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297)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 297화(297/400)
원정 선수들이 머무르는 호텔에 도착했다.
도진은 즉각 조 캐넌 감독의 방문을 두들겼다.
“감독님. 저예요.”
조 캐넌 감독이 아닌 타격 코치가 문을 열어줬다.
“오. 킴. 무슨 일이야.”
도진은 안을 쏙 들여다보았다.
수석 코치를 필두로 에인절스의 코치진이 전부 모여 있었다.
레드삭스와의 연전을 위해 모인 모양이다.
“감독님께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멀찍이서 조 캐넌 감독이 들어오라며 손짓했다.
도진은 고개를 꾸벅하며 방 안으로 들어갔다.
“잠깐 기다리지. 아직 회의 중이라서 말이야. 아무 대나 앉아 있게.”
도진은 앉을 자리가 없어 침대에 걸터앉았다.
감독과 코치진들의 회의가 이어졌다.
수석 코치가 말했다.
“벨이 등판하지 못합니다. 무리해서 등판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당장 어제 계투로 올라온 벨은 최소 3일은 쉬어야 한다.
다른 코치진들도 동의했다.
“사실 3일 휴식도 부족합니다. 벨의 나이 때문에도 그렇습니다.”
“인정합니다. 어쩌면 올 시즌 벨은 더는 등판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4차전이나 5차전까지 가지 않는 이상은요.”
조 캐넌 감독은 한숨을 내쉬더니 진중한 표정으로 말했다.
“1차전에서 지면 우리에게 희망은 없다.”
가만히 듣던 도진은 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같은 생각이구나.
그만큼 모든 걸 걸고 올라온 에인절스에 남은 건 없었다.
조 캐넌 감독은 말을 덧붙였다.
“타자진이야 힘이 좀 빠졌지만, 라인업은 양키스와 비슷하게 짜면 된다. 문제는 투수진이야.”
“그렇죠. 1차전을 무조건 잡아야 하는데 벨이 등판하지 못해버리니 그 자리를 메꿀 투수가 없습니다.”
수석 코치가 즉답했다.
2선발 혹은 3선발을 내보낸다고 한들 레드삭스의 1선발에 비하면 부족하다.
타자들이 지친 가운데 투수들이 해줘야만 하는데 현 에인절스에는 1선발의 무게를 견딜 수 있는 투수가 없었다.
결국 회의의 결론은 돌고 돌아 원점으로 되돌아왔다.
도진은 볼을 빵빵하게 불렸다.
‘우리 에인절스는 준비가 되지 않았구나.’
양키스와 혈투를 벌였으니 그럴 수밖에.
준비의 중요성은 두말하면 입만 아프다.
토너먼트라면 더욱 그랬다.
고민이 깊어져만 가는 조 캐넌 감독의 표정에 도진은 소심하게 손을 들어 올렸다.
“저…….”
조 캐넌 감독은 그제야 도진이 방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듯 그를 향해 쓴 미소를 지었다.
“아. 미안하군. 자네가 있다는 걸 잠깐 잊고 있었어. 그래, 할 말이 뭐지?”
도진은 지체하지 않았다.
감독을 찾아온 이유가 저들의 고민을 덜어줄 수 있는 묘수와 맞물렸기 때문이다.
“이건 어떠세요?”
* * *
“너. 밤에 감독님 찾아갔다며?”
시합 당일 점심시간.
접시에 음식을 수북이 쌓은 호세는 도진의 맞은 편에 앉더니 물었다.
“소문이 벌써 났어요?”
“무슨 소문.”
그 안에서 나눴던 실질적인 내용은 모르는 모양이다.
도진은 물을 들이키며 입 안을 헹궜다.
그러고는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말했다.
“감독님 찾아갔다는 소문이요.”
“당연하지 인마. 그래서. 왜 찾아갔어?”
에이. 이대로 넘어갈 줄 알고 연기했는데 호세는 역시 집요하다.
도진은 입맛을 다셨다.
“비밀이에요.”
“비밀? 비미일? 죽을래?”
“진짜 일급비밀이라 말할 수 없어요. 혹시 정보가 새어 나가면 큰일이거든요.”
호세는 미간을 구부렸다.
“내가 스파이라도 된다는 거냐?”
“그건 아니지만요.”
“그럼 뭔데.”
“이따가 아시게 될 거예요. 감독님이 직접 말해주신다고 하셨어요.”
