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332)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 332화(332/400)
양키스는 오늘 14회 연장 끝에 승리를 거뒀다.
라커룸으로 돌아온 놀란은 곧장 핸드폰을 열었다.
언제나 경기가 끝난 직후 다른 구장 소식을 접하는 게 일상이 됐지만, 그중에서도 에인절스 구단을 제일 먼저 확인했다.
‘예상대로 오늘 다저스가 이겼군.’
그런데 1:0이라니. 점수가 뭔가 이상하다.
경기를 클릭했다.
도진의 오늘 기록은 5이닝 2피안타 무실점이었다.
놀란은 미간을 찡그렸다.
‘이닝은 적지만 다저스를 상대로 무실점했어?’
그것도 모자라 고작 두 명밖에 안 내보냈다고?
놀란은 두 명이 출루한 1회를 손가락으로 클릭했다.
그러자 도진의 세세한 피칭이 나왔다.
‘첫 두 타자는 패스트볼을 쳐냈네.’
아무리 위력적인 공을 던지는 투수라도 결국 맞을 수밖에 없는 게 메이저리그다.
무엇보다 도진의 투구 패턴은 이제 만천하가 알고 있다.
‘온 힘을 다해 던져도 이제는 슬슬 타자들도 완벽하게 적응할 때가 됐지.’
그런데 결과가 왜 이런 거지?
놀란은 3번 타자와의 승부를 유심히 쳐다봤다.
‘싱커라고 나와 있는데 궤적이 좀 이상하네?’
메이저리그는 구종을 크게 세 분류로 나눈다.
패스트볼, 오프스피드 볼. 그리고 브레이킹 볼.
패스트볼은 명칭 그대로이며 오프스피드 볼은 갑자기 구속이 감속하는 체인지업 같은 계열이다.
그리고 브레이킹 볼은 슬라이더나 커브 같은 각이 있는 변화구를 뜻한다.
세세하게 뜯어보면 구종이나 구질은 전부 다르지만 타자가 느끼기엔 비슷했기 때문에, 이 방식을 쭉 고수해 왔다.
‘로케이션이 아래로 떨어지는 싱커는 처음인데?’
놀란은 지금까지 경기가 끝난 직후 도진의 투구를 매번 분석했다.
그가 던지는 싱커는 우측으로 휘어져 나가는 것으로 표시됐고 체인지업은 아래로 형성됐다.
그런데 지금은 싱커로 표기되어 있으며 아래로 떨어졌던 것이었다.
‘오류인가?’
놀란은 금세 해답에 도달했다.
스포츠 뉴스가 전부 도진을 다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 무슨 짓을 한 거냐?’
놀란은 직감했다.
더욱이 MLB 네트워크는 아주 대문짝만하게 도진의 사진이 걸려 있었고, 누를 수밖에 없는 제목이 시야를 사로잡았다.
‘궁극의 마구 등장?’
놀란은 MLB 네트워크에서 제공하는 동영상을 클릭했다.
10초씩 뒤로 빠르게 넘기자 어느덧 도진의 투구가 나왔다.
그 영상을 접한 놀란의 눈초리가 더욱 가늘게 찢어졌다.
툭툭.
놀란은 퇴근하겠다고 재빨리 옷을 갈아입는 사토의 옆구리를 쳤다.
“헤이. 이거 봐봐.”
사토는 피곤함이 섞인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핸드폰을 넘겨받은 그의 눈이 번뜩 뜨였다.
“이게 뭐지?”
“클릭해서 봐봐.”
동영상을 시청한 사토의 턱이 미세하게 벌어졌다.
“이건…… 뭐지?”
“궁극의 마구란다.”
“이름이?”
“스플링커.”
“스플링커? 스플리터와 싱커를 합친 말인가?”
놀란은 고개를 한번 끄덕였다.
“어. 나도 어디선가 들어는 봤는데 실제로는 처음 본다.”
“확실히 스플리터라고 부르기엔 애매한 각이지만, 싱커처럼 빠르면서 각이 아래로 떨어지는군.”
“네가 봤을 땐 어떤 것 같냐? 공략할 수 있을 것 같아?”
사토의 턱에 힘이 들어갔다.
“노린다고 해도 쉽게 칠 수 없을 것 같다.”
놀란은 바짝 말라버린 입술을 혀로 한 바퀴 훑었다.
“그렇지? 젠장. 이놈은 도대체 뭐 하는 놈이야.”
놀란과 사토는 자연스레 도진과의 맞대결을 머릿속에 그렸었다.
하지만 결론에 도달하기란 매우 쉬웠다.
역회전을 품은 공이 위로도 옆으로도 아닌 아래로 떨어진다.
“공이 손을 떠난 즉시 구분하기도 힘들뿐더러, 다채로움까지 더해졌네.”
“아예 스플리터 혹은 포크볼처럼 구속이 빠르지만, 각이 확실하게 떨어지면 미리 알 수 있다. 하지만 이건 끝에서 각이 짧고 강하게 꺾여져서 스트라이크 존으로 들어올지 볼이 될지 구분이 쉽지 않을 거다.”
