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310)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 310화(310/400)
도진의 불펜 피칭을 관찰하던 조 캐넌이 아돌니스에게 물었다.
“어때 보이냐?”
아돌니스는 어이없다며 웃었다.
“어때 보이긴요. 아직 시범 경기 시작도 전에 나올 수 있는 공의 위력은 아니잖아요? 100%의 몸 상태면 모를까.”
원래 선수들은 몸 상태를 시즌에 맞춰서 대부분 80% 정도까지 끌어올린다.
도진의 몸 상태는 지금 20 혹은 30% 남짓.
지금부터 개막전에 맞춰 서서히 끌어올리면 된다.
다만 몸 상태가 올라오지 않았음에도 작년을 넘나드는 구위를 선보이고 있었다.
그러니 만약 그의 몸 상태가 100%가 된다면?
아돌니스는 혼잣말하듯 중얼거렸다.
“벨 조이스의 자리까지 빼앗을 수 있겠는데?”
도진이 1선발을 차지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대신 벨 조이스는 에인절스 최고의 투수.
그와 버금가는.
아니. 지금 당장만 놓고 보면 그보다 훨씬 다 훌륭한 구위와 구속을 갖추게 되었다.
다만 1선발에 필요한 경험과 노련함이 도진에게는 없다.
그러니 구위와 구속을 제외하면 다른 부분에서는 여전히 벨 조이스가 앞설 수밖에 없었다.
“우린 리그 최고의 마무리 투수를 갖게 됐다는 거군.”
“뭐 그렇죠. 사실 이제는 선발의 한 자리를 맡아도 될 것 같긴 한데. 아직 생각 없으시잖아요?”
“그렇지. 선발진이 무너지지 않는 한 생각 없지. 아직은 익숙한 포지션에서 뛰게 해야지.”
“선발도 익숙해 보이긴 하던데요. 하긴. 굳이 5선발에서 6선발 체제로 바꿀 필요는 없으니까요. 그나저나 다행이네요.”
“뭐가 다행이지?”
“저 공을 제가 받을 필요는 없는 거잖아요. 아플 것 같은데.”
아돌니스는 상우를 턱짓했다.
조 캐넌은 고개를 끄덕였다.
둘은 도진과 상우가 어렸을 적부터 쭉 호흡을 맞춰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돌니스는 호세가 포지션을 변경했기에 이제 완전한 주전 포수가 되었지만, 도진과 상우 사이에 끼어들고 싶지는 않았다.
때마침 도진의 불펜 피칭이 끝났다.
조 캐넌은 상우를 불렀다.
“감독님. 부르셨어요?”
“그래. 킴의 공은 어땠지?”
상우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더니 눈을 번쩍 떴다.
“한숨 쉬어서 죄송합니다.”
“아니야. 괜찮아. 그래서 어땠지?”
“저 친구 공이요? 제가 받아내야 하는 사실을 외면하고 싶을 뿐입니다. 10구 전부 머리까지 띵 울릴 만큼 위력적이에요.”
“자네도 포구가 많이 좋아졌어. 앞으로 잘 부탁하네.”
상우는 칭찬이 들려왔음에도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쉬었다.
100%인 도진의 구위를 상상만 했을 뿐인데 오금이 저려와서 그랬다.
“네. 열심히 해볼게요.”
상우는 그 즉시 자리를 벗어났다.
아돌니스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읊조렸다.
“확실히 구위에서만큼은 킴이 벨을 능가해 버렸네요.”
육안보다는 직접 공을 받은 포수의 말이 더 정확한 법이다.
여기에 더해서……
투수 코치가 헐레벌떡 다가왔다.
“기록 나왔습니다.”
조 캐넌의 눈동자도 초롱초롱해졌다.
“얼마나 나왔지?”
“2,600rpm입니다.”
조 캐넌과 아돌니스의 동공이 크게 뜨였다.
2,600rpm. 도진이 던진 회전수를 뜻했다.
매 시즌 차이가 좀 있지만 메이저리그 평균 회전수는 2,250에서 2,300 남짓.
리그 최정상 구위를 갖췄다는 투수들은 2,700rpm까지도 던진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시즌 중이었을 때의 이야기다.
그러니 만약 도진의 몸 상태가 100%라면?
아돌니스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사실 아까는 추측이었는데 에인절스는 진짜 현 메이저리그 최정상 구위를 갖춘 투수를 가지게 됐네요.”
* * *
다음 날.
배팅 훈련에 앞서 점심시간.
도진은 음식이 수북이 쌓인 그릇 3개를 쟁반에 담아 테이블에 앉았다.
호세와 그레그 그리고 상우는 도진과 음식을 번갈아 가며 쳐다봤다.
호세가 입을 열었다.
“왜 그렇게 많이 먹냐?”
“많이 먹어야죠. 시간이 부족해서 몸을 키우지는 못했거든요. 이제부터라도 조금씩 식사량을 늘리려고요.”
“너 예전에는 이렇게까지 안 먹었잖아. 갑자기 이렇게 먹으면 탈나 임마! 그럼 컨디션이 떨어지겠고. 시즌 준비를 망칠 수도 있어.”
