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339)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 339화(339/400)
해설들은 도진이 첫 투구부터 퀵 피치로 아웃 카운트를 올리자 혀를 내둘렀다.
[진짜 이런 선수가 세상에 있을까요? 심장이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한번 검사를 해보고 싶네요.] [도, 동의합니다. 지구 1위 레인저스, 더욱이 오늘같이 중요한 날 경기의 시작을 알리는 초구부터 퀵 피치를 사용하다니. 자칫 잘못했다가 홈런으로 번지면 오늘 경기 힘들거든요? 하지만 도박에 성공했고, 결과는 좋았어요.] [잭슨은 눈과 타격이 좋은 타자잖아요. 그런 선수를 상대로 고작 공 1개를 던져 아웃 카운트를 올렸어요.] [오늘 멋진 투수전이 나올 것 같은 느낌은 저만 드는 걸까요?]도진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기필코 잡아야 했던 타자를 비교적 쉽게 잡았다.
오늘 느낌이 참 좋다.
하지만 설레발은 금물.
아직 대단한 타자들이 연달아 기다리고 있었다.
‘타일러 로드리게스.’
도진은 타석에 들어서는 2번 타자를 힐끗 쳐다봤다.
그는 레인저스의 핵심이며 작년 시즌 30홈런을 친 선수이자 다방면으로 공을 뿌릴 수 있는 스프레드 히터였다.
‘약점이 없다는 뜻이지. 그래도 내 페이스를 잃지 않는 게 더 중요해.’
최대한 많은 이닝을 던지려면 투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대다수가 삼진을 많이 잡는 투수를 위력적이라고 말한다.
삼진은 투수가 만들 수 있는 최고의 결과물이지만, 삼진을 얻기 위해산 공을 최소한 3개는 던져야 한다.
도진은 작년 벨과 합을 맞춘 호세의 리드를 떠올렸다.
호세는 언제나 벨의 장점만 이용하지는 않았다.
때로는 약점이 될 수도 있는 부분을 장점으로 승화시켜 타자들과 승부했다.
그 예가 맞춰 잡는 피칭이었다.
힘을 최대한 빼고 던져 타자가 원하는 코스로 공이 오고 있다고 착각하게 했다,
‘지금이 맞춰 잡기 최적의 타이밍이야.’
타자는 타순이 한 바퀴 돈 순간부터 제 위력을 발휘하는 법이다.
타석에서도 그리고 타석 밖에서도 투수의 공을 계속 익힌다.
그러므로 두 번째 타석에서부터가 진짜 승부다.
반대로 말하면 공이 타자의 눈에 익기 전인 첫 타석이 맞춰 잡기에는 아주 좋은 순간이란 뜻이다.
호흡을 가다듬은 도진은 상우의 사인을 기다렸다.
그가 몸쪽 패스트볼을 요구했다.
오늘 코스는 상우가 짜기로 했다.
다만 힘 조절은 도진 자신이 알아서 한다고 했다.
사인에 고개를 끄덕인 도진은 투구 자세에 돌입했다.
쉐에에엑.
손을 떠난 공이 한복판으로 향했다.
구종은 투심. 홈 플레이트 앞에서 타자의 몸쪽으로 휘어들어 갔다.
원했던 공이 날아오자, 스윙하는 타자의 입에 순간 미소가 번졌다.
따악!
타구는 3루 라인드라이브성 타구지만 정면으로 향했던 바람에 아웃이 됐다.
아쉬움을 잔뜩 삼킨 타자는 더그아웃으로 가로질러 걸어가는 도중 도진을 힐끗 쳐다봤다.
그 후에 전광판을 확인하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도진은 타자의 생각을 읽었다.
‘예상보다 덜 휘어져서 그랬겠지.’
도진은 타자를 상대로 힘을 완전히 빼고 던졌다.
그 증거로 전광판에는 94마일이 찍혀 있었고 구질도 덜 휘었다.
대부분 타일러 로드리게스를 상대하는 투수들은 힘을 빼고 던지지 않는다.
걸리면 넘어갈 힘과 기술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진은 오히려 그 역으로 갔고 성공을 거뒀다.
‘요행이 통하는 건 1회뿐이야.’
상대가 그저 잠자코 당해주고만 있을 리는 없었으니까.
어떤 팀이든 경기가 시작되면 배터리의 패턴을 읽으려고 했으니 말이다.
‘이미 벌써 두 번이나 힘을 빼고 던졌어.’
상대가 이를 모를 리가 없었다.
더욱이 상대 역시 도진이 오늘 많은 이닝을 소화하려 한다는 것을 완전히 깨달았을 터.
‘문제는 다음 타자인데.’
아무렴 어때.
고작 공 2개로 2아웃을 잡았다.
투구 수의 여유는 차고 넘쳤다.
3번 타자 로안 마르티네즈가 타석에 들어섰다.
그는 입맛을 다시며 타격 자세를 잡았다.
