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317)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 317화(317/400)
[김도진 선수! 양키스의 강타선을 상대로 4타자 연속 범타를 만들어 냅니다!] [사실 몸도 제대로 풀지 못하고 올라온 거거든요? 하지만 뜻밖의 완벽한 결과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대단하다는 말 밖에 안 나오네요.] [드디어 기다리던 맞대결입니다. 일본이 자랑하는 유망주 타카시 사토. 그가 한국 최고의 유망주를 마주합니다.]타석으로 걸어 들어가는 사토는 평소 무뚝뚝한 표정 그대로였다.
좌타석에 들어선 그는 심판을 향해 고개를 꾸벅하더니 도진을 힐끗 쳐다봤다.
그 즉시 입꼬리가 꿈틀댔다.
‘메이저리그 데뷔전에서 너를 만나다니.’
이날만을 위해 노력했던 과거의 자신이 고마웠다.
사토는 도진, 놀란과 같은 2036년 드래프트에 참여했지만, 메이저리그 데뷔는 제일 늦게 하게 됐다.
완성된 신인 선수가 아니면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메츠라서 그런 걸 수도 있겠지.
하지만 에인절스나 양키스라고 다르지 않았다.
도진과 놀란은 에인절스와 양키스에서 본인들을 입증하며 데뷔하게 된 것이었다.
자신 역시 메이저리그 데뷔가 매우 빠른 측에 속했지만, 사토는 만족할 수 없었다.
‘저 친구들이 메이저리그에서 경쟁하고 있었을 때 난 마이너리거였지.’
순간 뒤처진다는 충동에 못 이겨 포기하고 싶었던 적도 있다.
분명히 같은 선상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악감정에서 허우적댔다.
그래도 견뎌냈다.
그랬더니 투쟁심이 되어 돌아왔다.
‘매번 패배만 해서는 끝까지 패배자로 낙인된다.’
세상은 원래 1등만 기억하는 법이다.
미국이라고 다를 것 같나?
사토는 이 일념 하나로 복수의 칼날을 갈아왔고 그 기회가 온 것이었다.
‘나 역시도 메이저리그에서 통한다.’
사토의 눈동자에 불이 붙었다.
‘난 결국 너와 놀란을 넘어설 것이다.’
안다. 도진은 쉽지 않은 상대임을.
‘등 뒤까지 바짝 뒤쫓았다고 생각해서 고개를 들깨마다 넌 언제나 나보다 먼발치에 앞서고 있었지.’
그렇기에 이 승부. 쉽지는 않겠지만 이길 수 있다.
근거 없는 자신감이 아니었다.
아니. 이번만큼은 확실히 동등해졌다.
‘아무리 슬로우 스타터라고 해도 나 역시도 벨 조이스의 공을 완벽하게 때려냈다.’
시범 경기가 아닌 메이저리그라는 무대에서 말이다.
벨 조이스가 누구던가? 10년 이상 메이저리그 1선발이라는 자리를 굳건히 지킨 선수였다.
그게 쉬운가?
절대 쉽지 않다.
그만큼 대단한 선수를 상대로 기죽지 않고 완벽한 결과를 만들어 냈다.
그러니…….
‘너도 제물로 만들어 주마.’
사토는 타격 자세를 잡았다.
* * *
도진은 모자를 조금 더 푹 눌러 눈동자를 반쯤 가렸다.
그의 입꼬리 역시 미세하게나마 꿈틀대고 있었다.
‘진짜 여기서 이렇게 만나다니. 반갑다.’
사토는 처음 자신에게 벽을 선사해 준 선수였다.
아시아인이 미국인과 대등. 그 이상이 될 수 있다고 현실에서 느끼게 해준 장본인이다.
‘네가 없었다면 나 역시도 이 자리에 없었을 수도 있어.’
그러니 고맙다.
하지만 고마운 거랑 별개로 이번에도 내가 이겨야만 한다.
‘알아 나도. 고작 개막전 경기지.’
여기에서의 승패가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스윕을 내주어도 결국 모든 야구선수의 꿈인 월드 시리즈 우승 혹은 개인 타이틀인 MVP와도 전혀 무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에인절스는 이 개막전 경기를 포기할 수 없어.’
기필코 잡아야만 한다.
벨의 상태가 어떤지는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손이 부은 걸로 보아 최소 몇 주는 결장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그가 없어도 에인절스는 건재하다.
올해만큼은 우승을 노려볼 수 있는 전력이라고 세계에 증명해야만 했다.
‘그러니…….’
도진은 눈을 치켜떴다.
사토 역시 도진과 마주친 눈을 피하지 않았다.
