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300)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 300화(300/400)
LA로 돌아온 도진은 3주 가까이 휴식의 연속이었다.
지금은 상우와 함께 아파트 수영장 선베드에 누워 있었다.
“제수씨가 스케쥴 잡아준다며. 언제 잡히냐?”
“내 스케쥴에 왜 이렇게 관심이 많냐?”
“심심하니까.”
“너 심심한 거랑 무슨 상관인데? 그리고 지금은 푹 쉬어야 해. 시즌 일찍 끝나서 팔팔하다고 으스대네.”
때마침 핸드폰 벨 소리가 울렸다.
도진은 간이 테이블에 놓인 핸드폰을 확인했다.
마이크였다.
[마이크: 좀 쉬었냐?] [나: 잘 쉬고 있어. 아직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는 않았지만.] [마이크: 벌써 완전히 회복되는 게 이상하지. 본격적으로 운동하는 건 지금부터 한 달은 더 쉬고 나서야. 어쨌든 스케쥴 잡혔다.] [나: 스케쥴? 뭔데?] [마이크: 별거 아니야. 돈이 되는 건 더더욱 아니고. 그래도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최고의 장소니까 꼭 가라.] [나: 그러니까 어디?] [마이크: 크립토닷컴 아레나.]생전 처음 듣는 이름에 도진은 인터넷으로 검색했다.
장소의 이름을 확인한 도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나: 여, 여긴 왜?]크립토닷컴 아레나.
구 스테이플스 센터.
NBA 팀 레이커스와 클리퍼스의 홈구장이었다.
[마이크: 원래 다양한 셀럽들은 농구장을 자주 방문해. 거기서 팬들과 소통하는 거지.] [나: 농구장에서 내가 무슨 소통을 해.] [마이크: 소통이 뭐 대단하냐? 그냥 얼굴을 비추는 것만으로도 소통이야. 특히나 농구는 젊은 층에 인기가 많아. 슈퍼스타는 나이, 국적 관계없이 많은 팬을 거느려야 해. 물론 실력이 뒷받침되어야 하지만.]도진은 팬들의 사랑에 감격하고부터 슈퍼스타가 되고 싶었다.
마이크의 말마따나 슈퍼스타란 실력과 비례해 많은 팬을 거느려야 한다.
그에 따라 부는 자연스럽게 따라오지만, 도진은 또 다른 이점인 명예에 더 관심이 있었다.
메이저리거가 되었고 첫 시즌을 훌륭하게 치렀다.
이제는 이 무대에서 한 획을 긋고 싶었다.
그 과제 중 하나가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것.
한국인이므로 미국인보다 갈 길이 더 바빴다.
[마이크: 농구는 아냐?] [나: 룰도 몰라.] [마이크: 딱히 상관없어. 가서 맛있는 거 먹으면서 NBA 선수들 붕붕 날아다니는 거 구경이나 해.]도진의 눈동자가 빛을 띠었다.
‘오? 그러고 보니 다른 스포츠 선수들은 어떤 모습이려나?’
그들의 운동 능력은 얼마나 좋을까?
도진은 농구를 몰랐지만, NBA 선수들의 운동 신경이 뛰어나다는 것만큼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나: 나 혼자 가?] [마이크: 왜. 같이 갈 사람 있어? 리?] [나: 어. 심심하다고 귀찮게 한다.] [마이크: 문제없어. 안 그래도 그쪽에서 티켓을 3장 보내줬거든.] [나: 티켓을 먼저 보내준 거야? 왜?] [마이크: 이유는 묻지 마. 그냥 이 동네가 그래.]야구와 농구는 서로 다른 종목이지만, 미국이 자랑하는 자국 스포츠다.
스포츠를 좋아하는 팬들은 대개 둘 다 챙겨본다.
[무엇보다 두 스포츠의 시즌이 겹치지 않는다는 점도 큰 장점으로 작용하지. 팬을 늘릴 기회다. 팬이 늘어나면 네 가치도 자연스럽게 상승하는 법이고.] [나: 이해했어. 세 장이면 한 명 더 데리고 가도 돼?] [마이크: 마음대로 해라.]* * *
도진은 상우와 함께 크립토닷컴 아레나에 도착했다.
