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330)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 330화(330/400)
앤서니는 배트를 빙빙 돌리더니 타격 자세를 잡았다.
‘킴. 미안하지만, 한 대 맞아야겠다.’
앤서니는 가을리그에서 도진과 인연을 맺었다.
‘난 네가 없었다면 마이너리그 생활을 길게 했을 거다.’
그뿐일까?
지금도 마이너리거였을 수도 있다.
혹은 메이저리그를 밟았더라도 주전은커녕 가끔 대타나 나오는 후보 선수였겠지.
어쨌든, 작년 30홈런의 퍼포먼스를 선보이지 못했을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서 에티튜드를 배우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
미국인들은. 더 나아가 운동선수들은 원래 자존심이 강한 편이다.
그렇기에 먼저 메이저리그에서 이름을 알린 친구 조엘 오스틴의 조언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메이저리거라도 모두가 조엘 오스틴처럼 천재는 아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가을리그에서 도진이라는 다른 천재를 만났다.
그런데 이 천재는 조엘 오스틴과는 완전히 다른 성질을 띠었다.
‘일단은 노력하는 천재지.’
물론 메이저리그 탑급 선수들은 전부 노력한다.
하지만 도진이 하는 노력은 그 선수들과 달랐다.
일단 연습량 자체가 달랐다.
야구를 대하는 마음가짐 또한 매우 진지했다.
‘대부분 돈을 벌기 위해 움직이지. 저렇게 순수하게 야구를 잘하겠다고 움직이는 선수는 없어. 특히 프로에 입성하고 나서는 더더욱 그래.’
마이너리거들은 배를 곯는다.
그렇기에 그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최선을 다한다.
메이저리거는 명예 혹은 돈을 더 벌기 위해 뛴다.
아무리 프로 선수가 돈으로 움직인다지만 도진은 순수하게 야구 자체를 좋아했다.
‘무엇보다 트러블이 있었던 선수에게도 배울 점이 있다면 배우려고 들었다.’
저게 쉬운가?
절대 쉽지 않다.
메이저리그나 마이너리그도 파벌이 있다.
괜히 그런 게 있는 게 아니다.
자신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내가 그걸 깨닫고 한층 더 성장할 수 있었지.’
하지만 이제 그런 은인과 맞대결을 펼치게 됐다.
‘킴. 미안하지만, 적당히 할 생각은 없다. 난 이제 내 밥그릇을 지켜야 하거든.’
타석에 선 앤서니는 과거는 잠깐 접어두고 본업으로 돌아왔다.
‘체인지업은 골라내면 되고 라이징 패스트볼 궤적은 이미 머릿속에 입력되어 있다.’
그러므로 노릴 구종은 투심.
이걸 받아쳐 그대로 담장을 넘겨버리겠다!
앤서니는 도진의 눈을 똑바로 들여다보았다.
이제 루키 신분을 벗어났다고 믿을 수 없을 만큼 그에게서 긴장 따위는 찾아볼 수 없었다.
앤서니는 허! 헛웃음이 튀어나왔지만, 금세 표정을 추슬렀다.
‘자신감은 좋은데 그래도 이기는 건 나다.’
초구.
공이 날아왔다.
앤서니는 확신했다.
‘투심이다. 넘어갔다.’
부웅.
앤서니는 있는 힘껏 배트를 휘둘렀다.
그의 궤적은 몸쪽을 파고드는 투심을 가차 없이 당겨치겠다며 몸까지 완전히 틀었다.
하지만 생전 처음 접하는 궤적에 그의 배트는 갈피를 잃었다.
퍼억!
그리고 당황에 허우적대는 심판의 목소리는 덤이었다.
“스, 스트라이크?”
* * *
팬들은 심판의 콜에 아쉬움, 섞인 탄성을 내뱉었다.
하지만 다저스 측 더그아웃은 일제히 침묵했다.
‘저, 저게 도대체 뭐지?’
공이…….
이상하게 휘지 않았나?
다저스 코칭 스태프와 선수들은 해답에 도달하지 못했다.
방금 공을 몇 번이나 머릿속에 되뇌어 봤지만, 쉽게 결론에 다다를 수 없었다.
하지만 다저스 선수들 가운데 오로지 한 명만이 입꼬리에 광기가 묻어나왔다.
조엘 오스틴.
그의 턱이 치솟은 입꼬리를 제어하며 서서히 벌어지기 시작했다.
‘하하.’
그는 머릿속에 한 선수를 떠올렸다.
‘벨. 저걸 가르칠 생각을 했다고요?’
그리고 그걸 또 해낸다고?
저 궁극의 마구를?
한편, 해설들은 의문을 품었다.
