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337)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 337화(337/400)
해설들은 도진의 퀵 피치에 경악했다.
[아니. 제가 지금 도대체 뭘 본 겁니까? 이건 토란의 퀵 피치가 아닙니까?] [마, 맞습니다. 저도 두 눈을 의심했습니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 걸까요? 저게 쉽지 않잖아요.] [쉽지 않다고 표현하기도 뭐하고 어렵다는 말로도 부족합니다.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우니까요.] [그런데 킴은 해냈어요. 이 사달을 도대체 어떻게 봐야 하는 걸까요?] [하.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만, 이것 하나만큼은 확실합니다. 그리고 생각해보면 정말 단순하기도 합니다. 킴의 밸런스는 이미 메이저리그 유일무이 수준인 거죠.] [하긴. 타격과 수비 그리고 주루와 투수까지. 전 포지션을 담당하는 저 선수의 밸런스가 좋지 못하면 도대체 어떤 선수의 밸런스가 좋겠습니까? 그런데도 믿기지 않네요.] [저도 그렇습니다. 저건 그냥 따라 하고 싶다고 따라 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하지만 다소 엉성했던 걸로 보아 평소 연습했던 게 아니라 즉흥에서 나온 게 확실합니다.] [한 달 전에는 Three way player로 세상을 놀라게 해주더니, 그다음에는 사라진 마구 스플링커를 가지고 나왔습니다. 사실 이 두 가지만으로도 이미 역사상 존재하지 않았던 선수가 되었는데 그는 만족스럽지 않나 봅니다!] [그래도 저는 기쁘네요. 메이저리그에는 이런 선수가 많이 나와야 더 발전하는 법이니까요. 더욱이 킴은 정말 끝없이 발전하려는 선수임을 직접 보여주고 있습니다!]상우는 이닝을 마치고 도진을 잠깐 더그아웃 뒤 통로로 끌고 갔다.
며칠 전 호세와 이곳에서 상담을 나눴는데 조용해서 대화하기 참 좋은 장소였다.
상우는 도진에게 벤치를 가리키며 가서 앉으라고 했다.
도진은 말없이 상우의 말을 따랐다.
“야. 하아. 잘했어. 잘했는데.”
“잘했으면 됐지. 뭐가 문제야.”
“아니. 문제라는 게 아니라 잘 넘겼거든? 근데 아직 완성된 게 아니라서 그런지 불안함이 없지 않아 있어. 그러니 오늘 퀵 피치는 여기까지 하자.”
“그러지 뭐.”
“아니. 그러니까…… 응?”
두 눈을 끔뻑이는 상우의 표정엔 당황이 물들었다.
도진이 싫다고 할 줄 알았는데 흔쾌히 수락하다니.
상우는 왼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해가 서쪽에서 뜨려나?’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그가 도진에게 다시 물었다.
“어…… 왜?”
“뭐가?”
“왜 퀵 피치를 그만두기로 한 거야?”
“불안하다며?”
“어. 어.”
도진은 상우의 어깨에 손을 툭 올려 놓았다.
“배터리는 하나인데 포수가 불안해하면 안 되지.”
“그게 다야?”
“나 역시도 네 말에 동의해. 아직 퀵 피치가 완성된 게 아니라서 토란만큼의 위력은 나오지 않고 있어. 이미 상대가 퀵 피치를 인지하고 있으니까 만약 노리고 들어오면 담장을 넘어가겠지.”
“아쉽지 않아?”
도진은 도리도리 고개를 저었다.
“전혀. 이미 상대 머릿속에 퀵 피치를 심어준 것만으로도 오늘 경기 성공했다고 본다.”
상우의 턱이 벌어졌다.
“어…… 그건 맞긴 해.”
즉흥적이든 뭐든 도진의 퀵 피치가 세상에 드러났다.
데이터에 없던 새로운 기술이 또 나타나 버린 것이었다.
타자가 신경을 끌 수가 있을까?
‘절대 불가능해.’
퀵 피치로 얻은 결과는 4번 타자의 땅볼이었다.
