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313)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 313화(313/400)
시범 경기가 끝이 났다.
에인절스 선수와 관계자들은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호세의 지시에 도진의 옆자리엔 앞으로 상우가 앉게 되었다.
상우는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캬. 비행기 죽이네? 넌 늘 이런 좋은 좌석 타고 원정 다닌 거지?”
상우는 널찍한 좌석에 앉아 방방 뛰었다.
도진은 고개를 저었다.
“체통 좀 지켜라. 비행기 처음 타냐?”
“좋은 좌석은 처음이야 인마! 처음 한국에서 미국 올 때도 이코노미석 탔어! 그럼 넌 이 훌륭한 좌석을 보고 안 놀랐다고?”
“안 그랬어.”
도진은 기억을 더듬었다.
신나기는 했지만, 저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고 단정 지었다.
“그나저나 얼마 만에 한국이냐. 넌 나보다 더 오래되지 않았나?”
상우의 질문에 도진은 고개를 주억였다.
“뭐. 그렇지?”
“반갑겠네.”
“반갑기는 한데 어차피 며칠만 있다가 바로 와야 하잖아.”
에인절스는 한국에 총 5일간 머무를 예정.
첫날은 먼 비행 거리 때문에 하루 푹 휴식을 취하고 둘째 날은 그라운드 적응을 한다.
나머지 3일은 양키스와의 경기를 치르고 끝나면 바로 미국으로 다시 날아와야 하는 빡빡한 일정이었다.
상우는 도진의 어깨를 툭툭 쳤다.
“나가서 맛있는 거 먹자. 오랜만에 진짜 삼겹살 어때.”
“그래도 되려나?”
“네가 물어봐.”
“내리고 나서 물어볼게.”
상우는 도진의 대답이 만족스럽다는 듯 씨익 웃더니 가방에서 주섬주섬 A4용지를 꺼내기 시작했다.
“좋아. 일단 선수 공부 좀 하게 도와줘라. 넌 양키스랑 몇 번이나 붙어봤잖아?”
“알았어.”
상우는 양키스가 이번에 영입한 양키스의 1선발 프레드 체이먼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말린스에서 좋은 성적을 낸 투수네.”
“나도 붙어보진 못했지만 들어는 봤어. 사이 영도 벌써 탔다고 하더라. 언제나 컨텐더였고.”
“금액도 상당해. 10년 3억 5천만 달러. 마치 벼르고 있었다는 듯이 제일 먼저 영입 기사가 떴어. 기본적으로 4피치 투수야. 패스트볼과 체인지업 슬라이더와 커브를 던지네. 좌완이며 제구력이 뛰어나고 평균 구속도 90마일 후반대야. 세간에서는 랜디 존슨의 재림이라는 평이 있고.”
도진은 턱을 매만졌다.
“첫 상대부터 어렵겠네.”
“그러게나 말이다. 그나마 나야 후보니까 상대할 일이 없겠지만.”
“그런데 공부 열심히 하네?”
“혹시 모르잖아? 어쨌든 이 투수의 약점은 딱히 없어. 위기관리 능력도 뛰어나고.”
“대부분 사이 영급 투수들은 약점이 없는 것 같더라. 한국이라는 새로운 무대에서 적응하지 못하길 빌어야겠네.”
상우는 볼을 빵빵하게 불렸다.
“웬일로 겸손하냐.”
“난 늘 이랬어.”
“중학교 때까진 안 그랬잖아?”
“그건 어렸을 때고. 메이저리그 밟고 나서 괴물이 정말 많다는 현실을 깨달은 것뿐이야.”
상우는 입맛을 다셨다.
“뭐. 어쨌든. 다음은 4번 타자. 카를로스 모레이라라고 10년 3억 달러에 계약했고 작년 시즌 브루어스에서 43개의 홈런을 쳤어. 첫 데뷔 시즌부터 20홈런을 쳤을 만큼 펀치력이 있어. 타율은 낮은데 한 방이 있는 선수야. 득점권 타율이 특히 3할 후반대로 높네. 변화구에 약점이 있다고는 해.”
