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31)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31화(31/400)
도진의 요구가 전부 수용된 후로부터 일주일이 더 지나 어느덧 11월이 되었다.
리그가 시작된 지 한 달이 지난 시점이었다.
한 달이면 선수들이 이제는 리그에 적응하는 시기며 선수들의 기량도 올라온다.
투수라면 어깨가 완전히 풀려 구속과 구위가 올라오며 타자라면 타석 적응을 끝마쳐 방망이가 불을 뿜기 시작한다.
FS에겐 11월의 첫 경기는 매우 중요했다.
FS가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을 목표로 하고 있는 이상, 앞으로의 경기는 반드시 연승해야 한다.
그리고 연승을 위한 첫 번째 조건이 바로 위닝 멘탈리티이다.
연전연승이 이어질수록 선수들의 자신감은 솟아난다.
솟아난 자신감은 당연히 성적으로 이어진다.
그러므로 기필코 바로 다음 경기에서 승리가 필요했다.
“다음 시합은 작년 리그 5위를 기록한 애너하임 원정이다”
애너하임.
FS고등학교가 지금까지 연달아 만났던 팀처럼 애너하임 역시 강팀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번 경기에서 승리한다면 남은 경기는 비교적 약팀들뿐이다.
위닝 멘탈리티를 만든 상태로 약팀을 만난다면 한결 편한 마음으로 리그에 임할 수 있다.
그러므로 리그 적응이 끝나 전체적인 기량이 올라온 애너하임과의 경기에서 기필코 승리해야 했다.
도진과 마이크는 감독의 전언이 끝나자 함께 불펜으로 이동했다.
“애너하임은 어떤 팀이냐?”
“플레이오프 권이지. 이제 우리도 강팀이 되었지만, 제일 불안한 건 원정이란 거야.”
지금의 FS라면 애너하임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지만, 원정이라는 변수가 존재한다.
원정경기는 약팀도 강팀과 대등한 경기를 펼칠 수 있게 해줄 정도로 영향이 큰 변수다.
‘하필 원정이라니.’
이번 경기에서 도진이 노리는 목표는 단순히 애너하임을 이기는 것뿐만이 아니었다.
FS는 저번 시즌을 크게 망쳤다.
그렇기에 이번 시즌에서 연승은 물론이거니와, 매 경기에서 큰 점수 차이까지 내야 인비테이셔널 리그에 초청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렇기에 도진은 압승을 노리고 있었다.
‘7회까지 질질 끄는 것보다 5회 콜드 게임으로 이겨야 평가가 더 좋은 건 사실이니까.’
도진은 걱정이 담긴 얼굴로 훈련에 열을 올리는 선수들을 한번 쭉 훑어봤다.
당장 내일 원정경기를 앞두고 있었지만, 다들 표정은 좋았다.
‘걱정 없겠네. 나나 잘하자.’
다른 선수들도 기량이 올라오고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FS가 압승하려면 반드시 자신이 활약해야 했다.
‘특타로 스윙이 완전히 몸에 익기 시작했어. 내게 기회만 온다면…….’
장타로 보답하겠다며 눈동자를 빛냈다.
* * *
[FS가 애너하임 원정길에 올랐습니다.] [오늘 경기가 양 팀에게 중요한 경기가 되겠죠. 애너하임은 요즘 기세가 오른 FS를 홈에서 잡고 싶을 겁니다.] [오늘 경기 어떻게 보십니까.] [세간의 평가가 또 달라지지 않았습니까? 애너하임도 결코 FS를 쉬운 상대로 여기지 않을 겁니다.] [세간의 평가가 어떻게 달라졌습니까?] [마이크의 합류는 팀에 많은 것을 가져다줍니다. 그의 리드는 워낙 뛰어나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학생답지 않은 리드 능력을 갖추고 있어요. 타자와 투수의 심리를 잘 꿰뚫어 보는 듯합니다.] [투수가 마운드에서 오를 시 안정감을 주기도 하지요. 타격도 매우 준수하고요.]-하긴. 마이크가 포수를 맡고 나서 그런 것 같네?
-인정. 페드로를 제외하면 경기당 5실점은 기본이었잖아.
-이래서 포수, 포수 하는 거지. 괜히 야구에서 최고로 중요한 포지션이 아니지. 어떨 때는 투수보다 가치가 높으니까.
