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315)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 315화(315/400)
“타, 타임!”
공수 교대는 심판의 판정으로 조금 미루어졌다.
내, 외야진. 감독과 의료진도 재빨리 고통을 호소하는 벨에게 다가갔다.
조 캐넌 감독은 즉각 호통쳤다.
“뭐, 뭔 짓을 한 게냐!”
큰 부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투수는 맨손으로 공을 받지 말아야 한다.
벨처럼 베테랑 선수라면 모를 리가 없었다.
“고작 만루를 넘기겠다고 그런 멍청한 짓을 해?”
조 캐넌 감독의 눈동자가 분노로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벨은 누가 뭐래도 에인절스의 1선발이다.
그가 무너지는 순간 에인절스의 선발진 전체가 무너진다는 것을 과연 누가 모르겠는가.
벨은 여전히 미간을 찡그리고 있었지만, 목소리만큼은 웃음이 섞여 있었다.
“뭘 그렇게까지 화를 내세요. 사람이 살다 보면 실수할 수도 있지.”
“실수? 이 실수가 팀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네가 모를 리가 없잖아!”
“에이. 죄송해요.”
벨은 고개를 숙여 오른손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손바닥은 마치 벌에 쏘인 것처럼 퉁퉁 부어 있었다.
그 손을 유심히 살펴보던 의료진은 한숨을 짧게 내뱉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정밀 검사가 필요해 보입니다.”
조 캐넌은 어금니를 꽉 물며 화를 억눌렀다.
“젠장. 골치 아파졌군.”
이미 물은 엎질러졌기 때문에 해결책을 떠올리려고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개막전 경기다.
선수들은 이번 시즌 더 많은 승리를 원했다.
시작이 절반이라는 말도 있듯이 강팀 양키스를 잡고 시즌을 기분 좋게 시작하고 싶어 했다.
‘그런데 다른 자리도 아니고…….’
1선발의 자리를 도대체 누가 메꿀 것인가.
현 에인절스에는 그만한 선수는 없었다.
벨은 조 캐넌의 복잡한 표정을 유심히 지켜보다가 이내 웃음을 터트렸다.
“감독님도 이제 늙으셨네요. 시야가 그렇게 좁아서니 원.”
“지금 장난이 나와?”
“인정은 할게요. 저 때문에 개막전부터 계획이 전부 꼬여버렸죠. 그래도 대안을 찾아야만 하는 감독님이 여전히 해답을 모르면 어떡해요?”
“해답? 해답? 그게 쉬워?”
“쉽잖아요. 저는 오늘 자리를 비워야겠지만, 제 자리를 대체할 선수가 옆에 떡하니 있잖아요.”
벨과 조 캐넌을 포함.
모두의 시선이 도진에게로 향했다.
도진은 어금니를 빠득 갈았다.
“벨…… 그게 무슨 말이에요.”
“네가 못 알아들으면 피곤한데.”
벨은 살포시 눈을 감았다.
“감독님. 전 오늘 경기 이기고 싶어요. 물론 마운드에서 내려가기 때문에 오늘 경기 승리하더라도 제 공은 아니죠. 하지만 그래도 상관없어요. 그러니 이기는 방향으로 해주세요. 무엇보다 여기 한국이잖아요. 우리 팀 막내 둘의 조국이라고요. 여기서 양키스에 진다? 하. X발. 앞으로 쪽팔려서 라커도 못 들어갈 거 같은데요?”
마운드에 모인 일원들은 전부 흠칫 놀랐다.
그 온순한 벨의 입에서 욕설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그의 속마음이 완벽하게 전달됐다.
도진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벨도 달라지고 싶었구나.’
슬로우 스타터로서 1선발 역할을 해내지 못한 것에 책임을 느꼈던 것이겠지.
물론 한국이라서 지기 싫다는 말도 진심일 것이다.
맨손으로 공을 잡아낸 모습에서 확신했다.
도진은 서늘한 음성으로 말했다.
“감독님. 저 던질 수 있습니다.”
“뭐?”
조 캐넌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지만 금세 각오를 굳힌 표정을 지었다.
“그래. 팬들을 위해서라도 더는 시간을 끌어서는 안 되겠지. 모두 자리로 돌아가라.”
조 캐넌은 솔선수범하겠다며 제일 먼저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그러고는 심판에게 선수 교체 사인을 전달했다.
남은 선수들도 감독의 뒤를 따랐다.
도진만큼은 벨이 옷깃을 잡아 멈춰 세웠다.
그러고는 심판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잠깐 30초만 주세요. 죄송합니다.”
그러더니 왼팔로 도진의 어깨를 감고 속삭였다.
“부탁한다. 그리고 미안하다. 언제나 네게 짐만 짊어주는구나. 그래도 난 네가 충분히 잘 해낼 수 있다고 본다.”
도진은 한숨을 길게 뿜어냈다.
“제가 벨의 자리를 대체할 수는 없어요. 그러니 잘 치료받고 빨리 돌아오세요.”
야구는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른다.