도진은 아랫입술이 바짝 마르자 혀로 가볍게 훑어 수분을 주웠다.
‘대단한 타자긴 한데…….’
기록만 놓고 보면 정말 훌륭한 타자가 맞다.
다만 그가 두렵냐고 묻는다면 도진은 고개를 저을 것이다.
‘카를로스 모레이라보다 뛰어난 선수도 있으니까.’
도진의 머릿속에 떠오른 선수는 역시나 에스리우스 로자리오.
흠잡을 때 없는 선수야말로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카를로스 모레이라는 핀 스트라이프(양키스 유니폼을 상징)를 입어서 무서워진 거지.’
양키스가 무서운 이유는 새로운 얼굴들과 기존 선수들의 조화 때문이었다.
상우의 말마따나 카를로스 모레이라는 한 방을 갖춘 타자다.
더군다나 득점권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그의 앞에 주자가 나간다면 골치가 아파진다.
‘그런데 그 앞에 선 선수들이 하필이면…….’
상우는 마치 도진의 생각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읊조렸다.
“양키스는 4번 타자보다 1번부터 3번 타자가 더 무섭네.”
도진은 양키스전의 기억을 떠올리며 말했다.
“1번 타자는 조든 톰슨. 발도 빠르며 장타력도 갖췄지. 나가면 골치 아파. 문제는 이다음이야.”
“타카시 사토?”
도진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 이번 시범 경기 때 2번 타자로 나와서 완벽에 가까운 성적을 거뒀잖아.”
“타율 3할 6푼에 홈런을 7개나 쳤어. 물론 시범 경기라서 딱히 큰 의미는 없지만, 그래도 부럽긴 하더라.”
“의미 없는 게 아니야. 사토는 실력으로 양키스의 2번을 쟁취한 거니까.”
예전 악의 제국을 꿈꾸는 그 양키스의 2번 타순을 실력으로 쟁취했다는 것.
양키스도 그를 핵심 멤버로 못 박아 둔 것이었다.
“얘가 그렇게 대단하냐? U-18 때는 별거 없었던 것 같은데.”
“마이너리그 유망주 랭킹 1위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지.”
마이너리그 랭킹 1위가 가지는 의미는 매우 컸다.
메이저리그급 기량이란 뜻이었으니까.
무엇보다 도진은 사토가 자신과 비슷한 과임을 알고 있었다.
더욱이 일본 선수 특성상 발전에 심혈을 기울였다.
‘시범 경기에서 직접 만나지는 못했지만, 확실히 공도 타격도 좋아 보였지.’
오랜만에 그와 마주친다고 생각하니 심장이 두근대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사토 다음 타자는…….
상우가 한숨을 내쉬며 대답을 대신 읊조렸다.
“얘는 진짜 천재인가 보다. 넌 도대체 얘를 어떻게 이겼냐? 이번 시즌엔 이길 수 있어?”
놀란 카브레라.
시범 경기 성적 3할 9푼에 홈런 10개.
그야말로 시범 경기를 부숴버렸다.
도진의 눈동자에 투쟁심이 가득 들어섰다.
“이겨야지.”
양키스는 에인절스가 기필코 넘어서야만 하는 산이다.
시즌 중에도 그리고 시즌이 끝나고 플레이오프에 진출해도 만날 가능성이 컸으니 말이다.
‘그러니 기분 좋게 양키스를 이기고 시즌을 시작하고 싶다.’
저 친구들을 상대로도 이길 수 있다면?
‘이번 시즌 왠지 기대되네.’
* * *
에인절스 선수들은 며칠 머무를 호텔에 도착했다.
도진은 조 캐넌 감독에게 밥을 먹고 와도 되냐고 물었다.