택시에서 내리자 나시를 입고 선글라스를 낀 익숙한 얼굴이 손을 흔들었다.
“브라더!”
그레그였다.
다행이라면 그레그가 입고 있는 나시가 농구 유니폼이라는 점이었다.
그레그는 상우와 핸드 셰이크 직후 도진을 껴안았다.
“개막전 매치에 초대해 줘서 고맙다.”
“고맙긴요. 근데 오늘 레이커스와 어떤 팀이 붙는지 알아요?”
도진의 말에 그레그가 도진을 경멸스럽게 쳐다봤다.
“모른다고? 너무한 거 아니냐? 레이커스와 클리퍼스! 클리퍼스와 레이커스! 누가 크립토닷컴 아레나의 주인인가!”
“두 팀이 한 구장을 공유하죠?”
“어.”
“누가 더 잘해요?”
“요즘엔 레이커스가 더 잘해.”
“그럼, 그들이 주인이에요? 어디 팬이 더 많아요?”
“너 누가 초청해 줬냐?”
도진은 뒤통수를 벅벅 긁었다.
“레이커스요.”
“그럼 레이커스 응원하던가.”
“알았어요. 레이커스 응원할게요.”
“하지 마.”
도진은 눈을 끔뻑였다.
“왜요?”
“양 팀이 한 구장을 공유하잖아. 네가 레이커스를 응원해 봐라. 클리퍼스 팬들은 바로 안티로 돌아서게 될 거다. 안 그래도 두 팀 다 LA를 연고지로 사용하잖아.”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그런데 그레그는 농구 잘 알아요?”
“야 임마. 나 NBA에서도 원하는 인재였어!”
“진짜요?”
“그래!”
그레그의 동공이 순간 흔들렸다.
도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농구는 그냥 방과 후 활동으로만 한 거 같은데요?”
“장난해? 정식 농구부였어!”
후보여서 그렇지.
뒤늦게 흘러오는 나지막한 말. 도진은 못 들은 척했다.
“어쨌든 농구 잘 아는 그레그가 와서 다행이네요.”
“무슨 뜻이냐.”
가만히 듣던 상우가 큭큭 웃었다.
“호세한테 연락했는데 방해하지 말라고 까임.”
그레그의 턱이 서서히 벌어졌다.
“날 버리려고 했던 거야?”
“그건 아니에요. 그레그도 함께 하려고 했어요.”
“호세가 승낙했으면 난 못 가는 거잖아.”
“티켓 하나 더 끊으면 되잖아요.”
“야! 너 이 티켓이 얼마나 비싼지 몰라?”
상우는 그레그의 어깨를 툭툭 쳤다.
“브라더. 이놈 메이저리거야. 우리처럼 거지 깽깽이가 아니라고?”
그레그는 입맛을 다셨다.
“그건 그렇네. 일단 들어가자.”
그레그는 앞장서서 도진과 상우를 능숙하게 안내했다.
레이커스의 초청을 받았기에 VIP 대우를 받았다.
관계자만 드나들 수 있는 출입구로 입장할 수 있었기에 줄을 오랫동안 설 필요가 없었다는 게 큰 장점으로 다가왔다.
음식과 음료를 손에 들고 자리에 앉았다.
도진은 손에 쥐어진 콜라를 힐끗 쳐다보고는 에휴! 한숨을 쉬었다.
“아무리 휴식 중이라도 콜라는 좀.”
그레그는 무조건 콜라를 마셔야 한다며 난리를 쳤었다.
“콜라 싫어하냐?”
“좋아하죠. 그래도 먹으면 안 되잖아요.”
그레그의 목소리가 커졌다.
“넌 기본적으로 팬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되지 않았어.”
“콜라랑 그거랑 무슨 상관인데요.”
“우린 야구 선수지만 지금 농구를 보러 왔어. 맞지?”
“그렇죠.”
“그러니까 팬들이 좋아할 만한 행동을 해야 할 거 아니냐.”
