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30)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30화(30/400)
원하는 걸 다 들어준다니.
도진은 눈을 연달아 끔뻑였다.
“무슨 말이신지……”
“허허. 말 그대로입니다.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가능한 선에서 들어주도록 하겠습니다.”
“아. 네.”
그렇군요.
그런데 뭘요?
이사장은 도진의 표정을 읽었다.
“제가 교장 선생님 그리고 감독님과 대화를 이미 나누고 있었던지라 두서가 없었군요.”
이사장은 일단 도진에게 자리에 앉으라고 권했다.
도진이 착석하자 나머지 일원들도 전부 착석을 끝냈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토요일 경기 아주 잘 봤습니다. 킴 덕분에 작년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 토너먼트에 진출한 샌프란시스코를 이겼죠.”
“제가 혼자서 잘했기 때문이 이긴 건 아닙니다.”
도진은 이사장의 칭찬에 민망해하면서 재빨리 대답했다.
“다른 선수들의 기량도 많이 올라왔습니다. 특히 페드로 선배와 알렉산더를 주축으로 다른 선수들도 좋은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실제로 그랬다.
FS는 더 이상 약팀이 아니었다.
하나로 뭉친 FS는 강팀 반열에 올랐다.
FS는 앞서 나열한 기존 슈퍼스타들에 자신과 마이크가 더해지니 예상보다 훨씬 강했다.
‘그리고 감독님의 영향력도 무시 못 해.’
도널도 감독은 선수교체를 망설이지 않았다.
덕분에 실점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타순도 그렇다.
그는 상대 팀을 정확히 파악해 적재적소에 선수들을 배치했다.
감독의 역량은 도진의 계산 밖이었다.
그렇기에 이번에는 FS도 충분히 강팀이라 자신 있게 말한 것이다.
따라서 요원해 보이는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 초청이라는 목표가 점점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사장님도 그 가능성을 보셨으니 이런 제안을 내민 거겠지.’
도진의 목표와 이사장이 바라는 바가 같고, 이사장이 먼저 원하는 걸 말하라고 했다.
그러니 부담 없이 필요한 걸 말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필요한 거라…….’
당장 필요한 건 여럿 있다.
하지만 그중 제일 필요한 건 명확했다.
“일단 지금 당장 필요한 건 두 가지입니다.”
이사장이 계속 말해보라는 눈빛에 도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식사와 연습장 상시 개방입니다.”
“식사와 연습장 상시 개방이 무슨 뜻인지 정확히 말해줄 수 있습니까?”
“저는 지금 다수의 포지션을 소화하고 있어 체력이 제일 중요합니다. 그리고 체력은 식사가 동반되어야 하죠. 학교에서 음식을 무상으로 제공해주셨으면 합니다.”
학교도 사람 사는 곳이다.
학교가 끝나면 매점이나 음식점이 전부 다 닫는다.
기숙사를 이용하는 도진은 갑작스레 배고플 때 마음 놓고 먹을 수가 없었다.
나가서 먹는 방법은 있지만, 물가가 비싸도 너무 비쌌다.
저렴한 음식을 먹을 수는 있겠지만, 매번 1달러 피자만 먹을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영양적으로도 좋지 않았다.
“그리고 연습장 상시 개방은 홀로 남아서라도 추가 연습을 하고 싶습니다.”
미국은 한국과 다르다.
미국은 학생들이 학교에 늦게까지 남는 것에 진심으로 걱정하며 원치 않는다.
아직은 목적 하나에 몰두하기보다는 다양한 경험을 하길 원했으니까.
따라서 이사장뿐만이 아니라 교장과 감독도 도진의 두 번째 요청에는 추천하지 않는다는 모호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이사장이 학교가 야구로 뛰어난 성적을 얻었으면 한다 해도, 학생의 인생을 망치면서까지 바라지는 않았으니까.
그럼에도 도진은 물러서지 않겠다며 서둘러 입을 열었다.
“걱정하시는 바는 잘 압니다. 하지만 저는 쉬었던 기간이 있는 만큼, 남들보다 더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혹시나 학업에 대한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실제로 도진은 고등학교 성적이 굉장히 뛰어난 편이었다.
아직까진 한국 수업과 비교해 난도가 굉장히 낮아 적응에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미국에서는 성적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운동부에서 퇴출까지 된다.
하지만 이대로만 한다면 성적 때문에 골치를 썩일 일은 없었다.