결국 둘은 퇴근 대신 라커룸에 앉아서 전문가의 해설까지 끝까지 들었다.
“아주 입이 마르겠어. 칭찬밖에 없네.”
“그만큼 대단한 구종인 거지. 화면에서도 그렇게 비치는데 타석에 들어서면……”
오죽하겠어?
사토는 말을 아꼈다.
놀란은 세상 다 산 사람에게서나 나올 법한 한숨을 내쉬었지만 억지로 입을 열었다.
“그래도 희망이 없지는 않네.”
“놈이 인간이라서 다행일 뿐이다.”
전문가의 설명을 듣자니 패스트볼처럼 계속 던질 수 있는 구종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로에게 위로를 건네기 위해 한마디씩 내뱉었음에도 위로는 전혀 되지 않았다.
“애당초 킴이 인간이냐?”
놀란의 눈에는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다.
“설명대로라면 그가 스플링커를 매번 던질 수는 없겠지만, 어쨌든 던지려고 한다면 언제든 던질 수는 있다는 거겠지.”
사토는 한 타자에게 고작 한 번만 던진다고 약속된 건 더더욱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있었다.
그 다저스 타선이 애를 먹었다.
놀란은 작년 30홈런을 쳤다.
그와 비슷한 퍼포먼스를 펼친 선수 네 명을 보유한 다저스를 상대하면서도 전혀 밀리지 않았다.
“우리라도 공략해 보자.”
“시도는…… 해봐야겠지. 쉽지 않겠지만.”
“사토. 왜 이렇게 자신감이 없어?”
“놀란. 넌 의도하든 의도치 않았던 마구를 접해본 경험이 있나?”
“없어. 킴을 만나면 곧 접하겠지만. 왜. 넌 있어?”
“나도 없다. 하지만 한때 마구를 던지는 상상을 해본 적은 있다.”
“그래? 무슨 마구인데.”
“자이로볼이라고 들어는 봤나?”
놀란은 고개를 갸웃하며 모른다고 어필했다.
“자이로볼. 우리가 태어나기도 전에 한때 레드삭스에서 뛰었던 마쓰자카 다이스케가 몇 번 던진 적이 있다. 비록 실투에서 비롯됐다고 했지만.”
놀란은 핸드폰으로 검색하고 나서 동영상을 시청했다.
“이야. 이것도 마구네? 공이 무슨 이렇게 나가냐?”
“어. 하지만 실수였음에도 그 자이로볼은 한때 메이저리그 전체를 떠들썩하게 했다. 애당초 자이로볼은 허상에 가까울 뿐.”
“처음 듣는 소식들이야. 같은 일본인이라서 잘 아네?”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킴은 그와 비슷한 마구를 자유자재로 던질 수 있다는 거니까.”
“하지만 네가 말한 자이로볼과는 성질이 다른데? 솔직히 실수라고 해도 스플링커랑 자이로볼. 내가 투수여서 둘 중 하나만 선택하라면 자이로볼을 선택할 거 같은데.”
그만큼 놀란은 자이로볼은 위력적이라고 느꼈다.
영상에 나온 자이로볼은 역회전을 품은 슬라이더 계열이라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스플링커보다 구속이 느리지만, 각이 슬라이더만큼 날카로웠다.
그러면서 또 체인지업과는 달랐다.
사토는 철없는 아이를 바라보듯이 놀란을 쳐다봤다.
“뭘 들은 거냐. 자이로볼은 사람이 던질 수 없다.”
“사람 헷갈리게 자이로볼은 왜 꺼낸 거야?”
“현시점 메이저리그에서 유일한 마구라면 킴이 던진 스플링커라는 거다.”
놀란은 착잡한 표정 속에서도 희망만은 잃지 않았다.
“어렵겠지만 어떻게서든 스플링커를 공략하면 되겠네?”
“아니. 우린 놈의 자이로……”
하아.
사토는 한숨을 내쉬더니 힘겹게 말을 끝냈다.
“킴은. 자이로 성 슬라이더를 던진 적이 있다.”
“자이로 성 슬라이더는 또 뭐냐.”
“네가 영상으로 본 자이로볼이라고 불리는, 다른 말로는 스크류볼 계열의 슬라이더. 그게 자이로성 슬라이더다.”
놀란의 표정이 와락 구겨졌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설명 좀 똑바로 해봐. 자이로 슬라이더가 뭐? 스크류가 뭐? 또 킴은 그걸 던진 적이 있다고?”
놀란은 왼쪽 가슴을 쓸어내리며 말을 덧붙였다.
“일단 정리 좀 해볼게. 네가 지금까지 말한 자이로 혹은 스크류볼 슬라이더가 전부 역회전 슬라이더를 뜻하는 거지?”
“그렇다. 그리고 킴은 앞으로 그 공을 던질 수 있게 될 거다. 이미 나한테 그런 비슷한 공을 던진 적이 있으니까.”
“자이로볼 자체는 허상이지만, 역회전 슬라이더는 허상이 아니다. 이거네?”
