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318)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 318화(318/400)
[사, 삼진! 김도진 선수가 타카시 사토 선수를 삼진으로 돌려세웁니다!] [숨이 턱턱 막히는 승부였습니다! 처음 사토 선수의 스윙을 봤을 때 등골이 오싹했거든요?] [왜 그럴까요?] [그의 스윙은 태산도 쪼개버릴 듯한 기세였어요. 헛스윙했을 때의 풍절음이 이곳까지 들려왔으니까요.] [인정합니다. 까딱하면 넘어가겠구나.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김도진 선수는. 한국 배터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은 모양입니다. 결과도 완벽했어요!]커뮤니티도 두 선수의 대결에 난리가 났다.
-이게 메이저리그 수준이냐?
└나 지금까지 국내 야구만 봐왔는데 같은 스포츠 맞아?
└아쉽게도 같은 스포츠가 맞지. 괜히 메이저리그가 세계 최고겠냐.
└와. 근데 어떻게 이겼냐? 스윙이 보이지도 않았어.
└공도 안 보였으니 이겼겠지?
└정답이네.
└김도진 개 멋있다. 오늘 처음 보는데 팬 됐다.
└근데 안심할 때는 아님. 첩첩산중이거든.
해설 또한 타석으로 걸어들어오는 놀란 카브레라를 바라보며 침을 꼴깍 넘겼다.
[놀란 카브레라. 타석에 들어섭니다.] [이 선수. 김도진 선수와 신인왕 경쟁했던 선수거든요? 작년 시즌 무려 30개의 홈런과 100타점을 기록했습니다! 무려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에서 말이에요!] [무엇보다 올해는 기량이 훨씬 더 상승했다고 합니다. 이 승부. 괜찮을까요?] [사실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솔직한 심정을 말씀드리자면, 김도진 선수가. 한국인 배터리가 지금 이 무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다는 사실만으로 만족합니다.]말은 이렇게 했지만, 원래 약한 쪽에 애정이 더 가는 법이다.
도진은 신인왕을 수상하며 작년 놀란 카브레라를 이겼지만, 놀란의 대단함을 부각했다.
한국 팬들이 도진을 더 응원하게 만들기 위함이었다.
사방에서 도진을 연호하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놀란은 불쾌한 내색 따윈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한술 더 떠 귀에 손을 가져다 대며 더 크게 소리치라는 퍼포먼스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그 행동에 관중들의 목소리가 힘이 축 빠졌다.
시끄러웠던 경기장이 침묵으로 변한 건 찰나의 순간이었다.
놀란은 이건 아니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이고. 의도가 잘못 전달됐네.’
오히려 저 친구를 더 응원해 줬으면 했는데 말이야.
그래야지 깨부수는 맛이 있거든.
문화 차이 때문일까?
‘아무래도 그렇겠지. 다음에는 문화도 좀 알아보고 행동해야겠는데?’
도진과 눈이 마주친 놀란은 손바닥을 펼쳐 미안하다는 제스처를 보였다.
도진은 미소를 살짝 지어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줘서 다행이네. 그러니…….’
언제 그랬냐는 듯 호선을 그리던 놀란의 눈초리가 서늘함을 내뿜고 있었다.
‘진심으로 간다.’
자. 덤벼라.
놀란은 타격 자세를 잡았다.
* * *
상우는 눈을 치켜떠 놀란을 훔쳐봤다.
그 즉시 오감이 저리기 시작했다.
‘무, 무슨 포스가…….’
고작 타격 자세를 잡고 있었을 뿐이다.
그런데 빈틈은커녕 내뿜는 기세에 짓눌릴 지경이었다.
‘이런 놈이 나랑 동갑이라고?’
당장 며칠 전만 해도 함께 삼겹살을 구워 먹으면서 김치가 김도진이 만든 거냐고 이상한 농담이나 내뱉던 친구였다.
그런데 그때 그 친구가 맞나 싶을 정도.
아예 딴사람이 되어 있었다.
상우는 놀란이 도진만큼이나 거대해 보였다.
다행히도 사토의 타석을 이미 맛봤기 때문에 마음을 빠르게 추스를 수 있었다.
‘너. 김도진한테 졌잖아.’
물론 놀란은 대단한 선수가 맞다.
데뷔 시즌에서 30홈런 100타점이라는 대 기록을 세워버렸기 때문이다.
저 기록이 조금 잘해서 얻을 수 있는 기록인가?
