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319)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 319화(319/400)
도진의 패스트볼이 미트에 꽂혔다.
관중들은 목청이 떨어질세라 환호를 내질렀다.
이어서 ‘김도진! 김도진!’을 연호하기 시작했다.
해설의 텐션도 하늘을 찔렀다.
[삼진! 김도진 선수! 삼진으로 이닝을 마무리 짓습니다!]“나이스 피치! 판타스틱 피치!”
이 승부를 지켜보던 그레그는 삼진이 나오는 즉시 도진에게 달려가 등을 두들겼다.
상우 역시 더그아웃으로 곧장 들어가는 대신 입구에서 도진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아직 경기가 끝나지 않았음에도 에인절스는 축제 분위기였다.
그도 그럴 것이, 상대는 양키스. 힘든 승부가 되리라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작년 양키스가 아니다.
올해는 더욱 완전체에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도진은 그 양키스 타선을 꽁꽁 묶고 있다.
승리할 수 있다는 희망이 드디어 보이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더그아웃에서 선수들의 환영을 받은 도진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길 수 있다.’
아니. 이길 것이다.
내가 그렇게 만들 테니까.
적어도 오늘만큼은 양키스 타선이 자신을 상대로 득점할 일은 없을 것이다.
한편 양키스 더그아웃에는 암울함이 드리웠다.
“젠장.”
더그아웃에 입장해 나지막이 불평을 내뱉은 놀란은 수건 하나를 손에 쥐고 사토의 옆에 앉았다.
사토가 무뚝뚝하게 말했다.
“아쉽게 됐군.”
“그래 보였냐.”
“그래 보였다고 말이라도 해줘야지.”
놀란은 피식 웃었다.
“네 말이 맞아. 사실 아깝지도 않았어. 젠장. 오늘은 졌네.”
아직 경기가 끝나려면 한참 멀었다.
하지만 선수에겐 직감이란 게 있다.
놀란의 직감은 오늘 경기 이길 수 없다고 단정 지었다.
“너무 낙심할 필요 없다. 시즌 끝날 때 웃는 건 우리가 될 테니까.”
“낙심? 그런 거 안 했어.”
“의외군.”
“사토. 네가 나였어도 같은 기분이었을 거다. 저놈. 언제나 상상 이상을 보여주니까.”
“그래서 재밌지.”
놀란의 눈이 번뜩 뜨였다.
아쉬움 가득했던 그의 표정이 일순 자취를 감췄다.
“맞네. 그래서 재밌지.”
오늘은 졌다고 시즌 내내 진 건 아니다.
오히려 도진은 오늘 어쩔 수 없이 선발을 맡게 되었다.
무엇보다 새로운 시즌 도진의 본모습을 본 건 오늘이 처음.
그에 대한 데이터가 적었다.
하지만 사토와 자신의 활약으로 도진의 진심을 끌어냈다.
그러니 이제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음번엔 이기면 된다.
하지만 생각의 끝에 다다랐을 때.
둘은 눈을 마주치며 허! 하고 허탈하게 웃었다.
“그나저나. 정말 말도 안 되는 공을 던지더군.”
놀란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 저놈. 훨씬 발전했어. 작년 신인왕을 탔을 때보다 월등히 더.”
“하나 말하자면 놀란. 킴은 나한테 더 어려운 공을 던지더군.”
“무슨 소리냐. 나한테 던진 공 101마일 찍혔던 거 몰라? 너보다 빨랐어!”
“하지만 내게는 이상한 공을 던졌지. 그거 때문에 망치로 뒤통수를 크게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어린아이처럼 말다툼하던 둘은 결국 정신 줄을 놓은 것처럼 크게 웃었다.
그러더니 각자 팔짱을 끼고는 같은 말을 내뱉었다.
“하. 쉽지 않겠네.”
* * *
에인절스는 1차전을 1:0으로 이겼다.
도진은 6이닝 3피안타 무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되었다.
