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316)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 316화(316/400)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한국인 선수가 한국 무대에서 홈런을 치자 관중석은 아수라장이 됐다.
쉴 새 없이 말을 내뱉어야만 하는 해설들도 너무 놀란 나머지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하지만 뒤이어 나오는 그들의 목소리에는 환희가 뒤섞여 있었다.
[호, 홈런! 김도진 선수!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투수를 상대로 선제 솔로 홈런을 기록합니다!] [정말 멋진 스윙이었습니다. 과장이 아니라 제 살아생전 이렇게 완벽한 스윙은 처음 봅니다! 99마일. 무려 160km에 육박하는 공을 그대로 걷어 올렸어요!] [실투라고는 보기 어려울 만큼 코스가 좋았잖아요?] [실투라뇨. 투수가 이보다 더 좋은 공을 던질 수는 없었습니다. 이건 그냥…… 하. 같은 한국인이라서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니라 김도진 선수의 힘과 기술이 투수를 눌러버린 겁니다!] [메이저리그에 관심없는 팬분들에게도 정확한 표현이 필요해 보일 것 같습니다.] [국내에도 160km를 던지는 투수들은 몇 있죠. 하지만 그들이 무적인가? 그건 아닙니다. 실점도 하고 실수도 나오고 하니까요. 하지만 메이저리그 1선발은 다릅니다. 같은 160km를 던진다고 해도 구위부터가 달라요.] [더군다나 프레드는 미국에서 손꼽는 선발 투수잖아요?] [그렇습니다. 투수 랭킹 탑 파이브 안에 무조건 들어가는 선수죠. 한마디로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선수라는 겁니다.] [그런 선수를 상대로 김도진 선수가 홈런을 기록했습니다. 정말 대단한 것 같습니다.] [인정합니다. 왜 이 한국 국적의 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신인왕을 탈 수 있었는지 국내 팬들에게 직접 증명해냅니다!] [함성이 끊이질 않습니다! 저 역시도 지금 목이 근질근질하거든요?] [저도 마찬가집니다. 다만 에인절스는 김도진 선수의 홈런으로 앞서나가게 됐지만, 상황은 여전히 좋지 않습니다.] [1선발을 잃게 돼서죠?] [그렇습니다. 예상치 못하게 선발 투수가 마운드에서 내려갈 때 주어지는 불리함이 있잖아요?] [무엇보다 불펜 투수가 투입되어야 하는데, 몸도 제대로 풀지 못한 채로 등판해야 하죠. 몸을 제대로 풀지 못한 투수는 제 위력을 내지 못합니다.] [맞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더 있습니다. 지금 불펜이 비어 있거든요? 어? 잠시만요…….]해설이 말을 더듬는 사이 한 선수가 불펜에 들어갔다.
문제는 그 선수가 방금 타석에서 홈런을 친 김도진이라는 점.
해설들은 경악했다.
[김도진 선수가 불펜을? 이건…… 김도진 선수가 등판한다는 거 아닙니까?] [네. 그것밖에 없죠.] [괜찮을까요?] [괜찮을 리가요. 김도진 선수는 엄연히 마무리 투수입니다. 시즌 준비도 쭉 마무리 투수로 해왔죠. 무엇보다 지금은 롱 릴리프. 즉 이닝을 길게 먹어줄 투수를 내보내야 하는데 김도진 선수의 보직과는 거리가 멉니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국내 팬들은 김도진 선수의 투타 겸업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장면이니 기대가 되겠습니다.]에인절스는 도진의 홈런으로 앞서나갔지만, 양키스는 도진을 제외 남은 타자를 전부 틀어 막았다.
그리고 2회 초에 도진이 마운드를 밟게 되자 국내 팬들에게는 하나의 희소식이 더 전해졌다.
선수 교체.
아돌니스가 빠지고 상우가 그 자리에 들어왔다.
* * *
마운드를 방문한 상우의 이빨이 위아래로 맞물려 틱틱 소리를 냈다.
“야 김도진.”
도진은 마스크 사이로 상우의 눈동자를 쳐다봤다.
그의 동공 역시 이빨 부딪히는 소리와 맞물려서인지 떨리고 있었다.
“쫄았냐.”
상우는 도진의 무심함에 하얀 이빨을 훤히 드러내며 반감을 드러냈다.
“쪼, 쫄아? 누가! 내가? 허! X발. 살려줘! 왜 준비도 되지 않은 내가 들어와야 하는 건데?”
“좋은 거 아닌가?”
“이게 뭐가 좋아!”
“한국에서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르게 됐잖아.”
상우는 어이없다며 턱이 벌어졌다.
“그건 맞는데 그래도 언질이라도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 이건 너무 갑작스럽잖아.”
“너 내 마누라잖아. 내가 등판했으니, 당연히 너도 등판해야지.”
“그래도 지금은 아니지. 너 내려가면 다음 투수는 누가 맡아!”
