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32)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32화(32/400)
아시아인이 미국에서 활동하는 건 참으로 고된 일이다.
앞선 타자들에게는 야유만 나왔는데 자신에게는 조롱 섞인 말까지 더해졌으니 말이다.
“우우우! 네 나라로 돌아가라!”
“여기가 어디라고 온 거야?”
“괜히 미국 야구의 수준 떨어뜨리지 마라!”
하지만 도진은 개의치 않다는 여유로운 표정을 지었다.
‘예상 범주에 있긴 했지만. 지독하긴 하다.’
이것도 한편으로는 응원문화.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었다.
물론 나라를 들먹이는 건 좋지 않지만, 승리를 위해선 뭘 못하겠나.
더군다나 저들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지는 않았다.
‘내가 자존심 상하는 건. 그저 내 앞에서 선수를 걸렀다는 거야.’
증명, 증명, 증명.
지금까지 계속 증명해왔다.
백인 우월주의가 이래서 무섭다.
그들은 자신들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마인드가 은연중 행동으로 나온다.
오죽했으면 경기를 뛰지 않는 관중들도 저런 반응이었으니 말이다.
선수들은 저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았다.
그렇기에 도진은 앞으로도 계속 증명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증명은 곧 스카우팅 리포트에 기록되고 전부 내 경력이 되니까.’
투수가 와인드업하자 야유는 금세 잦아들었다.
1회부터 위기를 맞이하는 홈팀 투수의 투구를 방해하지 않기 위함이었다.
초구는 몸쪽 꽉 찬 패스트볼.
구속은 90마일 초반대로 날카로운 제구가 겸비되어 있었다.
“스트라이크!”
[초구가 몸쪽 꽉 차게 들어왔습니다.] [와우. 이 공은 건드렸다면 좋은 타구가 나오지 못했을 겁니다.]-설마 설마 했는데 진짜 킴과 승부하네?
-공 좋아진 거 봐라. 아시아인이 타석에 들어서니 자신감이 생긴 거겠지.
-저러다 한 대 처맞아봐야 정신 차리지.
도진은 배트를 말아쥐며 투수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투수의 자신감 넘치는 표정에 도진은 덩달아 미소가 번졌다.
‘난 해볼 만하다 이거냐.’
초구를 뺄 생각이었다가 제구가 되지 않아 스트라이크 존으로 들어왔을 수도 있다.
하지만 투수의 자신감 넘치는 표정을 보아, 앞서 거른 알렉산더와 달리 자신을 반드시 아웃시키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도진은 배트를 더욱 말아쥐었다.
2구.
패스트볼이 바깥쪽 존을 살짝 빗겨나갔다.
도진은 스윙하지 않았다.
“볼!”
패스트볼 2개를 보여줬다.
타석에서 연달아 같은 공을 3개나 던진다는 건 미친 짓이다.
아무리 90마일에 육박하는 패스트볼을 갖고 있다고 해도 말이다.
3구.
공은 던져졌다.
포물선을 그리는 투구에 도진의 눈이 번뜩였다.
커브. 기다리던 공이었다.
하지만 투수의 공이 완벽히 제구되어 공이 예상보다 낮게 형성됐다.
‘젠장.’
짧은 찰나지만 욕설이 절로 튀어나왔다.
애너하임이 결코 상대하기 쉬운 팀이 아니라는 증거다.
배터리의 볼 배합을 보면 알 수 있었다.
두 번의 패스트볼을 그냥 보낸 걸 보고 커브를 노린다는 것을 읽은 것이었다.
심지어 커브를 볼로 빼버렸으니 스윙해도 좋은 타구를 만들어내지 못할 확률이 크다.
‘그래도 쳐야만 한다.’
노리던 공이다.
이 공을 치지 못한다면 차후에 질질 끌려다닐 수도 있다.
도진은 커브가 스트라이크 존 밑으로 형성되는 것을 읽으며 오른쪽 무릎을 꿇었다.
최대한 낮게 형성되는 투구에도 반응하기 위함이었다.
머릿속으로 인지하고 한 행동은 아니었다.
그저 몸이 먼저 반응한 것이었다.
