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336)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 336화(336/400)
[토란! 1회를 무사히 넘깁니다.] [역시 노련한 선수예요. 토란은 메이저리그에서 평균 구속을 던져서인지 성적에 비해 늘 저평가였어요.] [투수는 구속이 전부가 아니잖아요?] [그렇죠. 야구에서 빠른 구속은 신이 내려준 선물이라고 이야기들을 하죠. 하지만 공이 빠르다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닙니다.] [파이어볼러의 숙명인 제구 때문일까요?] [네. 아무래도 그렇죠. 그런데도 투수들은 어떻게서든 1마일이라도 더 올리려고 노력하고 있죠. 결국 투수가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장점은 구속이니까요.] [하지만 모두가 100마일의 강속구를 던질 수 있는 건 아니잖습니까?] [100마일을 던질 수 있는 투수들이 많아진 건 사실이지만, 여전히 던지지 못하는 투수들이 훨씬 많습니다. 그래서 던지지 못하는 투수들은 더 좋은 성적을 내고자 자신들만의 방법을 고안해 내죠.] [모르시는 팬들을 위해 토란의 장점을 좀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토란은 와인드업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 투수입니다. 타자가 투수를 상대할 때 어떤 부분을 제일 신경을 쓰는지 아시지 않습니까?] [바로 타이밍이죠.] [그렇습니다. 타자는 타이밍을 맞추는 데 주력합니다. 결국 타이밍이 맞아야 타구가 뻗어나가는 법이니까요. 반대로 투수는 그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게끔 코스와 구종을 선택하죠.] [그게 바로 수 싸움이죠?] [맞습니다. 선수들은 수 싸움에서 한 발짝이라도 앞서 나가고자 다양한 방법을 사용합니다. 대표적으로 토란이 사용하는 퀵 피치가 있죠.] [하지만 저게 보이는 것처럼 쉬운 게 아니잖아요?] [어렵습니다. 선택받은 극소수의 투수가 아니라면 불가능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당장 와인드업을 자유자재로 다룰 줄 아는 선수는 현 메이저리그에서 대표적으로 두 명밖에 없고 그중 하나가 토란입니다. 오늘 선발 투수인 킴의 스플링커는 현재 그만이 가질 수 있는 거잖아요? 그렇게 생각하면 편할 겁니다.] [왜 그럴까요?] [리듬 때문입니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 해드리자면, 투수는 자신만의 리듬이 있습니다. 그 리듬이 깨지면 구속과 제구가 엉망진창이 돼버리죠. 그런데 토란은 그 리듬을 자유자재로 가지고 놉니다.]토란의 퀵 피치는 정말 빨랐다.
투수는 투구를 할 때 최대한 전신을 사용해서 힘 있는 공을 던진다.
그런데 퀵 피치는 오로지 상대의 타이밍을 빼앗겠다는 목적만을 갖췄으므로 다소 장난스럽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그만큼 투구의 위력도 줄어들지만, 타자의 타이밍만큼은 완벽히 빼앗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괜히 투수가 타자들이 똥 볼이라고 부르는 이퓨즈를 던지는 게 아니잖아요?] [대신 퀵 피치는 밸런스가 극에 달해야 하거든요? 이게 사실상 불가능해요. 어쨌든 그 남다른 밸런스가 토란을 메이저리그 1선발의 자리로 올려놓았죠.]야구는 수 싸움의 집합체다.
경기 시작 전부터 끝날 때까지 전부 수 싸움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처음 수 싸움은 라인업에서부터 비롯된다.
선발 투수를 상대로 어떻게 타선을 배치해야 점수를 잘 낼 수 있을 것인지도 수 싸움이었다.
하지만 묘미라면 역시 타자와 배터리의 수 싸움이었다.
투수라면 상대의 약점을 어떤 방식으로 공략할 것인가.
타자라면 자신의 약점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머리를 쥐어 싸맨다.
더욱이 야구는 멘탈 스포츠.
상대의 멘탈에 미세하게나마 심기를 거스를 수 있다면 유리한 고지를 먼저 밟는 것이다.
그만큼 자신만의 유일한 무기가 있다는 건 크나큰 행운이었다.
이어서 도진은 1회 말, 마운드에 올랐다.
상우는 다시 한번 마운드를 방문하며 조금 전 도진과 나눴던 말을 재차 점검했다.
“진짜 시도할 거냐?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 건 좋은데. 우리 지금 2위고 3위랑 한 경기 차야. 모험을 거는 게 맞냐?”
