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312)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 312화(312/400)
7회 초.
에인절스의 8번부터 시작하는 공격.
도진은 손뼉을 쳤다.
“자. 잘해보자.”
제롬이 대타로 들어섰다.
상우가 나지막이 말했다.
“선수 교체네.”
그레그는 에휴 한숨을 내쉬었고 상우도 덩달아 숨을 몰아쉬었다.
도진은 둘의 어깨를 톡톡 도닥였다.
“이번에 돌아오는 타석이 둘에게는 오늘 마지막 기회가 될 거야. 처음을 완벽하게 장식하고 싶잖아? 조금만 집중하자.”
둘은 어떠한 대답도 하지 않았다.
도진은 한 명씩 콕 집어서 이야기했다.
“그레그. 미리 어떻게 할 건지 생각해 보죠. 제롬과 라이언이 루에 출루했어요. 어떻게 하실 거예요?”
“버, 번트?”
“그레그. 시범경기에요. 승패에 목숨 걸 생각이에요?”
시범경기에서 번트라니. 도대체 얼마나 긴장한 거야.
그레그의 동공이 떨리는 걸로 보아 정답에 도달하지 못할 눈치였다.
두 선수 모두 출루해버리면 타점의 기회가 온다.
타자는 2루 주자를 기필코 불러들일 각오가 있어야 한다.
그레그는 소심하게 대답하며 도진의 눈치를 살폈다.
“짧게 갖다 맞출게…….”
“맞아요. 그거면 돼요.”
“맞아?”
“네. 라이브 배팅 결과를 보면 타격이 많이 좋아졌더라고요. 굳이 힘들여서 휘두를 필요 없어요.”
무엇보다 시범경기다.
상대의 구위도 아직 올라오지 않았기 때문에 무리할 이유는 전혀 없다.
“알았어. 해볼게.”
“주자가 한 명만 나가도 마찬가지예요.”
“알고 있어.”
“그럼 파이팅.”
8번 타자 제롬은 출루를 9번 타자 라이언은 아쉽게 7구 삼진으로 물러섰다.
그레그가 뚜벅뚜벅 타석으로 들어섰다.
도진은 서둘러 상우에게 물었다.
“넌 어쩔래?”
“그레그가 출루해서 원아웃이 되면 큰 거 한 방. 투아웃이면 짧게 갈게.”
큰 거 한 방이 들어맞는다면 자신감은 더욱 대폭 상승할 것이다.
하지만 이건 명확한 정답까진 아니었다.
“넌 그냥 네 장점을 발휘해. 결과는 알아서 따를 거다.”
“내 장점이 뭐였지?”
그걸 왜 나한테 묻냐.
도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너는 수 싸움에 능해. 배터리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어.”
“내 수 싸움이 통할까?”
“어. 통할 거다. 통하지 않더라도 통하게 만들어야 계속 남아 있지 않겠어?”
상우의 눈이 번쩍 뜨였다.
“맞는 말이네. 그럼 가본다.”
상우는 대기 타석으로 이동했다.
더그아웃 입구에 혼자 남게 된 도진은 고개를 주억였다.
‘목적성만 확실하면 분명히 좋은 결과 나올 거다.’
처음은 중요한 법이다.
뿌듯한 결과를 낼 수만 있다면 앞으로는 일일이 잔소리를 할 필요는 없겠지.
그러니 욕심은 버려야 한다.
‘후속 타자가 해줄 거라는 확신이 있다면 타석에서 더 좋은 결과가 나올 테니까.’
도진의 눈동자에 희망이 담겼다.
그를 지켜보던 호세와 벨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야. 아주 코치 납셨네?”
“역시 잘해주네. 우리보다 훨씬 나아.”
“우리가 말해봤자 잔소리밖에 더 되겠냐?”
도진은 경력이 적더라도. 혹은 나이가 어려도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해 낸 선수다.
그러므로 에인절스에 새롭게 둥지를 튼 선수들은 도진을 목표로 삼을 터.
멘토의 말은 무조건 따르는 법이며 그렇게 되면 자연스레 팀은 시너지효과를 일으킨다.