오늘 같은 사고가 또 발생하지 말란 법도 없다.
하지만 그래도 리그는 이어진다.
부상자가 속출해도 살아남아야 강팀이다.
강팀을 꿈꾸는 에인절스는 여기서 무너질 순 없었다.
‘내가 벨의 역할을 100% 소화할 수 없어도 지금은 시늉이라도 해야겠지.’
도진은 어깨를 털어 벨에게서 벗어났다.
이제는 그만 가서 치료받으라는 뜻이 담겨 있었다.
벨은 든든한 도진의 뒷모습을 보면서 피식 미소 지었다.
* * *
[벨 조이스의 부상이 상당해 보이죠?] [네. 잘 맞은 타구를 맨손으로 잡았죠. 퉁퉁 부은 게 자칫 골절로도 이어질 수 있거든요? 별일 아니길 바랍니다.] [국내 팬들은 메이저리그 1선발들의 대결을 그 누구보다 기대했을 텐데 아쉽게 됐어요. 하지만 선수가 제일 중요한 법이죠. 무엇보다 이제 분위기를 다시 바꿔서 경기로 돌아가죠. 김도진 선수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어휴. 표정을 보십시오. 누가 저 선수를 신인급 선수로 보겠습니까? 에인절스를 위해서. 그리고 한국 팬들을 위해서 하나 해줬으면 좋겠네요.]타석에 들어서서 내뿜는 도진의 눈빛은 마치 며칠 굶주린 야수와도 같았다.
그 때문에 필드에 나간 양키스 선수들은 어금니를 갈았다.
놀란은 그런 도진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허. 왠지 벌집을 잘못 건드린 것 같군.’
놀란은 도진과 이미 여러 번 붙어봤다.
그가 가진 승부욕 때문에 언제나 기세등등한 표정으로 타석에 임하기는 했지만, 오늘은 느낌이 완전히 달랐다.
마치…….
놀란은 바짝 마른 입술을 혀로 훑었다.
한 번으론 부족했는지 두 번 세 번 침을 묻혀봤지만, 수분은 전달되지 않았다.
놀란은 결국 입술을 꽉 물었다.
‘책임감…… 인가?’
하아.
놀란이 뿜어낸 한숨엔 허탈감이 묻어 나왔다.
도진은 자신과 동갑이다.
그런데 지금 그의 모습을 보아하니 에인절스 최상단에 군림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게 말이 되는 건가?’
어떻게 만 21세도 넘기지 않은 선수가 메이저리그 팀의 리더가 되다니.
‘저건 당장 내가 가질 수 없는 장점이지.’
생각과는 별개로 놀란의 입꼬리가 치솟았다.
이제는 도진을 아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도 그 예상은 빗나갔다.
같은 벽을 연달아 마주했고 매번 막혔다.
이번만큼은 허물겠다고 다짐했는데 쉽지 않았다.
이와 비슷한 감정을 느낀 선수는 한 명 더 있었다.
더그아웃에서 이를 지켜보던 사토도 놀란과 비슷한 생각을 했다.
‘1선발이 부상으로 나갔지만, 오늘 경기 쉽지 않겠군.’
당장 도진은 사이 영급 투수를 앞에 두고도 위축되기는커녕 잡아먹을 기세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오늘 양키스 선발로 나선 프레드는 도진을 잘 몰랐기에 한쪽 광대가 꿈틀댔다.
‘좋은 눈빛이네.’
그렇다고 두렵지는 않았다.
그래봤자 애송이니까.
도진은 신인왕을 탄 라이징스타지만, 거기까지였다.
‘양키스에서의 데뷔전이 이렇게 쉽게 풀릴지는 생각도 못 했는데.’
무엇보다 지금 벨 조이스가 교체되었다.
승리는 언제나 달콤한 법. 저 기세등등한 애송이를 누르고 승기를 완전히 가져온다.
그럼, 선장을 잃은 에인절스는 이번 이닝에 침몰할 것이다.
때마침 포수의 사인이 나왔다.
프레드는 눈을 치켜뜨며 고개를 갸웃했다.
‘응? 변화구?’
초구부터 도망가자고?
저딴 애송이한테?
왜? 굳이?
작년 시즌 좀 잘했다고?
‘허.’
프레드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자신은 작년에 에스리우스 로자리오와도 몇 번이나 붙어서 이긴 전적이 있다.
무엇보다 도진의 시범경기 성적은 그리 대단하지 않았다.
‘오히려 우리 팀 2번 3번 타자가 더 대단하지. 저 친구들은 알을 깨고 나왔고. 에인절스의 애송이는 퇴보했어.’
그러니 도망가는 건 용납할 수 없다.
프레드는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포수는 슬라이더에서 체인지업 사인으로 바꿀 뿐.
결과적으로 다시 변화구였다.
프레드는 검지로 코를 비볐다.
‘아무래도 양키스는 작년 시즌 저 애송이에게 진 게 큰 타격이었나 보군.’
이번만큼은 이해하고 넘어가야겠네.