더욱이 오늘 트윈스 타자들은 경기 내내 도진의 퀵 피치를 신경 쓸 수 밖에 없게 됐다.
생각을 정리한 상우는 경악했다.
“너. 설마 이거 노린 거냐?”
도진은 대답 대신 어깨를 으쓱했다.
상우는 하아. 한숨을 내쉬었지만 금세 미소를 지었다.
“덕분에 나도 편해졌어. 타자들과의 수 싸움에서 이길만한 무기가 여럿 생겼으니까.”
“다행이네. 혹시 우리 타석까지 올 수도 있으니까 빨리 가보도록 하자. 그리고 오늘처럼 하고 싶은 말 있으면 언제든지 해라.”
“그, 그래.”
상우는 8번 타자였기에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재빨리 더그아웃으로 달려갔다.
그의 등을 지켜보던 도진은 피식 웃었다.
‘음.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인가?’
퀵 피치로 상대 타자들을 경계하게 만든다.
이것만으로 오늘 경기에서만큼은 최소 6이닝은 먹고 들어갈 자신감이 생겼다.
‘원래 처음이 제일 혼란스러운 법이거든.’
거기에 최근 시무룩해 있던 상우가 옛 모습을 조금 되찾았다.
중학교 때까지 줄곧 이어졌던 잔소리가 떠오르기도 했으니까.
‘네가 긴장하지 않고 본 모습만 발휘할 수 있다면, 넌 에인절스에서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을 거다.’
잘할 테니까.
아마 상우의 활약으로 에인절스는 적어도 한 경기 이상의 승리를 거머쥘 수 있을 테니까.
‘솔직히 이거까진 의도하지는 않았는데.’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의도는 정말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만약 퀵 피치의 결과가 좋지 못했다면?
‘분위기는 더욱 암울해졌겠지.’
하지만 야구는 확률 싸움이다.
‘그 확률 싸움에서 이겼으니 됐어.’
* * *
도진은 7이닝 4피안타 무실점 완벽투를 펼치며 뜻깊은 하루를 보냈다.
메이저리그 커리어 중 처음으로 7이닝을 소화한 날이기도 했고, 처음으로 시도한 퀵 피치로 타자들을 완벽히 말려들게 했으니까.
그리고 시간이 흘러 또다시 도진의 등판 날짜가 다가왔다.
펜웨이파크에서 치러지는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경기에서 2선발 캘리 냅슨을 만나게 됐다.
도진의 7이닝을 도왔던 상우는 마스크를 쓴 채로 마운드를 방문했다.
“진짜 오늘은 퀵 피치 안 해?”
“어. 일단 완벽해질 때까지는 아껴두려고.”
도진은 그날 이후 퀵 피치 연습을 계속해서 해왔다.
다만 아직 완벽하다고 볼 수 없었기에 완벽해질 때까지 봉인한다고 선언했다.
상우는 아쉬워했다.
“그래도 꽤 도움이 되던데. 너 트윈스 상대로 7이닝이나 던졌잖아.”
“그건 첫날이라서 그런 거야. 퀵 피치로 던질 때 힘이 제대로 실리지 않는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는 당분간 봉인하려고.”
“아…… 그래도 아까운데.”
상우는 아쉬움을 삼켰다.
그도 그럴 것이 트윈스와의 경기는 포수로서 정말 편한 경기였다.
도진의 무기가 늘어나서인지 자신이 가진 데이터를 마음껏 사용할 수 있어서 그랬다.
도진은 조금 더 친절히 설명해 주었다.
“사실 오늘 경기에서도 퀵 피치를 해봐도 상관없긴 한데. 진짜 걸리기라도 한다면 무조건 넘어갈 거야.”
토란의 퀵 피치는 자신의 퀵 피치와 비교하자면 육안으로 구분이 될 만큼 그의 투구엔 힘이 실려 있었다.
물론 기본적인 퀵 모션에 비하면 힘이 덜 실리지만, 적어도 그의 퀵 피치는 상대의 허를 찌르고 있고, 혹여 맞더라도 무조건 홈런성 타구가 나올 법한 구위는 아니었다.
