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302)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 302화(302/400)
회의실에 입장한 호세는 단장과 감독이 나란히 앉아 있자 한쪽 입꼬리가 올라갔다.
‘감독님까지 오셨다고?’
이거. 이거.
심상치 않구나.
프런트와 현장직은 엄연히 별개다.
프런트가 선수를 수급해오면 현장직에서 그 선수들을 사용하게 된다.
그러니 둘이 나란히 앉아 있다는 건 예상치 못한 제안을 할 모양이라는 뜻이다.
‘혹은 나를 잡지 않겠다는 의미일 수도 있고.’
호세는 둘의 맞은편에 앉았다.
페리는 즉각 입을 열었다.
“호세. 올해도 에인절스를 위해 힘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네. 뭐. 저도 기쁩니다. 그와 별개로 단장님도 아시겠지만, 전 에인절스에 꽤 오래 있었습니다. 그러니 감독님과 함께 이 자리에 있다는 게 한편으로는 조금 걱정됩니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에인절스의 비전이 어떻게 됩니까?”
페리는 조 캐넌 감독을 힐끗 쳐다봤다.
조 캐넌 감독은 고개를 주억이며 입을 열었다.
“뉴 제너레이션.”
호세의 미소가 더욱 치솟았다.
“듣고 싶었던 미래긴 하네요. 에인절스가 더 높이 올라가려면 애송이를 필두로 팀을 개편하는 게 맞죠.”
메이저리그에는 트렌드라는 게 있다.
타자만 놓고 보자면 한때는 타율이. 또 한때는 홈런이 타자의 필수 요소가 된다.
하지만 지금은 트렌드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 시점은 2023년부터 시작이었다.
경기 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8초 룰.
넓어진 베이스.
그리고 수비 시프트 삭제.
이런 변화 덕에 오로지 홈런에 목을 맬 필요는 없었다.
‘물론 여전히 홈런의 가치가 제일이지만, 타율은 개나 줘버리고 홈런만 잘 치는 선수는 이제는 꺼리지.’
2할 초반에 30홈런을 친 선수를 예로 들어보자.
훌륭한 성적을 낸 것은 맞지만, 타율이 낮다는 건 팀의 사기를 꺾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다.
‘그런데 애송이는…….’
호세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완전 살아있는 야구 그 자체지.’
이건 뭐라고 불러야 하지?
토탈 베이스볼? 이런 말이 있나?
어쨌든 도진은 타격, 수비, 주루 거기에 투수까지.
‘정말 야구 그 자체지.’
호세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래서 뉴 제너레이션을 위한 새로운 멤버 계획은요?”
페리가 대답했다.
“일단 그레그와 리가 콜업 됐습니다.”
“좋네요. 제가 에인절스에 꽤 오랫동안 몸을 담았지만, 이번 비전이 제일 밝아 보입니다. 대신.”
호세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한 팀에 포수가 셋이나 있을 필요는 없죠. 애송이가 투타 겸업이라서 자리 하나가 여유가 있어도 그 자리를 포수로 메꿀 필요는 없고요.”
페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래도 감독님과 상의는 끝났습니다. 다음 시즌 에인절스는 두 명의 포수 체제로 갈 거예요.”
“전 다른 팀 알아보면 되는 겁니까?”
“잠깐만 기다려 주시죠.”
거짓말처럼 페리의 핸드폰이 울렸다.
그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그래? 뭐. 예상하지 않았던가? 알았네.”
짧은 통화를 끝낸 페리는 조 캐넌 감독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조 캐넌 감독은 비장한 표정으로 호세를 쳐다봤다.
“감독님. 부담스러운데요?”
“자네는 에인절스의 레전드로 늘 부담을 가져야만 하는 위치지.”
“그래서 저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아니면 에인절스에서 코치 자리라도 내주려는 겁니까? 저 아직은 코치할 생각은 없습니다.”
“아니. 난 자네가 우리 에인절스에서 더 뛰었으면 좋겠네.”
“그러니까 무슨 수로요.”
“1루수.”
호세의 미간이 구부려졌다.
“뭐라고요?”
“자네가 앞으로 얼마나 더 뛸지는 모르겠다. 대신 1루수로 포지션 변경을 해줬으면 한다.”
“허. 평생 포수만 한 저보고 1루수를 하라고요?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요?”
“말이 안 될 건 또 뭐지?”
호세는 끄응. 신음 소리가 입 틈을 비집고 튀어나왔다.
“이유나 들어봅시다.”
“자네는 경험과 한 방을 갖췄어. 포수보다 수비 부담이 적은 1루수로 나갔을 때 한방을 더 기대해 볼 수 있겠지.”
틀린 말은 아니다.
포수는 야구 포지션 통틀어 제일 힘든 포지션이었다.
“1루수라…… 제 장점이 퇴색되겠네요.”
호세는 리드에 능하다.
그 장점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 반쪽짜리가 된 기분이었다.