하지만 엉거주춤한 자세 속에서도 도진의 스윙은 완벽했다.
따-악!
마치 골프에서나 볼 법한 걷어 올려버리는 스윙이 나왔다.
하체가 바닥에 꿇리는 바람에 타격에 온전히 힘을 실을 수 없었음에도 도진의 타구는 쭉쭉 뻗어갔다.
투수는 급하게 몸을 틀어 눈으로 타구를 쫓더니 금세 고개를 푹 숙였고.
타구를 향해 전력으로 질주하던 좌익수는 어느덧 펜스에 가로막혀 더 나아갈 수 없었다.
거센 야유는 도진이 유유히 베이스를 돌자 침묵으로 바뀌었다.
단 한 번의 배팅으로 모든 관중의 입을 다물게 한 도진이었다.
* * *
더그아웃에서 축하를 받던 도진은 감독에게 불려갔다.
“좋은 홈런이었다.”
“운이 좋았습니다.”
도진은 멋쩍게 웃었다.
자신의 말마따나 정말 운이 좋긴 했다.
맞는 순간 장타는 예상했지만, 홈런을 직감하지는 못했으니까.
타격은 하체가 중요하다.
그 하체 힘이 제대로 실리지 않았으니 담장을 넘긴다고는 생각지 못했다.
“역시 대단한 타격 매커니즘이군. 마치 아드리안 벨트레를 보는듯했어.”
“감사합니다.”
아드리안 벨트레.
패스트볼을 노리고 뒤늦게 날아드는 변화구에 몸이 휘청거려 무릎을 꿇은 상태로 홈런을 쳐낸 선수.
힘과 타격 매커니즘이 뛰어난 메이저리거라 가능한 부분을 고작 고등학생인 도진이 보여줬다.
도널드 감독은 오늘 도진의 타격감이 예사롭지 않다고 확신했다.
“특타를 하더니 스윙이 더 좋아진 것 같군.”
도진은 입꼬리를 올렸다.
“감독님 눈에도 그게 보이나요? 괜찮았나요?”
도널드 감독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러니 오늘은 마운드에 올리지 않겠다. 온전히 타격에 힘을 써보도록 해라.”
도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더그아웃의 벤치로 돌아갔다.
그러자 알렉산더가 물이 담긴 컵을 건네며 물었다.
“뭐라셔?”
“오늘 마운드에 오를 일이 없도록 해달래.”
알렉산더는 도진에게 미소를 띠었다.
“반드시 콜드게임으로 끝내라는 말인 거네?”
감독의 말뜻이 무엇이겠는가?
지금 도진은 마무리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다.
즉, 감독의 말은 마무리 투수가 필요 없도록 콜드 게임으로 끝내라는 말이었다.
‘더불어 마운드에 오를 체력도 모두 타격에 쏟아내란 뜻도 있겠지’
그렇다면 감독의 뜻에 부응해줘야 할 터.
오늘 자신은 4번 타자다.
2번과 3번 타자가 마이크와 알렉산더로 오늘 기회가 또 올 것이다.
그리고 그 기회를 전부 살린다면 오늘 경기를 콜드 게임으로 이길 수 있다.
* * * 3회 초.
타순이 한 바퀴 돌았다.
이번에도 1번 타자가 땅볼로 물러났지만, 마이크는 끈질긴 7구 승부 끝에 볼넷을 얻어 걸어 나갔다.
알렉산더의 타석.
애너하임의 선택은 이번에도 볼넷이었다.
[알렉산더는 어김없이 걸어 나갑니다.] [고의 사구는 아니었지만, 의도적으로 볼넷을 내줬습니다.]-나였으면 재미없어서 야구 접었음.
-솔직히 알렉산더 수비하려고 야구 하는 거 아니냐?
-스타팅 라인업에 포함된 전문 대수비. LOL.
-본인도 예상했는지 이번엔 아예 휘두를 생각조차 안 하더라.
도진은 미묘한 표정으로 입맛을 다셨다.
1회에는 알렉산더를 고의 사구로 내보냈다.
3회에는 고의 사구 대신 정식 투구를 했지만 결국 연달아 볼 4개로 볼넷이었다.