“네가 맡아야지. 교체로 나간 아돌니스가 다시 들어올 수는 없으니까.”
“누가 야구 룰을 물었냐?”
“오히려 잘 된 거 아니야? 주전은 아니더래도 네 입지를 다질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잖아.”
상우는 한숨을 푹 쉬었다.
그게 말처럼 쉽나? 라는 눈빛으로 도진을 쳐다봤다.
그래. 너는 쉬웠겠지.
그런데 모두가 너처럼 그렇게 태연할 수 있는 건 아니야.
상우는 불평을 입 밖으로 냈다.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개막전에서 치르게 됐다고!”
도진은 뒤쪽을 향해 고갯짓했다.
그곳엔 그레그가 있었다.
“그레그도 데뷔전인데?”
“하. 지금 그레그랑 나랑 같냐? 우린 지금…….”
도진은 상우의 어깨를 톡톡 도닥였다.
“알아. 에인절스 최고의 배터리를 대신해서 이 자리에 서게 됐지.”
“넌 긴장 안 돼?”
“글쎄.”
“아니. 도대체. 왜?”
“뒤에 받쳐주는 투수들도 있으니까.”
“불펜에 들어간 선수들은 임시방편인 거 알잖아?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서 그냥 들어간 거라고. 결국 네가 최대한 긴 이닝을 가져가야 해. 이걸 몰라?”
도진은 무심하게 대답했다.
“알아.”
“하. 그래. 말을 말자. 넌 원래 이랬지. 어쨌든. 상대는 양키스야. 1회를 무실점으로 넘겼지만, 그 벨 조이스를 두들겼다고.”
“잘해보자. 하던 대로.”
실성한 표정의 상우는 결국 실소를 터트렸다.
“하. 하하. 하하하! 잘해보자고?”
그것도 모자라 하던 대로?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냐?
양키스 타선이라니까?
상우는 눈빛으로 말했다.
하지만 굳건한 도진의 눈동자엔 어떠한 떨림도 없었다.
‘이 새끼 심장은 강철로 만들어져 있나.’
어떻게 동요를 안 할 수가 있는 거지?
이 중요한 개막전 경기가 메이저리그 신인인 자신들에게 달려 있었는데 말이다.
상우는 결국 어금니를 꽉 물었다.
“망하면 네 탓이야.”
“알았어.”
허. 상우는 평소와 다른 대답을 내뱉는 도진을 경멸스럽게 쳐다봤다.
‘끝까지 저러네? 정말 괜찮은 건가?’
상우는 결국 터덜터덜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솔직히 밝은 미래가 그려지지 않았다.
개막전이 시작되고 나서 타석에 들어서는 양키스 선수들의 진심을 맛본 이후라서 그랬다.
레벨이 다르다.
그들은 시범 경기를 1위로 훌륭한 경기력을 보여줬지만, 지금과 비교하면 그때는 그저 장난이나 다름없었다.
‘에휴. 막내인 내가 무슨 선택지가 있냐. 이판사판이다. 될 대로 되라지.’
하던 대로 하자고?
네 말대로 해주마.
쪼그려 앉은 상우는 한가운데로 미트를 들이밀었다.
* * *
도진은 로진백을 만진 손으로 모자를 고쳐 썼다.
그러고는 여전히 손에 묻어 있는 송진 가루를 후! 하고 불었다.
평소와 같은 그의 행동에는 어떠한 감정도 실려 있지 않았다.
7번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다.
그 즉시 상우는 한 가운데 미트를 고정했다.
도진은 짧게 고개를 끄덕이고 바로 와인드업했다.
쉐에에엑.
굉음을 내지른 투구가 한복판에 꽂혔다.
그 즉시 타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떤 미친 투수가 초구를 한복판으로 던져?’
실수가 아니라면……
자신감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타자는 분노조차 할 수 없었다.
전광판을 스윽 훑은 그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구속이 뭔가 이상했기 때문이다.
97마일. 156km.
평소 도진이 던질 수 있는 구속보다 확연히 낮게 나와서였다.
더욱이 도진과는 리그에서도. 그리고 와일드카드전에서도 맞붙어봤기 때문에 이제는 그를 익히 잘 안다고 확신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빠르게 느껴지는 거야?’
체감 속도는 100마일 이상.
농담이 아니다.
정말 그렇게 느껴졌다.
타자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다시 타격 자세를 잡았다.
2구.
다시 한복판으로 공이 날아왔다.
타자는 스윙했다.
하지만 홈 플레이트 부근에서 급격하게 몸쪽으로 꺾여 들어오는 바람에 빗맞았다.
지이이잉.
손바닥에서 거센 진동이 일어났다.
타자는 마른침을 삼켰다.
‘다, 다른 사람이다.’
작년 신인왕을 거머쥔 선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돼 있었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원래 단시간 내에 사람 자체가 180도 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야구는 단기간이 아닌 시간을 두고 천천히 성장하는 스포츠였으니까.