원 팀을 꿈꾸는 에인절스는 시즌이 시작되기 전부터 서서히 하나가 되어가고 있었다.
* * *
그레그가 타석에 들어섰다.
목적성이 확실해진 그는 첫 두 번째 타석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1사 1루. 홈런이 중요하진 않아.’
평소의 자신이라면 이렇게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당장 앞선 타석만 해도 무조건 큰 거 한 방으로 데뷔전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싶었다.
‘솔직히 말해서 이건 킴. 그 브라더 놈 때문도 있어.’
데뷔전이고 나발이고 언제나 예상을 벗어나는 결과를 만들어 냈으니까.
그런 장면을 수없이 보다 보니 잠깐 착각했을 뿐.
‘사람마다 개인 페이스는 전부 다른 법이지.’
그리고 난 슬로우 스타터다.
그러니 몸이 올라올 때까지는 감을 잡는 데 주력한다.
‘초구는 들어오든 말든 휘두르지 말자. 휘두르면 내가 진 거야.’
지금까지 늘 마음이 조급해진 게 제일 문제다.
그레그는 더그아웃의 도진을 힐끗 쳐다봤다.
그가 진정하라는 제스처를 보이자 그레그는 고개를 한번 끄덕였다.
초구.
공은 투수의 손을 떠났다.
그레그는 이 악물고 배트를 휘두르지 않았다.
투구는 홈 플레이트 앞에서 속도를 잃고 떨어지는 체인지업이었다.
퍼억.
“볼!”
그레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 한숨엔 안도가 묻어나왔다.
‘또 휘둘렀으면 헛스윙했겠네.’
하지만 안 휘둘렀잖아?
0-1이 아니라 1-0잖아?
‘생각해 보자.’
2구로 넌 뭘 던질 거냐.
젠장. 이번엔 모르겠다.
하지만 알 것 없다.
그레그는 다시 한번 도진을 힐끗 쳐다봤다.
그가 또다시 진정하라는 제스처를 보내고 있다.
‘맞아. 모르겠으면 기다리면 되는 거야.’
2구.
공이 날아왔다.
그레그는 휘두르지 않았다.
사이드 스핀을 가득 머금은 투구는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났다.
퍼억!
“볼!”
2-0.
압도적으로 유리한 타자의 카운트가 되자 드디어 뇌가 굴러가기 시작했다.
‘상대 투수는 트리플 A. 볼넷이 나올 확률은 없어.’
좋은 인상을 심어줘야만 메이저리거가 될 가능성이 있으니까.
그러니 여기서는 스트라이크가 들어올 확률이 높다.
구종은…….
‘패스트볼.’
그레그의 광대가 꿈틀댔다.
‘이게 수 싸움의 맛이냐?’
그레그. 그의 스카우팅 리포트는 이랬다.
타격과 수비는 유망주 평균 이상이오나 수 싸움에 약한 타자.
그러나 지금, 고작 도진의 조언을 들었을 뿐인데 지금까지 늘 애를 먹던 수 싸움에서 앞서 나가고 있었다.
물론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아직은 모른다.
예전의 자신이라면 괜히 어쭙잖게 머리를 더 굴렸다가 틀렸던 적이 한둘이 아니었다.
‘그래도 확인 한 번만 해보자.’
더그아웃을 훔쳐봤다.
도진은 엄지를 추켜세웠다.
알아서 하라는데 굳이 한 번 더 꼬아서 생각할 필요는 없겠지.
3구. 공은 던져졌다.
자신감을 잔뜩 품은 그레그의 배트가 나왔다.
따-악!
바깥쪽 공을 가볍게 밀어 쳤다.
타구는 1루수와 2루수 사이를 통과하며 우익수 앞까지 데굴데굴 굴러갔다.
1루 베이스를 밟은 그레그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해냈다!’
제일 먼저 도진을 찾았다.
고작 힘차게 손뼉을 치는 그의 모습이 이렇게 감동일 줄이야.
‘고맙다. 앞으로 더 잘해볼게.’
