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301)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 301화(301/400)
에인절스 단장 페리는 손뼉을 치며 회의의 시작을 알렸다.
프런트는 선수들과는 다르다.
선수들은 시즌이 끝나면 휴식을 취하지만, 프런트는 누구보다 바삐 움직여야 했기 때문이다.
“올 시즌 모두 고생 많았습니다. 디비전 시리즈에 진출하다니. 단장으로서 정말 뜻깊습니다.”
수뇌부들도 전부 손뼉을 치며 자축했다.
페리의 만족스러운 미소가 일순 자취를 감추었다.
“오늘을 시작으로, 해가 넘어갈 때까지 회의할 게 많습니다. 그러니 집중 좀 해주시길 바랍니다. 코비.”
코비는 이름이 호명되자 준비한 프레젠테이션을 화면에 띄웠다.
“일단 올 시즌 끝으로 FA가 되는 선수들입니다. 주전으로는 1루수 자렌 테일러와 포수 호세 가브리엘 로드리게스가 있습니다. 두 선수 이번 시즌 좋은 성적을 내줬습니다. 자렌 테일러는 20홈런과 85타점을. 호세는 30홈런에 90타점 가까이 기록했습니다.”
코비는 설명을 덧붙였다.
“다만 문제가 좀 있습니다. 자렌은 올해 30세. 전성기를 맞이하는 나이로 올해 큰 금액을 안겨줘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호세는…… 그는 레전드지만 나이가 너무 많습니다.”
“자렌에게 얼마를 제시해야 할 것 같나?”
“세간에 들려오는 말로는 최소 5년 1억 달러는 줘야 한다고 봅니다. 20홈런에 80타점 선수라면 그 정도의 가치는 있습니다만. 살짝 오버페이인 경향이 있습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지?”
“그 돈이면 팀에 조금 더 보탬이 되는 선수를 영입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그럼 얼마가 제 가격이라고 보나?”
“5년 8천만 달러면 자렌을 잡아도 된다고 봅니다. 하지만 이건 제 생각일 뿐입니다. 감독님 생각이 더 중요하죠.”
모두의 시선이 조 캐넌 감독에게 향했다.
본래 프런트와 현장직은 별개다.
하지만 조 캐넌이라는 걸출한 감독을 데리고 올 때 선수 선별 권한을 나누기로 했다.
그래서 그 역시도 회의에 참여한 것이었다.
조 캐넌은 턱을 매만지며 침음했다.
“자렌은 좋은 선수입니다. 하지만 코비의 말마따나 굳이 잡아야 할 선수는 아닙니다.”
페리가 물었다.
“어째서일까요?”
“사실 올해 에인절스는 루에 나간 주자가 상당히 많습니다.”
“그렇죠. 킴이 선봉장을 맡게 되면서 확실히 타자들에게 찬스가 많이 생겼죠.”
“네. 자렌은 시즌 중 5번과 6번 타순으로 출전했습니만 찬스를 꽤 많이 놓쳤어요. 20홈런은 뛰어난 기록이긴 합니다만, 중요한 상황에서 버벅댔습니다.”
“그래도 20홈런인데…… 혹시 감독님은 다음 시즌 팀 컬러를 벌써 구상했다는 말로 들립니다. 맞습니까?”
조 캐넌 감독은 고개를 주억였다.
페리는 만족스럽다는 미소를 띠었다.
“앞선 FA에 관한 주제는 잠깐 미루고 감독님 말씀부터 먼저 들어보죠.”
조 캐넌은 뜸 들이지 않았다.
“다음 시즌 제가 추구하는 팀 컬러라면 뉴 제너레이션입니다.”
뉴 제너레이션?
장내가 술렁였다.
조 캐넌 감독은 여유롭게 말을 덧붙였다.
“올 시즌 에인절스가 디비전 시리즈를 밟을 수 있었던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킴 덕분입니다. 그가 선봉장으로 나서서 에인절스에 큰 힘을 불어넣어 주었죠.”
“맞습니다. 누구도 이견은 없을 겁니다.”
“네. 에인절스는 킴을 보유함으로써 일생일대의 기회를 맞이했습니다. 그를 필두로 라인업을 짜야지만 디비전 시리즈를 너머 월드 시리즈까지 엿볼 수 있을 겁니다.”
“뉴 제너레이션이라. 그렇다는 건 신인 선수들 위주로 라인업을 짜시겠다는 겁니까?”
조 캐넌 감독은 모호한 표정을 지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제가 말하는 뉴 제너레이션은 신인 선수들을 기반으로 하는 높은 에너지 레벨을 뜻하는 것입니다만, 베테랑 선수들도 잘 어우러져야 강팀이 됩니다. 킴을 필두로 그와 비견되는 에너지 레벨을 갖춘 마이너리거 2명을 바로 올려주셨으면 합니다.”
“그게 누구죠?”
“그레그와 리입니다.”
