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326)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 326화(326/400)
도진의 다음 등판 상대는 켄자스시티 로열스.
현재 중부 꼴찌를 달리는 팀이었다.
[오늘도 킴이 선발로 마운드에 나서게 됩니다.] [Three way player라고 정식 선언한 뒤 첫 선발 등판이군요.] [네. 에인절스 라인업에도 변화가 보입니다.]1. 윌리엄 바스테스. 3B.
2. 마르셀로 무냐. LF.
3. 호세 로드리게스. 1B.
4. 아돌니스 로드리게스. C.
5. 켄 매논. SS.
6. 제롬 블랙. RF.
7. 라이언 스미스. CF.
8. 도진 킴 DH.
9. 그레그 호먼. 2B.
P. 도진 킴.
[오늘 킴은 8번 타자로 경기를 치르게 됐습니다.] [3루수로 나올 때는 1번 타자로. 투수로 나올 때는 하위 타선에 머무르네요?] [킴의 1번 타자로서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 선수인지 모두가 알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도 이 라인업을 꺼낸 건 체력 비축을 위해서인 것 같습니다.] [대신 그 약점을 보완하고자 아돌니스가 마스크를 쓰게 됐어요.] [사실 오늘 경기는 킴의 선발 등판이 더 주목되잖아요?] [그렇습니다. 이제 그가 어엿한 선발투수임을 전 세계가 압니다. 다만 메이저리그는 대처가 굉장히 빨라요. 킴의 약점을 후벼파려고 들 겁니다.]1회 말.
도진은 마운드에 섰다.
그리고 우려했던 일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따-악!
1번 타자가 도진의 몸쪽 패스트볼을 정확히 받아쳤다.
힘에서 밀려 먹힌 타구가 나왔지만, 타구가 절묘하게 우익수와 1, 2루수 사이에 떨어지며 안타가 됐다.
‘하. 아쉽네.’
원래 야구가 이렇다.
아무리 구위가 좋은 투수라도 안타를 맞는 법이며, 이렇게 먹힌 타구로도 주자가 출루할 수 있다.
무엇보다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힘은 남다르다.
1번 타자부터 9번 타자까지 전부 홈런을 칠 수 있는 타자로 이뤄져 있었다.
2번 타자를 상대로 도진은 2-2 승부 끝에 삼진을 잡아냈다.
다만 3번 타자를 상대로는 초구 패스트볼이 담장을 직격하는 2루타가 되었다.
1회 말. 1사 2, 3루.
도진은 호흡을 가다듬었다.
‘이건 아돌니스가 아닌 오로지 내 잘못이지.’
상우가 마스크를 썼어도 비슷한 결과물을 맞이했을 것이다.
힘을 비축해야 해서 그랬다.
그래야지만, 타석, 수비 그리고 투수로서도 쭉 활약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투타 겸업은 인간의 한계를 끌어내야만 하는 영역.
그런데 수비까지 소화하는 자신은 불가능의 영역에 도전하고 있었다.
‘일단은 급한 불부터 끄자.’
위기에서도 힘을 비축할 수는 없다.
여기서는 있는 힘껏 던져서 위기부터 모면해야 했다.
와인드업.
공은 던져졌다.
공이 미트에 시원하게 꽂혔다.
투구를 지켜본 타자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스트라이크!”
이어진 도진의 피칭은 불을 뿜었다.
“스트라이크 아웃!”
2사 2, 3루.
2아웃을 잡았지만, 여전히 위기였다.
그렇기에 도진은 다시 한번 온 힘을 다해서 던졌다.
따악!
타자의 배트가 나왔다.
다만 둔탁한 소리는 완전히 먹힌 타구라고 일렀다.
중견수가 어렵지 않게 타구를 처리하며 위기를 넘겼지만, 우려가 들어맞은 도진의 표정은 어두웠다.
‘젠장. 처음부터 꼬이네.’
아직 1회인데 벌써 타자 2명을 상대로 온 힘을 다해 던졌다.
본래 마무리 투수로 나섰다면 이닝을 마무리 짓는 순간 경기는 끝이 난다.
‘선발로. 그것도 1선발로 나선 이상 최소 5이닝 이상은 어떻게서든 던져야 하는데…… 아직도 갈 길이 머네.’
2회 말. 스코어는 여전히 0:0.
1회에 상위와 클린업을 넘겨 하위타순을 맞이하게 됐지만, 도진은 이닝 첫 타자를 상대로 안타를 맞았다.
따-악!
아돌니스가 가슴에 손을 얹고 미안하다는 사인을 보내왔다.
‘미안하다. 오늘 타자들 컨디션이 예사롭지 않네.’
도진은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아돌니스 잘못이 아니에요.’
‘상대가 패스트볼만 노리고 스윙하고 있어. 변화구 위주의 피칭을 가는 게 좋을 것 같다.’