알렉산더가 분을 못 이겨 헛스윙을 유도할 생각이었나 본데.
‘애당초 알렉산더는 걸어 나갈 생각이라 통하지 않지.’
또다시 1사 1, 2루.
도진에게 찬스가 왔다.
타석에 들어선 도진은 가벼이 생각을 정리했다.
‘오늘 내 실력을 제대로 증명해야 해. 다음부터는 알렉산더를 걸어내보내지 못하게 해야 하니까.’
알렉산더도 이 상황이 달갑지 않을 것이다.
본인도 얼마나 타격하고 싶겠는가.
그리고 그가 타격하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자신의 역할이었다.
그가 타격할 환경을 만들어 주면 FS가 더 많은 점수를 낼 수 있을 테니까.
‘그러니 이번에도 기필코 쳐낸다.’
자신에게도 더할 나위 없는 기회다.
찬스에서 강하다는 걸 증명하면 자신의 가치는 천정부지로 치솟을 것이다.
증명은 하면 할수록 선수의 가치가 뛰어오르는 법.
그리고 저 투수는 이번에도 자신에게서 도망치지 않겠다는 확신이 있었다.
‘FS에서 야구 하길 잘했어!’
자신에게 집중되는 수많은 찬스들은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었겠지.
이보다 전력이 약하거나 강한 학교들에서는 이렇게 많은 기회를 부여받지 못했을 테니까.
도진은 미소를 머금고 초구부터 배트를 휘둘렀다.
몸쪽 패스트볼.
꽉 찬 코스로 날아든 완벽한 제구였지만, 도진은 배터리의 생각을 읽었다.
‘전 타석 초구와 같은 공이라니. 진짜 적잖이 무시하네.’
따-악!
잡아당긴 타구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좌측 담장을 향해 쭉쭉 뻗어나갔다.
시끌벅적하던 관중석은 다시 한번 침묵만이 감돌게 됐고.
투수는 맞는 순간 고개를 떨궜으며 좌익수는 타구를 쫓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 * *
5회 초.
또다시 한 명이라도 출루하게 된다면 도진에게도 타석이 돌아온다.
그런데 이번 이닝은 1회 그리고 3회와는 달랐다.
1번 타자는 바뀐 투수를 상대로 2루수와 유격수를 꿰뚫는 안타를 만들어냈다.
마이크는 이번에 펜스를 맞추는 큼지막한 장타를 만들었다.
[무사 2, 3루! 타석엔 알렉산더!] [저는 눈을 좀 감고 있겠습니다. 결과가 예상되지만 차마 제 눈으로 못 보겠습니다.]-에이. 설마. 이번에 또 거른다고?
-무사 2, 3루인데? 그냥 승부하는 게 낫지 않아? 점수도 6:0이잖아.
-만약 여기서 알렉산더를 거른다? 그러면 이건 애너하임의. 아니! 캘리포니아 학교들이 작정하고 알렉산더 야구 접게 만들기 위한 묘수야!
-설마 그러겠어? 킴은 2타수 2안타 2홈런 6타점인데? 지금 당장은 알렉산더보다 킴이 더 두렵지 않을까?
-우리야 킴과 알렉산더 동시 보유학교라 그렇지. 그런데 만약이란 가정하에 우리가 애너하임 측이라고 생각해보자고. 여기서 어떡할래?
-난 거를래.
-나도.
-저주 걸지 마! 이것들아! 난 알렉산더의 타격을 보고 싶다고!
“베이스 온 볼스!”
심판의 콜이 울리자 관중석도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물론 이지선다였다.
그들도 알렉산더 다음에 나올 도진이 위협적이라는 걸 이제는 인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애너하임은 이런 선택을 했다.
알렉산더를 상대하기엔 그가 여태껏 보여준 퍼포먼스는 너무 뛰어났기 때문이다.
알렉산더는 고등학교 1학년부터 리그를 폭격했다.
2년 차에는 견제가 늘었음에도 언제나 해줄 때 해주는 타자였다.
야구는 데이터가 중요하다.
여태껏 쌓인 데이터는 당연히 도진보다 알렉산더가 훨씬 우위에 있었다.
