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323)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 323화(323/400)
[에인절스와 레인저스의 2차전이 곧 에인절스 홈에서 시작됩니다.] [오늘 라인업이 참 흥미진진하죠?] [그렇습니다. 사이 영 투수. 조이 히메네즈가 선발로 레인저스의 마운드를 지킵니다.] [에인절스는 예상대로 킴이 출전하게 됐습니다. 경기 어떻게 보십니까?] [글쎄요. 사실 조이 히메네즈가 선발로 나서는 레인저스가 유리한 건 야구를 모르는 사람도 알 것입니다. 다만 에인절스도 희망은 있죠.] [어떤 부분에서일까요?] [킴은 메이저리그 커리어 상 한 번의 선발 경험이 있습니다. 바로 작년 레드삭스와의 1차전 경기였죠.] [오프너인줄 알았는데 선발을 소화한 바로 그 경기군요.] [네. 그리고 그 경기에서 무실점 피칭을 했죠. 이뿐만이 아닙니다. 양키스와의 경기에서는 비록 교체되어 마운드를 밟았지만, 승리를 챙겨갔어요.] [5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선발 투수로서도 부족함이 없다고 증명했죠.] [맞습니다. 무엇보다 그 경기에서조차 무실점 피칭을 했죠. 모두가 알다시피 킴은 작년 신인왕을 타낸 선수이며, 여전히 성장하고 있죠. 무엇보다 야구는 1선발과 5선발이 맞붙어도 5선발이 이길 때가 있거든요? 그 확률이 낮아서 그렇지, 희망 자체가 없다고는 볼 수 없죠.] [불안한 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경험이죠. 사실 선발 투수로서는 신인이나 다름없어요. 하지만 대형 신인의 장점이 무엇입니까?] [경험치 획득이 매우 빠르죠. 더군다나 작년 킴의 성장세를 보면 더욱 쉽게 알 수 있죠.] [맞습니다. 저는 그가 잘해주리라 믿습니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에인절스는 큰 숙제가 남아 있어요.] [3루수 말씀이겠군요.] [골든 글러브를 타낸 수비수는 그 어떤 구단도 원하는 선수입니다. 더군다나 핫 코너. 어깨와 수비력이 뒷받침되어야 하죠. 그 자리가 쉽게 메워지지는 않을 거거든요?] [하긴. 골든 글러브는 그해 그 포지션에서 제일 훌륭한 수비수를 보낸 선수죠. 한마디로 대체 불가능한 자원이란 뜻이니까요.] [맞습니다. 또한 킴의 수비를 보면…… 저는 놀란 아레나도가 생각납니다.] [와우. 10년을 넘게 골든 글러브 자리를 내어주지 않은 그 선수를 말씀하시다니. 역사상 최고의 3루수 아닙니까.] [네. 저는 킴의 수비가 그만큼 뛰어나다고 보니까요. 다른 전문가들도 작년 퍼포먼스를 기반으로는 그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어휴. 이렇게 말씀하시니 확실히 3루 자리가 문제가 될 수도 있겠군요. 과연 에인절스가 이 경기를 어떻게 풀어갈지 걱정과 기대가 동시에 되네요.]* * *
마운드를 들른 상우의 낯빛은 어두웠다.
“결국 이날이 왔구나.”
“잘 부탁한다.”
“잘은 해볼게.”
결국 도진은 선발 투수가 됐다.
‘여기까지는 예상했지만 내가 진짜 김도진의 전담 포수가 될 거라고는 확신하지 못했어.’
도진은 에인절스의 임시 1선발이다.
하지만 임시라고 1선발이란 보직이 달라지는 건 아니다.
그런 그를 이제 자신이 이끌어야 한다.
부담이 되냐고?
떨려 뒈질 것 같다.
상우는 한숨을 연거푸 쉬어댔다.
아직 메이저리그라는 무대가 적응조차 되지 않았는데 너무나도 큰 중책을 맡아 버렸기 때문이다.
‘나도 알아. 이건 내가 잘해서가 아니라 도진이 혜택을 받아서 그런 거지.’
이마저도 기회인 건 맞다.
여기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혜택이고 나발이고 평가는 달라질 테니까.’
상대는 사이 영 투수지만 머릿속에 도진이 밀리는 그림은 그려지지 않았다.
‘조이 히메네즈의 피칭을 아직 보지 못해서일 수도 있어.’
하지만 본다 해도 달라지는 건 없겠지.
도진이니까.
누구한테도 밀리지 않는 친구였으니까.
그래서 부담감은 더욱 전신을 짓눌러왔다.
‘네 공은 누구보다 뛰어나. 굳이 다른 투수들의 공을 받아보지 않아도 알 수 있어.’
팬들도 도진의 피칭을 보고 그를 선발로 내세워야 한다는 말들이 돌았으니까.