도진은 그저 감독과의 대화 내용을 함구하길 원했다.
만약 이 사실이 호세에게 알려진다면?
‘아주 노발대발하겠지.’
호세는 미간을 구겼다.
“왠지 오늘 후보일 것 같단 말이지.”
뜨끔. 도진의 몸이 순간 파르르 떨렸다.
호세는 이를 갈았다.
“이번에는 나냐?”
“네?”
“너 지명타자지.”
“모르죠.”
“알잖아?”
“정말 몰라요.”
“이번에는 아돌니스 대신 나를 뺀 거 같은데?”
“제, 제가 무슨 수로요!”
“너 말 더듬는다?”
도진은 성급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 말도 안 되는 소리라 당황스러워서 그렇죠.”
“하. 뭔가 이상한데. 나 촉 되게 좋은데.”
도진은 멀뚱히 호세를 바라보며 침음했다.
‘정말 더럽게 좋네.’
그도 그럴 것이 오늘도 지명타자로 나서야 했기 때문이다.
‘호세를 빼라고는 안 했는데.’
하지만 결국 그는 오늘 선발 라인업에서 빠지게 됐다.
감독님이 그렇게 정했으니까.
아무래도 레드삭스의 1선발을 공략하려면 호세보다는 타격이 더 나은 아돌니스의 힘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선발 투수를 공략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호세는 체념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늙어서 그런지 난 오늘 쉬어도 상관은 없어. 지금 피곤해 죽겠다. 회복하고 2, 3차전에 나가면 그만이다.”
“괜찮을까요?”
“뭐가.”
“아들이 지켜볼 텐데요.”
“너. 나 빼라고 했구나?”
도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니요. 진짜 제가 호세 빼라고 한 적 없어요.”
“하지만 빠진다?”
“감독님 소관이죠.”
호세의 입꼬리가 씰룩댔다.
“깨달아버렸다.”
“뭘요.”
“네가 감독님 방문한 이유.”
“뭐, 뭔데요?”
“나도 비밀이다. 에이. 오늘 푹 쉴 줄 알았는데 불가능하겠네.”
도진은 입맛을 다셨다.
잘못 깨달은 거 같은데?
호세는 오늘 푹 쉬게 될 테니까.
‘뭐. 감독님이 알아서 잘 설득해 주시겠지.’
뭣보다 걱정했던 호세의 표정은 평온했다.
실망이 클 줄 알았는데 그렇지는 않은 모양이다.
‘다행이네.’
안도하던 도진은 이내 표정을 굳혔다.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
에인절스 선수들도, 코치들도 그리고 호세도.
레드삭스에게 패한다고 하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에인절스는 앞으로의 미래가 더 밝았으니까.
‘그래도…….’
걷는 놈 위에 뛰는 놈이 있듯.
뛰는 놈 위에 나는 놈도 있다.
그저 지금 에인절스가 머금은 빛이 한계에 도달한 것이 아니다.
더 환하게 빛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해주고 싶었다.
* * *
시합에 앞서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모이자, 해설들은 흥분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레드삭스와 에인절스! 에인절스와 레드삭스의 경기가 이제 막 시작될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사실 팬들 대부분이 양키스와 레드삭스의 대결을 기다렸을 겁니다.]양키스와 레드삭스는 희대의 라이벌이다.
두 팀의 악연은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1919년. 레드삭스 소속이었던 베이브 루스가 양키스로 팔려나간 시점부터이니 벌써 100년이 넘었다.
[하지만 에인절스가 양키스를 누르고 올라왔죠.] [네. 그렇다고 레드삭스 팬들이 아쉬워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들은 양키스의 패배를 누구보다 반길 테니까요.] [또한 레드삭스도 에인절스를 상대하는 편이 더 높은 곳을 바라보기에도 편하잖아요?] [그렇습니다. 사실 전력만 놓고 본다면 양키스가 에인절스보다 우위에 있는 것은 사실이며, 또한 양키스와 레드삭스가 붙었을 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르니까요.] [하지만 마냥 쉽게 볼 수만은 없잖아요?] [그렇습니다. 에인절스는 올해 완전히 다른 팀이 되어버렸어요. 그렇기에 레드삭스도 결코 방심하지 않을 겁니다.] [여기 레드삭스 라인업입니다.]1. 자비에 존슨. SS.
2. 마테오 토마스. 3B.
3. 안토니오 미첼. 1B.
4. 제스퍼 길로인. LF.