-맞아. 더군다나 고등학교 야구에서는 잘하는 포수와 그렇지 않은 포수의 차이는 커. 메이저리그도 차이가 큰데 지금은 더 하지.
[시청자들도 잘 알고 계시는 것 같군요. 이제 저희 설명이 필요 없을 것 같아요.] [그래도 그냥 넘어가선 안 되겠죠. 내용의 마무리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샌프란시스코 경기 이후에 FS의 리그 예상 랭킹은 무려 3위까지 올라왔습니다. 시즌 초에는 잘해봐야 중위권. 대체로 중하위권 전력인 것을 고려하면 굉장히 올랐죠.] [고작 2명의 선수가 합류했을 뿐인데 말이죠.] [그렇습니다. 문제는 고질적인 포수 문제를 해결한 부분만으로도 칭찬받을 만하지만, 그보다 더 말도 안 되는 선수가 등장했어요.]-언급 안 했으면 섭섭할 뻔했어!
-FS의 유일 아시아인! 아니 코리안!
-FS? 아니. 캘리포니아 유일 아시아인!
-영웅! 영웅! 영웅!
-운동부의 희망!
-오늘따라 시청자가 평소보다 많아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냥 이상한 애들이 합류했네? 물론 킴이 영웅이란 말에는 인정.
1. 도미닉 2B. L.
2. 마이크 C. R.
3. 알렉산더 3B. S.
4. 도진 CF. R.
-뭐야? 알렉산더가 3번?
-허? 붙박이 4번의 타순이 변경됐어?
-의심하지 마라. 우리 감독이 누군지 잊었느냐.
-오늘은 킴에게 부담을 몰아주는 타선인가?
-맨날 부담만 주네. 미국인이 미안해.
-과연 킴이 찬스도 잘 살릴 수 있을지 궁금하긴 하네.
-의심 말라. 그는 신이다.
[오. 예상 밖의 타순입니다. 전 경기와 비교하면 2번부터 4번이 전부 바뀌었습니다. 오늘 애너하임은 골머리를 앓겠는데요?] [그렇습니다. 타순이 유기적으로 바뀌는 것도 작전입니다. 상대방이 짜놓은 전략을 단번에 무효할 수 있죠. 예를 들어 어떤 상황에서 알렉산더를 거르겠다는 작전이 통째로 꼬여버리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게 다 도널드 감독의 용병술이 아니겠습니까?] [그렇습니다. 도널드 감독 부임 후에 FS는 하위권을 벗어났죠. 고작 용병술로만 말이죠. 그에게 다양한 무기까지 주어지니 얼마나 무서운 능력을 갖췄는지 여실히 드러나고 있어요.]한편.
오늘 기필코 승리해야 하는 애너하임 측 해설과 채팅창은 긴장감이 가득 찼다.
[역시. 도널드 감독은 만만치 않습니다] [그렇습니다. 프로 선수들보다 능력이 비교적 떨어지는 고등학교 야구에선 작전이 제일 중요합니다. 하지만 FS는 예측한 타순에서 완전히 벗어났습니다. 이 부분에서 애너하임은 골머리를 앓을 것 같습니다.]-뭐야? 4번에 이상한 이름이 하나 있네?
-알렉산더가 아닌데?
-그러게. 도진 킴? 특이한 이름인데?
-한국인이야.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다.
-성적만 봐도 그래. 타율이 6할이 넘어가. OPS가 20할을 우습게 넘는다니까? 그리고 투수로서는 방어율이 0이야. 0점대가 아니라 그냥 0.
-저게 말이 돼? 뭐 야구의 신이라도 강림한 거야?
-외관상으로는 별로 대단해 보이지는 않는데.
대개 관중들은 자신의 학교만 응원한다.
그러므로 다른 학교의 선수나 소식에 관해선 관심도 없을뿐더러 잘 모른다.
알렉산더나 페드로처럼 전미를 호령하는 선수에 대해서는 모를 수가 없었지만, 도진은 이제 첫 시즌이다.
야구 잡지 표지를 연달아 장식했지만, 여전히 일반인들에겐 생소했다.
[FS의 전력이 확실히 올라왔습니다. 결코 작년의 FS가 아닙니다. 오늘 경기 승리를 위해 여러분들의 응원이 기필코 필요합니다.]이야기의 주인공 도진은 더그아웃에 걸터앉아 턱을 매만졌다.