‘이기는 건 나다.’
생각 또한 일치했다.
상우의 사인이 나왔다.
바깥쪽 패스트볼.
앞서 벨 조이스가 던진 몸쪽 투구에 반응한 사토다.
그 때문에 상우는 같은 코스를 요구하지 않는 포수의 정석을 선보였다.
도진은 고개를 미세하게 저었다.
둘은 눈만 마주쳐도 통하는 사이.
상우는 결국 개 같은 놈이라고 읊조리며 타자의 몸쪽으로 붙어 앉았다.
초구.
도진은 와인드업했다.
역동적이고 유연한 동작을 곁들인 투구는 굉음을 내지르며 포수가 요구하는 방향으로 정확히 향했다.
예상했다며 눈을 번뜩인 타자의 배트가 나왔다.
전광석화 같은 스윙에는 망설임 따윈 찾아볼 수 없었다.
사토는 확신했다.
타이밍이 맞았다.
공과 배트는 만날 것이다.
부웅.
하지만 그의 확신은 수포가 되었다.
퍼억.
“스트라이크!”
사토는 순간 얼어붙었다.
그는 멍하니 투구가 꽂힌 미트를 한참이나 쳐다봤다.
“타임이요.”
사토는 심판에게 양해를 구한 후 잠깐 배터박스를 벗어나서 장갑을 매만졌다.
그의 눈동자는 두근대는 심장만큼이나 크게 요동쳤다.
‘이, 이렇게나 떠오른다고?’
도진의 포심 패스트볼은 원래 라이징 패스트볼이 맞다.
하지만 그를 어디 한두 번 상대해 보는가?
떠오르게끔 느껴지는 그의 투구를 염두에 두고 스윙을 가져갔다.
그런데 이게 웬걸?
파울 팁도 아니었을 만큼 크게 헛스윙했다.
‘무엇보다…….’
이건 중요한 게 아니다.
정신이 돌아온 사토는 타석에 들어서기 전 전광판을 힐끗 쳐다봤다.
99마일. 160km에 육박하는 구속.
도진의 최고 구속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빠른 공이 맞다.
하지만 마이너리그에서도 99마일 투수는 여럿 볼 수 있다.
트리플 A나 더블 A까지 갈 것도 없다.
더블 A나 싱글 A도 제구가 되지 않을 뿐, 100마일급 투수들은 존재했으니까.
더군다나 자신이 누구던가?
‘나 역시도 투타 겸업이다.’
도진과 같은 보직이었다.
현재 자신의 최고 구속도 98마일 남짓까지 올라왔다.
1마일의 차이?
상황에 따라 크고 작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도진의 99마일 패스트볼을 접한 사토는 미지의 소용돌이에 빠지고 있었다.
‘내 공보다 월등히 빠르게 느껴진다.’
차이가 뭐지?
스핀으로 인한 종속인가?
반만 맞고 반은 틀렸다.
‘무언가가 더 있다.’
정답에 도달하지 못한 사토는 어금니에 힘이 들어갔다.
할만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현실과 마주치니 도진이라는 벽은 너무나도 높았다.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다.
어부지리로라도 나오는 게 안타다.
이빨이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상대를 물어뜯어서 결과를 만들면 그만이다.
생각을 정리한 사토의 표정이 한층 편해졌다.
‘한편으로는 고맙다.’
앞선 타자들과 비교해 보자니 그랬다.
도진은 자신을 상대로 구속이 부쩍 올랐다.
‘나를 인정해 주고 있구나.’
적어도 완급 조절을 하고 있진 않았으니까.
2구.
도진은 와인드업했다.
손을 떠난 공이 한복판으로 향했다.
‘느닷없이 한복판일 리는 없지.’
그러니 이 공은 투심이다.
바깥쪽으로 꺾여 나갈 것이다.
확신에 찬 사토의 스윙이 나왔지만, 애석하게도 그는 다시 한번 헛스윙했다.
쭉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던 사토의 표정이 결국 감정을 담았다.
놀라움에 비롯된 것이었다.
‘무슨 투심이…….’
휘어져 나가는 게 마치…….
변화구 같았다.
지금은 사라진 마구.
페이드 어웨이 볼이라고 불렸던 금기시 된 마구인 스크류볼을 연상시켰으니 말이다.
그만큼 패스트볼이라고 보기 힘든 무브먼트였다.
하지만 이건 패스트볼이 맞다.
95마일 찍힌 공이 패스트볼이 아닐 리가 없었다.
카운트는 0-2.
사토는 궁지에 몰리게 됐다.
승기를 잡은 도진도 쉽게 가지 않았다.