페리는 손으로 턱을 문질렀다.
“확실히 둘은 9월에 가능성을 보여줬죠. 다만 아직 완성되지는 않았다고 봅니다. 감독님은 그 둘이 킴처럼 클 수 있다고 봅니까?”
조 캐넌 감독은 피식 웃었다.
그 미소에는 어이없다는 감정이 묻어 나왔다.
“아뇨. 다른 유망주들이 킴처럼 된다고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킴은 엄연히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의 유망주니까요. 대신 그레그와 리는 충분히 만족할 만한 성적을 내줄 겁니다.”
“나이에 비해서입니까?”
“아뇨. 나이보다 월등한 퍼포먼스를 기대합니다. 현재 에인절스는 2루수가 필요합니다. 그 자리를 그레그가 잘 메꿔줄 수 있을 겁니다.”
“리는요? 저희는 아돌니스와 호세라는 걸출한 포수가 둘이나 포진했죠.”
“그렇습니다. 포수 셋을 로스터에 포함하는 건 낭비입니다.”
“그렇다는 건…… 호세는 에인절스의 레전드입니다. 그를 이렇게 내치면 팬들도 싫어할 겁니다. 무엇보다 킴은 호세를 제일 잘 따르지 않습니까.”
“네. 저도 압니다. 이 건에 대해서는 차후 에인절스가 호세와 협상 테이블에 앉을 때 다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죠.”
“묘수가 있나 봅니다. 그렇게 하시죠. 그럼, 지금 에인절스에 제일 필요한 자원은 무엇입니까?”
“2선발급 투수와 불펜 투수입니다.”
“올 시즌 킴을 제외하면 만족스러운 불펜진은 없었죠. 이번에 FA로 풀리는 선수들과 트레이드 가능한 인물들을 추려서 감독님께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자렌은 5년 8천만 달러. 호세는 트레이드 장이 열리는 첫날 다시 얘기하는 걸로 하죠. 다른 분들은 불펜 투수에 대해 알아봐 주시기를 바랍니다. 일단 오늘 회의는 여기서 끝내도록 하죠. 자료가 정리되는 대로 3일 뒤 다시 만나는 걸로 합시다. 코비. 두 선수 콜업에 대한 소식을 전해주겠나?”
이 또한 도진을 위한 빠른 발표였다.
하루라도 빨리 친구들이 메이저리거가 된다면 오프 시즌부터 서로에게 큰 힘이 되어줄 테니 말이다.
코비는 미소를 띠었다.
“바로 전달하겠습니다.”
* * *
상우와 그레그는 도진의 집에 널브러져 있었다.
“오프 시즌이 왜 이렇게 기냐. 야구하고 싶다.”
그레그가 맞받아쳤다.
“그러게나 말이다. 시간 더럽게 안 가네. 차라리 12월이나 빨리 돼서 몸이라도 만들 수 있으면 좋으련만.”
도진은 둘의 대화에 미소를 띠었다.
그레그는 미간을 구부렸다.
“왜 쪼개.”
“좋아서요.”
“뭐가 좋아?”
“그야 둘 다 야구에 미친 모습이니까요.”
그레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럴 수밖에 없지. 너도 알잖냐. 확장 로스터라도 메이저리그를 밟은 감격이 몸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어.”
“잘 알죠. 그래도 열심히 했고 성적도 좋았으니 금방 좋은 소식 있지 않을까요?”
“그게 쉽냐? 다들 너 같은 줄 아냐? 어? 그랬으면 메이저리거만 수만 명이야!”
그런데 그때.
띠리리링.
그레그의 핸드폰 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그레그. 저 코비입니다.
“어? 어? 네.”
-축하드립니다. 다음 시즌 메이저리그로 콜업 됐습니다. 다음 주에 와서 새로운 계약서에 사인하러 오시길 바랍니다.
“거짓말 아니죠? 만우절 농담 아닌 거죠? 지금 10월이에요! 네? 제발요!”
-하하.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그레그는 너무 놀란 나머지 손에 쥔 핸드폰을 떨어뜨렸다.
도진은 그 행동에 피식 미소 지었다.
‘됐구나.’
그레그의 전신이 바들바들 떨렸다.
떨림을 멈추겠다며 두 주먹을 불끈 쥐더니 목청 놓아 소리쳤다.
“이거지! 이거라고!”
상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뭐야? 무슨 일인데?”
“브라더. 미안하다. 나 먼저 간다.”
“어딜 가냐고!”
“빅리그.”
상우의 목소리가 떨렸다.
“메, 메이저리거가 된 거야?”
그레그는 이두박근을 자랑했다.
“그래.”
상우의 환희 섞인 표정은 금세 시무룩해졌다.
“나, 나는…….”
“브라더. 원래 인생이 그런 거야. 우린 저놈이 아니잖아? 경험이 조금 더 쌓이다 보면 금방 올라올 수 있지 않을까? 어차피 호세는 길어야 2년이잖아! 2년만 참아.”
