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309)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 309화(309/400)
완전히 바뀐 도진의 모습에 웃음기가 가득했던 선수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들은 하나같이 턱이 벌어진 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누, 누구?”
“잘못 찾아오신 것 같은데요?”
“지, 진짜 저게 킴이라고?”
조 캐넌 감독은 눈을 몇 번이나 비빈 후 도진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키, 킴. 도대체 어디서 뭘 하고 온 거야?”
“늦어서 죄송합니다. 훈련 스케쥴을 타이트하게 짠다고 했는데 이렇게 됐네요.”
“그래. 일단 옷부터 갈아입어라.”
도진은 라커 문을 열었다.
좌측에 있던 호세가 휘둥그레진 눈으로 물었다.
“뭐냐.”
도진은 입고 온 티셔츠를 벗었다.
호세는 복부 전체를 수 놓는 복근에 혀를 내둘렀다.
“이게 말이 돼? 너 스테로이드 한 건 아니지? 혹시 몰랐을 수도 있어서 얘기하는데 그거 금지 약물이다?”
도진은 가벼운 트레이닝 복으로 갈아입고 호세를 경멸스럽게 쳐다봤다.
“제가 미쳤어요?”
“그게 아니면 이게 설명이 안 되는데.”
도진의 우측에 서 있던 상우가 벙찐 표정으로 물었다.
“야. 너…….”
도진은 상우를 힐끗 쳐다봤다.
“이야. 시즌 준비 잘했네?”
“그. 아니. 맞는데. 아니. 몸에 무슨 짓을 한 거야? 근육 문신이라도 그리고 온 거야?”
“왜. 괜찮아 보이냐?”
“괜찮은 정도가 아니잖아. 뭐랄까. 확 바뀐 느낌은 아닌데 확 바뀌었어.”
상우의 말 그대로였다.
도진이 NFL 훈련을 접목한 건 고작 40일 남짓.
몸이 드라마틱하게 바뀌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신체가 커지려면 식사량이 제일 중요한데, 40일 동안 식사량을 확 늘리기엔 시간이 짧았다.
호세는 한국어를 몰랐지만, 둘의 대화를 유추했다.
“물 한 방울 안 섞인 액기스만 잔뜩 응축해 놓은 것처럼 살은 찾아볼 수가 없네.”
스포츠 사이언스가 야구에 도입되기 전.
몇몇 근육은 야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말이 메이저리그에서도 떠돌았다.
하지만 스포츠 사이언스가 도입되고 나서 어떤 근육이든 다 야구에 도입된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상우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전보다 더 커지긴 했는데 여전히 사이즈 자체가 막 크진 않거든? 근데 말랐다는 느낌은 전혀 안 들어.”
그러니 지금 도진의 몸은 야구하기에 매우 적합한 몸이었다.
도진은 눈을 끔뻑였다.
“이제 멸치는 아니라는 거지?”
“누가 널 멸치로 보냐. 그냥 널 보면 뭐랄까. 근육 같아. 근육의 정의를 말하라고 하면 난 ‘김도진이요’라고 대답할 듯?”
“개그냐? 재미없어.”
상우는 미간을 구겼다.
“개그 같냐? 도대체 어디서 뭘 한 거냐? 도대체 어떻게 해야 이런 몸이 나오는 거냐?”
“지금은 생각하고 싶지 않아. 떠올리기만 해도 토가 나올 것 같거든. 이따 말해줄 테니 쉴 틈 좀 줘라.”
때마침 조 캐넌이 손뼉을 치며 선수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모두 저녁 먹고 필드로 나가서 마무리 운동을 하도록. 그리고 킴. 자네는 날 잠깐 보도록 하지.”
* * *
도진은 조 캐넌과 함께 감독실에 도착했다.
“늦은 이유가 있었군.”
“죄송합니다.”
“죄송할 일은 아니지. 딱 봐도 성장한 게 보이니까. 도대체 어디서 뭘 하고 온 거지?”
도진은 최근에 있었던 일을 세세하게 설명했다.