상우는 모험이라고 표현했다.
퀵 피치는 보기만 해도 타자가 얼마나 까다롭다고 느끼는지 본인도 타자라서 아주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왜 투수 대부분이 퀵 피치를 하지 못할까?
불가능에 가까워서 그랬다.
어느 스포츠 선수도 그렇지만, 야구 선수 특히 투수는 반복적으로 같은 자세에서 공을 던진다.
수천 번을 넘어 수만 번 이상을 던지고 또 던지기 때문에 뇌가 그 패턴을 완전히 기억하고 있으므로 변화를 주는 게 쉽지 않다.
그런데 그걸 실전에서. 고작 곁눈질로 한번 훔쳐보더니 시도해 보자고?
‘이거 정신 나간 새끼 아니야?’
상우는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오히려 한층 더 암울한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아니면 이놈 이제 나보다 아돌니스가 더 편해졌나? 오늘 경기 시원하게 말아먹어서 날 벤치에 썩게 만드려고?’
자신도 메이저리거다.
거의 벤치 신세지만 어쨌든 세계에서 제일 뛰어난 무대에 등록되어 있었다.
그만큼 상우는 도진의 선택을 십분 이해하려 했지만, 뇌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극구 거절했다.
도진은 손을 휘휘 저었다.
“팬들 기다린다. 내려가 봐.”
“안 그래도 내려가려고 했어.”
상우는 몸을 휙 틀었다.
아쉽게도 백업 포수가 현 에인절스의 1선발의 선택에 왈가왈부할 입장은 아니었다.
‘뭐. 한 대 시원하게 맞고 나면 정신 차리겠지. 본인이 알아서 멈출 위인이니까.’
도진은 터덜터덜 자리로 돌아가는 상우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슬쩍 미소 지었다.
‘상우야 미안한데. 나 이거 기필코 익혀야 해.’
1이닝이라도 더 던지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광대가 되어도 상관없다.
투수들이 1마일을 올릴 수 있다면 악마와 계약이라도 할 수 있다는 이치와 같았다.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는 방법을 찾아냈는데 이걸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으라고?’
절대 그럴 수 없지.
물론 도진은 퀵 피치가 어렵다는 걸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매우 우스꽝스러운 장면이 연출될 수도 있겠지.’
어정쩡한 자세에서 실투가 나와 팬들의 비웃음을 살 수도 있겠지.
그런데도 도진의 눈꼬리는 호선을 그렸다.
‘다른 사람의 생각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지.’
시도도 해보지 않고 물러서면 그게 패배자다.
도진은 패배자가 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 * *
퀵 피치는 어디까지나 주자가 없을 때만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처음부터 냅다 퀵 피치를 선보일 수는 없다.
‘힘이 있는 타자를 상대로 던지는 게 나아.’
힘을 바탕으로 스윙하는 투수는 오로지 타이밍을 맞추는데, 초점을 둔다.
기술이 부족해도 힘만으로 장타를 생성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 타자를 상대로 퀵 피치를 던져야 타이밍을 빼앗는 효과가 극대화된다.
2회 말.
트윈스의 4번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다.
상우는 평소대로 타자의 약점을 토대로 사인을 냈다.
‘바깥쪽 체인지업.’
도진은 사인에 응하며 체인지업을 던졌다.
“볼!”
타자가 배트를 참아냈다.
그는 자신의 약점을 역이용해 수 싸움에서 이겼던 것이었다.
2구.
상우는 다시 한번 체인지업을 원했다.
일단 카운트를 맞춰야지 이어서 수 싸움을 할 때 한숨 덜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공은 던져졌다.
하지만 타자는 이를 예상했는지 또다시 참아냈다.
“볼!”
2-0.
타자가 수 싸움에서 배터리를 압도하고 있었다.
상우는 어금니를 갈았다.
‘젠장. 역시 메이저리그네.’
상우는 타자를 힐끗 쳐다봤다.
저 덩치를 봐라.
당장 UFC 헤비급 경기에 나서도 손색없을 정도로 거대했다.
그런데 신체뿐만이 아니라 숱한 경험 덕에 수 싸움에도 능했다.
한편 상우는 메이저리그의 경험이 매우 적었다.
마이너리그 경험이 있다고 한들, 거긴 엄연히 마이너리그였다.
‘마이너리그에서 줄곧 통했던 데이터가 메이저리그에서는 좀처럼 말을 듣지 않고 있어.’
이런 부분이 상우를 벤치에 앉게 했다.