다음 타자를 상대로 던진 체인지업은 타자의 헛스윙을 끌어냈다.
하지만 체인지업으로 카운트를 잡은 건 독이 됐다.
다시 한번 체인지업을 던졌지만, 눈에 익었는지 타자는 두 번 속지 않았다.
헛스윙을 유도하겠다며 던진 바깥쪽으로 빼는 패스트볼도 반응하지 않았다.
카운트는 2-1.
어떻게서든 스트라이크를 꽂아넣어야하는 지금 도진은 패스트볼을 던졌다.
따악!
먹힌 타구음이 경기장을 가득 메웠음에도 주자는 1, 2루가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타자의 배트가 나온 순간 주자가 뛰기 시작했고.
2루 베이스 커버를 들어온 유격수 자리로 타구가 흘러 나갔기 때문이다.
가만히 있었다면 병살타로 이닝이 끝날 법했지만,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그렇다고 유격수를 나무랄 수도 없다.
본래 주자가 뛰면 베이스 커버는 기본 중 기본이었다.
도진은 직감했다.
‘공략당하고 있다.’
이렇게 되리라 예상하고는 있었지만, 그 흐름이 너무나도 빨랐다.
‘젠장. 어쩔 수 없나.’
도진은 어금니를 꽉 물었다.
몰라보게 좋아진 몸에서 있는 힘껏 뿜어져 나오는 투구는 여전히 위력적이었다.
“스트라이크 아웃!”
“아웃!”
“아웃!”
무사 1, 2루에서 도진은 다시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 지었다.
하지만 위기를 넘긴 그는 옅은 미소조차 짓지 않았다.
‘아. 힘드네.’
도진은 푸념을 삼켰다.
신경 쓸 게 너무 많다.
완급조절로 이닝도 오래 끌고 나가야 하며 작전도 신경 써야 한다.
거기에 상대 타자들은 이제 패스트볼만 주야장천 노리며 들어온다.
“미안하다.”
더그아웃에서 아돌니스가 다시 사과를 건넸다.
도진은 애써 미소를 띠었다.
“아니에요. 사실 이렇게 될 줄 알았거든요.”
“그래도 내가 너를 제대로 이끌지 못하는 것 같아.”
이 또한 사실이다.
호세나 상우는 도진의 100%를 끌어낼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아돌니스의 자리에 호세나 상우가 들어갔다고 결과가 완전히 달라졌을까?
노히트 혹은 퍼펙트로 2회를 끝냈을까?
호세가 다가와 대화에 참여했다.
“아돌니스. 네 리드는 괜찮았으니 자책하지 마라. 그리고 애송아. 너도 위기를 잘 넘겼어. 누가 보면 대량 실점이라도 한 줄 알겠다. 표정 좀 풀어라.”
“하아. 난 잠깐 물 좀 마시고 오도록 하지.”
한숨을 내쉰 아돌니스가 자리를 떴다.
호세는 도진의 어깨를 툭 쳤다.
“왜 이렇게 기죽어 있어?”
“이게 쉽지 않네요.”
“그럼, 쉽게 될 줄 알았어? 애당초 2년 차가 벨 조이스 자리를 대신하는 것 자체가 대단한 거야. 그런데 넌 타자와 수비까지 해야 하지. 충분히 잘하고 있어. 아니 이미 벨의 공백을 완벽히 메우고 있어.”
“그렇게 말씀해 주셔서 감사해요.”
도진은 그 말을 끝으로 배트를 쥐고 타석에 들어섰다.
따-악!
1-1에서 휘두른 타구가 좌익수 방면으로 뻗어나갔다.
다만 힘에서 먹혔던 바람에 좌익수는 몇 걸음 움직이지 않고 손쉽게 타구를 처리했다.
도진은 아쉬워하며 더그아웃으로 복귀했다.
‘제대로 맞았다고 생각했는데.’
하지만 결과는 먹힌 타구였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도진은 이유를 알고 있었다.
‘앞서 2이닝 동안 힘을 좀 써서 힘을 제대로 싣지 못했어.’
아직 경험이 부족해서도 있다.
신체도 전 시즌과 비교하면 완벽했지만, 어디까지나 전 시즌과 비교해서다.
도진은 올해 보직이 변경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 때문에 여전히 타석 위주로 힘을 쓸 수 있도록 몸을 만들었던 것이지.
긴 이닝을 끌고 나갈 수 있는 몸까지는 아직 만들지 못했다.
차후 몇 시즌 후에는 더욱 완성된 몸으로 세 분야에서 전부 만족할 만한 퍼포먼스를 펼칠 수 있겠지만, 제일 중요한 건 올해다.
‘그때까지 기다릴 여유는 없어.’
내 부진 때문에 팀이 목적을 이루지 못한다면?