램스 구장에서 나온 이후 개인 코치를 섭외해 해변에서 개인 훈련까지 전부 털어놓았다.
조 캐넌 감독은 믿기지 않는다며 침을 꼴깍 삼켰다.
“NFL 훈련을 했다고?”
“네. 우연히 고등학교 친구가 램스 소속이거든요.”
“허허. 그걸 묻는 게 아니긴 했어.”
야구 선수가 NFL 훈련을?
어떤 스포츠 선수든 NFL 훈련을 제대로 소화해 낼 수 없다.
힘, 민첩성, 속도 무엇하나 빠지면 안 되는 게 바로 NFL 훈련이었다.
하지만 축구나 농구 그리고 야구에서도 대부분 자신이 가진 장점을 최우선으로 살리려고 한다.
‘스피드면 스피드, 힘이면, 힘 아니면 민첩성이라든가.’
야구로 예를 들자면 힘이 있는 타자와 투수는 그 힘을 더욱 키우기 위해 어쩌면 몸이 비만처럼 보일 만큼 몸을 키운다.
그래도 문제는 없다.
한 분야에서만 뛰어나도 밥값은 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NFL은 운동선수가 갖춰야 할 다양한 요건 중 하나라도 빠져서는 안 된다.
그렇기에 그들의 훈련 강도는 궤를 달리한다.
선천적으로 남들보다 우위에 있는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려야지만, NFL 무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물론 할 수만 있다면 제일 좋지.’
사실 할 수만 있다면 최고의 훈련이 될 것이다.
할 수만 있다면 말이다.
절대 쉽지 않다.
‘불가능에 가까워.’
효율만으로 따지면 과하다.
하지만 과하다고 나쁜가?
절대 나쁘지 않다.
하나를 잘하는 것보다 둘을 더 잘하는 게 낫고. 둘을 잘하는 것보다 셋을 잘하는 게 좋다.
더욱이 도진은 투타 겸업.
다른 선수들과 다르게 하나만 잘해서는 안 된다.
운동선수라면 갖춰야 할 모든 요소가 필요한 포지션을 맡고 있었다.
“자네 정말 큰 준비를 해왔군. 사실 흘러 들어오는 소문을 들었을 때는 걱정을 좀 했었어.”
“무슨 걱정이요?”
“체력이 부족해서 체력 위주의 훈련을 할 거라고 선수들은 예상하였네. 대신 결과가 이러리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지.”
억지로 몸을 키우는 방법은 여럿 있다.
필요 영양 요소를 섭취하면서 종일 운동만 하면 된다.
하지만 그러면 몸이 둔해진다.
그런데 지금 도진의 몸이 둔한가?
지금 그의 전신은 근육으로 뒤덮였어도 작년보다 더 날렵해 보였다.
“제 선택이 정답이었나 보네요.”
“가산점까지 받을 수 있는 해결책이지. 사실 메이저리그도 NFL 훈련이 가져다줄 장점은 이미 알고 있네. 소화를 할 수 없어서 못 할 뿐이지. 여기엔 선천적인 이유가 크네. 메이저리거는 일반인들보다 월등한 운동신경을 타고났지만, 사실 NFL 선수들에 비할 수는 없거든.”
“저도 함께하면서 느꼈습니다. 메이저리그에서 볼 법한 파워형 타자들이 거기에서는 발도 빠르더라고요.”
물론 메이저리거 중에서도 홈런도 잘 치고 발도 빠른 호타준족인 선수는 여럿 있다.
물론 몇몇 선수들은 NFL 급 운동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그런 선수들을 NFL 선수와 몸뚱이만 놓고 비교하면 왜소해 보일 지경.
적어도 도진은 자신과 함께 훈련했던 선수들을 떠올리면 그랬다.
“하지만 그들은 결국 몸이 크지. 하지만 자네는 아니잖아?”
“네. NFL 훈련을 전부 배웠지만, 전부 수행하지는 않았습니다. 제게 필요한 요소가 무엇인지 훈련을 통해 깨달으려고 했고, 필요 없는 부분들은 과감히 빼버렸어요. 제 장점인 스피드도 최대한 살리고 싶었거든요.”
