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328)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 328화(328/400)
“킴. 일단 스플링커부터 찾아봐. 유튭 검색하면 나온다.”
벨의 지시에 도진은 핸드폰을 열어 스플링커의 구질을 확인하는 즉시 턱이 벌어졌다.
‘이게 스플링커구나.’
사실 도진은 스플링커를 들어만 봤을 뿐 이렇게 직접 보는 건 처음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스플링커를 던질 수 있는 투수는 지금 메이저리그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굳이 찾아볼 생각은 없었어.’
이건 자신뿐만이 아니다.
다른 메이저리그 구단도 스플링커 공략을 그만뒀거나 시작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더욱이 고작 한 선수만 던질 수 있는 구종이었으니 굳이 시간까지 할애할 필요는 없었겠지.’
스플링커는 투심과 비슷한 면이 있었다.
구속도 투심만큼 빨랐고 끝에서 휘어졌기 때문이다.
다만 투심은 홈 플레이트에서 던진 공의 역방향으로 휘어지지만, 스플링커는 종으로 떨어졌다.
‘체인지업보다는 낙차가 확연히 적어.’
낙차가 적다고 좋지 않은 변화구냐?
절대 아니다.
‘오히려 지금 내게 딱 맞는 변화구야.’
체인지업은 낙차가 크다.
그렇기에 굳이 새롭게 장착하는 종으로 떨어지는 변화구의 낙차가 클 필요는 없다.
체인지업과 비슷한 낙차라면 결국 타자가 예상하고 배트를 참을 테니 말이다.
무엇보다 선수들은 자신의 패스트볼이 떠오른다고 느낀다.
그런데 반대로 그보다 고작 2, 3마일만 느린 구종이 아래로 떨어진다면?
타자들에게 더욱 큰 혼란을 심어줄 수 있다.
무엇보다 스플링커는 투심보다 낙차가 조금 더 있는 편.
체인지업과 투심의 중간에 자리잡고 있다고 보는 게 옳았다.
생각에 잠긴 도진을 깨운 건 벨의 목소리였다.
“내가 네게 스플링커 추천을 한 이유를 깨달았나 보네?”
“네. 완전히 깨달았어요. 이걸 익히면 저도 포수도 타자를 공략하기 더 쉬울 것 같아요.”
“왜지?”
도진은 지금까지 해온 생각을 벨에게 그대로 전달했다.
벨은 씨익 웃더니 호세를 힐끗 쳐다봤다.
“어이. 전직 포수. 어떻게 생각하냐.”
호세는 하! 한숨을 내쉬었다.
“우린 현실을 좀 바라볼 필요가 있어.”
“무슨 현실.”
“이 애송이가 스플링커를 장착한다? 당연히 위력적일 수밖에 없지. 어떻게 보면 패스트볼만 세 가지를 던지는 거나 마찬가진데 구질이 전부 다르잖아. 다만 스플링커를 장착했을 때나 가능한 거지.”
그게 쉽냐?
호세는 눈빛으로 말했다.
벨은 여유로운 표정으로 한쪽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킴. 이 친구가 널 상당히 무시하네?”
도진은 에휴! 한숨을 내쉬었다.
“벨. 사실 제가 이 마구를 장착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어요.”
사실 도진도 자신은 없었다.
그 누구도 장착하지 못한 구종이란다.
원한다고 뚝딱 장착될 리가 없다는 걸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벨은 여전히 표정에 여유가 넘쳤다.
“무조건 가능해. 넌 100년에 한두 명 나올까 말까, 하는 돌연변이거든.”
호세의 눈이 번뜩 뜨였다.
“서, 설마…….”
벨은 쉿! 조용히 하라는 수신호로 호세의 입을 막았다.
도진은 영문 모를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갸웃했다.
벨은 왼손으로 스플리터 그립을 쥐어 보이며 도진에게 공을 내밀었다.
