.
탑 스핀도, 백 스핀도 아니었으니까.
‘사이드 스핀이라니…….’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던 놀란은 반사적으로 배트를 휘둘렀다.
하지만 확신 따윈 담기지 않은 그의 스윙은 허공을 갈랐다.
도진이 생전 처음 던진.
그립만 슬라이더. 원리는 커브.
바로 ‘슬러브’에 말이다.
퍼억.
“스트라이크 아웃!”
도진은 오른손을 불끈 쥐며 포효했다.
잔루 만루.
양키스는 결국 도진을 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