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322)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 322화(322/400)
도진의 폭탄 발언에 페리의 턱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힘겹게 운을 뗀 그의 목소리는 사시나무처럼 떨렸다.
“킴. 무슨 의도로 말씀하신 거죠?”
도진은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에인절스는 5선발 체제죠. 제가 선발 투수로 뛰지 않을 시에는 3루수로 들어가겠습니다.”
페리는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되묻기는 했지만, 그 역시도 이미 저 답변이 나오리라 확신했기 때문이다.
“킴. 세상에 어떤 선수도 투수와 타자 거기에 수비까지 해낸 선수는 없었습니다.”
“전례까 전혀 없었다고는 볼 수 없죠.”
“네. 있긴 합니다. 오타니 쇼헤이라는 선수가 그랬고, 그는 저희 에인절스 선수였으니까요. 하지만 당신도 알다시피 수비로 나선 그의 경기 수는 매우 적었어요.”
에인절스는 오타니 쇼헤이를 수비 기용하지 않았다.
그가 수비로 나선 건 가끔 병행리그 때가 전부였으며, 그것도 어쩔 수 없어서였기 때문에 그 수도 손에 꼽힐 정도로 적었다.
침묵이 흘렀다.
그 가운데 도진은 침음했다.
‘에인절스가 그를 수비로 사용하지 않았던 이유는 그가 가진 타격과 선발 투수로서의 포텐을 더 끌어내기 위해서였을 거다. 하지만 난 달라.’
자신은 골든글러브를 타낸 3루수였다.
‘물론 내가 더 대단하다는 건 아니야.’
지금 당장만 놓고 보면 멀티 플레이 분야에서만 우위에 있을 뿐.
그 외에 부분에서는 전부 뒤처진다.
‘그래서 뭐.’
도진의 눈동자에 반항심이 서렸다.
그러니까 더 해봐야 하는 거 아니겠어?
장점을 살리는 게 선수의 숙명이고 그걸 받아들이는 게 구단이 아니던가?
태풍에도 흔들리지 않을 만큼 굳건했던 도진의 눈동자를 들여다본 페리는 골치 아프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킴의 뜻은 알겠습니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아요. 체력적인 부분에서 문제가 생길 거라고요.”
“지레짐작 아닌가요?”
페리와 수뇌부들의 눈이 번뜩 뜨였다.
“네?”
“아직 해보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아세요?”
“그, 그건…….”
굳이 해봐야 아나?
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야구는 한 포지션만 소화해도 힘들어 죽을 지경인데 두 개를 넘어 세 개까지 소화한단다.
작년 도진은 시즌 후반 체력에 허덕였다.
본인이 제일 잘 알고 있을 터.
“킴 당신의 몸이 몰라보게 좋아진 건 맞습니다만…….”
“그래도 해보겠습니다. 시도도 해보지 않고 실패라고 단정 짓고 싶지는 않습니다.”
3루수는 유격수나 2루수보다 움직임이 적어 체력적으로 부담이 덜 된다고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집중력을 요구하기에 체력적 소모가 꽤 있는 포지션이었다.
그런데도 도진은 근거를 바탕으로 설명을 이어나갔다.
“야구는 다른 스포츠보다 경기 수는 많지만, 실질적으로 덜 뛰죠. 대표적으로 70경기 이상을 소화하는 농구는 고작 한 경기에서 전력 질주만 수십 번을 넘게 합니다.”
야구가 그렇던가?
적어도 3루수의 전력 질주는 주루할 때가 전부다.
“하지만 그건 엄연히…….”
페리는 말을 흐렸다.
농구는 야구와 다른 스포츠다.
사용하는 근육부터 훈련 방식까지 전부 달랐으니까.
하지만 도진이 오프 시즌에 어떤 훈련을 해왔는가.
완전에 가까운 신체를 눈앞에서 보고 있자니 더는 불가능하다는 말을 내뱉을 수는 없었던 페리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단, 벨이 돌아올 때까지만입니다.”
미소가 치솟은 도진은 고개를 주억였다.
‘지금은 이거면 충분하다.’
벨이 올 때까지 기회가 주어졌다.
물론 만족하지는 않을 것이다.
만약 세 개의 포지션에서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면?
‘굳이 그 자리를 내려놓을 필요는 없잖아?’
