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325)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 325화(325/400)
도진을 향한 MVP 찬사는 에인절스 선수들의 열악했던 감정에도 변화가 있었다.
‘보고도 믿기지 않는군.’
‘야구계에 또 다른 슈퍼스타가 탄생했어.’
‘아주 근간을 뒤흔들어 버리는구나.’
어린 선수의 도약을 질투하지 않았다.
흉내라도 낼 수 있었다면 또 모를까.
불가능한 일이라서 그랬다.
아무리 날고 기어도 도진을 따라 할 수 없었으니까.
무엇보다 그의 끝없는 노력을 에인절스 선수들은 아주 잘 알았다.
결국 존재만으로도 큰 힘이 되어주는 도진 덕분에 에인절스는 레인저스와의 두 번째 경기에서 또다시 승리했다.
도진은 이 경기에서 3타수 1안 타 1타점 2볼넷 3득점으로 수훈 선수가 되며 인터뷰를 앞두고 있었다.
[킴. 오늘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정말 영광입니다.]도진은 헤드폰을 끼고는 피식 미소 지었다.
“저 역시도 그렇습니다.”
[시간을 길게 끌지는 않겠습니다. 역사상 유례없는 Three way player의 탄생이라고 믿어도 되겠습니까?]도진은 손사래를 쳤다.
“그렇게 거창하지 않아요. 그냥 Two way player죠.”
스포츠에서 Two way player의 뜻은 공격과 수비를 동시에 소화하는 포지션을 이야기했다.
[물론 다른 스포츠에서는 모두가 Two way player지만 야구에서는 엄연히 투수와 타자를 동시에 소화할 때 붙는 단어죠. 그리고 투수와 타자를 동시에 하는 선수 중 수비까지 보는 선수는 킴. 당신밖에 없습니다. 물론 1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몇몇 있었지만, 그들 역시 풀 타임을 소화하지 않았고요. 물론 킴은 작년 시즌만 놓고 보면 이미 Three way player였지만, 상황이 좀 다르잖아요?]도진은 작년 시즌 마무리투수로 활동했다.
마무리 투수는 선발투수만큼 긴 이닝을 소화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메이저리그에서 몇몇 선발투수는 200이닝을 넘게 소화한다.
반면 불펜 투수는 70이닝을 던지면 혹사라는 말이 떠돈다.
[그러므로 당신은 완전한 Three way player가 된 거죠.]도진은 뒤통수를 벅벅 긁었다.
“제가 시즌을 안정적으로 마치면 더는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자신이 없는 걸까요?]“자신이라. 솔직히 저도 잘 모르겠어요.”
[하긴. 아는 게 더 이상하겠죠. 당신이 개척자이니까요. 어쨌든 이 포지션 그대로 이번 시즌을 보내실 생각인 거네요?]“일단은 그렇습니다.”
[정말 대단한 도전입니다. 사실 우려의 목소리가 컸는데 이제는 그 우려들이 단번에 잠식되었다고 확신합니다. 아마 팬들은 킴을 더 응원하지 않을까 싶네요. 하지만 궁금합니다. 왜 그런 어려운 선택을 내렸을까요?]“음. 팬들을 위해서도 있고요. 팀도 그렇고 저를 위해서도 있죠.”
[정말 프로로서 환상적인 에티튜드네요. 저 역시도 앞으로 킴이 활약을 응원하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주시죠.]도진은 미간을 살짝 구부린 채 볼을 빵빵하게 불렸다.
팬들에게 인사로 끝을 맺어야 하는 이 자리에서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심히 고민했다.
결론에 다다랐을 땐 구부려졌던 그의 미간이 곱게 펴졌다.
“저희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거든요. 하지만 야구는 뜻대로 되지 않더라고요. 그래도 꾹 참고 응원해 주시면 언젠가는 꼭 보답해 드리겠습니다.”
* * *
더그아웃에서 도진의 인터뷰를 지켜보던 상우의 표정은 복잡미묘했다.
‘하아.’
착잡해진 마음이 쉽사리 떠나지 않았다.
왜 이런 기분이 드는 걸까.
상우는 도진의 활약이 그 누구보다 기뻤다.