도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은 힘이 넘칠 때야. 일단은 최선을 다해서 이번 경기부터 잡자.’
아직 시즌 초다.
있는 힘껏 경기에 임하고 승리를 쟁취한 후에 걱정해도 늦지는 않는다.
‘한 경기 전력을 다한다고 해서 큰 타격이 있지는 않겠지.’
에인절스는 로열스를 6:2로 승리했다.
도진은 5이닝 2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되었지만, 다만 타석에서는 4타수 무안타로 부진했다.
타석을 버리고 투수에 온 힘을 쏟았기에 나온 결과였다.
무엇보다 6이닝 이상 채우겠다는 개인적인 목표도 달성하지 못했다.
하지만 내면을 알지 못했던 선수들은 도진의 승리를 축하했다.
“이야. 벨 조이스의 공백이 무색하네.”
“킴.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
“이러다가 첫 풀 타임 시즌에 10승 챙기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 벌써 3승이던가?”
도진은 미소로 화답했지만, 속마음은 어두컴컴한 암흑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었다.
‘젠장. 매번 투수로 등판하는 날마다 타석을 버릴 수 없다.’
더군다나 있는 힘껏 던지지 않는 이상 타자가 대응하고 있었다.
머지않아 있는 힘껏 던진다고 해도 통하지 않을 것이다.
선발투수는 공을 제일 많이 던지는 보직.
그만큼 타자의 눈도 금세 적응해 버린다.
‘변화구. 장착해야겠다.’
* * *
도진은 다음 날 호세와 다시 상담했다.
“호세. 저 변화구를 배워야 할 것 같아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확실히. 타자 놈들이 노련하긴 하더라.”
“솔직히 호세나 상우가 마스크를 써도 달라지는 건 없었을 것 같아요. 물론 아돌니스가 마스크를 써서 얻은 이점은 있지만요.”
어제 아돌니스는 투 런 홈런을 기록하며 도진이 승리를 거머쥘 수 있게 힘을 보탰다.
상우가 마스크를 썼다면?
그만큼의 퍼포먼스를 기록하지는 못했겠지.
호세는 고개를 주억였다.
“어. 확실히 마운드에서 강점을 줄 수는 있겠지만, 아돌니스가 타석에 임하는 걸 대체할 만큼은 아닐 거다.”
“호세. 전 두 마리 토끼를 전부 쥐고 싶어요.”
“세 마리잖아.”
도진은 눈초리를 가늘게 찢었다.
“말장난하지 마세요. 저 진짜 진지해요.”
호세도 금세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네가 파워피처형 투수에서 기교형을 더한 완성형 투수로 나아가려면 그 방법뿐이지. 마운드와 타석에서 동시에 활약하려면 변화구를 장착하면 조금 더 편해지긴 하겠지. 그런데 말이야.”
호세의 목소리가 커졌다.
“그걸 왜 나한테 묻냐? 나한테 변화구 배우려고?”
“상담은 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어떤 구종을 추가하고 싶은데?”
“그걸 잘 모르겠어요. 호세는 제 공을 다 받아봤잖아요. 그래서 묻는 거예요.”
호세는 미간을 잔뜩 찡그리며 고민을 이어 나갔다.
“커브는…… 확실히 별로야. 슬러브는 그나마 각이 날카롭긴 했는데…… 글쎄.”
도진은 고개를 주억이며 동의했다.
그 역시도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슬러브나 커브가 나랑 잘 어울리는 것 같지는 않아.’
애당초 커브와 잘 맞지 않는데 그와 같은 계열인 슬러브 역시 당연히 어울리지 않을 수밖에.
‘그저 요행으로 던졌을 뿐이지 내가 장착할 만한 변화구는 아니야.’
가다듬으면 언젠가는 커브나 슬러브도 유용하게 쓰일 것이다.
하지만 그 가다듬어야 할 시간에 손가락만 빨고 있어야 한다.
도진은 지금 당장 실전에서 사용할 수 있는 변화구를 배우길 원했다.
호세는 시무룩한 도진의 등짝을 후려쳤다.
“쟤한테 물어봐라. 네가 원하는 답을 알려줄 터이니.”
쟤라니.
누굴 말하는 거지?
투수 코치와도 이미 상담을 끝냈다.
그 역시도 선택은 개인이 하는 거지만, 시즌이 시작됐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변화를 주는 건 좋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도진이 꽂힌 부분은 따로 있었다.
‘호세가 코치님을 쟤라고 부르지는 않는데.’
도진은 호세의 시선을 따라갔다.
그 즉시 활짝 웃었다.
손에 붕대를 칭칭 감고 있는 벨 조이스가 미소를 띤 채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벨 조이스가 누구던가?
그는 파워 피처에서 기교를 더해 완성형 투수로 거듭난 장본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