이미 풀이 확 죽어버린 양키스 선수들은 1차전을 반쯤 포기한 상태로 경기에 임했기에.
도진 이후에 마운드를 지키는 선수들도 쉽게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그리고 첫 경기에 힘입어 양키스와의 두 번째 경기에서도 에인절스가 이겼다.
1경기의 분위기가 그대로 이어지며 난타전 끝에 6:3이라는 스코어로 에인절스가 승리한 것이다.
다만 3경기는 11:1로 처참하게 졌다.
이를 두고 사람들은 도진이 3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게 그 이유라고 평했다.
도진도 3경기에 참여하고 싶었으나, 조 캐넌 감독이 1경기에서 예상보다 많은 이닝을 소화한 도진에게 강제로 휴식을 부여했기 때문에 참여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는 올바른 판단이었다.
도진은 원래 올해 불펜이 예정된 투수.
1경기에 선발로 나서며 무려 6이닝이나 소화했다.
말이 6이닝이지, 도진의 포지션을 생각하면 여섯 경기를 나눠서 등판할 수 있었던 걸 한 경기 만에 소화해 버렸다는 뜻과도 같았다.
하지만 3차전에 도진이 나오지 못했음에도 한국 팬들은 크게 만족했다.
생소했던 메이저리그 경기를 한국에서 직관할 수 있어서였다.
메이저리그는 하나의 사업체다.
그들이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경기하는 것이 팬들을 더 확보하기 위함.
두 명의 한국 선수가 포함된 에인절스와 양키스라는 누구라도 알 수 있는 구단을 한국에서 경기를 치르게 만든 건 성공이었다.
도진에게도 그 혜택이 돌아갔다.
[에인절스에서 뛰는 김도진 선수의 팬클럽이 개설 하루 만에 3만 명 달성!] [새로운 광고계의 요정으로 떠오르는 김도진 선수! 그를 광고 모델로 사용하고 싶다는 기업들이 잇따라 등장! 다만 답장이 없다고.]야구 커뮤니티도 연일 메이저리그에 관한 소식만을 다뤘다.
-김도진 3일 만에 떡상했네.
솔직히 저 정도 스타성에 한국에서 인기 없는 것도 이상하긴 했어.
└3일? 하루였는데?
└인정. 이미 첫날부터 인기 개 많아짐.
└커뮤니티도 못 보던 사람들이 많아짐.
└죄다 김도진 찬양만 하더라.
└지금 김도진 욕하면 김도진 맘들한테 개 같이 까이니 다들 조심해라.
└근데 지금 김도진 욕하면 그건 억까 아니냐?
└ㄹㅇㅋㅋ. 김도진 깔 거 뭐 있다고.
└그나저나 김도진 진짜 한국인 맞음? 한국에서 저런 하드웨어가 나온다고?
└딱 봐도 한국인처럼 생겼잖아. 그리고 이민 갔다고 한 번에 미국인 되는 건 아님. 물론 미국 정부도 미국인으로 만들려고 노력은 하겠지.
└조만간 영주권 자격요건도 되지 않나? 제발 한국인으로 남아 줬으면.
└김도진 부모님이 못 박았던데? 도진이는 한국인이라고.
└누가 부모님까지 찾아갔냐?
└누구겠냐. 관종들이지.
└근데 막상 또 모르지. 미국인이 되면 혜택도 훨씬 많을 텐데. 나라면 냉큼 미국인 될 듯.
└다 지 같은 줄 아나.
└그나저나 이제 김도진 보려면 미국 가야 하냐?
└그 방법밖에 없지. 아. 괜히 봤어. 눈만 높아져서 큰일 났어.
└근데 김도진이 한국을 방문해 줘서 한국 야구도 관심 더 생기는 거 아님? 구단들이 예전처럼 KBO에 눈을 좀 돌릴지도?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도? 예전에는 한국인들도 메이저리그 꽤 많이 밟았잖아.
└지금은 두 명뿐이지.
└세 명이다.