그렇기에 내면을 강타하는 이 이질적인 감정이 맴도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자 그때. 그레그가 상우의 어깨를 툭 쳤다.
“헤이 브라더. 오늘 뭐 먹을래? 내가 살까. 아니지. 저놈이 사야지.”
그레그도 오늘 승리를 장식해서 유독 기분이 좋았다.
무엇보다 도진의 Three way player 데뷔전에서 승리를 가져갔으니 그 기쁨은 배가 됐다.
그레그는 상우에게 대답이 들려오지 않자, 검지를 펼쳐 옆구리를 푹푹 찔렀다.
상우는 유독 간지럼을 잘 탔기에 금세 반응이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달랐다.
약점을 계속해서 찔러대고 있었지만, 그에게 원했던 반응이 나오지 않았다.
“뭐야 브라더. 무슨 일 있어?”
그레그는 상우가 쳐다보는 방향을 따랐다.
“왜. 친구가 판타스틱한 활약을 펼쳤잖아? 배가 아파?”
상우는 고개를 살포시 저었다.
“배가 아픈 건 아니야.”
“그럼?”
“나도 잘 모르겠어. 기뻐. 엄청 기쁜데…….”
“사춘기냐? 근데 너도 알잖냐. 저놈은 궤를 달리하는 선수라는 걸. 저놈 꽁무니 쫓다가 우리 가랑이 다 찢어져. 누구보다 네가 제일 잘 아는 거 아니었어?”
알면서도 또다시 벽을 느낀 건가?
이 뜻이 내포되어 있었다.
“알아.”
나지막이 읊조린 상우는 눈을 질끈 감았다.
아직도 내면에서는 무언가 끓어오르고 있었다.
그런데 생전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기에 도통 갈피를 잡지 못했다.
‘이게 뭐지?’
이미 어렸을 적부터 수백 번도 넘게 도진에게 벽을 느껴봤다.
그렇기에 벽을 느껴서 이런 기분이 드는 건 아니다.
뭐 때문일까.
하지만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상우는 당장 해답을 찾지 못했다.
* * *
경기 직후 모든 미디어는 도진의 새로운 도전을 조명했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끄는 선수.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킴!
경기가 끝난 양키스 선수들은 라커룸에 도착했다.
오늘 경기 1개의 홈런으로 팀 승리에 보탬이 된 놀란은 곧장 핸드폰을 열어젖혔다.
그 즉시 대문짝만하게 걸린 기사에 눈초리를 가늘게 찢었다.
‘이건 뭐냐.’
기사를 클릭한 놀란은 경악했다.
“허!”
사토는 반쯤 혼이 나간 놀란의 표정에 큭! 하고 비웃었다.
“앞으로 그 표정은 짓지 마라. 못생겨 보인다.”
“헤이 사토.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이거나 읽어보라고.”
놀란은 사토에게 핸드폰을 넘겼다.
폰을 건네받은 사토는 기사의 첫 줄을 읽자마자 눈에 힘이 가득 들어갔다.
“이거…… 사실이야?”
“뭐. 그렇지?”
놀란 사토는 성급히 표정을 추슬렀다.
“어떨 것 같아?”
“글쎄. 네 생각과 같지 않을까?”
“잘 해낼 것 같군.”
“어. 솔직히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힘들겠지만, 이 친구는 또 방법을 찾아내겠지.”
필리스의 후안 라미레즈. MVP 포수 또한 기사를 접했다.
‘뭐냐 이건.’
하지만 그는 이내 씨익 웃었다.
‘하. 공 한번 받아보고 싶네. 그런 날이 오려나?’
도진의 소식은 다른 구단에도 전부 퍼졌다.
“헤이. 이거 들었어?”
다저스의 3루수. 앤서니 앨런.
그가 휘둥그레진 눈으로 한 선수를 찾았다.
“앤서니. 경기 끝나면 말 걸지 말라니까.”
“오늘은 밥 먹자고 안 해. 이거 진짜 중요한 소식이야. 조엘.”
옷을 갈아입은 조엘 오스틴은 앤서니가 내민 핸드폰을 받았다.