작년 도진은 신인왕급 퍼포먼스를 펼쳤다.
붙어봐서 아주 잘 안다.
그런데 지금은…….
꿀꺽.
타자는 마른침을 삼켰다.
그 즉시 공이 날아왔다.
부웅.
애꿎은 바람만 가른 타자는 스윙 즉시 고개를 떨궜다.
퍼억.
“스트라이크 아웃!”
8번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다.
하지만 그 역시도 초구부터 휘두른 배트가 공을 맞히기는 했지만, 갓난아기도 잡을 수 있는 2루수 땅볼로 아웃 됐다.
2아웃을 내리 잡은 도진의 기세는 9번 타자에까지 이어졌고.
“스트라이크 아웃!”
에인절스의 1선발 벨 조이스를 대신해서 올라와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무리 지었다.
* * *
2회는 조용하게 흘러갔다.
도진의 삼자범퇴에 양키스도 삼자범퇴로 맞불을 놨다.
이어지는 3회 초.
조든 톰슨이 타석에 들어섰다.
‘공이 상당히 좋군.’
하지만 조든은 자신이 있었다.
도진은 발전했지만, 양키스도 마냥 놀고만 있지 않았으니 말이다.
무엇보다 전광판이 일러주는 그의 구속은 그가 전력투구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렸다.
‘충분히 쳐낼 수 있다.’
저놈만 무너뜨리면 된다.
에인절스는 이미 벨을 잃었다.
도진만 공략하면 에인절스는 이빨 빠진 호랑이였다.
조든은 히죽 웃더니 도진의 눈을 또렷이 쳐다봤다.
그 즉시 어둠이 전신을 덮쳐왔다.
‘동요도 하지 않는다고?’
도대체 어떻게 돼먹은 놈이냐.
하지만 조든은 여전히 자신감을 유지했다.
판단도 빠르게 섰다.
‘짧은 안타로 나가서 흔든다.’
배트를 짧게 잡았다.
전보다 더 빨라 보이는 투구에 갖다 맞추기 위함이었다.
상우의 사인을 받은 도진은 즉각 와인드업했다.
공이 날아왔다.
조든은 초구부터 배트를 휘둘렀다.
딱!
윗 등에 맞아 공이 뒤로 흐르며 파울이 됐다.
공이 뒤로 흘렀다는 건 타이밍 자체를 맞췄다는 것.
그러므로 투수의 패스트볼 타이밍을 알게 된 타자는 비록 0-1 카운트지만, 승부를 유리하게 끌어나갈 무기가 손에 쥐어진 셈이다.
그러나 그는 크게 동요했다.
‘이, 이게 무슨 위력이냐.’
전기 고문을 받는다면 이런 느낌일까?
손바닥을 통해 전신으로 파고드는 진동은 하체를 휘청거리게 했다.
야생의 야수를 상대하는 조든은 제 손에 총이 쥐어진 줄 착각했다.
그런데 눈 씻고 정신을 차려보니 이쑤시개였을 만큼 초라했다.
그만큼 도진의 투구는 위력적이었다.
‘무브먼트와 구위도 상당하다. 짧게 잡아봤자 힘에서 밀린다.’
조든은 다시 배트를 길게 잡았다.
힘 대 힘으로 상대하기 위함이었다.
2구.
망설임 따윈 찾아볼 수 없는 도진은 지체없이 공을 던졌다.
조든은 망설임만 가득한 배트를 휘둘렀다.
따악.
빗맞은 타구는 이번에도 내야에 머물렀다.
유격수 켄이 쉬운 땅볼을 가볍게 처리하며 아웃카운트를 올렸다.
상우는 마스크 위로 손바닥을 올려 표정을 감췄다.
‘큭큭큭.’
웃음을 삼킨 상우는 번뜩 눈을 떴다.
아 나. 진짜 어이없네.
여기가 무슨 동네 야구 무대냐?
뭐 저렇게 태연해?
야구 규칙상 불펜으로 마운드를 지키게 됐지만, 지금 도진은 에인절스 사정상 선발 투수나 다름없다.
그리고 도진은 메이저리그 선발로 신인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그냥 잘하네.’
상우는 도진의 공을 받아내고 저릿저릿해진 손바닥을 꽉 쥐었다.
‘그래도 이건 아니잖아.’
아무리 너라도…….
우리 둘이 배터리를 이뤘더라도.
‘여기 메이저리그잖아.’
동네 야구가 아니잖아!
‘근데 넌 뭐가 그리 쉽냐.’
상우는 도진의 눈동자를 들여다보았다.
평소 알던 도진이 아니었다.
‘쉽다는 말은 취소. 넌 그 어느 때보다 진심이구나. 대신 아쉽게도 아직 갈 길이 머네.’
상우는 타석으로 들어서는 타자 사토를 힐끗 쳐다봤다.
한국과 일본이 자랑하는 두 유망주의 맞대결이 예고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