“그러니 다른 것을 놓지 않는 범위에서 야구에 더 집중하고 싶습니다.”
도진의 진심 어린 제안에 이사장은 고민했다.
물론 학생이 원하니 위법은 아니다.
하지만 쉽사리 그러라고 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고민에 대한 해답이 쉽게 나오지 않자 도진이 다시 입을 열었다.
“저는 제 꿈을 정했습니다. 고등학교에 국한된 야구 선수가 아닌 메이저리거가 꿈입니다. 다른 꿈을 꿔본 적도 바꿀 생각도 없습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학교가 도와줬으면 하는 겁니다.”
이사장, 교장 그리고 감독의 눈이 번뜩였다.
도진은 미소를 짓고 또다시 입을 열었다.
“물론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에 초청받지 못해도 메이저리거가 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에 참여한 선수와 그렇지 못한 선수는 출발선이 다릅니다.”
고등학교 최고 레벨에서도 통할 기량이냐.
수많은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괜히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을 눈여겨보는 게 아니다.
차후 드래프트 때 참고가 되며,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에서 보여준 모습에 따라 선수의 가치가 달라지기도 한다.
도진은 이왕이면 최고의 대우를 받고 싶었다.
어마어마한 계약금을 받아 돈 걱정 없이 오로지 꿈을 향해 나아가고 싶었다.
‘그러니 꼭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에 초청을 받아야 해.’
도진은 조금만 더 설득하면 될 것 같다며 눈동자에 확신을 담았다.
도진의 눈이 이글이글 불타오르자 이사장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교장과 감독을 바라봤다.
“교장 선생님. 감독님. 들으셨죠? 학생이 원한다고 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무리만 하지 않는 선에서 들어줄 만한 요구라고 생각합니다.”
“킴 성격상 무리를 할 것 같습니다만 제가 잘 지도해보겠습니다.”
이사장은 교장과 감독의 조언까지 취합했다.
“좋습니다. 그럼 제가 할 일은 단 한 가지뿐이겠군요. 영양사를 고용하겠습니다. 월요일부터 경기가 있는 토요일까지 무상으로 아침과 저녁을 제공해드리겠습니다.”
도진은 뜻하지 않은 소식에 눈을 끔뻑였다.
영양사라니.
거기까지 바란 건 아니었다.
하지만 굳이 해준다는 데 거절할 이유도 존재하지 않았다.
‘오히려 두 팔 벌려 환영할만한 일이지.’
선수가 필요한 영양분을 고루 섭취하면 체력은 물론 체격을 늘리는 데 훨씬 더 도움이 된다.
물론 이 부분은 성과가 당장 드러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 까지는 아직 4개월이나 남았다.
그때까지 최고의 몸 상태를 끌어 올린다고 생각하면 된다.
‘역시. 사람은 돈이 많고 봐야 해. 야망을 위해 거침없이 쓸 수 있잖아?’
이사장의 목소리는 계속해서 들려왔다.
“실내 연습장도 개방하겠습니다. 하지만 너무 무리하지만 말길 바랍니다.”
실내 연습장 개방.
이건 지금 당장 효과를 볼 수 있다.
프로 선수들도 시즌 중에 타격감이 좋지 않을 땐 특타를 요청한다.
배트를 몇백 번 더 휘두르면 타격에 대한 감을 잡고 실력도 상승한다.
이 특효를 곧바로 누릴 수 있었다.
도진은 허리를 90도로 굽혔다.
“최선을 다해서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에 초청받을 수 있도록 결과를 내겠습니다.”
* * *
이사장은 화끈했다.
당장 당일 오후 연습이 끝난 직후 선수들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제공됐다.
물론 오로지 자신과 야구부를 위한 것은 아니었다.
미식축구나 농구 선수들에게도 제공됐다.
“이야! 꿈을 펼쳤구나?”
마이크는 도진의 뒤에서 식판을 들고 뒤에서 깐족거렸다.
도진은 이를 가벼이 무시하며 앞에 놓인 30가지가 넘는 음식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자 마이크는 재미없다며 본론으로 들어갔다.
“일단 첫날이라 급하게 출장 뷔페를 섭외한 모양인데?”
도진도 고개를 끄덕였다.
매번 뷔페를 제공해줄 수는 없겠지.