└ㅈㅅ. 박정환 있는 거 까먹음.
└그나저나 박정환은 잘하고 있나?
└3연전에서 안타 2개는 쳤던데? 똑딱이라서 그렇지.
└50홈런 타자가 미국에서 똑딱이라. 너무 슬프다.
└김도진은 홈런 쳤잖아. 한잔해.
└나중에 에인절스 월드시리즈 올라가면 미국행 비행기 끊어야겠다. 그래도 같은 한국인이 직관 응원가면 더 힘이 나지 않겠어?
└정보: LA에는 한국인이 무려 10만 명이 넘는다.
└근데 에인절스 플레이오프 올라갈 수 있냐? 다른 사람도 아니고 1선발을 잃었잖아.
* * *
미국은 한국과 사뭇 반응이 달랐다.
에인절스가 양키스를 이긴 건 예상외의 결과였지만, 야구는 원래 약팀이 강팀을 이길 수 있다.
더군다나 도진이라는 스타를 보유했기에 에인절스의 승리를 기적으로 치부하지 않았다.
한 번은 기적이지만 두 번째부터는 아니었으니까.
대신 암울한 미래도 함께 따라왔다.
에인절스는 벨이 부상으로 빠지게 됐다.
그 때문에 그 자리를 누가 대체할 것인지에 대해 모두가 연일 궁금해했다.
그리고 이 사태를 논의하고자 에인절스 수뇌부들이 회의실에 모였다.
단장 페리는 암담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3개월입니다! 그것도 회복이 빠를 때의 이야기죠.”
벨의 부상을 뜻했다.
벨은 골절상으로 최소 3개월을 결장할 수밖에 없게 됐다.
그것도 회복이 빨랐을 때의 이야기.
벨은 30대 후반이다.
뼈가 다시 붙는 시간도 어린 선수보다 더 오래 필요했다.
그러므로 최소가 3개월이지, 더 걸릴 수도 있다.
페리는 말을 덧붙였다.
“문제는 선수들이 미국에 도착하는 즉시 이 소식을 전달해야만 한다는 겁니다.”
에인절스는 개막전에서 양키스를 2승 1패로 잡고 쾌조의 스타트를 보였다.
하지만 기껏 승리하고 온 선수들에게 청천벽력의 소식을 전달해야만 한다니.
개막전 승리로 한껏 부풀어 오른 기세에 찬물을 끼얹는 셈.
벨의 부상 소식은 첫날 검진 결과로 알게 되었지만, 이를 고려해 선수단에도 즉각 전달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째깍대는 시한폭탄의 시간도 더는 남아 있질 않았다.
“벨은 1선발. 그를 대체할 만한 선수가 에인절스에 없다는 걸 압니다만 좋은 아이디어 없습니까?”
부단장이 손을 들며 발언권을 얻었다.
“아직 추가 영입을 할 수 있습니다. 선수들의 사기를 위해서 잠깐이나마 벨의 대체자를 찾는 것이 제일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시즌은 시작됐다.
하지만 여전히 트레이드가 가능 기간이며, 너무 높은 몸값으로 계약을 따내지 못한 선수들은 여전히 팀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페리는 턱을 매만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쁜 소식 이후에는 기필코 좋은 소식을 전달해야 사기를 유지할 수 있죠. 오버 페이를 해서라도 선수를 데리고 올 수는 있습니다만, 문제는 그런 선수가 성적이 좋지 못했을 때 리스크가 큽니다.”
에인절스는 도진이 입단하기 전까지 언제나 오버 페이를 해오면서 선수를 수급했다.
하지만 결과가 좋았나?
그 반대였다.
겨우 선수들을 정리하고 새로운 출발을 내디뎠는데 겨우 떨쳐낸 악몽으로 다시 들어가겠다?
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가만히 듣던 스카우트 팀장 코비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손을 살포시 들어 올렸다.
“코비. 말씀하시죠.”
“저는…… 하아.”