그러니 여기서 도진이 얻어맞는다면?
그 화살이 자신에게 돌아올 수 있었다.
메이저리그를 이제 갓 밟은 신인에게는 너무 가혹했다.
상우는 힐끗 도진을 훔쳐봤다.
‘누구나 너처럼 태연할 수 있는 건 아니거든.’
아니. 솔직히 이 새끼가 진짜 비정상인 거라고 목 놓아 절규하고 싶었다.
상우는 오락가락하는 정신을 다잡지 못했다.
도진은 그런 상우의 어깨를 톡톡 도닥였다.
“하던 대로만 하자.”
도진을 향한 상우의 찢어진 눈초리에는 표독스러움이 묻어나왔다.
그게 되냐? 말처럼 쉽냐고!
하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이 편했기에 불만을 내뱉지는 않았다.
하던 대로 했을 때의 결과를 떠올려 봤다.
여태껏 단 한 번도 실망한 적이 없다.
상우는 도진에게 미트를 내밀었다.
“그래. 하던 대로 가자.”
* * *
도진은 벨을 대신한다고 해서.
상대가 AL 최고의 투수 조이 히메네스와 맞대결이라고 해서 긴장되는 건 없었다.
‘이겨보자.’
오히려 투쟁심이 활활 타올랐다.
여기서 이길 수만 있다면?
조이 히메네즈가 출전한 레인저스에 승리를 거두면?
‘반등할 기회야.’
이 좋은 기회를 그냥 놓치라고?
도진의 입꼬리가 치솟겠다며 꿈틀댔다.
‘절대 놓칠 수 없지.’
오히려 부담을 느끼는 건 상대일 것이다.
‘팀의 에이스 1선발이 고작 선발에선 신인이나 다름없는 자신에게 진다면 이번 시리즈 우리가 가져갈 수 있어.’
후우.
도진은 짧게 숨을 내뱉고 곧장 사인에 맞춰 와인드업했다.
어느덧 1-2에서 타자의 스윙이 나왔다.
따악!
먹힌 타구는 중견수가 한 발짝만 움직여서 가볍게 처리했다.
2번 타자에게도 도진은 완벽한 피칭을 선보였다.
2-2 피치에서 떨어지는 체인지업으로 삼진을 잡았다.
삼자범퇴를 앞둔 도진의 몸은 상당히 가벼웠다.
하지만 상대 역시 만만치 않았기에.
따-악!
비교적 긴 이닝을 소화해야만 하는 도진의 힘을 뺀 투구에 정확히 공을 갖다 맞췄다.
타구는 2, 유 간으로 향했다.
켄과 그레그는 서로 교체하겠다며 속도에 박차를 가했다.
둘은 동시에 몸을 날렸다.
조금 더 앞서 있었던 그레그의 글러브 안으로 쏙 들어갔다.
그레그는 몸을 번쩍 일으켜 아웃카운트를 올렸다.
도진의 메이저리그 정식 선발 출전 1이닝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다.
* * *
1. 윌리엄 바스테스. 3B.
2. 마르셀로 무냐. LF.
3. 호세 로드리게스. 1B.
4. 켄 매논. SS.
5. 라이언 스미스. CF.
6. 제롬 블랙. RF.
7. 도진 킴 DH.
8. 상우 리. C.
9. 그레그 호먼. 2B.
P. 도진 킴.
[에인절스의 라인업에 변화가 있죠?] [그렇습니다. 선봉장인 킴이 7번 타순이네요.] [체력 때문일까요?] [아마 그럴 가능성이 제일 큽니다. 첫 정식 선발로 나서는 경기이므로 타석에서 부담감을 덜어주겠다는 조 캐넌 감독의 뜻으로 보이네요.] [앞으로 킴은 쭉 저 위치에서 뛰게 될까요?] [글쎄요.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함께 지켜보도록 하죠.]에인절스는 조이 히메네즈라는 최고의 투수를 상대로 단 한 개의 안타도 뽑아내지 못했다.
2회 초.
도진은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그의 머리가 빠르게 굴러갔다.
‘지금 자신 있게 던질 수 있는 구종이라면 두 가지의 패스트볼인 포심과 투심.’
변화구는 체인지업밖에 없다.
슬러브와 커브도 던질 수는 있지만, 아직 제 것으로 만들지는 못했다.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더군다나 이제는 자신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클리업 트리오를 상대로 애매한 변화구를 던진다?
‘홈런 맞을 게 뻔해.’
그러므로 불펜과는 다르다.
불펜 투수였다면 온 힘을 다해서 삼진을 잡으면 그만이지만, 그렇게 하면 길어야 3, 4이닝밖에 던지지 못한다.
선발 투수가. 그것도 1선발이 고작 3, 4이닝으로 만족한다?