“스플리터 그립은 이거야. 그리고 스플링커의 팁을 주자면. 공을 던질 때 손목을 틀어야 해. 대신 너무 일찍 틀거나 늦게 틀면 볼 끝에 힘이 없어지고 구속이 줄어. 손목을 안쪽으로 회전시키되 패스트볼처럼 던지면 그게 바로 스플링커다.”
도진은 눈을 연달아 깜빡이며 영문 모를 표정을 지었다.
“백날 말로 해서 뭐하냐? 가서 던져 봐.”
벨은 그 즉시 휘파람을 불었다.
모든 에인절스 선수의 시선이 그에게 쏠리자, 그는 아돌니스와 상우를 콕 집어 다가오라며 손짓했다.
“둘이 공 좀 받아줘.”
* * *
도진은 즉각 피칭에 돌입했다.
몇 번의 피칭을 지켜봤지만, 도진은 스플링커를 던지지 못했다.
그 모습을 편하게 앉아서 바라보던 벨에게 호세가 다급하게 물었다.
“야. 정말이야?”
“주어 좀 붙여라.”
“뭘 묻는지 알잖아?”
벨은 도진에게 돌연변이라고 했다.
또 다른 말로는 법 밖에 있는 자. outlaw라고 불렀으며 규격 외라는 설명으로도 풀이된다.
“사실 나도 처음에는 긴가민가했었어. 그런데 잘 생각해 봐. 저 친구는 처음부터 투심과 서클 체인지업을 아주 잘 던졌었잖아?”
“완벽에 가까웠지. 그런데 고등학교 때부터 사용했으니까 그럴 수도 있잖아?”
“어.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말이야. 피칭 디자인이 너무 완벽하지 않아?”
“요즘 피칭 디자인을 모르는 사람이 어딨냐?”
“그걸 말하는 게 아니야. 저 친구가 그 두개의 구종을 완벽하게 구사하는 걸 말하는 거지.”
호세의 미간이 잔뜩 찌푸려졌다.
“하긴. 그건 그렇네.”
호세는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자신은 도진의 구종 전부를 믿었다.
그도 그럴 것이 본래 투수라면 그날 컨디션에 따라 한 가지 구종이 마음처럼 안 따라줄 때가 있다.
그런데 도진은 체력에 허덕일 때를 제외하면 그런 적이 없었다.
‘킴이 구사하는 투구는 완벽에 가까워서 그랬어.’
그렇기에 포수로서 매우 편하게 타자와 수 싸움을 즐길 수 있었다.
“손끝 감각이 그만큼 좋다는 거지. 저 친구는 나를 포함한 다른 투수와 달라.”
벨의 의미심장한 말에 호세는 오묘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애송이가 뛰어난 건 나도 인정해. 그런데 너무 지레짐작 아니냐?”
벨은 피식 웃더니 주머니를 뒤적여 핸드폰을 꺼내 녹음된 음성을 틀었다.
-물어볼 게 있어서 전화했다.
-오. 벨. 무슨 일이죠?
-내 팀 동료이자 이제 에인절스의 1선발 자리를 맡는 역사상 유례없는 선수 때문에 말이야.
-제 후배를 말씀하시는군요.
녹음된 목소리의 주인공은 조엘 오스틴이었다.
-그 친구 말이야. 내가 경기를 보다가 문뜩 생각이 든 건데 좀 많이 남다른 것 같아. 넌 어떻게 생각하지? 잘 알잖아?
-적에게 비밀을 그냥 넘길 수는 없어요. 더군다나 올해부터 에인절스는 우리 다저스를 만나거든요.
-조엘. 이미 들통나서 숨겨도 큰 의미는 없어. 확인차 전화한 건 맞는데 거의 확신하고 있으니까.
-하. 이미 들통난 이상 어쩔 수 없네요. 그는 규격 외가 맞아요. 언제였더라? 투심을 가르쳤을 때였나? 서클 체인지업을 가르쳤을 때였나? 아니면 커터였나? 사실 잘 기억은 나지 않는데 재밌는 게 뭔지 알아요?