[무사 만루. 타석에 킴!] [만약 여기서도 홈런을 날리면? 한 경기에 10타점을 올리는 겁니다.] [허허. 야구 경기에서 홈런이 쉽게 나오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가 10타점을 올린다면? 캘리포니아 한 경기 최다 타점을 기록하겠네요.] [그렇습니다. 지금 한 경기 최다 타점이 7타점입니다. 킴이 안타 하나만 쳐도 최소 타이나 기록을 세울 수는 있겠죠.]-와. 홈런 치면 진짜 미친 기록이겠다.
-제발 홈런 쳐주길 기대하는 중.
-인정. 킴의 결과에 따라 오늘 알렉산더가 야구를 접느냐 마느냐 기로인 것 같다.
-그러니까. 대수비 하려고 야구 하냐고!
도진이 타석에 들어섰다.
야유는 더 이상 들려오지 않았다.
점수 차이가 크게 나 패색이 짙어져 야유를 보내지 않는 걸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관중들이 야유를 보내지 않는 이유는 달랐다.
찬스를 절대 놓치지 않는 처음 보는 아시아인을 인정하는 것이었다.
애너하임도 도진과의 악연을 끊어내고자 그와의 승부를 택했다.
이미 6타점이나 내주어 이번에 아웃카운트를 잡아도 본전도 건지지 못하겠지만, 미래를 위해서라도 기필코 저 타자를 이겨야만 했다.
하지만 타석에 들어선 도진은 눈동자가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다.
대체로 그날 컨디션이 좋은 타자는 프로에서도 거르려고 든다.
그런데 2홈런 6타점인 자신을 또 상대하겠다고?
‘무조건 하나 더 친다.’
이 경기를 콜드 게임으로 만들기 위해서.
그리고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에 초청받기 위해서.
그리고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더 나아가 신기록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타격해야 한다.
더그아웃에서 마이크와 잡담을 나누다 기록에 대해 알게 됐고 그 기록을 깰 영광이 지금 눈앞에 있었다.
‘오늘이 신기록을 올릴 수 있는 마지막 찬스야. 여기서 신기록을 달성한다면 이마저도 다 가산점이지.’
도진은 배트를 말아쥐었다.
베이스에서, 더그아웃에서 자신에게 보내는 기대 섞인 시선에 부응하고자 눈을 번뜩였다.
초구.
패스트볼이 얼굴 높이로 형성됐지만, 도진은 배트를 내지 않았다.
“볼!”
2구.
커브가 스트라이크 존으로 향했다.
도진은 잠깐 움찔했지만, 배트를 내지는 않았다.
그러나 공은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했다.
“스트라이크!”
‘노리던 공이 아니야.’
볼 배합 자체는 굉장히 좋았다.
까다로운 볼 배합은 타자에게 혼란을 주기 때문이다.
3구.
바깥쪽 패스트볼. 도진은 이번에도 참았다.
“스트라이크!”
1볼 2스트라이크.
도진의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4구째 공이 날아왔다.
탑스핀을 잔뜩 머금은 투구에 도진은 끝까지 배트를 낼 뻔했지만, 강제로 스윙을 참아냈다.
“볼!”
‘휴. 위험했다.’
도진은 카운트를 속으로 되뇌었다.
‘무사 만루의 카운트는 2-2.’
바뀐 투수의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도진도 말라버린 아랫입술을 혀로 날름거리며 긴장감을 유지했다.
투수가 발을 치켜세웠다.
와인드업 후 던진 공은 몸쪽 꽉 차게 들어오자 도진의 눈이 번뜩였다.
따-악!
투구는 배트의 스위트스폿에 정확히 얹혔다.
[Uh Oh! High Fly ball deep the the left center.] [타구는 좌중간을 향해 쭉쭉 뻗어나갑니다. 캘리포니아 최고 타점을 FS의 한국인이 갱신합니다!]그라운드 내 수비를 보던 선수들은 일순 전부 고개를 떨궜고.
도진은 배트에 스핀을 주어 더그아웃 측으로 날려버린 후 여유롭게 베이스를 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