아니. 메이저리그 최정상급과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도진은 그를 이겼다.
그리고 이번에도 이길 것이다.
상우는 자신 있게 패스트볼 사인을 냈다.
사인을 받은 도진은 고개를 저었다.
상우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도, 도망가겠다고?’
내가 잘 못 봤나?
혹시나 하는 마음에 상우는 체인지업 사인을 냈다.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상우는 다시 한번 놀란을 힐끗 쳐다봤다.
‘생각보다 더 대단한 놈이었구나.’
그나저나 괜찮으려나?
자존심 강한 친구가 한 발짝 물러서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진에게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놀란의 지금 몸 상태는 100%.’
혹은 그 이상.
시범경기에서의 기록을 봐라.
3할 9푼에 홈런을 10개나 쳤다.
도진은 양키스전과의 와일드카드전을 끝으로 놀란과 했던 대화가 떠올라서 그랬다.
‘나보다 훨씬 준비를 철저히 하겠다고 했지.’
놀란은 그 약속을 지킨 듯 보였다.
‘팀의 승리를 위해서라면 더 신중해야만 해.’
무턱대고 패스트볼을 던져서는 안 된다.
도진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사실 자신도 그 누구보다 패스트볼로 승부하고 싶었기에 그는 한숨을 삼켰다.
‘지금 내 위치를 잊어서는 안 된다.’
1선발을 대신해서 마운드를 밟고 있다.
힘과 힘으로 승부해서 이긴다고 해도 결과가 마냥 좋다고만 할 수 없다.
선발투수였으니까.
최대한 긴 이닝을 끌고 나가야만 했으니까.
완급 조절에 실패하는 순간 오늘 투구 밸런스가 깨질 수도 있다.
선발이 제일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위기 상황에서라면 모를까.
지금은 주자도 없다.
그러니 놀란을 그저 힘으로 누르겠다는 건 욕심이었다.
무엇보다 메이저리그 선발 경험도 부족했다.
보스턴 전 한 번이 전부였다.
‘그걸로 경험이 쌓인 건 아니었어.’
팀을 위해서.
팬들을 위해서 무엇이든 하고 싶었을 뿐이니까.
지금도 팀원과 팬들을 위해 공을 세우고 싶다는 건 여전하다.
지금은 최대한 길게 끌고 나가는 게 팀과 팬들을 위하는 것이었다.
그게 선발투수의 임무였으니 말이다.
도망가는 피칭이어도 상대를 잡아내기만 하면 된다.
‘승부처.’
번뜩 뜨인 도진의 동공이 그렇다고 말하고 있었다.
누가 제 생각을 읽었다면 고작 3회를 승부처라고 비웃을 수도 있다.
그런데도 도진은 승부처라고 확신했다.
‘여기서 맞으면 우리는 진다.’
지금은 놀란을 절대 내보내서는 안 된다.
짧은 안타나 볼넷도 허용할 수 없다.
작년 신인왕 경쟁자들이 개막전부터 맞붙게 되었다.
그리고 이 승부의 결과는 팬들뿐만이 아니라 선수들에게도 영향을 끼칠 것이다.
에인절스는 벨이라는 선장을 잃었다.
‘그런데 여기서 나까지 무너지면?’
에인절스도 함께 무너질 것이다.
‘그 여파는 이번 3연전 내내 이어지게 되겠지.’
그런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
‘내가 막아야만 한다.’
초구.
와인드업 후 던진 공은 체인지업.
도진은 공이 손을 떠난 즉시 간절히 바랐다.
‘제발. 헛스윙.’
놀란의 배트가 나왔다.
그 즉시 도진의 입꼬리가 치솟겠다며 꿈틀댔다.
하지만 꿈틀대던 입꼬리가 금세 잠잠해졌다.
놀란의 배트가 홈 플레이트 앞에서 멈췄기 때문이다.
퍼억.
“볼!”
상우는 즉각 1루심을 가리켰다.
1루심은 스윙이 돌지 않았다고 했다.
카운트는 1-0.
도진에게 사인을 전달해야 하는 상우는 머뭇거렸다.
도저히 어떤 사인을 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우는 양쪽 눈썹을 치켜떴다.
‘도진아. 어쩌지?’
도진은 아랫입술을 씹었다.
‘나도 잘 모르겠다.’
‘네가 모르면 어쩌자는 거야? 그래도 초구를 뺀 건 다행이네.’
안 그랬으면 맞았을 것 같았다.