그는 경기력에 도움이 될 것 같다면 무엇이든 상관없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 음식을 먹겠다고 호텔을 벗어난 건 도진과 상우 둘뿐이었다.
상우는 허탈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아쉽네. 맛있는 거 먹으러 가는데 다들 왜 안가냐.”
호세와 그레그를 뜻했다.
매운 음식은 경기력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고 거절했다.
상우는 매운 음식이 아니라면 열변을 토했지만, 도진은 그런 상우의 목덜미를 잡고 끌고 나왔다.
“갑작스럽게 타지 음식을 먹는 건 선수의 루틴에 문제가 될 수 있어. 한국 음식은 이제 누가 먹어도 맛있다고 소문이 났지만, 둘은 자신들의 루틴을 지키려고 한 거야.”
도진의 설명에 상우는 ‘아!’ 하고 고개만 주억였다.
그런데 그때.
도진의 핸드폰이 울렸다.
[놀란: 여! 한국 도착했다며?] [나: 양키스는 하루 일찍 왔더라?] [놀란: 그렇게 됐어. 그나저나 저녁 시간인데 밥 먹었냐?] [나: 안 그래도 지금 나가서 먹으려고.] [놀란: 우리도 데리고 가. 한국 음식 궁금하다.]그렇게 해서 놀란과 호텔 근처에 있는 삼겹살집에서 만났다.
놀란 근처의 삼겹살집으로 잡느라 도진과 상우는 예정 시간보다 3분 늦었고.
놀란은 입구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다만 놀란 혼자만이 아니었다.
도진은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손을 흔들었다.
“여! 오랜만이네 놀란. 그리고 사토.”
그랬다.
놀란은 타카시 사토와 함께 나온 것이었다.
놀란은 피식 웃었고 사토는 손을 가볍게 들어 올렸다.
뒤늦게 택시에서 내린 상우는 몸을 부들부들 떨며 도진에게 속삭이듯 말했다.
“와. 이거 맞냐? 앞으로 메이저리그를 끌고 갈 황금세대가 모이다니.”
도진은 상우를 경멸스럽게 쳐다봤다.
‘넌 황금세대 아니잖아.’
상우가 눈빛을 읽었는지 하얀 이빨을 훤히 드러냈다.
“뭘 봐 인마! 동갑내기 같은 세대는 맞잖아! 그나저나. 적과 이렇게 만나도 되는 거냐?”
“딱히 문제는 없어. 메이저리거들도 서로 친해서 자주 만나서 밥도 먹고 한다더라.”
“그랬구나. 난 여태껏 늘 그레그랑만 먹어서 몰랐어.”
넷은 안으로 들어가서 자리를 잡았다.
도진은 즉시 삼겹살 8인분을 주문했다.
다양한 밑반찬이 테이블을 가득 채우자, 놀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뭐 이렇게 많이 주냐? 고기만 시킨 거 아니야?”
도진은 어깨를 으쓱했다.
“한국은 원래 이래. 그나저나 무슨 일로 한국 음식을 먹고 싶었던 거야?”
놀란은 밑반찬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대답했다.
“맛있겠네. 아. 그냥 네가 뭘 먹고 자라왔길래 그렇게 야구를 잘하는지 궁금했어.”
상우는 혼잣말 하듯 읊조렸다.
“그건 그냥 이 새끼가 그렇게 태어난 거지. 한국 음식 먹는다고 다 야구를 잘하나.”
놀란은 그러거나 말거나 빨간색 음식을 가리켰다.
“킴취! 맵냐?”
도진은 젓가락으로 김치를 집어 입에 넣었다.
“안 매워.”
놀란은 김치를 집어서 입에 넣었다.
오물오물 씹는 그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
“안 맵다며! 헤이 사토. 네가 먹어봐.”
“한국 빨간 음식은 대부분 매워. 쟤네만 안 매운 거지.”
“그래도 맛은 있는데?”
놀란은 김치를 하나 더 집어 입에 넣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표정에 변화는 없었다.