하지만 호세는 금세 미소를 되찾았다.
“하긴. 그래서 나보다 포텐이 좋은 선수를 올린 거군요.”
상우를 뜻했다.
‘크게 될 아이지.’
그의 잠재성만큼은 누구보다 자신이 제일 잘 알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해보죠. 1루수. 대신 계약 조건에 따라 결정하겠습니다. 제가 푼돈은 싫어해서요.”
페리는 준비된 계약서를 호세에게 밀었다.
계약서를 읽어 내려가는 호세의 눈썹이 춤을 췄다.
“정말 이 금액을 준다고요? 제게 퀄리파잉 오퍼를요? 저 다 늙었는데요?”
“그렇습니다. 더 못 줘서 미안할 뿐이죠.”
퀄리파잉 오퍼.
FA가 되는 선수에게 제안할 수 있는 계약으로 메이저리그 상위 125명의 평균 연봉을 지급하는 것이다.
호세가 이번 시즌 가져갈 금액은 천만 달러가 훌쩍 넘어, 한국 돈으로는 150억 이상을 가져가게 된다.
“아무리 제가 받는 돈이지만 오버페이 같은데. 잠깐. 그렇다는 건 자렌은…….”
에인절스가 잡지 못했구나.
아니. 잡지 않은 것이다.
호세는 확신할 수 있었다.
‘아까 전화 통화는 자렌의 계약 불발 얘기였나? 성적만 놓고 보면 그냥 보내는 게 아쉽기는 한데.’
호세는 혀를 날름거렸다.
에인절스는 큰 결단을 내렸다.
도진이 건재할 때 그를 필두로 에인절스를 강팀으로 만들 모양이다.
“저보고 베이비시터를 하라는 금액도 포함되어 있는 것 같군요.”
“그래 주면 더할 나위 없이 고맙죠.”
새로운 포수 상우를 위해서.
그리고 도진이 더 나은 시즌을 보내기 위한 금액이 포함됐구나.
호세는 이번 계약을 완전히 깨우쳤다.
“펜 주세요.”
호세는 더는 고민하지 않았다.
오버페이? 애 둘을 더 봐야 하는데 이 정도는 받아도 되잖아?
스윽.
호세는 사인을 끝내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왕 올해도 에인절스의 일원이 돼서 하는 말인데요. 우리 인간적으로 불펜 좀 삽시다. 언제까지 만루 때마다 애송이만 찾을 겁니까?”
페리는 피식 웃었다.
“그 부분은 걱정하지 마시죠. 불펜 수급에 힘을 제일 쏟을 생각이니까요.”
“그럼 단장님 말만 믿고 전 가겠습니다.”
회의실을 나온 호세는 자신을 걱정스럽게 쳐다보는 도진을 바라보며 헹! 비웃었다.
“왜 그렇게 쳐다봐? 누구 장례라도 치렀어?”
“호, 호세…… 계약은요?”
“계약? 무슨 계약.”
“아…….”
도진은 울상을 지었다.
호세는 뒷주머니에 감춰둔 계약서를 꺼내 흔들었다.
“내년에도 잘 부탁한다.”
* * *
호세를 잡은 에인절스 프런트는 상우, 그레그와도 사인을 마쳤다.
이제는 외부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일 때지만, 그보다 더 큰 과제를 앞두고 있었다.
바로 도진이었다.
조 캐넌 감독은 호세와 계약을 끝내고 퇴근했기에 페리와 도진 둘이 회의실에 마주 보고 앉았다.
“킴. 와서 앉으시죠.”
“단장님 안녕하세요.”
도진은 자리에 앉았다.
페리는 말을 덧붙였다.
“이번 시즌 참 고생 많았습니다.”
“아닙니다. 그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조금 아쉽기도 하고요.”
“아쉽다? 환상적인 시즌이었을 텐데요?”
“그래도 더 잘할 수 있지 않았을까? 밤마다 반성하고 있습니다.”
페리는 피식 웃었다.
이 얼마나 훌륭한 에티튜드인가.
동양인들이 대부분 이런 모습을 보인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그들은 노력도 한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결과가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도진은 노력과 결과를 모두 잡은 시즌을 보냈다.
“그나저나 저는 왜요?”
페리는 계약서 한 장을 내밀었다.
“에인절스는 당신에게 새로운 계약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종이를 받아 든 도진은 고개를 갸웃한 채로 읽어 내려갔다.
그 끝에 다다랐을 때는 턱이 떡하니 벌어졌다.
‘이, 이게 도대체 얼마야.’
에인절스가 내민 계약 조건은 13년 4억 달러.
장기 연장 계약이었다.
13년간 최소 5천억 이상을 보장해 준다는 것이다.
“혹시 연장 계약에 대해 아시나요?”
“알기는 압니다.”
도진처럼 어린 나이에 소속팀과 연장 계약을 맺는 선수는 몇 있다.