코비는 선뜻 말을 잇지 못했다.
페리는 괜찮다며 그를 부추겼다.
“아이디어는 많을수록 좋습니다. 비록 선택되지 않더라도 선택지가 많은 건 언제나 힘이 되는 법이죠.”
“네. 그럼, 제 생각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킴이 그 자리를 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끄응.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코비 역시 이 반응을 예상하였다.
사실 자신뿐만이 아니라 모두가 도진이 그 자리를 메꿀 수 있는 적임자라고 생각은 하고 있을 터.
다만 이야기를 꺼내지 못한 명확한 이유가 존재했다.
페리가 그 부분을 꼬집어서 말했다.
“킴이라. 저희도 압니다. 그는 작년 보스턴전에서도 선발 투수로 증명을 해냈고, 양키스 전에서 화룡점정을 찍었습니다. 다만 코비도 잘 알잖아요? 그가 에인절스에서 어떤 역할을 맡는지.”
“알죠. 킴이 여러 방면에서 활약해 준 덕분에 저희 에인절스가 작년 예상 밖의 훌륭한 성적을 낼 수 있었죠.”
도진의 장점이 무엇이던가?
그는 전천후 멀티플레이어라는 점이다.
투수는 물론 야수로서도 완벽 그 자체였다.
발도 빠르고 수비력도 뛰어나다.
그냥 뛰어난가? 거의 대부분의 분야에서 메이저리그 탑 클래스였다.
“하지만 코비. 킴이 선발로 나서게 된다면 저희는 골든 글러브 3루수를 잃게 됩니다.”
도진이 선발 투수로 보직을 변경하면 그는 지명 타자에 고정되어야 한다.
도진이 투수로 나설 때는 상우가 공을 받아주기 때문에 아돌니스라는 타자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골든 글러브 선수를 대체할 수 있나?
선발 투수는 대체할 수 있어도 골든 글러브 선수는 이미 모든 팀이 원하는 선수이므로 그만한 매물은 시장에 없었다.
물론 선발 투수는 여전히 야구에서 제일 비중이 높은 게 맞다.
하지만 도진이 3루수로 뛰면 풀 타임 출전할 수 있는 반면.
선발 투수는 5일에 한 번씩 등판해야만 한다.
어떤 게 더 손해냐.
이 부분에서는 명확한 정답이 서지 않았으므로 수뇌부들이 도진의 이름을 꺼내지 않았던 것이었다.
더욱이 굳이 작년 시즌 잘했던 포지션에서 다른 포지션으로 보직을 옮긴다?
선수가 무너질 수도 있다.
“물론 킴이라면 잘 해내리라 믿습니다만, 어떤 게 더 이득인지는 계산이 잘 서진 않는군요.”
코비가 반박했다.
“이번 시즌 망치는 한이 있더라도 패닉 바이(panic buy)는 절대 해서는 안 됩니다.”
“그럼, 결국 마이너리그에서 선수 한 명을 올릴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되면 이번에 영입한 2선발 잭 윌슨이 1선발 역할을 해야 합니다. 잭은 1선발 감은 아니죠. 하지만 코비의 의견도 존중합니다. 패닉 바이는 최후의 수단으로 밀어두는 게 좋겠죠.”
메이저리그 특성상 1선발이 1선발과 맞붙는다거나 2선발이 2선발만 상대하는 건 아니다.
경기가 워낙 많아 예정된 날짜가 아닌 중구난방으로 치러지기 때문에, 1선발이 5선발을 만나는 것도 흔하다.
하지만 선발 투수 앞에 달린 숫자는 결국 투수조의 영향력 순이다.
팀이 연패를 달릴 때 끊어줄 수 있는 에이스여야 하며 모든 선수에게 귀감이 되어야만 했다.
시장에 그런 선수는 남아 있지 않았다.
페리는 내용을 정리했다.
“당분간은 마이너리그에서 선발 투수 한 명을 올리도록 하죠. 결과를 보고 다시 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