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305)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 305화(305/400)
12월도 어느덧 중순에 다다랐다.
도진은 상우, 그레그와 함께 아파트 내 피트니스 단지에서 단련을 이어 나갔다.
“후우! 후우!”
새로운 시즌을 맞이하는 상우와 그레그는 도진처럼 되고 싶다는 목표 하나로 부지런히 몸을 만들었다.
도진은 더 나은 시즌을 보내겠다며 몸을 키우는 데 박차를 가했다.
“야. 이거 마실 시간이다.”
상우는 손에 쥔 단백질 쉐이크를 흔들면서 웨이트 운동을 하는 도진에게 다가가 건넸다.
“땡큐.”
둘은 단백질 쉐이크를 들이켰다.
상우가 다시 물었다.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냐?”
도진은 고개를 저었다.
“시즌 막바지에 계속 체력에 허덕였어.”
“그래도 너무 오버 페이스인 것 같은데?”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수상 이후 새로운 목표가 정해졌으므로 놀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이제는 MVP를 향해 나아가야지.’
신인왕을 수상하며 1차 목표를 달성했다.
이제 남은 상이라면 MVP.
그 상을 타려면 현재에 만족할 수는 없었다.
물론 실버 슬러거 혹은 사이 영 같은 다양한 상들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그런 상들은 최고의 시즌을 보내면 자연스레 얻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이 몸뚱이로는 안 돼.’
MVP를 당장 다음 시즌에 탄다고 장담할 수 없다.
그 상을 타기까지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 그 상을 타기 위해서는 기복을 줄여야 하는데, 벌크업이 도움을 줄 것이다.
도진의 몸뚱이는 현재 83kg.
시즌 때와 비교하면 7kg남짓 불어났지만, 여전히 키, 그리고 다른 야구 선수들에 비해서도 삐쩍 말랐다.
“근데 굳이 몸을 키워야 하냐?”
상우의 질문에 도진은 가차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야지.”
“물론 몸이 커지면 체력이 늘어나는 건 맞는데. 장점이 퇴색될 수도 있잖아.”
몸이 커지면 스피드는 줄어들길 마련.
근육이 생기면 민첩함은 보다 퇴화한다.
상우는 말을 이어 나갔다.
“네가 신인왕을 탈 수 있었던 건 놀란에게 없는 장점 때문이었어. 메이저리그에서 네가 갖춘 장점이 있는 선수들은 적지만, 반대로 몸만 키워서 힘으로 밀고 나가는 선수는 수두룩하잖아?”
도진은 고개를 주억였다.
“그렇긴 하지.”
“그러니 적당히만 키우는 게 어때? 너 이대로 가다가 아주 다른 몸이 되겠어. 단 한 시즌 만에 장점을 모두 내려놓는 건 별로 일 것 같은데.”
도진은 침음했다.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자신도 긴가민가했다.
장점이 퇴색되면 제로에서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이므로 시즌을 통째로 말아먹을 수도 있다.
또한 MVP와 별개로 우승도 하고 싶다.
우승하려면 팀에게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어야 한다.
에인절스는 지금 자신을 필두로 팀을 꾸리고 있다는 것을 도진도 알고 있었다.
야구뿐만이 아니라 다른 스포츠들도 유망주가 터지는 시기를 도약할 시기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장점이 퇴색되지 않고 더 늘리는 방법을 생각해 둔 게 있긴 한데.’
다만 확신은 없었다.
도진은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곧 도착하겠네. 입구로 나가자.”
이 분야에서 도움을 줄 만한 친구 마이크가 방학을 맞이했고, 곧 도착할 시간이었다.
* * *
“몸이 좀 커졌네?”
아파트 내 카페에서 마이크가 도진을 보고 제일 먼저 건넨 말이었다.
“어. 15파운드(7kg) 정도 불렸어.”
도진은 76kg으로 시즌을 마무리 지었다.
그렇기에 83kg인 지금 7kg을 더 불렸다.
