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331)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 331화(331/400)
“스트라이크 아웃!”
도진은 스플링커를 섞어 던지며 무사 1, 2루의 위기를 완벽하게 넘겼다.
[궁, 궁극의 마구가 부활한 것 같습니다.] [네. 확실합니다. 이번 이닝에 스플링커만 6번을 던졌고 실투는 없었습니다. 구종의 위력이 여기까지 느껴지십니까? 그 다저스 타선이 속수무책으로 떨어져 나갑니다!] [아마 당분간 킴을 공략하기란 쉽지는 않을 겁니다만…… 일단은 지켜보도록 하시죠. 상대는 다저스니까요.]2회 초.
마운드에 오른 조엘 오스틴은 뛰어대는 심장을 진정시켰다.
‘역시…… 넌 언제나 정답을 가져오는구나.’
야구에서 정답에 도달하기란 쉽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스포츠는 너무나도 다양한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었으며, 그로 인해 정답이 수십 개를 넘어 수백 개가 될 수 있어 뚜렷한 정답은 없다.
하지만 도진은 단 하나의 정답.
그 누구도 던질 수 없는 궁극의 마구를 장착했다.
스포츠에서 자신 혼자만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 있다는 것.
이보다 더 훌륭한 정답이 도대체 어딨겠는가?
‘계속 이렇게 커나간다면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선수가 되어 있을지 이제는 상상도 가지 않는구나.’
하지만 아직 도진은 성장 중.
이보다 무서운 말은 없겠지만, 아직 자신을 넘을 수는 없다.
‘내가 그렇게 막을 테니까.’
조엘의 변화무쌍함을 더한 완벽한 투구는 스트라이크 존 구석구석에 꽂히며 에인절스 타자들을 유린했다.
이어서 도진은 2회에도 마운드에 오르게 됐다.
‘좋아. 스플링커는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었다.’
온종일 스플링커만 던져도 오늘만큼은 이 구종을 공략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만큼 도진은 스플링커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
하지만 계속해서 던질 수는 없었다.
도진은 오른 손목을 두 바퀴 돌리며 풀었다.
‘이건 결정구로 사용하는 게 좋겠어.’
손목을 꺾어야 하는 이 구종을 자주 남발하면 부상이 찾아올 수밖에 없다.
자주 던질 수 없어도 문제는 없을 것이다.
‘이미 상대 타자들의 머리에 스플링커가 가득 찼어.’
타자가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면 투수는 자연스럽게 유리해진다.
“스트라이크 아웃!”
도진은 스플링커를 섞어 타자들이 휘두르는 배트를 농락했다.
스플링커를 선보인 후 5회까지 단 한 명의 주자도 내보내지 않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조엘 오스틴의 완벽투가 이어지자, 도진은 타의에 의해 백기를 들게 됐다.
6회 초. 스코어는 0:0.
조 캐넌이 마운드에 방문했다.
“킴. 여기까지다.”
도진의 동공이 당황으로 물들었다.
“가! 감독님! 저 이제 78구밖에 던지지 않았어요!”
“그래도 오늘은 여기까지다.”
도진은 이럴 수는 없다며 고개를 저었지만, 조 캐넌은 굳건했다.
“킴. 자네가 1회에 스플링커를 남발하지 않았다면 나 역시도 자네를 교체할 생각은 없었어. 물론 자네의 전략은 좋았어. 새로운 구종이 세상에 나타날 때는 상대에게 확실하게 각인시켜 주는 게 맞다.”
조 캐넌은 말을 덧붙였다.
“다만 첫날부터 무리할 필요는 없다. 야구는 아주 긴 마라톤이라는 걸 자네가 제일 잘 알지 않던가.”
조 캐넌은 스플링커 던지는 방식을 아주 잘 알았다.
도진이 던지기 시작한 후로 관심을 보였으니 그럴 수밖에.
어떤 변화구든 결국 팔에 무리가 가지만, 스플링커는 그보다 더 예민했다.
그렇기에 앞으로의 미래가 창창한 도진을 승패가 확실치 않은 경기에서 계속해서 소모할 이유는 없었다.
조 캐넌은 도진의 어깨를 톡톡 두들겼다.
“잘했다. 사실 상대가 상대인 만큼 그 누구도 오늘 우리가 이긴다고 생각하지 않았을 거다. 하지만 자네는 그 대단한 투수를 상대로 노 디시전까지 갔어. 그러니 오늘은 이거면 충분하다.”