“잘했네. 그럼 나가서 저녁 먹고 마무리 훈련에 참여하게나.”
“알겠습니다. 나가볼게요.”
도진은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도진이 나간 방향을 멍하니 지켜본 조 캐넌은 턱을 매만지며 침음했다.
‘솔직히 킴을 필두로 라인업을 짜는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지.’
그는 포텐셜이 확실한 선수가 맞다.
하지만 이미 풀 타임 1년 차부터 환상적인 시즌을 보낸 그에게 다양한 위기가 찾아올 수도 있다.
‘해이해진다거나 아니면 부담을 느낀다거나.’
그런 이유로 무너지는 선수들이 어디 한둘이던가?
그렇기에 너무 이른 나이부터 성공을 거둔 것이 큰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도진은 나이가 여전히 어리다.
만약 몇 살 더 먹은 이후였다면.
‘혹은 몇 시즌 더 좋은 성적을 낸 이후에 그를 필두로 팀을 꾸렸다면 이런 걱정을 덜 수는 있었겠지만 그게 아니었으니까.’
괜히 야구는 연차가 쌓인 선수의 대우가 좋은 게 아니다.
그러므로 에인절스의 선택은 도박 수였다.
그의 노력과 능력. 단 두 가지만 보고 미래를 걸었다.
아쉽게도 에인절스가 바닥을 벗어나려면 도박이라도 걸어야 할 입지였으니까.
‘결국 다시 한번 쓸데없는 걱정이었어. 하긴. 애당초 남들과 달랐을 때부터 확신했었어야 했는데.’
아무렴 어때.
조 캐넌 감독은 피식 웃었다.
작년에도 완벽했던 도진이 더 완벽해져서 돌아왔다.
올해는 도진 자체만의 더 나은 퍼포먼스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 * *
식사를 끝낸 도진은 일원들과 함께 그라운드로 이동했다.
상우는 도진의 옆에 서서 팔을 잡아당기며 끝까지 보챘다.
“밥 다 먹었잖아! 이제 알려줘!”
도진은 에휴! 한숨을 내쉬었다.
“알았어.”
도진은 지금까지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세세하게 설명했다.
상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미, 미식축구 훈련을 했다고?”
“어. 그렇게 됐어.”
“나, 나도 할걸.”
가만히 듣던 그레그는 도진의 팔과 등 전신을 손가락으로 푹푹 찔렀다.
“진짜 실전 압축 근육이네. 도움 많이 됐어? 나도 내년에는…….”
이번에는 호세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까불지 마라.”
그레그는 울상이 되었다.
“왜, 왜요.”
“너 미식축구 안 해봤냐?”
“전 고등학교 때 농구와 야구를 병행했는데요.”
“난 미식축구와 병행했다. 그런데 결국 야구를 선택했지. 왜 그런 줄 알아? 그 훈련은 사람이 견딜 수 있는 강도가 아니거든. 일반인은 고작 훈련 따위를 하다가 부상당하기 일쑤야. 아니면 포기하든가.”
“호세! 저 메이저리거예요! 그 정도 훈련은 저도…….”
호세는 무뚝뚝한 표정으로 그레그의 말을 끊었다.
“NFL 선수들이 널 보면 일반인이라고 생각할걸.”
그레그는 소심하게 이두박근에 힘을 주어 보았다.
호세는 도진에게 턱짓했다.
이두박근을 한번 보여달라는 의미였다.
도진은 호세의 말을 따랐다.
그레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 아니 분명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멸치였는데…… 혹시 가짜 아니냐?”
도진의 근육에 압도당한 그레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그도 저 근육이 전부 진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도진이 라커룸에서 티셔츠를 벗는 순간 근육에 뒤덮인 그의 몸뚱이에 넋을 놓고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호세는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네놈들은 NFL 훈련할 생각하지 마라. 그건 선택받은 인간만 할 수 있는 훈련이니까.”
상우와 그레그는 결국 고개를 주억이며 수긍했다.
적어도 둘은 도진을 아주 잘 알았다.