프레드는 어쩔 수 없다며 곧장 와인드업했다.
체인지업.
제대로 긁혔다.
도진의 배트도 나왔다.
한복판으로 향하던 투구가 힘을 잃고 뚝 떨어졌다.
부웅.
퍼억.
헛스윙에 심판은 힘차게 콜을 외쳤다.
“스트라이크!”
0-1.
결과적으로 포수의 선택은 정답이며 앞서나가는 카운트가 되었지만, 프레드의 팽창한 동공에 공포가 서렸다.
‘무, 무슨 스윙이.’
보이지 않았다.
말 그대로 안 보였다.
여기서 상대를 무시하고 스트라이크를 던졌다면?
프레드는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패스트볼을 던졌으면 담장을 넘겼을 거라고 머릿속에 그려졌기 때문이다.
‘제대로 간다. 안 그러면 맞을 수도 있다.’
매 시즌 사이 영 컨테더의 표정이 일순 굳었다.
한편, 헛스윙한 도진은 아쉽다며 고개를 좌우로 갸웃했다.
‘수준급의 체인지업이네. 패스트볼인 줄 알았는데.’
역시나 좋은 투수가 맞네.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의 경계가 보이지 않았으니까.
그런데도 도진은 아쉽다는 감정을 순식간에 떨쳐내며 다시 타격 자세를 잡았다.
방금까지만 해도 여유로웠던 투수의 표정은 온데간데없었으니까.
‘신중하게 승부하러 들겠지.’
투수는 카운트를 앞서고 있다.
그러니 다시 한번 변화구로 카운트를 잡으러 들어올 터.
예측이 빗나간다면 순식간에 불리해진다.
‘그래도 방법은 이것뿐이다.’
에인절스는 벨을 잃었다.
팀이 에이스를 잃었다는 것.
시즌 초부터 팀이 삐그덕대는 게 눈에 훤히 보였다.
‘그러니 여기서는 내가 해야만 한다.’
결과가 필요하다.
송장이나 다름없는 팀의 사기를 멱살을 잡고서라도 다시 끌어올려야한다.
가벼운 결과로는 부족하다.
근간을 흔들 수 있는 결과가 아니라면 의미 없다.
2구.
투수가 공을 던졌다.
‘패스트볼? 아니면 체인지업?’
투구는 힘을 잃고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났다.
스윙하지 않겠다고 이미 결단을 내린 도진은 카운트를 1-1로 맞췄다.
“볼!”
이후 볼과 스트라이크가 하나씩 추가되며 2-2.
5구를 앞둔 도진은 머릿속을 빠르게 정리했다.
‘상대는 아직 패스트볼을 보여주지 않았어.’
하지만 패스트볼 없이 투수가 경기를 운영할 수는 없다.
그러니 여기가 승부처다.
배터리도 도진과 비슷한 생각을 했다.
포수가 사인을 냈다.
‘패스트볼. 카운트를 불리하게 가면서까지 주자를 내보낼 필요는 없지. 더군다나 루에 나가기라도 한다면 피곤해진다.’
투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포수는 다시 한번 신신당부했다.
‘최선을 다해 던져. 완급조절 한답시고 힘 빼서 던지면 맞을 수도 있다.’
방금 스윙 봤잖아?
투수는 이를 악물고 사인에 고개를 끄덕였다.
5구.
공은 던져졌다.
99마일에 육박하는 패스트볼이 포수가 요구하는 바깥쪽 낮은 코스로 정확히 향하고 있었다.
투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100이면 99 저 공을 건드려봤자 좋은 타구는 나오지 못할 테니까.
그만큼 실밥이 채는 느낌도 완벽했고 제구조차 손색없었다.
다만…….
100에 1은 이 공을 칠 수 있다.
만약 상대의 힘이 자신보다 뛰어나다면 말이다.
‘아니. 힘만으로는 부족하다.’
힘과 타격 기술까지 고루 갖춰야만 이 공을 쳐 낼 수 있다.
안타를 만들 수 있겠지만, 고작 풀 타임 2년 차가 그런 힘과 기술을 갖고 있다?
‘그럴 리가 없지.’
결과를 확신한 투수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암담한 결과가 나올 확률은 고작 1%.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투수는 도진의 스윙이 나오자 경악했다.
완벽한 배트 컨트롤로 낮은 코스로의 패스트볼을 정확히 걷어 올렸기 때문이다.
따—악!
배터리는 고막을 찢어버릴 듯한 타구음에 고개를 떨궜다.
외야를 지키던 양키스 선수들은 맞는 순간 축 늘어진 어깨로 설렁설렁 뛰는 시늉만 했다.
애써 뛰어봤자 저 타구를 잡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팬들도 맞는 순간 환호를 내질렀다.
그만큼 그 누구라도 이 타구는 담장을 넘길 것임을 알았다.
도진은.
좌우로 관중석을 가볍게 훑었다.
그러고는 무심하게 에인절스 더그아웃을 바라본 채로 배트에 스핀을 주더니 베이스를 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