트리플 A 투수 상대로 메이저리거가 힘겹게 안타 하나만을 뽑아냈을 뿐이므로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래도 괜찮다.
그레그는 씨익 웃어 보였다.
‘내게는 최고의 조력자가 있으니까.’
도진과 함께라면 성장할 수 있을 테지.
한층 여유를 찾은 그레그는 타석에 들어서는 상우를 힐끗 쳐다봤다.
상우는 시선이 느껴지는 1루 베이스를 힐끗 쳐다봤다.
‘실실 쪼개긴.’
그래도 안타를 쳐서 좋겠다.
상우의 눈동자에 각오가 담겼다.
‘나도 결과를 만들어야 하는데.’
후우.
타석에 들어선 상우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생각하자. 타격 자체는 그레그가 나보다 조금 더 나을 수 있을지언정. 적어도 나는 그레그보다 상대의 수는 잘 읽어.’
투수는 변화구 위주의 피처다.
그레그의 약점이 변화구라서 던진 건 아니겠지.
하지만 그 변화구가 매우 예리하니 변화구를 노리는 건 그다지 좋은 방법이 아니다.
‘그러니 패스트볼을 노려야 하는데.’
언제 던지려나?
젠장. 데이터가 없으니 이렇게나 어렵구나.
상우는 도진을 찾았다.
도진은 주먹 쥔 오른손의 엄지와 새끼손가락을 세워 좌우로 흔들었다.
‘생각 그대로 하라고?’
상우와 도진에게는 남들보다 더 많은 사인이 있다.
어렸을 적부터 쭉 야구를 해왔던 지라 자신들만의 사인이 따로 존재했다.
‘내 생각은…….’
초구인데?
이거 맞아?
도진은 그레그에게 공을 많이 보라고 조언했다.
상우도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
일단 그레그가 눈이 좋지 못해서 좋은 카운트에서 스윙하길 원했겠지.
‘무엇보다 도진이는 상대 투수의 심리까지 읽어내려고 해.’
투수 역시 메이저리거가 되고 싶을 터.
그러니 한 구 한 구에 혼을 담을 것이다.
‘아. 알겠다.’
그랬다가 그레그한테 맞았다.
투수도 지금 똥줄이 타고 있겠지.
초구 스트라이크는 투수에게 중요하다.
무엇보다 첫 두 번째 타석에서 자신 역시 초구부터 스윙을 가져갔다가 좋지 못한 결과를 얻었다.
‘그러니 아무리 변화구 위주의 피처라도 이번에는 오히려 역으로 올 가능성이 높아.’
초구.
공이 날아왔다.
상우는 도진의 사인 덕분에 복잡해진 머릿속을 정돈한 이후였고.
덕분에 휘두르는 배트에 확신만을 담을 수 있었다.
따—악!
가볍게 휘둘렀다.
그랬더니 정타가 맞았다.
타구는 외야를 향해 훨훨 날아가기 시작했고.
투수는 고개를 떨궜다.
상우는 불끈 쥐었다.
‘넘어갔다.’
생각했던 그대로 결과가 나왔다.
외야수마저 더는 물러설 곳이 없어 발을 멈췄기 때문이다.
쓰리런 홈런.
상우는 불끈 쥔 주먹을 위아래로 흔들며 기쁨을 표출했다.
그를 바라보는 도진은 지금까지의 긴장을 전부 벗어던지는 한숨을 내쉬었다.
‘와. 다행이네.’
그런데 왜 피곤하지?
이게 애 키우는 기분이구나.
‘아무렴 어때.’
현 에인절스에서 제일 걱정되는 선수가 저 둘이다.
그 둘이 결과를 냈다는 것.
‘올해는 시작이 좋네.’
* * *
시범경기도 4주 차를 맞이했다.
선수들은 개막전에 앞서 몸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했다.
도진은 타석과 마운드에서 작년 시범경기보다는 못한 성적을 내고 있었지만, 딱히 상관없었다.
보여줄 수 있는 최선의 모습을 최대한 숨기면서 천천히 몸을 끌어 올리고 있었으니 말이다.