“스플링커처럼 필살기 성으로 사용하는 건 어때? 물론 스플링커보다 훨씬 덜 사용하게 되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아까워서 그래.”
상우의 말도 일리는 있었다.
퀵 피치의 결과는 상대의 타이밍을 완전히 뺏어버리며 그날 4번 타자를 완전히 경기에서 지워버렸기에 더 아쉬웠다.
둘의 대화에 호세가 끼어들었다.
“무슨 얘기 하냐?”
도진은 호세를 힐끗 쳐다보고는 다시 경기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무슨 말 하는지 알잖아요.”
“쯧. 설명해 주기 귀찮다 이거냐?”
“에이. 그런 거 아니라는 거 호세가 잘 알잖아요.”
“그래. 대충 퀵 피치 얘기하는 거 같더라고. 그리고 리의 표정을 보면 아쉬워하는 걸로 보아 넌 당분간 퀵 피치를 봉인하려는 생각이겠지.”
포수 출신이라서 그런지 호세의 눈치는 매우 빨랐다.
하지만 한국말로 줄곧 대화했는데 이걸 흐름만으로 파악하다니.
도진과 상우는 동시에 혀를 내둘렀다.
“맞아요.”
호세는 상우에게 조언을 건넸다.
“이럴 땐 투수의 말을 듣는 게 나아.”
상우는 아쉬움을 삼켰다.
호세는 말을 덧붙였다.
“물론 너 역시도 지금 당장 성적을 내고 싶다는 걸 아주 잘 안다.”
포수의 성적은 타격이나 수비 지표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투수의 성적도 어느 정도 반영된다.
투수가 만든 결과물에는 포수의 손길이 닿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우는 도진을 전적으로 보필하고 싶었다.
이미 메이저리그에서 훌륭한 시즌을 치른 그를 잘 보필해 나간다면 자신도 잘 적응할 수 있으리라 믿었기 때문이다.
호세는 나지막이 속삭였다.
“이 애송이는 완벽을 추구해. 무엇보다 퀵 피치가 완벽하지 않을 때 사용해도 리스크가 없다면 모를까. 통하지 않았을 때의 리스크가 너무 많아서 위험하다.”
“리스크가 많다구요?”
“어. 생각해 봐라. 일단 맞았을 때 당장 떠오르는 단점은 한 개가 아니야.”
“한 개가 아니라 더 있다고요?”
“퀵 피치는 주자가 없을 때 사용할 수밖에 없지. 주자가 없을 땐 타자가 보통 풀 스윙을 해. 그러므로 힘없는 공을 던져 맞게 되면 장타로 이어진다. 여기에서 뛰는 놈들의 힘이 어디 일반적이냐?”
상우는 고개를 주억였다.
다만 단순히 타자 전원의 멘탈을 흔들 수 있는 기술을 정말 아예 봉인해야 하나?
트윈스전 때처럼 딱 한 번만 보여줘서 공포심을 심어주는 것 또한 방법 아니던가?
“볼로 빼거나 해도 되잖아요. 굳이 스트라이크 존으로 던질 필요는 없잖아요.”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긴 해. 하지만 완벽하지 않다는 게 뭐냐? 완벽해도 나오는 게 실투인데 완벽하지 않을 때는 더 많이 나오겠지?”
“그것도 그렇네요.”
“이뿐만이 아니야. 만약 퀵 피치를 사용했다가 맞았다고 치자. 지금에야 퀵 피치가 성공을 거뒀으니까 괜찮지. 만약 맞게 되면 생각이 완전히 뒤집힐걸?”
상우의 턱이 벌어졌다.
“하긴. 저도 처음엔 퀵 피치를 극구 말렸죠.”
“어. 그리고 만약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맞게 되면 너나 이 애송이나 둘 다 퀵 피치에 대한 의구심을 품게 될 거야. 아쉬움도 남을 거고.”
퀵 피치가 아니라 그냥 던졌으면 잡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말하고 있었다.
호세는 말을 덧붙였다.
“그런 생각이 너희 둘 중 하나의 머릿속에 박히는 순간. 커리어 내내 더는 퀵 피치를 사용하지 못할 수도 있어.”