안정을 찾은 상우는 사인을 보냈다.
‘하나 더 뺄까?’
도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2구.
공은 던져졌다.
사이드 스핀을 잔뜩 머금은 투구는 놀란의 배트에게 마중 나오라며 유혹하고 있었다.
하지만 놀란은 배트를 휘두르지 않았다.
더 나아가 미동조차 없었다.
퍼억.
“볼!”
2-0.
놀란은 도진에게 눈빛을 보냈다.
그 눈빛을 읽은 도진은 어금니를 꽉 씹었다.
‘이건 안 통한다. 이거지?’
하긴.
오프 시즌 내내 체력 훈련에 힘쓰느라 슬러브를 갈고 닦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완벽하지 않은 구종으로 놀란의 스윙을 끌어내길 원했던 게 부끄러울 지경이었다.
상우와 도진이 다시 눈을 마주쳤다.
‘볼넷만은 절대 안 된다.’
상우는 패스트볼 사인을 냈다.
도진 역시 별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3구.
공은 던져졌다.
그 속도는 앞서 사토에게 던진 공보다 조금 더 빨랐다.
놀란의 배트가 나왔다.
이번만큼은 망설임 따윈 존재하지 않았다.
따—악!
도진은 타구음이 들려오는 즉시 심장이 멎을 뻔했다.
상우와 에인절스 선수들도 같은 감정을 느꼈다.
하지만 행운의 여신이 도진에게 미세하게나마 손을 들어주었다.
타구는. 1루수를 넘어 우익수 방면까지 쭉쭉 뻗어나갔지만, 파울 라인을 넘어갔기 때문이다.
“파울!”
카운트는 2-1.
배터리는 간신히 위기를 넘기게 됐지만, 당사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간담을 서늘케 만든 방금 타구 때문이었다.
사인을 내야만 하는 상우의 손이 파르르 떨렸다.
손에 쥐어졌던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이 일순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변화구가 읽힌다.
던질 수 있는 공은 그저 패스트볼 하나였다.
선발투수가 외통수에 걸려 있었다.
놀란이라서 그랬다.
다른 선수라면 통했을 법한 변화구를 던지고 있는 도진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 놀란을 상대하고 있지 않던가?
어떡하지?
그런 상우를 향해 도진은 검지와 중지를 펼쳐 어깨에 가져다 댔다.
상우는 허! 하고 튀어나오려는 헛웃음을 간신히 삼켰다.
실낱같은 희망조차 사라졌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행이라면.
정말 다행이라면 한 줄기의 희망이라는 빛이 도진을 통해 나오고 있었다.
‘그래. X발 보니까 그거 말고는 답도 없네. 가자. 전력투구.’
상우는 한가운데로 미트를 고정했다.
* * *
이겼다.
3구가 아깝게 파울이 됐지만, 놀란은 그렇게 생각했다.
공이 배트에 닿는 순간 전신에 전기가 흘러 들어와 몸이 순간 마비가 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지만, 결과를 봐라.
‘이 승부. 내가 이겼다.’
100마일의 투구를 쳤고, 결과는 아쉬우면서 완벽했다.
파울이 났지만, 결국 도진의 위력적인 투구를 외야까지 보내버렸기 때문이다.
승부가 끝나지 않았다고?
아직 2-1이라고?
‘아니. 이건 내가 이긴 게 맞아.’
이번 타석에서 결과로 보여줄 테니까.
놀란의 눈동자에 확신이 서렸지만, 그 외에 감정도 실려 있었다.
양키스가 시즌을 마감하고 나서 오프 시즌까지의 순간이 공존하고 있었다.
‘너는 모를 거다. 내가 너를 이기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다는 걸.’
그리고 참 우습더라.
네가 아닌 내가 말이야.
‘노력이란 게 이런 거라는 걸 네게 지고 나서야 깨달아버렸거든.’
태어나서 지금까지 최고를 바라보며 쭉 노력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과 마주하니 지금까지 해온 건 노력이 아니었다.
게으른 천재.
놀란은 자신을 그렇게 느꼈다.
‘아니. 천재도 아니다.’
천재라면 너처럼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을 테니까.
하지만 그래서 다행이다.
‘너를 만난 게 내 인생 최대의 행운이다. 킴.’
네가 없었다면.
아마 그저 그런 선수로 메이저리그에서 머물렀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거든.
노력하지 않았을 테니까.