사토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당해봤으니까.”
“언제.”
“개막전. 한국에서.”
“당장 지난달이고 너 그때 양키스였잖아!”
놀란은 턱에 손을 받히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아…… 뭔지 알겠다. 너 그때 더그아웃에서 스크류볼이 어쩌고 했던 게 그거였나 보네?”
“내가 그랬던가?”
“너 그때 좀 멘탈이 심각하게 나가 있었어.”
“어쨌든 그날 이후로 그 구종이 무엇인지 찾아봤고 결론에 도달했다.”
“결론이 뭔데?”
“메이저리그에서는 한때. 잠깐 이걸 이렇게 부른 적이 있더군.”
롱웨이슬라이더.
놀란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성급히 롱웨이슬라이더라고 검색했다.
“야. 기록이 없는데?”
사토는 놀란의 핸드폰을 빼앗았다.
그러고는 롱웨이슬라이더가 아닌 변형 슬라이더를 검색해서 단 하나의 영상을 찾았다.
“뭐냐. 이렇게까지 검색해야 한다고?”
그 공을 던진 주인공은 다우리 모레타.
피츠버그 파이리츠에서 뛴 적이 있는 선수였다.
“영상을 보니 기억이 날 것 같기도. 그런데 이 공이 맞아? 너한테 던진 공은 이거라기보다는 더 빨랐던 거 같은데?”
“지금 킴이 던진 스플링커와 롱웨이슬라이더 계열의 사이쯤이었다. 그런데 결국 그는 스플링커를 완성했다. 그러니 롱웨이슬라이더라고 던지지 못할까? 무엇보다 패널이 그에 대해 뭐라고 했지?”
놀란은 아차 싶었다는 표정으로 나지막이 읊조렸다.
“아…… 역회전 계열의 마스터…….”
전문가는 도진을 그렇게 평가했다.
그러니 사토의 말은 그저 허상이 아닐 것이다.
“X발. 무슨 세상에서 사라진 마구를 전부 던질 수 있다는 거 아니냐!”
놀란은 언제나 승부욕이 넘쳤지만, 좀처럼 욕설을 내뱉는 성격은 아니었다.
그 승부욕은 언제나 자신을 즐겁게 해주었으며, 그것을 토대로 실력을 향상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에서 사라진 스플링커라는 마구를 장착한 도진은 이번에도 세상에서 사라진 마구까지 장착할 수 있단다.
같은 인간이 맞나 싶었기에 욕설이 무의식을 뚫고 나온 것이었다.
“사토. 킴이 만약 이 슬라이더까지 장착해 버린다면 그는…… 완전체가 될 거다. 우리가 감히 쫓아가지 못할 거라고.”
“안심…… 해라. 킴은 아직 이 구종을 인지하지 못했을 수도 있어.”
“인지하지 못했다고? 확실해?”
사토는 착잡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렇게 빌 뿐이다. 스플링커를 스스로든, 타의로 깨달았든. 그저 모르길 빌어야겠……”
말을 멈춘 사토의 눈동자에 확신이 비쳤다.
“아니. 지금 든 생각인데 킴은 롱웨이슬라이더만큼은 익히지 못할 거다. 너도 알잖아? 킴이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면 그 구종까지 같이 연습해 선보였을 거다. 투수에게 무기가 여럿 있다는 건 결국 큰 도움이 되니까.”
사토는 도진에게 스플링커를 권한 주인공이 벨 조이스란 걸 알지 못했다.
다른 한편, 벨 조이스는 사토의 말마따나 롱웨이슬라이더에 대해서는 깨닫지 못했다.
벨은 그저 도진이라면 자신이 성공하지 못한 스플링커를 장착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을 뿐.
사토처럼 도진을 세세하게 뜯어보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전문가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들 역시 도진이 롱웨이슬라이더를 던질 수 있다는 제목이라는 걸 깨닫지 못했다.
롱웨이슬라이더와 스플링커의 주인공 다우리 모레타는 호안 듀란과 같은 시대에서 활동했다.
하지만 호안 듀란은 스플링커를 완전히 제 것으로 만든 장본인.
다우리 모레타는 롱웨이슬라이더를 구사했지만, 완전히 제 것으로 만들지는 못해서였다.
사토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놀란. 넌 롱웨이슬라이더를 검색하는 데 오래 걸렸지. 나도 그 영상을 찾는데 하루를 꼬박 셌다. 한 마디로 메이저리그는 그 구종을 한때 인지만 했을 뿐. 바로 떠올리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입만 다물고 있으면 된다는 거네?”
사토는 이번만큼은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 그럼 킴이 그 공을 익힐 확률은 무에 가깝겠지.”
차후. 사토의 뜻대로 되는 듯했다.
애당초 롱웨이슬라이더는 완성된 구종이 아니라서 도진을 포함 그 누구도 다시 떠올리지 못했다.
여기엔 벨 조이스 그리고 조엘 오스틴도 포함이었다.
단 의외의 한 명을 제외하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