도진은 피식 웃었다.
“탈이요? 괜찮아요. 이미 났거든요.”
“응?”
“미식축구 훈련하면서부터 식사량을 늘리기 시작했어요. 그 때문에 운동 후에는 계속 토만 해댔지만요. 한 일주일 지나더니 서서히 괜찮아지더라고요.”
셋은 도진을 경멸스럽다는 듯이 쳐다봤다.
그러고는 동시에 비슷한 뉘앙스의 말을 내뱉었다.
“독하다. 독해.”
“네가 인간이냐?”
“독사도 한 수 접겠네.”
도진은 그러거나 말거나 여유롭게 말을 덧붙였다.
“확실히 경험이 중요한 거 같아요. 작년에 이것저것 먹은 걸 기록해 놓아서 그런지 제게 맡는 음식이 뭔지 찾아냈어요. 아. 물론 마이크가 통계를 내줬지만요.”
도진은 독하다는 말이 그리 달갑지는 않았다.
그래서 사실이지만, 핑계를 대듯 마이크 얘기도 성급히 꺼냈다.
‘독하다니. 그냥 열심히 했을 뿐인데.’
최선을 다해야만 한다.
그래야지만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도진은 여태껏 그래왔고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직접 느꼈다.
하지만 도진을 바라보는 시선은 누그러지지 않았다.
상우는 입맛이 없어졌다며 포크로 음식을 휘휘 저었다.
‘그 노력으로 공부를 했으면 하버드도 갔겠네.’
그레그는 입맛을 쩝 다시더니 물을 들이켰다.
‘그냥 따라가는 건 포기하고 내 할 일이나 잘하자. 못 먹는 감은 쳐다보지도 말랬어.’
호세도 놀란 건 마찬가지였다.
대신 그만큼은 생각이 조금 달랐다.
‘장기 계약을 거절하는 데 도움을 줘서 다행이네.’
도진을 봐라.
그는 당장 이번 시즌부터 일을 낼 것이다.
만약 그가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면?
당장 이번 시즌이 끝나고 나서 땅을 치고 후회했을 것이다.
물론 결과는 모르는 법이다.
‘짧은 슬럼프가 있을 수는 있겠지.’
하지만 길게 보면 저놈은 무조건 리그 최정상급 선수가 될 거야.
대신 구단과 선수들은 도진이 그 자리에 조금이라도 쉽게 오를 수 있게 도와야 한다.
“헤이. 애송아. 체력 훈련만 했으니 아직 기술적인 부분을 갈고 닦지는 못했겠네?”
도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호세와 둘은 타격 훈련 들어갔죠?”
“어. 물론 너도 감을 잡게 되면 금방 좋아지겠지만, 그때까지 허덕일 수도 있어. 그래도 마음 조급할 필요는 없다. 아직 시즌까지 시간은 남아 있으니까.”
체력 훈련만 하느라고 도진은 배트를 쥐지 못했을 것이다.
투구야 워낙 잘던지는 선수였고, 부담 없는 불펜 피칭이라서 본 모습을 보였을 것이다.
다만 배팅은 다르다.
바뀐 몸 때문에 스윙이 어색할 것이다.
어쩌면 메커니즘 자체를 바꿔야 할 수도 있다.
둘의 대화를 엿듣던 상우와 그레그는 손에 쥔 포크에 다시 힘이 들어갔다.
“아. 빨리 배팅하고 싶다.”
“오. 브라더 너도? 나도! 연습 언제 하냐! 점심시간 참 기네!”
그도 그럴 것이 지금이라면 도진을 이길 유일한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 *
식사 후 라이브 배팅이 진행됐다.
뒤늦게 그라운드에 도착한 호세가 코치에게 물었다.
“지금까지 누가 제일 잘 쳤어요?”
“마르셀로. 10개 중 5개나 담장을 넘겼어. 나머지 타구들도 전부 안타성 타구였고.”
호세는 혀를 내둘렀다.
“이야. 마르셀로 준비 제대로 했네.”
가만히 듣던 도진도 수긍했다.
“그러게요. 첫 라이브 배팅일 텐데 역시 마르셀로는 대단하네요.”
코치가 물었다.
“누가 먼저 할래?”
그레그가 이두박근을 자랑하려고 팔을 반쯤 들어 올렸다가 도진과 눈이 마주치자 성급히 내렸다.
“저, 저요.”
상우도 이에 질세라 한 발짝 다가갔다.
“제가 먼저 할게요!”
코치는 그레그를 지목했다.
“그레그가 빨랐어. 들어와라.”
그레그는 배트를 들고 타석에 섰다.
그를 바라보는 호세의 입꼬리가 치솟았다.
그의 표정을 본 도진이 물었다.
“그레그. 발전 많이 했나 봐요.”
“확실히 그랬지. 나랑 함께했던 두 놈 다 작년 시즌 너처럼 열심히 했어.”
“다행이에요. 결과까지 따라주면 좋겠네요.”
“실망하진 않을 거다.”
따-악!
연이어 경쾌한 타격음이 울려 퍼졌다.
배팅을 끝낸 그레그는 케이지에서 나오더니 이번만큼은 도진의 앞에 서서 양쪽 이두박근을 자랑했다.