사토도 신기했는지, 김치를 입에 넣었다.
그 역시도 놀란의 처음 반응과 같았다.
놀란은 큭큭 웃었다.
“같은 동아시아인인데 식성이 이렇게 다르다니. 참 특이하구나. 어쨌든. 킴치는 네가 만든 거냐?”
도진은 영문 모를 소리에 고개를 갸웃했다.
“킴. 치.”
놀란을 제외한 셋은 그를 벌레 보듯 쳐다봤다.
놀란은 농담이었다며 일원들의 어깨를 툭 건드렸다.
그러던 사이 삼겹살이 나왔다.
직원이 구워줬기 때문에 딱히 손이 갈 일은 없었다.
놀란은 상당히 만족스러워했다.
“우리 미국 베이컨보다 맛있는 거 같네? 이 맛있는 걸 그동안 너만 먹었던 거냐?”
“아냐. 나도 쭉 서양 음식만 먹었어.”
“왜? 한국 음식 달라고 구단에 요청하지. 사토 얘는 벌써부터 빠져 가지고 일식 요리사까지 요구했던데? 물론 구단에서 해준 거지만.”
도진은 사토를 힐끗 쳐다봤다.
그는 입에 넣은 음식을 삼키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음식은 중요하니까. 너도 하지그래.”
“안 그래도 이번 연전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 요청해 보려고. 성적도 못 내고 밥 달라는 건 염치가 없을 것 같아서. 사토 너처럼 쭉 그래왔다면 모를까. 갑자기 그러면 이상하게 볼까 그랬어.”
놀란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우리를 제물로 삼아 요구를 하겠다? 가능하겠어? 우리 작년의 양키스가 아니야.”
“알아. 대부분 미디어에서도 양키스를 우승 후보로 꼽지.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그럼, 포기인가?”
“그럴 리가. 우리 에인절스도 꽤 강해졌어. 물론 전력만 놓고 본다면 양키스보다 밑이긴 한데. 야구가 전력만으로 할 수 있는 스포츠는 아니잖아?”
놀란은 미소를 유지한 채 이마를 비볐다.
얌전히 음식을 섭취하던 사토도 빙그레 웃었다.
그러더니 둘은 같은 말을 내뱉었다.
“넌 고등학교 시절부터 그랬지.”
FS는 놀란이 소속된 뷰포드 혹은 사토가 소속된 NY에 비하면 약팀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하이스쿨 우승 트로피는 결국 도진이 가져갔다.
U-18도 그랬다.
미국 혹은 일본이 우승이라는 미디어의 예측을 도진은 전부 지르밟았다.
“이번에는 쉽지 않을 거야. 아니 우리가 100% 이길 거다. 정 뭐하면 한 경기는 정도는 양보해 줄게.”
“대단한 자신감이네. 하긴. 둘은 시범 경기를 씹어 먹고 양키스를 1위에 올려놓았잖아?”
사토는 물을 들이켜더니 입을 헹궜다.
“너야말로. 시범 경기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몸을 천천히 끌어 올리는 데 주력했지. 성적은 2할 7푼으로 끝났지만, 네 진심은 보이지 않았어.”
놀란이 말을 덧붙였다.
“더군다나 저놈 몸 봐라. 아주 딴사람이 돼서 왔어. 약을 하지 않은 거라면 그 훈련은 단 하나밖에 없겠지. 우리는 소화 못 할 그 훈련 말이야.”
도진은 어휴! 혀를 내둘렀다.
진심으로 눈치 한번 빠르네.
식사는 끝이 났다.
놀란과 사토는 만족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다음에도 또 같이 한국 음식 먹자.”
“나도 끼도록 하지.”
넷은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도진이 놀란과 사토를 위해 부른 택시가 도착했다.
“그럼, 경기장에서 보자.”
화기애애한 식사 분위기는 이로써 끝이 났다.
하지만 이틀 후 경기장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