마이크는 오묘한 표정을 지었다.
“일단 넌 제일 마지막에 얘기하자. 그레그부터.”
“예스 썰!”
그레그는 의자를 당겨 테이블에 바짝 붙어 앉았다.
“일단 메이저리거 축하해요.”
“고맙다! 브라더!”
“올 시즌 목표가 어떻게 돼요?”
“나? 당연 루키 오브 더 이어지!”
마이크는 그레그를 벌레 보듯 경멸스럽게 쳐다봤다.
그레그의 눈동자는 사시나무처럼 흔들렸다.
“왜, 왜 그렇게 쳐다봐.”
“아뇨. 저 원래 표정이래요.”
“거짓말하지 마!”
“그레그 마이너리그 랭킹이 몇 위였죠?”
마이크는 답을 알고 있었다.
그레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전체 43위.”
“네. 그랬죠.”
그레그는 버럭 소리 질렀다.
“야! 43위가 신인왕을 꿈꾸는 게 어때서!”
“저 아무말도 안했는데요?”
“표정은 아니었잖아!”
마이크는 진중한 표정을 지었다.
“네. 마이너리그 전체 43위라도 충분히 신인왕을 딸 수 있죠. 어쨌든 내년 시즌 그 43명과 전부 경쟁하는 건 아니니까요.”
에인절스는 도진을 필두로 신인 선수들을 콜업했기에 그레그는 올 시즌 메이저리거가 되었다.
하지만 다른 구단은 랭킹이 높다는 이유로 무턱대고 유망주를 올리지 않는다.
준비된 선수에게만 기회가 돌아가기 때문이다.
“그레그는 에인절스라서. 킴과 친분이 있어서 혜택이 주어진 건 알죠?”
“알아! 안다고!”
“그러니 다시 물을게요. 올 시즌 목표가 뭐예요?”
그레그는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솔직히 타율은 2할 5푼 정도만 쳤으면 좋겠어. 이왕이면 10개라도 좋으니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하고 싶어. 최종 목표는 수비. 에러는 6개 미만으로 시즌을 마감하고 싶다.”
마이크는 흠! 소리를 내며 턱을 매만졌다.
“일단 굉장히 현실적인 목표네요.”
“그, 그건 네가…….”
마이크는 조용히 하라는 수신호를 보냈다.
“물론 에러 6개 미만으로 시즌을 마감한다는 게 무슨 말인지 알죠?”
그레그의 목소리가 기어 들어갔다.
“알지.”
“뭔데요.”
“골든 글러브 수준.”
“맞아요. 그레그가 골든 글러브? 올해 초까지만 해도 비웃었을 거예요. 대신 이번 시즌은 확실히 좋아졌죠. 마이너리그에서 에러가 3개였죠?”
“어.”
“물론 메이저리그라는 무대는 마이너리그와 비교하면 천지 차이지만, 겉멋을 뺀 그레그라면 충분히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거예요. 일단!”
마이크의 목소리가 계속 커졌다.
“아까도 말했지만, 그레그는 킴의 수혜를 받고 콜업됐어요. 이걸 명심해야 해요.”
“나도 알아…….”
“그렇다고 자격도 안 되면서 콜업된 건 더더욱 아니고요. 에인절스가 굳이 킴 이놈이랑 친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올릴 구단은 아니니까요. 그러니 성적이 좋지 못할 시 다시 강등당할 수도 있겠죠.”
“그렇겠지.”
그레그는 울상이었다.
마이크는 그에게 희망을 주었다.
“2할 5푼을 못 쳐도.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하지 못해도 그레그가 메이저리그에 쭉 남아 있을 방법은 있어요. 바로 수비예요.”
마이크는 시선을 그레그에게 두며 도진을 턱짓으로 가리켰다.