도진은 아쉬움을 가리겠다며 모자를 푹 눌러썼다.
그러고는 손에 쥔 공을 조 캐넌에게 넘기며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1선발이 고작 5회만 채우고 내려가는 그림이 그려졌다.
더욱이 고작 2안타밖에 내주지 않은 투수가 내려간다는 건 부상이 아니라면 이례적인 일이다.
하지만 이례적인 광경은 도진의 교체만이 아니었다.
짝짝짝.
다저스 스타디움에 손뼉 소리가 울려 퍼졌다.
자신들이 응원하는 다저스의 1선발이자 미국 국가대표 1선발을 상대로도 고작 신인 선수가 밀리지 않는 경기를 펼쳤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아쉬움에 축 처진 도진의 입꼬리가 되살아났다.
‘그래. 오늘만 날이 아니잖아?’
앞으로는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나아갈 방법을 고민하면 되겠지.
* * *
상우는 1회부터 전율이 흘러 좀처럼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김도진 넌…….’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보고 있었음에도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상대는 다저스다.’
오늘 도진의 컨디션이 최고에 달했다고 할지언정 최소 3실점은 할 줄 알았다.
그리고 위기는 1회부터 찾아왔다.
그런데 3실점은커녕 단 하나의 실점도 내주지 않았다.
이뿐일까?
도진은 5회까지 타자들을 확실하게 요리했다.
한 시즌 200홈런 가까이 친 다저스 타자들이 겨울을 앞둔 나뭇잎처럼 우수수 떨어져 나가고 있었다.
6회가 돼서 감독이 마운드를 방문했다.
그런데 도진은 끝까지 던지겠다고 고개를 젓는 모습에 상우는 묘한 감정에 휩싸였다.
“하아.”
한숨이 나왔다.
참으려고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요즘 들어 이런 감정이 자주 찾아오는데, 도무지 원인을 알 수 없었다.
친구가 미워서는 아니다.
그의 성공을 누구보다 빌었고 잘될 줄도 알았다.
그러면 혹시 경기를 뛰지 못해서일까?
그레그는 주전 2루수로 낙점됐지만, 본래 도진의 공을 받아내야만 하는 자신은 그 자리마저 뺏겨서일까?
모르겠다.
갈피를 잡지 못한 상우는 미지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었다.
* * *
경기는 다저스가 9회 말에 겨우 점수를 얻어내며 1-0으로 승리했다.
하지만 오늘 MLB 네트워크의 주인공은 다저스 선수도, 승리한 다른 구단의 선수도 아닌 도진이었다.
한 패널이 나와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오늘은 팬분들이 좋아하실 만한 특별한 내용을 가지고 왔습니다.”
그 멘트를 시작으로 오늘의 주인공 도진의 사진이 화면에 걸렸다.
그 즉시 두 명의 다른 패널이 무대 위로 등장했다.
한 명은 흑인. 메이저리그 투수 출신이자 이제는 해설자가 된 하비에르.
또 다른 한 명은 백인이자 전문가인 브라이언이었다.
“자! 시간 길게 끌지 말고 바로 이야기를 해봅시다. 킴. 그가 오늘 새로운 구종을 들고나왔어요. 브라이언. 어떻게 보셨나요?”
“궁극의 마구가 부활했습니다. 처음 킴이 그 구종을 던졌을 때 저는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스플링커라뇨. 메이저리그에서 나오지 말아야 할 구종이 다시 나타났어요!”
“왜 나타나지 말아야 했을까요?”
“모두가 아시다시피 저는 투수 출신입니다. 야구를 사랑하는 분들은 모두가 아시겠지만, 타자와 투수의 싸움에서 누가 더 유리합니다?”
“당연히 배터리와 함께하는 투수 아닐까요?”
“그렇습니다. 더욱이 타자는 10번의 타석에서 3번의 안타만 기록해도 타자가 이겼다고 하죠. 하지만 현실적으로 고작 3번 이겨놓고 이겼다고 말하는 건 기분이 좀 찜찜하긴 할 거예요! 안 그런가요?”
“타자들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죠. 물론 이제는 그렇게 굳혀졌기 때문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요.”