하지만 이제 노력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그것도 이제 1년 차가 끝난 시점에서 말이다.
‘넌 모를 거다. 고작 1년 차가 끝나고 깨닫게 돼서 얼마나 다행이라고 생각했는지.’
그러니 이렇게 널 이길 수 있는 날이 빠르게 찾아온 거 아니겠어?
그런데도 도진을 쳐다보는 놀란의 눈동자엔 어떤 방심도 찾아볼 수 없었다.
도진이니까.
그리고 역시나.
그가 직접 사인을 보낸다.
눈빛조차 또다시 변했다.
‘넌 도대체 어떻게 돼먹은 놈이냐.’
그가 첫 타석에서 홈런을 기록했을 때의 눈빛이 아직도 머릿속에 생생하게 남아 있었다.
‘리더쉽.’
혹은 책임감일 수도 있겠지.
‘내가 지금 당장 가지지 못하는 것이지.’
지금 도진의 눈빛은 아까보다 더 굳건했다.
‘넌 정말 크게 될 친구다.’
처음 본 순간부터 알고 있었고 지금도 그렇게 되리라 믿는다.
그래도.
적어도 오늘 이기는 건 나다.
‘너. 지금 뒤에 걸린 게 너무 많아.’
과연 네가 그 무게를 짊어질 수 있을까?
친구야. 아쉽게도 난 아직은 아니라고 본다.
넌 아직 한참 더 성장할 게 남아 있는 한편.
넌.
네 성장에 태클이 걸린 거나 마찬가지거든.
‘하지만 난 아니야. 나만 신경 쓰면 되거든.’
그러니 전력으로 와라.
완전히 무너뜨려 주겠다.
4구.
공은 던져졌다.
전력투구.
놀란은 패스트볼임을 100% 확신했다.
바람을 가르는 그의 스윙 역시 확신을 담고 있었다.
쉐에에엑.
부웅.
퍼억.
헛스윙하는 순간 배트에 담긴 확신이 저세상 너머로 사라졌다.
‘이, 이게 말이 되나?’
놀란은 서둘러 당황을 삼켰다.
‘타이밍은 맞았을 텐데?’
방금 투구를 곱씹어봤다.
그 즉시 놀란의 표정이 와락 구겨졌다.
‘늦었다고?’
히팅 포인트는 맞았다.
그런데 타이밍이 늦었다.
공이 지나가고 나서 휘둘렀던 것이었다.
놀란은 전광판을 서둘러 확인했다.
101마일. 162km.
빠르지만 충분히 칠 수 있는 공이었다.
그런데 치지 못했다.
왜일까.
놀란은 순식간에 정답에 도달했다.
‘101마일보다 훨씬 빠르게 느껴졌다.’
마치 105마일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놀란은 도진을 또렷이 쳐다봤다.
확신에 차서 넘쳐흐를 것만 같던 자신감을 눈동자가 말라비틀어지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놀란은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너…… 책임감에 발목 잡힌 게 아니었냐…….’
젠장. 젠장!
도진이 너무 거대해 보였다.
당장 작년 시즌만 해도.
5개월 전에 맞붙었던 도진이 아니었다.
신인왕을 타낸 선수.
그 이상이었으니 말이다.
마치…….
놀란의 머릿속에 한 선수가 도진을 오버랩했다.
그 즉시 투구 동작을 끝내고 도진의 손에서 공이 떠났다.
놀란은 몸이 반응하는 대로 스윙했지만 바람만을 갈랐다.
퍼억.
“스트라이크 아웃!”
놀란은 그 자리에서 꽝꽝 얼어붙었다.
허탈한 표정을 짓던 그는 말라버린 아랫입술부터 윗입술까지 혀로 훑어 수분을 공급해 주었다.
‘하. 나 원 참. 떠오르기 싫은 악몽이 떠오르네.’
놀란은 오른손에 쥔 배트를 가볍게 위로 토스했다.
다시 오른손으로 배트의 몸통을 잡고 타석에서 물러서려다가 문뜩 에인절스 더그아웃으로 시선을 돌려 도진의 등을 보았다.
‘착각이 아니었어.’
조엘 오스틴.
지구 1선발.
MVP.
그만큼의 포스를 도진에게서 엿봤던 것이었다.
놀란은 그제야 깨달았다.
팀을 위한다는 도진의 책임감은 도진의 성장을 발목 잡는 존재가 아니었다.
오히려 도진을 더욱더 높은 데로 끌어올리고 있는 원동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