“콜라를 마시면 좋아해요? 미국 참 특이하네.”
“그게 아니라 ‘야구 선수라고 특별하지 않구나.’ 하는 친근감이 들 거 아니냐. 콜라 먹는다고 죽어? 다음 시즌 망하냐고!”
도진은 그레그의 어깨를 툭툭 건드렸다.
“알았어요. 흥분하지 마요.”
가만 생각해 보니 전부 맞는 말 같다.
야구 선수라고 특별한가?
오히려 친근감이 있어야 팬들이 더 좋아해 주겠지.
‘그레그를 데리고 오길 잘했네.’
경기가 시작됐다.
도진과 상우는 농구를 아예 몰랐음에도 속도감 넘치는 경기에 눈을 뗄 수 없었다.
“이야. 선수들이 날아다니네요.”
그레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예전 나를 보는 것 같아.”
“그레그도 덩크 할 줄 알아요?”
“농구는 몰라도 덩크는 아네?”
“그건 알죠.”
“어. 나도 할 줄 알아. 내 상징인 토마호크를 꽂을 때마다 여성 팬들이 환호했지.”
“스테이크를 꽂았다고요?”
그레그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는 도진을 벌레 보듯 경멸스럽게 쳐다봤다.
“개그냐?”
“토마호크는 스테이크 아니에요?”
도진이 아는 토마호크는 스테이크밖에 없었다.
또한 워낙 헛소리를 자주 하는 그레그였기에…….
그레그가 말한 토마호크는 토마호크 덩크를 뜻했지만, 설명하기 귀찮았는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말을 말자.”
1쿼터가 끝이 났다.
그레그는 2쿼터가 시작되자 비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준비됐지?”
“네? 뭐가요?”
“무슨 일이 일어나도 부끄러워하지 마. 알았어? 네가 부끄러워할수록 팬들과 멀어진다고 생각해라.”
두서조차 없는 뜬금없는 그레그의 말에 도진의 동공이 파르르 떨렸다.
“그, 그러니까 뭐가요.”
“그런 게 있어.”
도진은 2쿼터가 끝난 직후 그레그의 말을 깨닫게 되었다.
하프타임 쇼.
전광판에 도진 본인의 얼굴이 비쳤던 것이었다.
[LA 에인절스 소속 메이저리거 도진 킴! 그가 크립토닷컴 아레나를 방문했습니다!]환호와 손뼉 소리가 크립토닷컴 아레나 내부를 가득 메웠다.
도진은 예상치 못한 환호에 그저 멀뚱멀뚱 눈만 끔뻑였다.
그럴수록 환호는 더 거세졌다.
마치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기라도 한 듯 말이다.
특히 신나는 EDM 음악에 일어나서 춤을 추는 팬들은 도진에게 일어서라며 손짓하고 있었다.
‘에, 에이 설마…….’
그레그는 계속해서 팔꿈치로 도진의 옆구리를 툭툭 쳤다.
도진에게서 어떠한 반응이 없자 결국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카메라가 그레그를 비췄다.
[9월 확장 로스터에 포함된 미래의 메이저리거! 그레그입니다!]그레그는 환호 소리가 거세지자, 눈알이 휙 뒤집힌 채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그걸로는 모자랐는지 양손으로 본인의 사타구니를 V자로 내리치기 시작했다.
“호우! 호우! 호우!”
이상한 소리까지 내면서 말이다.
왜 부끄러운 건 내 몫인가. 패닉에 빠진 도진은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다.
‘저걸 나보고 하라고?’
도대체 왜?
흥에 취한 그레그는 상우를 가리켰다.
카메라가 상우를 비추기 시작했다.
상우는 고민 없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박자 따위는 개나 줘버리는 막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레그는 만족스럽다는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다.
“준비됐지 브라더? 댄스 타임에는 댄스를 쳐줘야 하는 거 아니겠어?”
상우의 막춤이 끝났다.
카메라는 다시 도진을 비췄다.
도진은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차라리 9회 말 무사 만루가 이것보단 낫겠다.