기사를 쭉 읽어나간 그의 양쪽 입꼬리가 꿈틀댔다.
“재밌군.”
“어떨 것 같아?”
“넌 어떨 것 같은데?”
“글쎄. 잘할 것 같은데? 물론 고생 좀 하겠지만.”
“무슨 고생.”
“그야 난 투수인 적은 없지만, 킴이 선발로 나서게 된 이상 구종도 추가해야 할 테고 이것저것 신경 쓸 게 많잖아?”
이는 사실이었다.
도진은 투 피치 투수다.
투 피치만으로도 충분히 성적을 거둘 수는 있겠지만, 구종을 더 추가하는 편이 여러모로 좋다.
앤서니는 말을 덧붙였다.
“구종 추가가 쉬운 것도 아니고. 또 타자도 하랴 수비도 하랴 바쁠 텐데 적응되기 전까진 힘들지 않을까? 그나저나 이번 시즌부터 우리도 에인절스를 만나잖아? 경기 끝나고 울지 않을까 걱정이네.”
“운다고. 누가. 그 친구가?”
“그럼 내가 울겠냐? 나도 킴을 너만큼 좋아해. 그런 친구를 뭉개야 한다니 아쉬울 따름이지. 사실 이제 킴의 패스트볼이나 체인지업은 완전히 눈에 익었거든.”
조엘은 가방을 어깨에 메고 앤서니의 어깨를 툭툭 치며 그를 지나쳤다.
“그래. 네 뜻대로 됐으면 좋겠군.”
나지막한 말을 남기고 라커를 벗어난 조엘은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확실히. 세 포지션을 전부 소화하는 건 예삿일이 아니야.’
앤서니의 말마따나 구종도 추가해야 한다.
일이 늘어난다는 것.
선수가 신경 쓸 게 많다는 것이다.
신경 쓸 게 많아지면 다른 분야를 소홀히 할 수밖에 없다.
‘물론 그건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선수였을 때의 이야기고.’
도진은 일반적인 선수가 아니었다.
‘또 얼마나 세상을 놀래키려나.’
* * *
팬들도 도진의 새로운 도전에 환호했다.
-Three way player의 강림!
└우리 에인절스는 참 운이 좋아.
└운만큼은 언제나 좋았지. 성적이 안 따라줘서 그렇지.
└근데 킴이 3루까지 보게 되면서 약점이 없어진 거 아님?
└킴이 선발로 나서면 우린 골든글러브 투수가 마운드를 지키는 셈이니 그렇지 뭐.
└거기에 선발로 안 나서면 3루수 골든글러브 선수를 보유하게 됨.
└근데 그 선수가 작년 신인왕임.
└이제는 MVP를 향해 달려갈 기세고.
└덕분에 라인업이 다채로워지겠는데? 작년에 좋았던 부분을 살리면서 강력한 선발까지 손에 넣은 거잖아!
└마무리가 약해짐.
└완봉하면 마무리도 가능.
└완봉은 무슨. 난 최소 킴이 적응할 때까지 최대 이닝에 락을 걸어놔야 된다고 생각해. 한 6이닝 정도?
└인정. 노히트나 퍼펙트를 달성할 수 있는 경기가 아니면 무조건 걸어놔야 한다.
└훈련도 열외 시키면 안 됨? 체력이 걱정인데.
└그러니까 말이다. 훈련은 좀 살살 했으면 좋겠다.
하지만 도진은 팬들이 원하는 방향처럼 몸을 사릴 생각이 없었다.
훈련을 앞둔 도진은 호세를 찾았다.
“호세. 잠깐 상담 좀 해주세요.”
“내가? 감히? 너와 대화를 나눌 짬이던가?”
도진은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혐오스럽다는 눈빛은 덤이었다.
“장난하지 마세요.”
“아니. 감히 역대 최초 Three way player가 내 조언이 필요?”
“에휴.”
호세는 큭큭 웃더니 도진의 어깨를 툭 쳤다.
“그래. 뭐가 문젠데?”
“저…… 이제는 구종을 늘릴 때가 온 것 같아서요.”
“구종이라.”
호세는 턱을 매만지며 침음했다.
“하긴. 이번만큼은 네 말도 일리가 있네.”