“수비를 잘한다는 건 큰 장점이에요. 일단 긴장을 풀 수 있거든요. 저놈을 보면 알잖아요? 언제나 좋은 수비를 펼쳤을 때의 분위기를 타석에서 쭉 이어나갔어요.”
가만히 듣던 도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전부 맞는 말이다.
메이저리그가 생소했을 때 수비로 분위기 반전을 일으켰다.
그렇기에 콜업됐을 때 메이저리거로 남아 있을 수 있었고 첫 풀 타임 시즌도 훌륭하게 보낼 수 있었다.
“저는 그레그가 오프시즌 때 수비를 더 강화하는 게 맞다고 봐요.”
그레그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수비를 더 갈고 닦을게! 고맙다! 정말 고마워!”
마이크는 슬며시 미소 지었다.
“그러면 자연스레 루키 오브 더 이어를 탈 성적을 내고 있을지도 몰라요.”
메이저리그 무대를 처음 밟는 선수에게서 실수가 나왔을 때 당사자가 느낄 자괴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마이크는 직접 겪어 보지 못했지만, 여러 신인의 인터뷰에 관한 기사를 통해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마이 프렌드. 넌 목표가 어떻게 돼?”
마이크는 상우를 향해 물었다.
상우는 싱숭생숭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목표는 살아 남는 거야. 난 내 위치조차도 잘 모르겠어.”
“호세가 1루로 보직을 변경했다지만, 넌 아직 백업 포수지. 너도 그레그와 크게 다르지는 않아. 네 장점은 아돌니스와 달라. 그는 공격형 포수지만, 넌 그가 가지지 못한 리드 능력과 수비력을 갖추고 있거든. 말 그대로 호세의 자리를 대신하는 거야.”
원래 아돌니스는 주전 포수였고 호세는 백업이었다.
도진이 합류한 순간 그 경계가 의미 없어졌을 뿐.
“넌 킴이 마무리 투수로 나올 때마다 마스크를 쓰게 될 거다. 그리고…….”
마이크는 미간을 구부렸다.
이걸 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오묘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결단이 섰는지 허심탄회하게 털어 놓았다.
“지금 에인절스는 2선발이 부재야. 12월이 돼서도 2선발을 구하지 못하면 해를 넘겨야 할 수도 있어.”
해를 넘어서 계약한다는 것.
선수나 구단에 전부 좋은 소식은 아니다.
선수는 원하는 계약을 따내지 못한 것이며.
구단은 원하는 선수를 데리고 오지 못한 것이기 때문이다.
상우는 아랫입술을 씹었다.
“도진이가 2선발이 될 수도 있다는 거네?”
“그건 아닐 거야. 아마 에인절스는 1월이 돼서 2선발급 선수를 수급하겠지. 대신 킴이 선발 투수로 보직을 옮기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어. 일단 레드삭스전에서 보여준 퍼포먼스도 있고, 에인절스는 이번 오프 시즌 때 마이너리그 1명을 포함해 불펜 자원을 무려 넷이나 데려왔거든. 이건 피치 못할 사정이 생기면 킴을 선발로 올리겠다는 거야. 그럼 너는 킴의 전담 포수가 되겠지.”
상우의 눈썹이 올라갔다.
“피치 못할 사정이 뭔데?”
“글쎄. 예상치 못하게 선발진의 성적이 좋지 못해서 무너져서 땜빵이 필요할 때가 대개 일반적이지. 어쨌든.”
마이크는 설명을 덧붙였다.
“넌 포수야. 포수는 팀의 중심이고. 당장 네가 아돌니스를 타격에서 이길 수는 없어. 그러니 너도 아돌니스가 할 수 없는 수비적인 부분을 더 갈고 닦아.”
“고맙다.”
“고맙긴.”
훈훈한 대화에 그레그는 버럭 소리 질렀다.
“왜 나한테만 뭐라 그러는데?”
마이크는 그레그를 멀뚱 쳐다보다가 도진에게 시선을 돌렸다.
“다음은 너. 몸을 왜 키우려고 하는 거냐?”