그는 탈인간급 운동 능력을 갖춘 것도 모자라 노력까지 하는 외계인이었다.
더욱이 함께 훈련할 때는 그 격차가 더욱 뼈저리게 다가왔다.
아무리 그를 뒤쫓으려고 해도 도진은 계속해서 멀어져만 갔기 때문이다.
“헤이 애송이 two.”
호세는 상우를 불렀다.
상우는 호세를 바라봤다.
“네가 얘 공 좀 한번 받아봐라. 궁금하잖아?”
상우는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알겠습니다.”
도진이 물었다.
“자신감 넘치는 표정 뭐냐?”
“뭐겠냐? 지옥 훈련의 성과지.”
그레그가 끼어들었다.
“벨 조이스도 연일 칭찬하더라.”
“오 진짜?”
도진은 크게 기뻐했다.
그는 상우가 여태껏 무엇이 부족한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포구의 안정성.’
그런데 말을 들어보니 약점을 극복한 모양이었다.
도진은 발걸음에 속도를 붙였다.
제일 친한 친구가 발전한 모습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상우도 덩달아 발걸음이 빨라졌다.
그 역시도 자신의 발전된 기량을 도진에게 뽐내고 싶어 했다.
불펜에 도착했다.
도진은 글러브를 꼈고 상우는 미트만 꼈다.
“보호장비 없어도 괜찮겠어?”
“풀 파워로 던질 거 아니잖아?”
“살살 던질 거야.”
굳이 시즌이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무리해서 공을 던지면 부상을 초래할 수 있었으니까.
“그럼 간다?”
도진의 외침에 모든 시선이 그에게로 향했다.
180도 바뀌어서 온 그의 첫 번째 피칭을 그 누구도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편 미트를 쭉 뻗은 상우의 입꼬리는 내려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와라. 김도진. 네 공. 오늘부터는 완벽하게 받아내 주마.’
세트포지션으로 던진 공이 굉음을 내지르며 날아왔다.
그 즉시 상우의 미간이 구부려졌다.
150km 정도로 예상했는데 그보다 훨씬 빠른 공이 날아왔기 때문이다.
퍼억.
“X발.”
상우는 저도 모르게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그도 그럴 것이 손바닥을 타고 전신을 감싸는 전율 때문이었다.
‘아. 더럽게 아프네. 살살 던지라니까.’
상우는 생각만으로 그치지 않았다.
“야! 이 개자식아! 살살 던진다며!”
하지만 상우는 내뱉은 말을 금세 후회했다.
도진의 영문 모르겠다는 표정 때문이었다.
상우는 저 의미를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아. 진짜. 제발! 살살 던진 거라고?’
족히 155km는 되어 보였는데?
상우는 서둘러 스피드건을 들고 있는 코치를 힐끗 쳐다봤다.
그 역시도 턱이 벌어진 채 눈이 휘둥그레져 있었다.
다른 선수들도 코치의 콜을 기다리던 그때.
그가 서서히 입을 열었다.
“9, 93마일.”
150km.
에인절스 선수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짧은 탄성만 내뱉었다.
구속은 그대로였다.
하지만 포수 상우도.
멀리서 보는 선수들도 93마일보다 훨씬 빠르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이 뜻은 공의 회전수가 늘어났다는 것.
공의 회전수가 늘어나면 같은 구속이라도 훨씬 빠르게 느껴진다.
상우는 공을 받은 미트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여전히 얼얼해 미칠 지경.
현실로 돌아온 상우의 눈동자에 희망이 빠져나갔다.
‘잠깐만. 저놈이 만약 제대로 던진다면?’
아.
상우는 혼이 빠져나가기라도 한 듯 다리에 힘이 풀려 털썩 주저앉았다.
‘지금에라도 1루수로 포변할까?’
저 공을 내가 받으라고?
이번 시즌 내내?
차라리 죽으라고 하세요.
무엇보다…….
‘그럼 그렇지.’
결국 넌 또 앞서나가는구나.
하지만 상우의 눈동자는 여타 다른 에인절스 선수들처럼 희망을 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