학교는 메이저리그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이사장의 성격을 봐서는 자신에게 기필코 도움 되는 식단이 매일 같이 준비될 것이다.
식판에 음식을 쌓고 착석한 도진은 다른 종목 친구들의 감사 인사를 받느라 식사를 이어나가지 못했다.
“헤이 킴! 이 음식들 전부 네 덕분이라며?”
“이사장이랑 맞짱 까서 이겼다던데?”
“잘 먹을게! 식비가 굳어서 힘이 난다.”
“야구부! 꼭 좋은 성적 내서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 나갔으면 좋겠다!”
감사 인사는 예견되어 있었다.
요즘 야구는 백인들만이 하는 스포츠로 서서히 전략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야구는 돈이 굉장히 많이 들어가는 스포츠였다.
농구나 미식축구 같이 몸뚱이만 있다고 즐길 수 있는 스포츠가 아니었으니까.
게다가 FS의 학비는 비싸다.
학비에 큰돈을 지급해야 해서 야구를 한다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그러니 이런 양질의 식사를 공짜로 때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 도진은 영웅이었다.
모든 학생들이 도진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달했다.
그때 옆에서 마이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실내 연습장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며?”
도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 실력에 부족함을 느끼고 있다.”
마이크는 미간을 구겼다.
“개소리 작작해라. 네 실력이 부족하다면 다른 놈들은 뭐냐? 나 포함.”
“넌 포수잖아. 이미 넌 존재 자체만으로도 슈퍼스타야.”
“닥쳐. 내가 웬만해서는 인정하겠는데 넌 투타 겸업에 올라운더야. 추가 연습을 해도 내가 더 해야 해.”
“그럼 하러 갈래?”
마이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에게서 진심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응? 지금?”
“어. 오늘부터 야간도 개장했으니까.”
“우리 방금 연습 끝내고 와서 밥 먹는 건데?”
식사를 끝낸 도진은 연습하러 가겠다며 곧장 몸을 일으켰다.
마이크는 저도 모르게 그의 뒤를 따랐다.
“얼마나 하려고.”
“만족스러울 때까지.”
“그럼 지금 그만둬야 하는 거 아니냐? 내가 너라면 만족했을 거다.”
도진은 마이크의 말을 가볍게 무시하고 곧바로 배트를 손에 쥐었다.
‘난 지금 당장 타격이 부족해.’
투구와 비교하면 그렇다.
성적에도 나와 있다.
물론 5할이 넘어가는 타격 성적이 나쁜 건 아니지만 지금까지 무실점인 투구에 비하면 그렇다.
무엇보다 샌프란시스코전에서는 고작 1안타밖에 치지 못했다.
전승을 위해선 투타 모두 압도적인 기량이 필요했다.
도진은 마이크와 함께 티배팅, 토스 배팅 라이브 배팅 등. 다양한 훈련을 추가로 소화했다.
물론 마이크는 1시간의 추가 연습을 끝으로 더는 못하겠다며 손사래를 쳤다.
“야. 난 갈래. 이게 인간의 연습량이냐? 우리가 무슨 기계야? 프로 선수도 이렇게까진 안 해!”
도진은 여전히 여유로웠다.
“한국에서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연습하는데?”
“프로 선수들이?”
“중학생들이.”
“응?”
이게 도대체 무슨 개소리다냐?
하지만 이번에도 진심이 느껴졌다.
도진은 태연하게 대답했다.
“우린 학교 수업 다 듣고 연습도 깨작 2시간 반에서 3시간밖에 안 하잖아?”
마이크는 입을 꾹 다물고는 곧장 가방을 챙겨서 연습장을 벗어났다.
2시간반에서 3시간 반이 고작이란다.
왠지 이곳에 더 있다가는 몸살이 날 것만 같았다.
도진은 멀어지는 마이크를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그러고는 금세 시선을 거둔 후 다시 배트를 휘둘렀다.
‘이럴 줄 알았다. 뭐 미국인은 미국인들만의 스타일이 있으니까.’
그렇다고 그들이 실력 적으로 부족한가?
그건 또 아니었다.
그냥 스타일과 문화의 차이일 뿐이었다.
‘그러니 난 이게 맞아. 중학교 때부터 노예로 길러져서 그런지. 이게 편하다.’
도진은 스윙할 때마다 땀방울이 흩날려 바닥을 적시자.
드디어 연습다운 연습을 한다며 도진의 눈동자엔 만족감에 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