-뭔데?
-그 친구. 하루 만에 새로운 변화구를 장착했어요. 그것도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요.
벨은 핸드폰을 닫았다.
청천벽력의 소식을 접한 호세는 벌어진 턱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지, 진짜라고? 그런 선수가 정말 존재하는 거라고?”
“호세. 우린 메이저리그에서 꽤 오랜 시간 뛰며 그간 수많은 선수를 봐왔어. 킴과 다른 부류의 규격 외 선수들도 있었잖아?”
예를 들어 지금 스플링커를 장착했던 호안 듀란이라든가.
메이저리그 역사상 투타 겸업을 완벽하게 소화한 오타니 쇼헤이라든가.
그들 역시 전부 규격 외였다.
하지만 벨은 도진이 다른 부류의 규격 외라며 말하고 있었다.
“저 애송이가 정말 그런 부류였다고?”
“어. 사실 너도 알고 있었잖아?”
“그건 어디까지나 타자로서 그의 가치였어.”
도진은 타격이 뛰어나다.
더 나아가 눈도 뛰어나고 주루도 뛰어난데, 거기에 수비까지 골든 글러브를 타낼 정도로 잘해버린다.
메이저리그 슈퍼스타급 타자가 갖춰야 할 기량을 전부 갖추고 있었다.
그런데 벨과 조엘의 통화 내용을 세세히 뜯어보면 도진은 그 숱한 투수들이 갈망하는 손끝 감각까지 장착되어 있었다.
“손끝 감각은 모든 투수가 갖고 싶어 하지만 대부분이 갖지 못하는 거야. 그런데 저 친구는 그걸 가지고 있어. 그래서 나는 스플링커의 성공을 볼 수 있었던 거고.”
손끝 감각이 부족해도 투수로서 성공할 수 있다.
자신에게 맞는 구종을 장착하면 그만이니까.
다만 손끝 감각이 월등히 뛰어난 부류들이 몇 있다.
그런 선수들이 던지는 일반적인 변화구는 곧 마구가 된다.
하지만 여기서 벨이 말하는 손끝 감각이란.
호세는 입을 오물거렸다.
“그 어떤 구종도 다 잘 다룰 수 있는 손끝 감각이란 말이네?”
“어. 너도 슬러브를 봐서 알잖아? 그게 실전에서. 더군다나 위기에서 던질 수 있다고 던질 수 있는 공이냐?”
아…….
깨달아 버린 호세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맞아. 애송이는 그때…… 슬러브를 처음 던진 거였지.’
호세는 도진이 변화구 상담을 하기 위해 자신을 찾았을 때 그의 슬러브를 이렇게 표현했다.
각은 날카로웠지만, 글쎄.
그런데 그건 슬러브가 온전히 그가 던질 수 있는 구종 중 하나라고 착각했기 때문이다.
처음 던진 것이었는데 말이다.
호세의 얼굴이 홍당무처럼 시뻘게졌다.
‘아니 X발. 난 도대체 무슨 개소리를 지껄인 거냐.’
아쉽다고?
처음 던진 선수한테?
애당초 그 어떤 선수든 구종을 한 번에 완성 시킬 수 없었다.
그런데 도진은 그걸 해낸 장본인이었다.
호세가 미안한 감정으로 도진을 쳐다보는 그때.
그의 눈동자에 비친 도진은 화룡점정을 찍었다.
쉐에에엑!
바람을 가로지르는 투구가 마스크를 쓴 상우에게 향했다.
그 투구는 홈 플레이트에서 아래로 휙 꺾여 보호구를 강타했다.
퍼억.
“으윽.”
상우는 나지막한 신음 소리를 냈다.
아무리 보호구를 착용하고 있다고 한들, 아픈 건 매한가지였다.