5. 조던 곤잘레스. RF.
6. 대미언 오티즈. DH.
7. 마르커스 리베라. 2B.
8. 아이사 로드리게스. C.
9. 자말 크루즈. CF.
P. 안드레 페르난데즈.
[레드삭스는 역시 베스트라인업을 꺼냈습니다.] [네. 안드레 페르난데즈. 굉장한 투수죠. 올해 조이 히메네즈와 사이 영을 경쟁한 투수입니다.]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세간에서는 조이 히메네즈가 우위에 있다고 보잖아요?] [그렇죠. 올스타 브레이크에 앞서 부상 때문에 한 달을 결장했습니다. 둘의 성적은 비슷하지만, 조이 히메네즈는 풀 타임을 뛰었기에 더 유리하죠.] [부상 때문에 안드레 페르난데즈는 올스타에 참여하지 못했지만, 4번 타자 제스퍼 길로인은 올해 올스타에 뽑혔어요.] [그렇습니다. 그리고 올 시즌 홈런도 무려 40개를 쳐내며 정말 대단한 시즌을 보냈어요.] [무엇보다 레드삭스는 올 시즌 메이저리그 전 구단을 통틀어 투타에서의 조화가 굉장히 조화롭다고 알려져 있잖아요?] [5명의 선발 투수 하나하나가 전부 대단한 시즌을 보냈습니다. 불펜 투수들도 마찬가지죠. 그렇기에 아메리칸리그 동부라는 치열한 리그에서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거고요.] [오늘 에인절스 타자들이 고생 꽤 할 것 같은데요?] [네. 하지만 그보다 더한 문제가 있죠.] [어떤 부분일까요?] [바로 레드삭스의 타선입니다. 팀 타율과 홈런이 메이저리그 구단 전체 1위. 정말 가공할 만한 위력을 뿜어내고 있죠.] [에인절스는 벨 조이스가 등판하지 못합니다. 에인절스의 팬들은 이 부분이 제일 우려된다고 목소리를 모았어요.] [전문가들도 오늘 경기 누가 선발로 나와야 할지 정답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다양한 시나리오는 있지만, 정답에 가깝지 않았습니다.] [이제 확인해 봐야겠죠? 강력한 보스턴의 타선과 선발 투수 안드레 페르난데즈를 상대하는 에인절스의 라인업입니다.]1. 도진 킴 DH.
2. 마르셀로 무냐. LF.
3. 켄 매논. SS.
4. 아돌니스 로드리게스. C.
5. 자렌 테일러. 1B.
6. 엘릭스 포스터. 2B.
7. 라이언 스미스. CF.
8. 제롬 블랙. RF.
9. 윌리엄 바스테스. 3B.
P. 도진 킴.
라인업이 발표되자 해설, 보스턴 레드삭스의 홈구장 펜웨이 파크를 찾은 팬들은 일순 침묵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선수가 에인절스의 선발 투수로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제가 지금 잘못 보고 있는 걸까요?] [제대로 보고 계신 게 맞습니다. 킴. 그가 에인절스의 지명타자이자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오르게 됐습니다.] [이유가 무엇일까요?]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만 오프너일 확률이 높지 않을까요?]오프너.
팀 내 구위가 제일 좋은 선수를 선발 투수 대신해서 제일 먼저 배치하는 작전.
실점이 많은 1회를 안전하게 넘기기 위해서였다.
대부분 오프너는 1이닝이나 2이닝만 소화하고 마운드에서 내려간다.
마운드에서의 안정을 찾게 되면 후속 투수들의 부담감은 줄어드는 법.
그 중책을 도진이 맡은 것이었다.
[오프너라. 에인절스가 빼들 수 있는 작전 중 최고의 시나리오라고 생각이 드네요.] [인정합니다. 올 시즌 에인절스 불펜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라면 단언 킴입니다. 그가 1회 혹은 2회까지 잘 틀어막아 준다면? 에인절스도 희망이 생길 겁니다.]경기가 시작됐다.
에인절스의 1회 초 공격.
이미 시즌 중 1위를 확정 지은 안드레 페르난데즈의 구위는 싱싱했다.
그는 총 12구만 던져 도진을 포함 에인절스의 타선을 삼자범퇴로 요리했다.
이어지는 1회 말. 레드삭스의 공격.
마운드를 밟은 도진은 흥분된 표정을 감추겠다며 모자를 꾹 눌러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