“어쨌든! 그런 불합리 속에서 제대로 공략되지 않은 공이 다시 나타나 버렸어요! 타자들이 겪을 두통은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진행을 맡은 패널은 킥킥대던 웃음을 성급히 가렸다.
“투수가 타자의 안위를 걱정하다니. 하비에르. 은퇴 후 감수성이 풍부해졌나 봐요? 현역으로 뛰었을 땐 타자들을 무자비하게 잡아내셨잖아요?”
“이제 은퇴했으니까요.”
“어쨌든 다시 주인공 얘기로 넘어가 보죠. 스플링커는 한눈에 봐도 위력적인 구종이었어요. 그런데 왜 투수들은 저 위력적인 구종을 던지지 못하는 거죠?”
하비에르의 눈동자에 부러움이 담겼다.
“일단 투수도 선택받은 선수들만이 할 수 있는 포지션이란 건 다들 아시죠? 타자도 마찬가지이긴 한데. 사실 야구에서 투수의 가치가 더 높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니까요.”
“그렇죠. 그래서요?”
“그런데 그 투수 중에서도 유독 뛰어난 선수들이 있습니다. 100년이 넘는 역사의 메이저리그에서 대단한 투수를 나열하라면 오늘 밤을 새워도 모자라겠지만, 몇몇 마구라는 구종을 떠올려 보죠.”
놀란 라이언의 포심.
그레그 메덕스의 투심.
마리아노 리베라의 커터가 예시로 나왔다.
“여기에 클레이튼 커쇼의 커브처럼 누구나 던질 수 있는 변화구지만, 저들이 던지면 압도적인 구종으로 변합니다. 왜인지 아십니까?”
“그야. 감각이 전부 다르니까요.”
“맞습니다. 하지만 스플링커는 아예 궤를 달리해요. 그도 그럴 것이 이건 신이 단 한 명에게만 내려준 선물이니까요.”
“이제 두 명이 됐네요?”
“여전히 현역 투수로는 한 명입니다. 어쨌든 선수마다 자신에게 잘 맞는 구종이 있는 법이죠. 투수들은 그 구종을 갈고 닦아 메이저리그에서 먹고 사는 법이고요.”
“한마디로 아예 궤를 달리하는 감각을 가진 사람만이 저 구종을 던질 수 있다는 거네요?”
“네. 스플링커의 위력은 2020년부터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만 그 계보가 짧았죠. 그 이유는 단순합니다. 누구도 던질 수 없어서죠.”
그런데 던질 수 있는 투수가 다시 메이저리그에 등장했다.
타자들은 죽었다고 복창해야 한다며 하비에르는 너스레를 떨었다.
패널은 조금 더 전문적으로 들어가고자 브라이언에게 물었다.
“브라이언. 전문가로서의 시선은 어떻습니까? 요즘엔 멈췄지만, 예전부터 스플링커를 공략하기 위해 구단들이 움직이지 않았을까요?”
“사실 그게 말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더군다나 원래 스플링커를 메이저리그에 알린 장본인은 불펜 투수였어요. 고작 불펜 투수 한 명을 공략하겠다고 인력을 낭비할 필요는 없었단 말이죠.”
“하지만 킴은 선발 투수잖아요? 숱한 타자들이 그를 상대해야 합니다. 더군다나 아메리칸 리그라면 더더욱요.”
브라이언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은 정반대의 성질을 띠었다.
“맞습니다. 적어도 아메리칸 리그에 속한 구단들은 이제 저 스플링커를 연구하겠죠. 킴은 지금 벨을 대신해서 1선발에 있지만, 벨이 돌아온다고 해서 킴이 다시 불펜으로 빠질까요? 그건 아닐 겁니다. 다만 스플링커에 앞서 저희는 킴이란 선수를 제대로 뜯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어떤 부분일까요?”
“바로 킴의 피칭 디자인이 완벽을 넘어섰기 때문입니다.”
브라이언은 모은 엄지와 중지에 힘을 가하며 딱 소리를 냈다.
그러자 화면에 요청해 놓은 자료가 나타났다.
“킴은 이제 패스트볼 계열의 구종만 세 가지를 던질 줄 압니다. 포심, 투심 그리고 스플링커가 있죠. 사실 스플링커가 패스트볼 계열에 들어가야 하는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지만, 싱커라는 이름이 붙었고 구속도 그만큼 빠르니 일단 패스트볼 계열이라고 두겠습니다.”