‘4번이라.’
타순을 보면 오늘은 자신이 기필코 해줘야 하는 역할이었다.
요즘 야구에서의 4번 타자가 무조건 해주는 역할은 아니라지만, 앞에 배치된 선수들을 보면 그렇다.
마이크는 장타력은 부족하지만, 선구안과 타격 능력만큼은 뛰어나 출루에 능하다.
거기에 알렉산더는 전미에서도 통할 기량을 갖춘 스테픈을 상대로 3점 홈런까지 뽑아냈다.
투수는 전 경기에서 장타를 뽑아내지 못한 자신보다는 알렉산더를 더 경계할 것이다.
‘오늘처럼 무조건 승리해야 하는 경기에서 타순부터 꼬았어. 감독님도 큰 점수 차로 이기길 바라고 계실 거야.’
그리고 그 점수는 온전히 자신이 만들어야 하는 것이었다.
‘감독님도 FS가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에 초청받으려면 나와 마이크의 성적이 중요하다는 걸 아시니까.’
경기가 시작됐다.
1번 타자 도미닉이 타석에 들어서자 관중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경기장을 가득 메우는 야유를 내뿜었다.
“우우우우우우우!”
도진은 들려오는 야유에 미간을 구겼다.
원정경기에서 야유가 들려오는 건 당연하다.
그들의 야유가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고막을 떨리게 만드는 야유는 확실히 원정팀 선수들이 위축될만했다.
‘장난 없네. 하긴. 상위권 팀들 응원 문화가 꽤 거칠다고 듣긴 했어.’
이 분위기에서도 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지만 더욱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
물론 뜻대로 된다면 모를까.
절대 쉽지는 않았다.
1번 타자 도미닉은 공 5개째 스윙을 가져갔지만, 타구는 내야를 벗어나지 못하며 아웃.
마이크가 타석에 들어섰다.
그 역시도 오늘 경기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다.
마이크는 배트를 길게 잡는 대신 짧게 쥐었다.
본인의 성적까지 챙겨야 하는 이 상황에서 배트를 짧게 잡는다는 건 양날의 검이었다.
안타나 출루가 된다면 훌륭한 전략이지만 그렇지 못한다면 소극적이란 말이 뒤따를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서든 갖다 맞춘다.’
따-악!
마이크는 몸쪽으로 향한 패스트볼을 당겨쳐 유격수 키를 아주 살짝 넘기는 안타를 만들어냈다.
[안타! 1회부터 안타입니다.] [1사. 1루. 타석엔 알렉산더. 애너하임의 더그아웃과 배터리의 고민이 느껴집니다.]-왔다! 왔어!
-갈겨버려!
-1사 1루에서 알렉산더를 상대하느냐. 1사 1, 2루에서 킴을 상대하느냐인데.
-에이. 그래도 요즘 킴이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데 이번에 알렉산더와 상대하겠지.
하지만 타석에 들어서는 알렉산더를 보자면 평정심을 찾기 힘든 법이다.
포스 넘치는 외모와 행동은 마치 먹잇감을 노리는 맹수나 다름없었다.
도진은 대기타석에서 배트를 지팡이 삼아 쪼그려 앉고 둘의 승부를 지켜봤다.
‘과연. 여기서 알렉산더와 승부를 하려나?’
원래라면 승부하는 게 옳다.
하지만 애너하임도 기필코 승리가 필요했고 결국 그들의 선택은 알렉산더보다 도진을 상대하는 것이었다.
“베이스 온 볼스!”
더군다나 고의 사구.
도진은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금세 배트를 손에 쥔 채 타석으로 이동했다.
‘그래. 나는 신인이지.’
미국 고등학교 야구판에 갓 얼굴을 내비친 새내기였다.
그러니 저들의 선택이 잘못됐다고 볼 수 없다.
직전 경기에서 알렉산더는 샌프란시스코 에이스 투수를 상대로도 3점 홈런을 쳤으니 충분히 있을 법한 일이었다.
‘그래도 자존심이 상하는 건 어쩔 수가 없네?’
야유가 쏟아지는 가운데 타석에 들어선 도진은 배트를 움켜잡고 눈을 빛냈다.
‘친구들아. 나 일주일 내내 특타했거든? 상대 잘못 골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