배터리는 하나다.
둘 중 하나가 의심하는데 그걸 강행한다?
서로에 대한 불신만 쌓이게 된다.
그러니 호세의 말은 정답이었다.
“완전히 이해했어요. 호세 말마따나 제가 성급했던 것 같아요.”
“아냐. 너희 둘은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계속해서 대화하고 있었지. 둘은 어렸을 때부터 쭉 함께 해왔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아마추어 무대였어. 여기는 프로고 메이저리그야. 아예 새롭게 출발한다는 느낌으로 가는 게 맞아. 물론 둘이 여태까지 맞춰온 합 때문에 다른 배터리처럼 트러블이 나오지 않을 테고, 이건 큰 장점이다.”
상우는 허리를 굽혔다.
“진심으로 조언 감사합니다. 큰 깨달음을 얻었어요.”
호세는 피식 웃었다.
“네가 빠르게 성장하면 우리 팀에게도 좋아. 애송이도 작년에는 손이 참 많이 가는 아이였는데 그래도 1년을 쭉 경험하고 나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지. 얘는 이런 부분들을 알고 있었을 거야.”
상우는 의심의 눈초리로 도진을 힐끗 쳐다봤다.
“뭐냐 알고 있었냐? 왜 말 안 했냐?”
도진의 양쪽 눈썹이 순간 치켜 올라갔다가 제 자리를 찾았다.
“우린 친구지만, 여기서는 에인절스 동료야. 나 역시도 고작 2년 차나 다름없어서 내 말이 전부 정답은 아니야. 그러니 정답을 단정 짓지 않고 대화로 풀어나가려고 했던 거고.”
“하. 이 새끼. 완전히 철들었네.”
도진은 어깨를 으쓱했다.
자신도 작년에는 에인절스 선수들에게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대신 이제 더는 막내가 아니다.
적어도 막내로 들어온 선수들에게 도움을 줄 입장이었다.
호세가 손에 배트를 쥐었다.
“어쨌든 보기 좋다. 그럼 가서 홈런 하나 치고 올게.”
2사 주자 없음. 때마침 오늘 3번 타자인 호세의 타석이 다가왔던 것이었다.
“응원할게요!”
기운을 되찾은 상우는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런데 대화를 나누라 통 몰랐었는데 저 투수…….
‘뭔가 이상하다.’
레드삭스 선발 투수 캘리 냅슨.
그의 와인드업 또한 특이한 점을 드러내고 있었다.
보편적인 투수라면 들어 올린 다리를 부드러운 연결 동작으로 지면에 강하게 내디디면서 투구를 한다.
그런데 캘리 냅슨은…….
“저, 저놈 도대체 뭐야?”
다리를 들어 올리는 건 똑같았다.
그런데 들어 올린 다리를 앞뒤로 흔들면서 광대 같은 모습을 보이더니 초구를 던졌다.
이 또한 타이밍을 뺏는 하나의 투구 동작이었다.
캘리 냅슨은 여기서 끝내지 않았다.
초구를 스트라이크로 잡은 그는 이번에는 들어 올린 다리를 유지한 채 어깨를 털었다.
영어로서의 명칭은 Shimmy.
‘흔들다’라는 뜻을 품고 있었다.
“스트라이크 아웃!”
추후 심판의 콜이 울려 퍼졌다.
오늘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상우의 표정은 마치 나라를 잃은 듯했다.
‘저, 저걸 내가 상대해야 한다고?’
하지만 그의 몸이 순간 섬뜩해지더니 파르르 떨렸다.
투수 때문이 아니었다. 옆에서 이상한 기운이 느껴져서였다.
힘겹게 우측으로 시선을 돌린 상우는 도진의 미소가 보였다.
상우는 애써 입을 뗐다.
“야. 아, 아니지? 저것도 따라 한다고 해라 진짜.”
도진은 대답 대신 그저 만족스러운 미소만을 띠고 있었다.
다행이라면 도진은 레드삭스와의 경기에서 shimmy를 사용하지 않았다.
대신 그날 이후로 도진은 퀵 피치와 shimmy를 연습 때마다 시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