[바, 방금 공. 뭐였을까요?] [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구질이 좀 특이했거든요?] [아래로 떨어지는 스플리터 계열이었을까요? 아니면 투심을 던지려다 실투로 저런 공이 나왔을까요.] [글쎄요. 한 번 지켜보도록 하죠.]때마침 리플레이가 나왔다.
역회전을 잔뜩 품은 투구가 홈플레이트 앞에서 아래로 꺾였다.
[스플리터…… 같은데요?] [아뇨. 저건 스플리터가 아닙니다.] [그럼요? 분명히 스플리터 그립으로 던졌잖아요?] [네. 스플리터 그립으로 던졌지만, 스플리터는 아닙니다. 일단 구속 때문에 그렇습니다.] [킴의 투심만큼이나 구속이 빠르네요? 97마일이 찍혔어요.] [네. 메이저리그는 저 구종을 이렇게 불렀던 적이 있죠.]스플링커.
[스플링커라고요? 호안 듀란의 그 스플링커요?] [아무리 봐도 저건 스플링커가 맞습니다. 물론 스플리터를 던지려다가 스플링커가 나온 걸 수도 있어요. 왜냐면 저 마구는 호안 듀란을 제외하곤 그 어떤 선수도 던지지 못했으니까요.] [결국 지켜봐야 한다는 거네요? 이게 단순한 우연인지, 아니면 오랜 세월 묻혀있던 마구가 다시 등장한 것인지를요.] [그렇습니다. 그러니 저희는 과연 궁극의 마구가 다시 메이저리그에 부활했는지 관심 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겠군요.]제일 놀란 건 타자 앤서니였다.
‘이, 이건 도대체 뭐냐?’
투심인 줄 알았다.
그러므로 타구가 담장을 넘어 장외까지 넘겨버릴 기세로 휘둘렀다.
그런데 닿기는커녕 애꿎은 바람만 남겼다.
‘스플리터…… 인가?’
스플리터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숱한 일본 선수들이 스플리터를 장착하기 때문이다.
당장 다저스에도 일본인 선수가 있었고 메이저리그에 일본인들이 어디 한둘이던가?
그러므로 스플리터 자체는 희귀 구종이 아니다.
그런데 도진은 생전 처음 보는 공을 던졌다.
앤서니는 다시 타격 자세를 잡았다.
‘투심이라고 확신해서 잘못 본 걸 거야.’
그러니 이번에는 똑똑히 봐주겠다.
2구.
공은 던져졌다.
‘패스트볼이다.’
바람이, 공기가.
자신의 직감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저 구속이 패스트볼이 계열이 아니라면 애당초 말이 안 된다.
라이징 패스트볼은 아니다.
그러니 투심이 맞다.
앤서니는 공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그럴수록 그가 휘두른 배트에는 확신이 담겼다.
하지만 그는 이번에도 애꿎은 허공에다 화풀이했다.
부웅!
“스트라이크 투!”
앤서니의 동공이 바람에 세차게 흔들렸다.
그는 잠깐 타석에서 벗어나 손목을 이용해 눈을 비볐다.
‘잘못 본 게 아니었어?’
아래로 꺾였다.
그 꺾이는 속도가 말도 안 되게 빠르다.
마치…… 투심이나 커터 같은 계열의 구질처럼 크게 휘지는 않았지만, 아래로 꺾였다.
‘이런 구종…… 접해본 적이 없다.’
앤서니를 가득 채운 자신감은 일순 수포가 되어 저세상 너머로 사라졌다.
생전 보지 못했던 구종을.
알지도 못하는 구종을 도대체 어떻게 치란 말인가!
앤서니의 당황하는 표정을 묵묵히 지켜보던 도진은 글러브로 입 주변을 가렸다.
‘통한다.’
스플링커가 통하고 있다.
연습 때는 이 구종이 통하리란 확신은 있었지만, 실전에서는 다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보란 듯이 현 메이저리그의 라이징스타를 상대로도 먹혀들고 있었다.
더군다나 두 번 연속 던졌음에도 말이다.
세 번 연속 던진다고 달라질까?
‘아니. 적어도 당분간은 이 공을 건들지 못할 거다.’
아돌니스에게 사인이 나왔다.
그는 포심을 던지길 원했다.
도진은 고개를 저었다.
체인지업 사인이 나오자 다시 한번 고개를 저었다.
한숨을 내쉰 아돌니스의 어깨가 들썩였다.
그런 그에게서 다시 한번 사인이 나왔고, 도진은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세 번 연속 같은 구종을 던지는 건 바보짓이나 다름없긴 한데.’
이 공이 완전히 제 것이 되기 전까지는. 지금은 먼저 실전에서 감을 잡는 게 중요하다.