탱킹이 아닌 이상 경험이 많은 선수는 저마다 위기를 타개해 나갈 방법이 있었지만, 상우에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런 도진이 상우에게 먼저 사인을 보내 도움을 주었다.
‘패스트볼 던질 거야. 몸쪽으로.’
상우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는 재빨리 눈빛으로 말했다.
‘2-0야. 무조건 패스트볼을 노리고 스윙할 거라고!’
‘알아.’
상우는 입을 꾹 다물고 슬금슬금 타자의 몸쪽으로 이동해 미트를 뻗었다.
아! 저놈 결국 하려는구나.
홈런을 처맞고 2실점을 하는 모습이 눈에 훤하구나!
단념하고 있었다.
한편 도진은 걱정하지 않았다.
‘2-0. 무조건 패스트볼에 스윙하려고 들 거다.’
타자가 스윙하기 딱 좋은 환경이 만들어졌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여기서 다시 한번 배트를 유인하겠다고 볼을 던지면?
3-0가 된다.
‘스플링커로 스윙을 유도할 수는 있는데…….’
여전히 타자들은 스플링커에 애를 먹고 있다.
다만 스플링커는 이와 다른 위기.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던지는 게 여러모로 좋다.
무엇보다 타자의 헛스윙이 나오면 투구 수가 많아진다.
투구 수가 늘어나는 건 이닝이터에 대한 꿈이 멀어지는 것이었다.
‘어떻게든 최소한의 투구로 상대를 잡아야 하는데. 지금은 그 방법밖에 없어.’
흡.
짧게 숨을 들이마신 도진은 투구에 힘을 싣겠다는 생각 따윈 머릿속에서 지웠다.
최대한 빠르게. 원하는 로케이션으로 이 공을 던지겠다는 일념 하나뿐이었다.
들어 올린 다리.
그 이후에 올라간 팔.
지면에 닿는 발바닥.
이 동작들이 찰나의 순간에 이루어졌다.
공이 손을 떠났다.
치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던 타자는 크게 당황했다.
하지만 하필이면 원하던 공이 날아오고 있었다.
그렇기에 몸이 저절로 움직였다.
부웅.
거대한 덩치를 가진 타자의 배트가 지나간 자리에는 밋밋한 바람 소리만을 남겼다.
뒤늦게라도 타이밍을 맞추겠다는 그의 스윙엔 힘이 전혀 실리지 않았다.
딱!
둔탁한 소리가 그라운드를 가득 메웠다.
타자는 맞는 순간 바닥에 배트를 내동댕이치며 1루를 향해 전력으로 질주했다.
하지만 타구는 2루수 정면으로 흘러가는 땅볼.
그레그는 안전하게 포구 후 호세에게 송구했다.
“아웃!”
카운트가 몰려서 불리하게 경기를 풀어나가고 있던 도진은 4번 타자를 상대로 매우 쉽게 아웃카운트를 올렸다.
에인절스 선수들은 하나 같이 벙찐 표정을 지었고 그레그는 뒤통수를 긁적였다.
‘아니. Fu**. 뭐였지? 내가 잘 못 봤나?’
투수가 이상한 행동을 한 것 같은데. 분명히 그랬는데!
호세는 어깨가 들썩였다.
1루수인 그는 곁눈질로 투수가 언제 공을 던지는지만 확인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 타이밍이 너무나도 빨랐다.
준비 자세는 전부 생략하고 나서 공을 던진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호세는 도진이 토란의 퀵 피치를 따라 했다는 것을 감으로 알 수 있었다.
‘진짜 도대체 어떻게 돼먹은 놈이냐.’
호세는 도진에게 향했던 시선을 상우에게로 옮겼다.
‘리. 넌 진짜…….’
호세는 입맛을 다셨다.
진심으로 상우를 안타깝게 쳐다봤다.
어렸을 때부터 저런 놈이랑 야구를 해왔으면서 지금까지 버텼다고?
‘진짜 나였으면 야구 때려치웠다.’
그래도 접지 않고 버텼으니, 네가 승자다.
호세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상우였지만, 그는 인지하지 못했다.
사시나무처럼 떨리는 전신을 제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니…… 이걸 완벽하게 따라 한다고?’
생각의 끝에 다다른 상우는 결국 후련한 미소를 지었다.
‘넌 언제나 이랬지. 그러니 앞으로 네 뒤꽁무니 쫓는 건 그만하련다.’
대신 네 100%를 뽑아낼 수 있도록 앞으로.
지금 당장부터 나도 널 도울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