몸이 견딜 수 있다면 끝까지 버텨보겠다.
전신이 부서지지 않는 이상은 욕심을 버리지 않을 것이다.
‘내 가치는…… 그 누구도 아닌 내가 정하는 거니까.’
* * *
“킴. 5일 뒤 등판하기 전까지는 비밀에 부치도록 하지.”
회의를 끝내고 나온 도진에게 조 캐넌은 신신당부했다.
도진은 고개를 갸웃했다.
“어…… 왜요?”
“그야 자네가 구단을 방문하게 됐으니 선발 투수로 나선다는 건 어림짐작하고 있을 걸세. 하지만 세 포지션을 전부 소화한다니…….”
조 캐넌 감독의 목소리에 흥분된 감정이 뒤섞여 나왔다.
“사실 나 역시도 옆에서 듣고 귀를 몇 번이나 의심했다네. 하지만 이미 결정이 된 사항이니 난 자네가 조금이라도 체력을 보존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해주겠네.”
“감사합니다.”
“그리고 며칠간 비밀히 부치자는 건 다 에인절스를 위해서라네.”
도진은 고개를 갸웃했다.
조 캐넌은 친절히 설명했다.
“일단 지금 팀 분위기는 뒤숭숭해. 자네도 아주 잘 알지 않던가?”
“그렇죠. 개막전을 2승 1패로 출발했지만, 어느덧 2승 4패가 되었죠.”
“자네의 등판은 선발 로테이션이 한번 돌아가고 난 이후야. 이유는 알고 있지?”
“네. 굳이 제가 들어간다고 다른 선수들의 루틴을 깰 수는 없으니까요.”
“맞네. 하지만 자네가 전 포지션에 투입된다는 소문이 일찍이라도 돌면 어떻겠는가?”
도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 선수들은 더 부담감을 느끼겠지.”
도진의 입이 벌어졌다.
아. 그럴 수도 있겠구나.
도진은 선수들의 짐을 덜어주고 싶었던 것이지 짐을 짊어주게 하고 싶지 않았다.
‘가만 생각해 보면 프런트도 감독님도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결국 결정을 받아들였어.’
하지만 선수들이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일까?
‘못 받아들일 거야.’
그들은 현장을 지키는 선수들이다.
경기에서 뛰는 게 얼마나 힘든지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다.
그러니 누구는 미안한 감정을 누구는 왜 그런 선택을 했냐며 화를 낼 수도 있다.
‘내가 짐을 혼자서 짊어지겠다고 생각할 테니까.’
그렇게 되면 에인절스는 분위기가 더 안 좋아질 수도 있다.
팀의 분위기를 살리겠다고 이런 결단을 내렸기에 그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깜짝 등장해서 성적을 내고 나면 이야기가 달라지겠네요.”
조 캐넌은 빙그레 웃었다.
“제대로 이해했군.”
“확실하게 이해했습니다.”
조 캐넌은 도진의 어깨를 도닥였다.
“그래. 당분간만 선발에서…… 자네가 당분간으로 만족하지는 않을 테지. 나 역시도 최선을 다해서 우리가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네.”
“감사합니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푹 쉬고 내일 보도록 하지.”
도진은 택시를 타고 떠났다.
혼자 남게 된 조 캐넌은 요동치겠다는 광대를 제어하겠다며 고생깨나 했다.
‘원래 메이저리그는 매해 발전해.’
그만큼 상식 밖의 선수들이 매번 나타나니까.
약물의 도움 없이 60홈런을 기록하는 선수가 나오질 않나.
만 21세가 되기 전에 40-40을 기록하는 선수가 나오질 않나.
화룡점정을 찍은 건 역시나 투타 겸업. 즉 Two way player의 등장이었다.
그런데 그 투타 겸업을 뛰어넘는 선수가 나오려고 한다.
‘패러다임을 바꾸는 걸로 모자라 뒤틀어 버리는구나.’
Two way를 넘어.
메이저리그에서 Three way player의 등장이 예고됐다.
* * *
다음 날.
경기를 앞둔 도진은 투수조에 합류했다.
레이날도가 그를 반겼다.
“역시 왔구나! 그리웠어.”
“매일 보는데 그립기는요.”
레이날도는 도진의 귀에 나지막이 속삭였다.