“어휴.”
상상만 했을 뿐인데 답답함에 짓눌려 한숨이 나왔다.
‘그러니 지금은 맞춰 잡는다.’
바닥에 놓인 로진백을 집어 올린 도진은 뒤를 한번 스윽 훑어봤다.
제일 먼저 그레그가 보였다.
그는 어색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평소라면 믿어달라고 으름장을 놓았을 텐데. 긴장하긴 했나 보네.’
오늘 자신을 대신해서 3루로 나온 윌리엄도 시야에 담았다.
그가 입을 꾹 다문 채로 가볍게 고개를 주억였다.
다만 그의 눈동자에는 비장함이 서려 있었다.
‘알아요. 걱정 따윈 안 해요.’
그렇게 내 외야를 한 번 쓱 훑었다.
모두가 윌리엄과 같은 표정이었다.
그들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뒤는 걱정하지 말라고.
몸이 부서지는 한이 있더라도 다 잡아내 주겠다고.
시선을 거둔 도진은 호세를 힐끗 쳐다봤다.
그는 대답 대신 행동으로 도진에게 믿음을 주었다.
파앙!
그가 글러브를 말아쥔 주먹으로 쳤다.
올 테면 와봐라.
자신감을 표출하고 있었다.
‘호세. 1루수로 뛰는 건 올 시즌이 처음이잖아요.’
저렇게 자신감이 넘쳐서니 원.
하지만 이상하게도 믿음이 갔다.
호세는 마지막 불꽃이라도 태우겠다는 듯 다른 어린 선수보다 수비에 더 힘을 쓴다는 것을 훈련에서 봐왔기 때문이다.
도진은 이제 정면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긴장하고 있는 상우지만, 1회보다는 나았다.
‘이래서 실점을 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니까?’
팀에 안정을 심어줄 수 있으니까.
‘대신 이 분위기를 이어 나갈 수 있는지는 이제 팀에게 달려있어.’
선발 투수라고 혼자 야구 할 수는 없다.
노히트노런이나 퍼펙트게임을 기록하지 않는 이상은 말이다.
‘솔직히 투 피치나 다름없는 지금 그것도 언제나 지구 1위를 놓치지 않은 레인저스를 상대로 노히트노런은 불가능해.’
그러니 팀원을 이용한다.
도진은 검지를 펼쳐 상우에게 사인을 보냈다.
상우의 번뜩 뜨인 눈이 이내 안정을 찾더니 자신 있게 사인을 냈다.
4번 타자를 상대로 1-1에서 몸쪽 포심을 던졌다.
따악.
타구는 1루수 강습 타구.
호세의 다이빙 캐치로 아웃카운트를 단숨에 올렸다.
이번에는 5번 우타자를 상대로 바깥쪽 투심을 던졌다.
타자의 밀어친 타구는 안정적인 그레그의 수비에 막혔다.
그리고 6번 타자를 상대로는 2-2 카운트에서 체인지업이 통했다.
“스트라이크 아웃!”
공수 교대.
2이닝 무실점 무피안타.
도진의 피칭은 마치 메이저리그에서 10년 정도는 선발로 뛴 선수처럼 안정적이었다.
팀을 믿어서였다.
한편, 팀원들도 도진을 믿었다.
그는 벨 조이스에 비해 아직은 부족한 선수가 맞다.
언젠가는 그를 넘어설 수 있는 포텐을 갖춘 선수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지만, 포텐이 터지려면 조금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
그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선 자신들의 역할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경기를 지휘하던 조 캐넌 감독은 남몰래 주먹을 불끈 쥐었다.
‘완벽하게 도달했다.’
작년 시즌 말부터 조짐은 보였다.
이제는 에인절스가 90% 이상은 원 팀이 되었다고 확신했다.
‘고맙구나. 킴.’
따-악!
도진은 첫 타석에서 2루타를 뽑아냈다.
다음 타자로 나선 상우는 번트를.
그다음 타자로 나선 그레그의 스퀴즈로 에인절스는 선취점을 올렸다.
최종 스코어는 2:1.
에인절스는 조이 히메네즈를 잡아내며 승리를 거뒀다.
도진의 성적은 5이닝 2피안타 무실점으로 선발승을.
3타수 1안타 1득점으로 첫 포지션 변경에서 훌륭한 경기를 소화했다.
경기가 끝난 직후 조 캐넌 감독은 인터뷰에서 의미심장한 말을 내뱉었다.
[킴의 선발 투수 작전이 먹혀들었습니다. 정말 멋진 승리 축하드립니다. 다만 걱정되는 시선들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건 아시죠?]조 캐넌의 솟아난 입꼬리엔 자신감이 흘렀다.
“그 걱정. 내일 당장 해소해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