그는 상우을 벌써 두 번이나 거절했다.
“볼!”
“볼!”
가슴 높이로 치솟는 하이 패스트볼로 3구를.
바닥으로 떨어지는 체인지업으로 4구를 던졌다.
카운트는 2-2.
투수는 승부구를 던져야만 했고.
타자는 승부수를 던져야만 했다.
사토의 머리가 빠르게 굴러갔다.
‘패스트볼이냐?’
아니면 아직 보여주지 않은 슬러브냐.
둘 중 하나일 것이다.
노리면 칠 수 있다.
비록 꼴사납게 두 번의 패스트볼에 헛스윙했지만, 이젠 패스트볼이라도 충분히 칠 수 있다.
사이드 스핀이면 슬러브. 배트를 참을 것이다.
‘대신 역회전을 품은 공이라면 배트를 휘두르면 된다.’
사토는 그렇게 다짐했다.
도진은 후!
짧게 숨을 내뿜었다.
‘사토. 당황한 티가 나네?’
너답지 않게 말이야.
그러니 이번 승부는 내가 이긴다.
5구.
공은 던져졌다.
역회전을 잔뜩 머금은 패스트볼이 한복판을 향해 빨랫줄처럼 날아갔다.
퍼억.
투구가 미트에 꽂혔다.
타자는.
사토는 결국 역스핀 공에 휘두르겠다는 다짐을 지키지 못했다.
공이 손을 떠난 즉시 패스트볼임을 알고 있었다.
‘졌다.’
스윙하지 못했다.
망설임 때문일까?
두 가지의 구종이 아닌 한 가지만 노렸어야만 했나?
사토는 눈을 질끈 감았다.
타석에서 물러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런 그가 정답에 도달했다며 눈을 번뜩 떴다.
‘망설임 때문이 아니다.’
두려움 때문이었다.
휘둘러도 이길 수 없다고 뇌가 강제로 뜯어말렸기 때문이다.
* * *
삼진이라는 심판의 콜이 울려 퍼졌다.
공을 받아낸 상우는 찌푸려진 미간을 강제로 피느라 애를 먹었다.
‘아오 씹. 무슨 위력이냐.’
이게 진심을 다한 도진의 위력이라고?
‘타자가 칠 수 있는 거 맞아?’
상우는 그나마 예측해서 다행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뿜었다.
‘정보도 없이 공을 받았다면 손바닥이 부서졌을 수도 있겠네.’
그나저나.
상우는 살포시 미소 짓는 도진을 힐끗 쳐다봤다.
‘너도 기분 좋나 보네.’
나 역시도 그렇다.
그도 그럴 것이 사토의 스윙이 결코 예사롭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가 자신과 동갑내기이자 똑같은 메이저리그 데뷔전이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대단했다.
‘그런데 넌 그걸 또 이겼고.’
상우는 급작스럽게 처음 미국 땅을 밟았을 때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늘 한국에서만 야구했던 그는 미국이 생소했다.
10년을 넘게 머물렀던 야구판이었는데도 말이다.
‘도진아. 혹시 그거 아냐? 미국 애들 말이야. 다들 덩치가 우락부락하고 투수, 타자 다 국내와는 차원이 다른 애들인데. 막 백형 흑형들이 야구공 대신 돌덩이를 던져대는 것 같고 배트 휘두를 때마다 태풍이 휘몰아쳤는데도 나 하나도 안 놀랐다?’
왠지 아냐?
나도 그때는 몰랐거든?
근데 지금 깨달아버렸다.
‘널 밥 먹듯이 봐와서 그런 거였더라.’
그래서 다들 평범해 보이더라고.
진짜 괴물은 너였으니까.
그런데 그때.
도진이 자신을 경멸스럽게 쳐다봤다.
상우는 서둘러 어금니를 꽉 물고는 미소를 감췄다.
‘아오. 저 새끼는 산통 깨는데 일가견이 있다니까?’
뭐. 뭐! 이 새끼야. 왜 그렇게 쳐다봐.
상우는 도진을 향해 두 번 턱짓했다.
그 행동에 도진은 피식 웃었다.
상우도 결국 다시 미소 지었다.
하지만 둘의 표정은 이내 싸늘하게 식었다.
도진과 상우는 타석으로 들어서는 타자를 바라보며 세상 다 산 사람에서 나올 법한 한숨을 내쉬었다.
둘의 생각이 교차했다.
‘산 하나 힘들게 넘었더니 에베레스트산이 기다리고 있네.’
놀란 카브레라.
그는 희열을 감추겠다며 어금니를 꽉 깨문 채로 타석에 들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