놀리는 거 같기도.
기만인 것 같기도 하고.
도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반면 상우는 울상이 되었다.
“아니 이게 말이 돼? 그레그가 메이저리건데 내가 마이너리거라고?”
그레그는 한국말을 몰랐지만 둘의 대화를 쉽게 유추했다.
“브라더. 너무 상심하지 마. 연락 매일 할게.”
“닥쳐!”
“오우. 무서워라. 성격 안 죽이면 평생 마이너리거다?”
“아오. 나이만 어렸어도.”
한 대 쥐어박았을 터라는 말은 생략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때.
상우의 핸드폰도 울리기 시작했다.
“여보세요?”
-코비입니다.
상우는 혹시 어려운 영어가 들려오지는 않을까 해서 스피커 폰으로 돌렸다.
“네. 듣고 있어요.”
-리. 메이저리거가 된 걸 축하드립니다. 다음 주에 구단에 방문해서 계약서에 사인하시길 바랍니다.
끔뻑이는 상우의 눈가에 이슬이 맺혔다.
“도진아. 뭐라는 거냐. 영어라서 못 알아듣겠어.”
도진은 웃음을 참겠다며 아랫입술을 꽉 씹었다.
“저 정도 영어는 알잖아.”
“농담 아니고 진짜 단어 하나밖에 안 들렸어.”
“다 들었네.”
상우의 윗니와 아랫니가 연달아 맞물리며 따다닥 소리를 냈다.
“나, 나도 메이저리거라고?”
“그래. 축하한다. 예상보다 훨씬 빠르네.”
상우는 눈을 질끈 감았던 눈을 부릅뜨며 그레그를 쳐다봤다.
그레그는 어버버어버버. 충격에 휩싸였다.
“요즘 누가 마이너리그 생활 그렇게 오래 하냐? 딱 보면 그레그는 올라가서도 후보 각이네.”
“닥쳐! 너야말로 후보지! 호세랑 아돌니스를 어떻게 이기려고!”
“응 FA 때 어차피 내가 더 어려! 포수라서 가치도 더 높아!”
“응 성적 *박아서 내 가치가 더 높을 예정.”
둘의 대화를 가만히 듣던 도진은 한숨을 내쉬었다.
서로 축하를 해주지 못할망정.
무슨 초딩이냐?
그래도…….
“둘 다 축하해. 내년에는 함께 월드 시리즈까지 가보자.”
* * *
월드 시리즈가 끝이 났다.
우승은 보스턴 레드삭스.
그들이 다저스를 누르고 월드 시리즈를 우승했다.
다저스는 뉴욕 메츠와의 7차전 혈투 끝에 월드 시리즈에 진출했지만, 레드삭스에 2승 4패로 패배했다.
시리즈가 끝났다는 것.
오프 시즌의 시작이자 트레이드 장이 열렸다.
상우와 그레그는 새로운 계약서에 사인하기 위해 에인절스 구단을 방문했다.
도진도 함께였다.
그에게도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으니 말이다.
-킴. 페리입니다. 조만간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직접 방문하겠습니다.
상우, 그레그가 계약서에 사인하면 파티를 열 생각이었다.
또한 자신을 찾는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으나 골치 아픈 일이라면 하루라도 빨리 끝내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다.
코비는 단장실 앞에 앉아 있는 셋을 발견했다.
“킴! 오랜만입니다! 덕분에 정말 멋진 시즌을 보내서 감사드립니다.”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코비는 상우와 그레그에게도 미소를 띠었다.
“두 분 다 축하드립니다. 앞으로 킴과 함께 에인절스를 더 빛내주세요!”
메이저리거가 된다는 긴장감 때문에 상우와 그레그는 짧게 고개만 끄덕였다.
코비는 말을 덧붙였다.
“그나저나 잠깐 기다리셔야 합니다. 방금 안에 손님이 들어갔거든요.”
도진이 물었다.
“누구요?”
“호세입니다.”
호세의 계약 기간이 끝난 건가?
이곳에 있다는 건 재협상이겠지?
도진은 그가 남았으면 했다.
‘하지만 상우가 콜업이 됐다는 건.’
포수 중 하나는 빠진다는 의미였다.
무엇보다 나이가 많은 선수는 구단들이 선호하지는 않는다.
도진은 희망을 쥐겠다며 주먹을 불끈 오므렸다.
‘그래도 레전드잖아?’
그리고 그는 여전히 건재했다.
이번 시즌 여실히 증명했다.
도진의 걱정스러운 표정에 코비는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는 누가 뭐래도 에인절스의 레전드. 저흰 레전드를 쉽게 내칠 생각이 없습니다. 다만.”
코비는 말을 아꼈다.
이번 시즌에 에인절스는 큰 변화를 앞두고 있다.
그 시작은 레전드 호세의 거취.
하지만 선택은 온전히 그에게 달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