때려 죽어도 도저히 이 둘처럼은 못하겠다.
그래도 뭐라도 해야만 한다.
팬들을 위해서란다.
‘하아.’
도진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대신 고개를 푹 숙인 채 오른손만으로 파도를 그리듯 그루브를 탔다.
팬들의 환호는 온몸을 불 싸지른 그레그나 상우보다 훨씬 컸다.
결국 그레그와 상우의 입에서 허탈함이 터져 나왔다.
“개 같은 인생.”
“재주는 곰이 부리고…….”
이래서 유명해져야 한다니까?
둘의 나지막한 말에 도진은 속으로 수긍했다.
‘그나마 둘보다는 유명해서 다행이다.’
그나저나.
그냥 슈퍼스타 하지 말까?
이런 생각이 머릿속에서 벗어나지 않을 만큼 도진은 경기가 끝날 때까지 자괴감에 빠질 뻔했다.
* * *
도진의 그루브 타는 장면은 팬들에게는 크나큰 이야깃거리가 되었다.
[오늘 크립토닷컴 아레나 주요 장면.](움짤)
└이야. 손 꿀렁이는 거 봐라. 파도인 줄.
└역시 슈퍼스타는 달라도 다르네. 즐길 줄 알아.
└근데 즐길 줄 아는 건 그레그와 리 아님? LOL.
└킴은 좀 조용한 성격 같아서 절대 안 할 줄 알았는데. 그래도 해줬네. 아시아인치고 굉장한 퍼포먼스였어.
└요즘 킴은 팬들과 소통도 하려는 것 같아.
└맞음. SNS도 가끔 올리고 댓글도 달아주더라.
└에인절스에 와줘서 고마워!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우리가 슈퍼스타를 보유하다니. 내년 시즌이 기대되는 건 또 처음이네?
└문제는 프런트지. 제발 다음 시즌 영입 좀 잘해보자.
팬들의 반응을 살핀 하리와 마이크는 톡으로 대화를 나눴다.
[마이크: 쩝. 계획이 꼬였는데?] [하리: 그러게. 예상보다 반응이 훨씬 좋네.] [마이크: 아니. 도대체 저게 왜 반응이 좋은 거지? 자신감은 개나 줘버렸고, 성의가 없잖아! 원래 저러면 안 된다고! 차라리 리처럼 막춤을 추길 원했어!] [하리: 귀엽기만 한데.] [마이크: 미스 차. 적당히 해. 솔직히 너도 저놈에게 좀 더 나은 반응을 기대했잖아.] [하리: 어쨌든 반응은 좋잖아? 우리 학교 몇몇 학생들도 저 동작을 흉내내고 있어.] [마이크: 그게 이해가 안 된다는 거야! 무엇보다 지금 커뮤니티에서도 귀엽다고 난리라고. 저딴 게 귀여워? 귀엽냐고!]하리와 마이크는 다양한 커뮤니티를 살폈고 그 반응은 전부 비슷했다.
좋은 반응은 LA만 국한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하리: 마이크. 화가 많이 났네. 좀 가라앉혀. 트렌드가 바뀌었을 수도 있지.] [마이크: 감싸지 마라. 아닌 건 아닌 거야. 쩝. 그냥 태생이 슈퍼스타로 타고난 놈이었어. 우리가 굳이 바쁘게 스케쥴 잡아줄 필요는 없겠네.] [하리: 나도 도진이가 슈퍼스타가 되고 싶다고 했을 때만 해도 그랬는데. 그냥 간단한 스케쥴만 잡아줘도 될 것 같네.] [마이크: 그래. 당분간은 이런 공식 석상 자리 빼면 그냥 야구에 힘이나 쓰라고 해야겠다. 대신 SNS는 조금 더 신경 쓰고. 그나저나. 이제 다음 주네. 좋은 소식이 많이 들려와야 할 텐데.]다음 주 월드 시리즈가 끝나는 즉시 트레이드 장이 열린다.
그 때문에 에인절스 수뇌부들은 더 나은 시즌을 위해 회의실에 모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