어린 나이에 대형 연장 계약을 맺은 선수는 대표적인 예로 블루제이스의 타티스 주니어라는 선수가 있었다.
그는 그때 당시 14년 3억 3천만 달러에 사인했었다.
아무리 시대가 변했다고 한들 금액적으로 더 앞서는 계약 조건이었다.
“장기 계약을 맺을 때의 장점은 여럿 있습니다. 일단 돈 걱정 없이 야구에 집중할 수 있죠.”
도진은 페리의 설명에 고개를 주억였다.
물론 억 소리 나는 액수에 아직 정신이 돌아오지는 않았다.
한편, 페리는 진중했다.
원래 장기 계약은 위험이 따른다.
계약을 맺고 먹튀로 전락하는 선수가 어디 한둘이던가?
하지만 그런데도 에인절스는 도진에게 장기 계약을 제안했다.
제일 먼저 오타니 쇼헤이를 다저스에 내준 실수를 되풀이하고 싶지 않았으니 말이다.
또한 그의 에티튜드 덕분이었다.
부상 같은 경우라면 또 모를까.
아시아인이 해이해져서 먹튀 할 일은 극히 적었다.
‘무엇보다…… 킴은 슈퍼스타 반열에 오를 잠재력을 갖추고 있어.’
그는 이미 캘리포니아 내에서만큼은 입지가 굳건하다.
늘 꼴찌만 하던 에인절스를 무려 플레이오프까지 올린 장본인이었으니 말이다.
아직 슈퍼스타라고 불리기엔 어렵다.
더욱 많은 팬과 메이저리그에서의 성적이 뒷받침 돼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킴이라면 도달할 수 있을 거다.’
페리의 눈동자에 확신이 서렸다.
그렇기에 비교적 위험할 수도 있는 장기 계약을 선뜻 건넨 것이었다.
하지만 최종적인 속내는 따로 있었다.
‘킴이 예상대로만 커준다면. 아니 분명히 커 줄 거다.’
그러면 이 13년짜리 계약은 헐값으로 남게 될 것이다.
구단은 선수를 최대한 싼 가격에 잡아야 한다.
그리고 13년 4억 달러로 도진을 잡을 수만 있다면 에인절스는 남는 장사를 하게 되는 것이다.
도진은 심도 있게 고민했다.
숨소리조차 내뱉지 않고 10분을 멍하니 앉아 있었다.
‘장기 계약이라.’
기뻤다.
이런 제안을 받을 수 있어서 그저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5천억이다.
20세에 돈방석에 앉게 되는 것이다.
‘단장님의 말마따나 돈 걱정 없이 야구만 쭉 하기엔 완벽한 조건이야.’
하지만 생각과는 다르게 도진은 고개를 저었다.
그 행동을 본 페리는 아쉽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혹시 거절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일단 제 과거 얘기를 좀 해도 될까요?”
페리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도진은 미국으로 건너오게 된 일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돈 때문에 야구를 포기할 뻔했습니다. 그러니 제가 이렇게 에인절스의 일원이 될 수 있었던 건 기적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그럼 더더욱 돈 걱정 없이 계약서에 사인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혹시 금액이 적나요?”
“아뇨. 금액은 절대 적지 않습니다.”
세금을 절반 떼가도 2천억이 훌쩍 넘는 금액.
당장부터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평생을 먹고 살 수 있었지만, 도진의 눈동자에 각오가 담겼다.
“제가 목표를 잃을 것 같아서 그렇습니다.”
“무슨 뜻이죠?”
“쉽게 말하면 원동력이라고 보는 게 좋을 것 같네요. 돈 걱정할 필요 없다면 물질적으로 부족한 것이 없을 뿐. 하나의 목표를 이룬 저 역시도 해이해질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게 되지 않고자 최선을 다하겠다고 해도 저 역시 인간이니까요.”
도진은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어린 나이에 돈방석에 앉아버리게 되면 사람이 변할 수도 있잖아요.”
사람은 돈 앞에서 변한다.
제일 가까운 예로 아버지를 보면 알 수 있었다.
형제보다 진한 사이였음에도 사기를 당했다.
돈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건 맞지만, 한편으로는 그렇게나 무섭다.
양날의 검.
아직은 돈방석에 앉을 나이는 아니다.
이에 따른 이유는 더 있었다.
‘한 획을 긋는 선수가 되고 싶어.’
그럼, 차후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될 때는 지금보다 더 많은 금액이 제시되겠지.
‘돈. 솔직히 말해서 아직은 적당히만 있으면 된다.’
하지만 결국 누가 메이저리그에서 제일 훌륭한 선수였느냐.
이 주제가 나오면 결국 돈이 연관되어 있었다.
‘난 이제 첫 풀 타임 시즌을 뛰었을 뿐.’
전성기에 아직 발가락 끝도 담그지 못했다.
‘언젠가 찾아올 내 전성기. 그때 내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