“사실 우리 선발조 분위기가 영 아니었거든.”
선발조를 넘어 투수조를 맡아줄 벨이 자리를 비워서였다.
“제가 벨의 자리를 대체할 수는 없어요.”
“알아. 하지만 적어도 에인절스에서 벨 다음으로 네가 믿음직스러우니 마음이 편해지는 건 있지.”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줄 수 있다는 말에 도진은 기쁨을 삼켰다.
‘다행이네. 대신 성적이 따라줘야겠지만.’
여기서 성적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에인절스는 또 다른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벨의 자리를 결국 대체할 수 없다면 팀은 암흑의 구렁텅이에서 결국 빠져나올 수 없다.
하지만 성적이 따라준다면?
‘레이날도도. 다른 투수들도 알고 있을 거야.’
에인절스는 벨이 돌아오는 시점에서 더 강한 팀이 되리라는 것을.
현재 벨은 에인절스의 1선발.
자신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됐다.
2선발은 이번에 영입한 잭 윌슨.
3선발은 원래 에인절스의 2선발이었던 브랜든 솔리바.
4선발은 3선발이었던 레이날도고 5선발은 작년 막판에 좋은 모습을 보여준 개리 가넷이었다.
‘잭 윌슨은 새로운 팀으로 합류해서 아직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클래스는 있는 선수야.’
또한 다른 선발들도 순번이 하나씩 밀렸기 때문에 부담을 덜 수 있었다.
그런데 만약 자신이 여기서 성적까지 낸다면?
‘5선발 개리 가넷 자리를 내가 메꿀 수 있지.’
이렇게 되면 에인절스는 강력한 선발진을 구축하게 된다.
도진은 자신의 합류로 편해 보이는 투수들의 표정에 주먹을 말아 쥐었다.
‘물론 성적이 따라줬을 때의 이야기지만, 나도 한층 편해졌어.’
나만 잘하면 된다.
이 얼마나 단순한 일인가.
“당분간 잘 부탁드립니다! 부족한 점이 많겠지만 최선을 다해볼게요!”
선발진들 가운데 누구는 손뼉을.
누구는 휘파람을 불었다.
벨이 부상 당한 이후로 암울했던 분위기에 희망이 불씨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도진의 선발진 합류로 효과는 곧바로 드러났다.
[에인절스! 매리너스를 5:3으로 잡아내며 연패를 끊어냅니다! 이로써 3승 4패가 되었습니다!]드디어 연패를 끊어낸 것이었다.
연패가 길어지기 전에 끊어냈기에 한숨 돌릴 수 있었다.
다만 연패를 끊어냈다고 기세가 곧바로 이어지진 못했다.
[매리너스가 에인절스를 9:8로 누르고 승리를 챙겨갑니다. 다만 에인절스의 분위기가 조금 바뀌었죠?] [그렇습니다. 사실 벨 조이스의 부상 이후로 투수들이 제 퍼포먼스를 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오늘 같은 난타전 경기는 1선발이 와도 결과가 달라지지는 않았을 테지만, 후속 투수들이 나와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어요.] [타자진도 조금 달라진 느낌이 들었습니다.] [네. 사실 4회까지 9:1로 에인절스는 크게 뒤지고 있었거든요? 3루 측에서 실수도 나오고 투수의 제구도 좋지 못해서 분위기가 완전히 매리너스에게 넘어갔어요. 그러니 이미 경기가 끝난 거나 다름없었지만 1점 차까지 바짝 쫓았어요.] [팬들은 경기에서 지더라도 이런 부분을 원하는 거잖아요?] [맞습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정신을 원하죠. 그래서 관중들의 기립박수까지 나왔고요.]3차전은 에인절스가 이겼다.
총 9경기를 치른 에인절스는 4승 5패.
작년 시즌 지구 우승 텍사스 레인저스를 만나게 되었다.
5선발 대결에서 1차전은 레인저스가 승리하며 4승 6패.
하루라도 일찍 5할 승률부터 맞춰야지만, 기껏 살린 불씨에 불을 지필 수 있었던 에인절스의 다음 상대는 애석하게도 쉽지 않았다.
2차전을 앞둔 도진의 첫 선발 등판의 상대로는 작년 시즌 사이 영 수상자 조이 히메네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