‘내 모든 걸 표출하는 건 개막전부터야.’
그리고 오히려 작년보다 훨씬 더 자신감이 넘쳤다.
‘이 정도의 몸 상태라면 작년보다는 훨씬 좋은 성적을 낼 수 있겠지.’
빨리 개막전이 왔으면 좋겠다.
이건 도진만의 바람은 아니었다.
1루수로 포지션 변경을 한 호세는 타격에만 집중할 수 있어 체력적 부담감을 덜어내며 더 좋은 타격을 뽐내고 있었다.
상우와 그레그도 첫 타석에서 좋은 결과를 기록하고 나서 메이저리그 첫 시즌치고는 괜찮은 시범경기 성적을 내고 있었다.
조 캐넌 감독이 라커룸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손뼉을 치며 선수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짝짝.
“주목! 모두 알고 있겠지만, 그래도 중대한 사항을 다시 알려주도록 하겠다.”
조 캐넌은 선수들의 이목이 전부 자신에게 쏠리자 여유롭게 말을 덧붙였다.
“이번 개막전은 특별한 장소에서 진행한다는 걸 알고 있을 것이다.”
도진은 두 눈을 끔뻑였다.
‘특별한 장소?’
조 캐넌은 그런 도진을 영문 모를 표정으로 쳐다봤다.
“킴. 혹시 모르는 건가?”
“특별한 장소라뇨?”
“자네. 요즘 SNS를 안 했군? 거기에도 나와 있을 텐데 말이야.”
“아. 최근에 좀 바빠서요.”
애 둘 키우는 것도 모자라 제롬과 라이언 거기에 마르셀로와도 온종일 야구 얘기만 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SNS에서. 핸드폰 자체에서 멀어졌다.
‘물론 시범 경기전에 최고의 시즌을 맞이하고자 열심히 몸을 만들겠다고 SNS에 남겨 놓긴 했는데.’
그 이후로는 핸드폰을 손에 쥐지도 않았다.
MVP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오로지 야구에 집중해야만 할 시기라고 생각해서 그랬다.
‘그리고 이왕이면 첫 시즌보다 좋은 페이스로 달려가고 있을 때 팬들과 소통하고 싶었어.’
도진은 사방에서 느껴지는 이상한 시선에 고개를 좌우로 번갈아 틀었다.
상우와 그레그가 자신을 경멸스럽게 쳐다보고 있었다.
호세는 진심으로 연거푸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도진은 뒤통수를 벅벅 긁었다.
“그, 그래서 그 특별한 장소가 어디죠?”
조 캐넌 감독은 상우를 가리켰다.
“리. 자네가 대신 대답해 줘야겠군.”
상우는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우리 한국 가.”
“응?”
“한국 간다고.”
“그게 무슨 말이야.”
“개막전이 서울 돔구장으로 잡혔다고.”
“아…….”
메이저리그는 이따금 개막전 경기를 미국이 아닌 타지에서 잡는다.
2019년 개막전은 도쿄돔에서.
또 2025년 역시 도쿄돔에서 치렀다.
2024년 개막전은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전은 한국에서 치렀고 서울 시리즈라고 불렀다.
그 기회가 올해 에인절스에 찾아온 것이었다.
“서울이라.”
도진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한국 팬들 앞에서 경기할 수 있다니.
예상치 못한 소식에 심장이 사정없이 뛰어대고 있었지만, 이것은 뿌듯한 감정이었다.
도진은 감정을 추스르고 질문을 이어 나갔다.
“그럼, 저희 개막전은 누구랑 붙나요?”
선수들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어떻게 선수가 돼서 그것도 모르냐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도진은 죄송합니다! 허리를 굽히며 연발했다.
조 캐넌은 결국 웃음이 터져버렸다.
“참 자네답구먼. 우리 개막전 상대는 자네가 제일 붙고 싶었던 팀이라고 확신하네.”
“제가 제일 붙고 싶은 팀이라뇨? 제게 그런 팀은 없는…… 설마.”
조 캐넌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네. 우리 에인절스는 양키스와 개막전 경기를 서울에서 치르게 됐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