“체력 때문이지.”
“그냥 단순히 체력만 키우겠다?”
“아니. 힘을 길러서 얻어갈 건 많잖아?”
타격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힘을 기르면 더 좋은 타구가 나오는 건 당연했다.
또한 마운드에 올라서도 더 훌륭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회전수를 조금이라도 더 높이면 구위가 늘어나며 체감 속도 또한 덩달아 늘어난다.
체력이 뒷받침 되어주면 강속구를 더 던질 수도 있다고 도진은 설명했다.
“또?”
“부상도 줄일 수 있지. 작은 사이즈의 피처가 더 부상을 자주 당하잖아.”
메이저리그의 역사가 말해주고 있었다.
“그저 몸이 작아서 부상을 더 당하는 건 아닐 텐데.”
도진은 확신에 찬 표정으로 대답했다.
“일본 국적의 투수들은 미국 국적의 선수들보다 사이즈가 작지만, 그들이 전부 부상을 당하지는 않지. 하지만 몸이 작으면 체력에 허덕이는 게 돼서 부상을 당하니까.”
메이저리그는 162경기로 전 세계 어떤 야구 리그보다 많은 경기를 치른다.
부상은 부족한 체력 때문에 신체가 느끼는 피로감이 원인이었다.
“그래. 무슨 말인지 알겠다. 다만 지금 네 장점이 퇴색되는 건 생각 안 하는 거냐?”
마이크의 날카로운 질문에도 도진은 개의치 않았다.
자신이 생각해 둔 정답을 풀어보겠다며 입을 열었다.
“사실 나도 수상전까지만 해도 몸을 키울 생각은 없었어. 내 유연성과 민첩성을 잃는다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왜 생각이 바뀌었지?”
“너랑 하리가 잡아준 이벤트 기억하지?”
“크립토닷컴 아레나?”
도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 그 경기를 떠올릴 기회가 생겨서 생각이 좀 바뀌었어. 농구 선수들 다 크더라. 그런데 빠르지. 그리고 민첩하기도 하고. 가드라고 부르나? 경기에서 뛴 가드들의 키는 6.2ft(190cm) 가 넘었거든? 그런데 전혀 느리지 않았어.”
“농구는 야구에 비해 코트가 작아. 또한 농구 자체가 스피디하고 그들보다 더 키가 큰 선수들 때문에 상대적으로 그렇게 느껴졌을 수도 있는 거잖아?”
“운동 능력으로 전부 대신해 버리더라. 몸도 다부지고 키도 큰 선수들인데 죄다 하늘을 붕붕 날아다녔으니까.”
“그것도 맞지. 대신 그들은 너와 다른 훈련을 해. 야구는 순간 임팩트가 필요한 능력을 요구하지만, 농구는 그렇지 않거든.”
마이크는 턱을 매만지며 잠깐 고민에 빠지더니 말을 이어 나갔다.
“어쨌든 넌 지금 훈련 방법을 바꾸겠다는 말이잖아? 몸을 키워도 민첩함을 유지할 수 있는 훈련을 계획하고 있는 것 같은데 맞아?”
“어. 맞아.”
“아쉽게도 농구는 대안이 될 수 없어. 역사상 최고라고 불리는 마이클 조던도 메이저리그에서 실패했으니까. 그만큼 농구는 순간 임팩트가 필요한 야구와 사용하는 근육, 훈련하는 방법까지 완전히 달라.”
별로 좋은 생각은 아닌 것 같다.
마이크는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도 도진의 양쪽 입꼬리가 치솟았다.
“난 예를 든 것뿐이지 농구 훈련을 하겠다고 한 적 없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아는 사람도 없고.”
마이크의 동공이 파르르 떨렸다.
“너 설마…….”
“그 설마가 맞을 것 같다.”
마이크 눈동자에 이채가 서렸다.
“확실히. 그거라면 도움이 되겠어. 아니. 될 수밖에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