무엇보다 여전히 무사 1, 2루.
다저스 타자는 스플링커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도진은 즉각 투구 자세에 돌입했다.
‘이 정도였지.’
팔이 올라갔다.
힘 분배에 심혈을 기울였다.
공이 손을 떠나기 전, 손목을 비트는 일도 갓난아기를 다루듯이 세세한 신경을 가했다.
타앗.
공이 손을 떠났다.
투구는 한복판으로 굉음을 내지르며 날아갔다.
타자의 배트가 나왔다.
떨어지는 타구에 대응하고자 나온 어퍼스윙이었다.
하지만 역회전을 잔뜩 품은 공은 홈플레이트 앞에서 빠르고 강하게 낙하하면서 배트를 피해 미트에 그대로 꽂혔다.
퍼억.
“스트라이카웃!”
* * *
앤서니는 반쯤 혼이 나간 상태로 고개를 숙인 채 더그아웃으로 이동했다.
그런 그를 다저스의 4번 타자 안데르손이 불러 세웠다.
“헤이. 앤서니. 무슨 공이었지.”
앤서니는 숙인 고개를 강제로 치켜들었다.
하지만 이미 풀려버린 동공엔 생기가 돌아오지 않았다.
“뭐, 뭐냐니까?”
호통 섞인 목소리에 앤서니는 아주 천천히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나도 몰라.”
“뭐? 모른다고?”
“몰라. 처음 보는 구종이야.”
안드레손은 결국 앤서니에게서 어떠한 힌트도 얻어내지 못했다.
앤서니는 축 늘어진 걸음걸이로 조엘의 옆에 앉았다.
“저, 저거 뭐였어?”
“큭. 큭큭큭.”
조엘은 손바닥으로 입을 가리며 웃었다.
“웃지 마. 나 진지해.”
“보고도 모르겠다? 타석에서는 더 대단하게 느껴지나 보군.”
“그러니까. 저게 뭐냐고. 투수인 넌 알 거 아니냐.”
조엘은 표정에 드러난 미소를 감추며 진지하게 읊조렸다.
“여기서 봤을 땐. 스플링커였다.”
귀를 기울이던 다저스 선수들은 여전히 의구심 담긴 표정이었다.
제일 놀란 건 앤서니였지만 그 역시도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했다.
“스플…… 링커? 그게 도대체 뭔데?”
“하긴. 잘 모를 수밖에 없지. 그 궁극의 마구는 메이저리그에서 완전히 사장됐으니까.”
하지만 다저스 감독과 코치는 달랐다.
감독이 나지막이 읊조렸다.
“스플링커. 메이저리그 역사상 단 한 명만이 던졌던 구종이다. 그리고 이 구종은 여태까지 공략법이 나오지 않았다.”
공략법이 나오지 않았다고 매번 타자들이 스플링커를 치지 못했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공략법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은 타자가 계속해서 애를 먹어야 한다는 말이다
지금까지 가출했던 정신이 돌아온 앤서니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아니! X발! 저걸 어떻게 치라고! 저건 사기잖아!”
“사기라…… 그만큼 대단했나 보군. 그래 보이긴 했지.”
“대단? 대단? 고작 대단하다는 단어로 저 공을 평가하려고 하지 마! 넌 몰라! 저건 인간이 던질…… 아니 그냥 사기라고!”
앤서니는 패배를 인정했다는 표정으로 말을 덧붙였다.
“하! 그나저나. 넌 왜 저거 안 던지냐? 저거 진짜 공략을 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야.”
여유를 머금던 조엘의 낯빛이 순식간에 변했다.
그의 음색에 서늘함이 더해졌다.
“나 역시도 저 구종을 장착하려고 무려 2년을 노력했는데 단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비슷하게 흉내조차 낼 수 없었단 말이다!”
“네, 네가 실패했다고?”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역사상 손꼽히는 손끝 감각의 소유자인 네가?
앤서니와 조엘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마운드에 서 있는 도진에게 향했다.
그 즉시 4번 타자 역시 속수무책으로 삼진을 당하며 타석에서 물러서고 있었다.
앤서니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저 친구는…… 킴은 뭔데? 오늘 처음 던진 거잖아.”
“글쎄. 나도 잘 모르지만 그저 부럽기만 할 뿐이다.”
조엘은 팔짱을 낀 채 미소를 되찾았다.
‘원래 사람들은 천재의 탄생을 누구보다 반기는 법이지.’
이번에도 천재가 세상에 드러나게 됐다.
대신 여태껏 그 많은 선수에게 붙었던 천재라는 수식어가 무지하게 느껴질 만큼의 진짜 천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