“어때?”
“오! 5개나 넘겼네요?”
마르셀로는 에인절스에서 최고의 타자 중 한 명이다.
어쩌면 고작 라이브 배팅일 뿐이지만, 그와 비슷한 기록을 냈다는 건 충분히 칭찬받아 마땅했다.
‘마르셀로는 실버 슬러거급 선수니까.’
상우는 하! 한숨을 내쉬며 읊조렸다.
“이래서 먼저 하려고 했는데. 괜히 위축되네.”
선발주자가 성적을 내면 후발주자는 긴장하기 마련.
하지만 상우는 말만 그렇게 내뱉었을 뿐 그 역시도 스윙에 자신감이 넘쳤다.
따-악!
도진은 케이지를 벗어난 상우에게 엄지를 치켜세웠다.
“투덜대는 거 치곤 너도 5개나 넘겼네?”
“하. 몸이 100%만 됐어도.”
도진은 그 반응에 피식 웃었다.
상우는 결과에 만족했는지 광대가 씰룩댔기 때문이다.
때마침 호세가 배트를 들고 케이지로 이동하면서 말했다.
“쯧. 긴장 좀 풀라니까.”
그러더니 배팅을 위해 자세를 잡았다.
도진은 상우의 옆구리를 툭 쳤다.
“저게 무슨 말이야? 긴장이라니.”
“아. 여기 오기 전에 라이브 배팅 몇 번 했는데 결과가 훨씬 좋았거든.”
“어땠는데?”
“아무리 못해도 최소 6개씩은 담장을 넘겼지. 호세의 말마따나 그때는 집처럼 편안해서 그랬지만, 솔직히 지금은 아니잖아?”
“긴장한 게 맞네?”
“그게 중요하냐? 안 했으면 더 좋은 결과가 나왔다는 거지.”
“차차 좋아지겠지.”
따-악!
호세의 배팅이 끝났다.
그는 무려 10개 중 7개나 담장을 넘겼다.
도진은 엄지를 치켜세웠다.
“호세. 포지션 변경이 확실히 도움이 된 것 같아요.”
“타격만 놓고 보면 그렇지. 맨날 포수 장비 입고 벗는 게 얼마나 힘든지 너는 모를 거야.”
“올 시즌은 홈런 40개 때리는 거 아니에요?”
“글쎄. 노력은 해보마.”
코치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킴. 배팅 해야지?”
“그럼요.”
도진이 배트를 손에 쥐자, 일원들은 한마디씩 건넸다.
“무리하지 마라. 괜히 우리 이기겠다고 아득바득하지 말란 말이야.”
“인정. 브라더. 너 아직 체력 훈련밖에 안 했잖아. 3개만 쳐도 충분히 잘한 거야.”
도진은 쩝 입맛을 다셨다.
‘맞는 말이긴 한데.’
왜 놀리는 거 같지?
호세가 손뼉을 짝 쳤다.
“집중이나 해라. 대신 이놈들 말처럼 무리하지는 말고.”
도진은 타격 자세를 잡으면서 말했다.
“안 해요. 저 시즌 전까지는 몸을 천천히 끌어올릴 생각이거든요.”
“그렇다네요 코치님. 바로 시작하시죠.”
도진 역시 배팅볼 투수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던져도 된다는 의미다.
‘어떠려나?’
대신 그의 눈동자엔 자신감이 서려 있었다.
일원들의 말마따나 배트를 마지막으로 쥔 날짜가 까마득했다.
보스턴과의 경기였으니 무려 4개월 남짓 됐다.
하지만 도진은 자신이 있었다.
‘배팅에 도움 되는 훈련은 꾸준히 했어.’
공이 날아왔다.
도진은 배트를 휘둘렀다.
따-악!
고막을 찌르는 타격음은 담장을 넘길 것임을 알렸고 예상 그대로였다.
‘가벼운데?’
도진의 양쪽 입꼬리가 치켜 올라갔다.
무엇보다 힘 하나 들이지 않은 타격임에도 타구에 힘이 잔뜩 실렸다.
지금까지의 훈련이 헛되지 않았다는 증거에 전신에 전율이 흘렀다.
상우와 그레그는 탄성을 내뱉었다.
“사, 살살 하라니까.”
“아니. 무슨 풀 스윙을 갈겨버리냐? 그렇게 이기고 싶어?”
호세는 아랫입술을 씹었다.
“네놈들은 저게 풀 파워로 보이냐?”
따-악!
따-악!
앞선 타격음과 다를 것 없는 소리.
도진은 10개 중 10개의 공을 스위트 스폿에 제대로 갖다 맞췄고.
전부 담장을 넘겨 버렸다.
상우와 그레그의 고개가 힘을 잃었다.
10개 중 10개를 완벽하게 쳐냈다는 것.
힘을 들여서 스윙했다기보다는 공을 맞히는 데 주력했다는 의미이므로 풀 스윙이 아니었다.
둘의 눈동자에 어둠이 드리웠고 생각마저 일치했다.
‘쩝. 누가 누굴 돕냐. 이번에도 도진이
버스나 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