화면에 떠오른 자료는 스트라이크 존이었다.
거기에 도진이 던지는 투구의 방향이 나와 있었다.
“이걸 보시면 아시다시피 킴의 피칭 디자인은 전부 우측으로 쏠렸죠. 그가 우완투수인 점을 모두가 아시다시피 그는 역회전 공에 매우 강점을 보이는 선수입니다.”
“하긴. 투심과 서클 체인지업도 정말 일품이죠.”
“거기에 더해 떠오르게 느껴지는 라이징 패스트볼과 가라앉는 스플링커. 이 또한 피칭 디자인으로 놓고 보면 정 중앙을 기준으로 전부 우측으로 형성되어 있고 전부 역회전입니다.”
피칭 디자인은 정 중앙을 기준으로 우측 혹은 좌측으로 나뉜다.
상 하단은 이 좌, 우측에 포함되어 있었다.
여기서 좌, 우측을 전부 공략할 수 있는 투수를 완벽에 가까운 투수라고 불린다.
하지만 좌, 우측을 완벽하게 익힌 선수는 극히 드물며, 한쪽을 완벽하게 통달한 선수 또한 손에 꼽혔다.
“여기서 팬들은 궁금해할 겁니다. 한쪽으로 치우치는 피칭 디자인이면 타자가 공략하기 더 쉬운 거 아닌가? 하고요.”
“구종의 구질과 낙폭이 전부 다르기에 절대 아닙니다. 여기서 포인트는 바로 역회전입니다.”
브라이언은 짧게 숨을 고르고 말을 이어 나갔다.
“선구안이 훌륭한 타자는 공이 투수의 손을 떠나는 순간 어떤 구종인지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투수의 손을 떠난 공이 전부 역회전으로 날아오면 어떻겠습니까? 더군다나 낙폭이 전부 다르면 예상할 수 있겠습니까?”
“같은 역회전 공인데 휘어져 나간다거나, 떨어지거나 아니면 떠오른다. 이 말씀이네요?”
“네. 거기에 킴은 서클 체인지업까지 던져버리니 타자들은 이제부터 죽었다고 복창해야겠죠.”
“고작 구종 하나 추가했다고 이렇게 위력적으로 바뀔 수가 있는 거군요.”
“더욱이 그 구종이 타자들의 눈에 익지 않은 공이죠. 이걸 보시면 쉽게 알 수 있을 겁니다.”
자료 하나가 더 나왔다.
1회 앤서니의 삼진 장면이었다.
“초구를 접한 앤서니는 지금 얼이 나가 있습니다. 하지만 2구째부터는 스플링커를 인지했을 겁니다. 다만 그는 또다시 헛스윙했죠. 왜 그런지 아십니까?”
“잘 모르겠습니다. 설명을 좀 해주시죠.”
“그야. 사람의 뇌는 새로운 구종을 학습하는 데 꽤 시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라이징 패스트볼을 보면 알 수 있잖아요?”
“기본적으로 포심 패스트볼은 홈 플레이트와 가까워질수록 떨어지지만, 솟아오르는 것처럼 느껴지는 라이징 패스트볼은 기본적으로 빠른 구속과 남다른 회전수 때문에 떨어지지 않다고 느껴지죠. 그 때문에 타자가 예상해도 헛스윙이 나온다고 알려졌고요.”
“맞습니다. 하지만 라이징 패스트볼은 아주 오래전부터 존재했던 구종임에도 여전히 타자들이 자주 헛스윙하잖아요? 그러니 스플링커는 어떨까요?”
진행을 맡은 패널은 깨달았다며 고개를 주억였다.
“뇌가 느끼는 본래의 습관 때문에 공략이 좀처럼 쉽지 않겠군요.”
“그렇습니다. 스플링커를 확신하고 있어도 좀처럼 맞히기 힘들 겁니다.”
“그, 그럼 약점이 없는 거 아닙니까?”
“있습니다.”
“무엇일까요?”
“스플링커는 결국 기계가 아닌 인간이 던지니까요.”
“부상…… 말씀이시군요. 그것 말고는 없다는 건가요?”
“적어도 향후 몇 년간 저 공이 공략당할 일은 없다고 확신합니다.”
전문가 브라이언의 마지막 멘트로 MLB 네트워크 방송은 끝이 났다.
“저희는 역회전 계열을 마스터한. 완전체에 도달한 선수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확신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