하지만 통증 따위를 신경 쓸 겨를은 없다는 듯 그는 성급히 목소리를 높였다.
“야! 이, 이건 도대체 무슨 공이냐? 스플리터인가? 포크볼? 아닌데. 속도는 투심인데 또 꺾이는 각은 투심이 아니고.”
그랬다.
도진은 스플링커를 완벽하게 구사했던 것이었다.
물론 아직 제 것으로 완전히 만들지는 못했기에 연달아 던진 공은 실패로 그쳤다.
호세는 보고도 믿기지 않는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세상 진짜 불공평하네. 난 진짜 운이 좋아. 저 애송이가 만약 나와 비슷하게 야구를 시작했지? 그럼 난 진작에 접었어.”
“그래도 얼마나 다행이냐. 저 친구가 에인절스라는 게. 나도 저 친구 공 던지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빨리 깁스 풀고 합류하고 싶다.”
“무리하지 마라. 다 낫고 나서 완벽한 컨디션으로 복귀해.”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그럴 수밖에 없어. 뼈도 잘 안 붙는 나이라서.”
그러자 그때.
도진은 지금까지 짊어진 짐을 전부 떨쳐내기라도 한 듯 매우 가벼운 표정으로 벨에게 다가갔다.
“벨. 자주 실패하긴 하는데, 한번 성공한 거 같아요.”
“어. 우리도 봤어. 그리고 그거 스플링커가 맞아.”
“그런데, 이게 좀 어렵네요? 실전에서 쓸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에요. 물론 위력이 대단하다는 건 알겠어요.”
“뭐. 열심히 하다 보면 되지 않겠어?”
호세는 한숨을 내쉬었다.
창시자를 제외하곤 그 누구도 성공하지 못한 스플링커를 고작 하루 만에 성공했다.
그런데 도진은 잘 안된다면서 투덜대고 있었다.
‘지금까지 얼마나 단박에 성공해 버린 거냐?’
하지만 의지로 활활 타오르는 도진의 눈동자를 보자니 그를 나무랄 수는 없었다.
원래 저랬을 테니까.
남들은 죽어라 노력해도 안 되는 걸 이 친구는 쉽게 해낸다.
그러니 다른 사람이 겪는 고충 따위를 알 리가 없겠지.
도진은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
“그렇네요. 이럴 때가 아니에요. 조금 더 던지고 올게요.”
벨은 급하게 도진의 발걸음을 멈춰 세웠다.
“헤이. 적당히 던져. 지금 시즌 중이야.”
“그래도요…….”
“이미 한번 던졌잖아? 오늘은 괜히 몸을 혹사하지 말고 성공했을 때의 느낌만 계속해서 떠올리는 데 주력해. 그럼, 내일 던질 때는 몰라보게 좋아져 있을 테니까. 지금은 마음이 급해져서 잘 안 나오는 것도 있거든.”
“그럴 수도 있겠네요. 오늘은 자제할게요. 벨 이렇게 방문해 주셔서 감사해요.”
도진은 연신 허리를 굽혔다.
벨은 몸을 일으켜 왼팔로 도진의 목을 감고 속삭였다.
“스플링커를 던질 수 있는 선발 투수는 이 세상에 너밖에 없어.”
그러니 자신감을 가져라.
그리고 잘 부탁한다.
에인절스의 1선발.
그 후. 4월 말이 되었다.
그간 도진은 1번 더 선발 투수로 나섰지만, 스플링커를 선보이지 않았다.
아직 완벽하지 않아서 그랬다.
‘완벽해졌을 때 세상에 선보이고 싶어.’
도진은 선발로 경기를 나서지 않을 때도 스플링커를 제 것으로 만들고자 매일 같이 불펜 피칭을 해왔다.
벨의 조언을 받은 지 고작 2주밖에 안 된 시점에서 도진은 드디어 스플링커를 세상에 알릴 때가 다가온 것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