호세의 목소리가 커졌다.
“넌 파워 피처고, 쭉 밀고 나가는 게 좋겠지만…….”
그런데 도진은 3루수까지 맡아야 한다.
그러므로 이닝을 더 길게 끌고 나가려면 완급 조절로 힘을 비축해야 할 때가 많이 나타날 것이다.
힘을 비축하는 파워 피처라니.
이도 저도 아니게 된다.
호세는 도진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확실히. 선발 경험은 없어도 메이저리그 경험이 있어서 그런가? 미래를 볼 줄 아는군.’
그래도 호세는 한번 떠보겠다며 물었다.
“지금 구종 그대로 시즌을 마칠 생각은 없어?”
“사실 메이저리그에도 투 피치 투수가 많죠. 성공한 사례도 있고요.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 두 개의 구종이 완벽했을 때의 이야기예요.”
“네 구종은 완벽해.”
“있는 힘껏 던졌을 때 그렇죠. 하지만 제가 선발투수가 된 이상 불펜으로 출전했을 때의 위력을 뽐내지는 못해요. 그리고 메이저리그 특성상 제 투구 패턴도 이제 읽힐 때가 왔죠.”
“그건 그렇긴 한데…….”
“제 투 피치는 이제 선수들의 눈에 익을 때가 됐어요. 분석도 끝났을 거고요.”
선수는 2년 차부터 약점이 드러나게 된다.
도진은 선발로 나서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어디까지나 예측을 벗어나서 그랬다.
하지만 예측을 벗어난 것도 고작 한두 경기일 뿐.
앞으로도 계속 먹힌다고 볼 수 없다.
호세는 턱을 매만지며 피식 웃었다.
‘정확히 알고 있네?’
투수가 구종을 추가한다면 공을 받는 포수도 다양하게 볼 배합을 짤 수 있어서 무조건 유리하다.
다만 구종을 추가한다는 게 쉽던가?
그건 절대 아니다.
“애송아. 구종 추가가 쉬워?”
“그건 아니죠.”
“근데 뭐 그렇게 쉬운 것처럼 말해? 그리고 구종 추가 했잖아.”
“슬러브나 커브는 구종 추가라고 볼 수 없어요. 일단 저와 맞지 않는 변화구 같아요.”
호세는 도진의 커브와 슬러브 전부 받아봤다.
두 구종 모두 패스트볼 계열과 체인지업에 비해 훌륭하다는 느낌은 받지 않았다.
물론 어디까지나 슬러브는 즉흥적으로 던진 투구였으니 그럴 수밖에.
하지만 공을 받아보면 이 구종이 투수에게 맞는지 아닌지 대충 알 수 있다.
‘그걸 이제 메이저리그 풀 타임 2년 차가 깨달아 버린다고?’
도대체 어떻게 돼먹은 놈이냐?
본래 선수라면 모든 걸 쏟아붓고 실패를 경험한 후에 깨닫는 법이다.
근데 도진은 실패를 겪기 전 미리 알고 있었다.
마치 메이저리그에서 10년간 선발투수를 해온 사람처럼 말이다.
“그래도 맞을 때까지는 이대로 가는 게 좋을 거야. 미리 준비해 두는 건 좋지만, 사실 지금 시즌 중이잖아?”
“호세 말도 일리 있네요. 맞고 나서 생각해 볼게요. 그럼 가볼게요. 시간 할애해 줘서 고마워요.”
“그래. 가봐라.”
도진은 자리를 떴다.
혼자 남은 호세는 후!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휴. 어지럽다 어지러워.”
도진을 보고 있자니 그랬다.
다른 누군가의 눈에는 상대적으로 노력을 안 하는 것처럼 보일 테니까.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자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데 말이지.’
호세는 도진의 부담감을 덜어주고 싶었다.
‘벨의 자리를 풀 타임 2년차 선수가 대체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니까.’
그리고 그 누구도 그만큼의 활약을 기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도진은 그런 시선을 무위로 돌리고 싶어 했다.
나날이 발전하려는 모습을 보자니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호세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
“야. 처 누워있지만 말고 조만간 잠깐이라도 들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