‘요행을 부리는군.’
오늘 팀 회의에서 말했던 것처럼 투수는 많은 이닝을 소화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를 알고 있었음에도 레인저스의 자랑인 1번과 2번이 순식간에 아웃됐다.
예상했던 것보다 투수가 노련해서였다.
‘분명히 이 루키 배터리가 초반에 합을 맞출 때는 이런 노련함이 보이지 않았었는데?’
그간 둘이 합을 맞춰온 기록을 보면 알 수 있었다.
그런데 1위인 자신들을 상대로 이런 여유를 부린다고?
‘젠장. 1회부터 투구 수를 늘리겠다는 우리의 작전은 물 건너갔군.’
오늘 1회 레인저스의 작전은 도진의 투구 수를 늘리는 것이었다.
타격하지 못해도 상관없으니 최대한 많은 공을 던지게 해서 그를 조금이라도 일찍 강판시키는 것.
그런데 투수는 공을 2개밖에 던지지 않았다.
그러니 자신이 아무리 물고 늘어져도 상대의 멘탈에 큰 타격을 줄 수는 없었다.
대신 여기서 투수의 멘탈을 무너뜨리는 아주 좋은 방법이 있다.
‘타격으로 무너뜨리면 돼.’
홈런, 아니면 장타.
못해도 안타면 된다.
1회 삼자범퇴는 투수의 기를 살려준다.
그 기를 누를 수만 있다면 레인저스는 우위에 설 수 있다.
‘어디 한번 던져봐라.’
힘을 빼고 던진다고?
담장을 넘겨버리겠다!
3번 타자 로안 마르티네즈가 이를 악물며 도진을 노려봤다.
그 직후 도진은 와인드업을 한 뒤 공을 던졌다.
그리고 그 공은 로안 마르티네즈가 생각한 것과는 상당히 달랐다.
중력을 무시하는 투구 음이 순간 타자의 고막을 잔뜩 괴롭혔다.
로안 마르티네즈는 순간 무언가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지만, 그럼에도 배트는 이미 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배트는 있는 힘껏 던진 도진의 패스트볼에 완벽히 밀려 버렸다.
딱!
타구는 하늘로 크게 치솟았다.
다만 내야를 벗어나지는 못했다.
상우는 마스크를 벗어 던지며 낙구 지점을 포착 후 몇 걸음 뒤로 물러서서 포구했다.
“아웃!”
타자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전광판을 힐끗 쳐다봤다.
102마일이 찍혀 있자 한숨을 푹 내쉬었다.
공수교대.
도진은 1회를 공 3개로 마무리하며 기분 좋은 시작을 알렸다.
* * *
오늘 레인저스를 이기려면 어떻게서든 실점을 최소화해야 한다.
상대가 조이 히메네즈라 별수 없었다.
상우는 도진을 더그아웃 뒤편으로 데려갔다.
만약 도진이 더그아웃에 남아 조이 히메네즈의 투구를 본다면?
그는 도진보다 투수로서의 경험도 이룬 것도 많았다.
‘괜히 더그아웃에 남아서 투쟁심을 끌어올리는 건 좋지 않아.’
도진은 잘하는 선수를 볼 때마다 불타오르기 때문이다.
적어도 맞춰 잡기로 운영을 시작한 지금은 때가 아니었다.
어차피 타석에 서야 하니 결국 볼 수밖에 없겠지만,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면 된다.
상우는 도진을 벤치에 앉히고 재빨리 입을 열었다.
“일단 1회 스타트는 매우 좋아.”
공 3개로 이닝을 마무리했다.
포수인 자신도 이렇게 기쁜데 긴 이닝을 소화하겠다는 목표가 있는 도진은 오죽할까?
도진은 고개를 주억였다.
“2회만 어찌저찌 넘기면 3회까지는 편하게 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네. 2회가 문제네. 정면 승부할 거냐?”
여기서 삼자범퇴를 잡아낸다면 3회는 하위 타선을 상대한다.
메이저리그에서의 하위 타선은 무시할 수 없지만, 1, 2회를 완벽히 잡아낸 기세로 투수가 한결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아직 잘 모르겠어.”
도진의 애매한 대답에 상우는 미간을 찌푸렸다.
“네가 모르면 어쩌자는 거냐. 적어도 여기서 정해 놓고 가야지. 호세도 그러는 게 낫다고 했잖아.”
호세는 도진과 상우에게 운영에 대한 힌트를 줬다.
매회 어떤 방식으로 이닝을 끌고 나갈지 컨셉을 잡으라고.
1회에 맞춰 잡기 피칭을 해왔으면 2회는 삼진 위주의 피칭.
혹은 패스트볼 위주였다면 변화구 위주의 피칭으로 가보라는 조언이었다.
이런 것들이 배터리가 이닝을 소화해내는 운영이었다.
“오늘은 미리 정하는 것보단 즉흥적으로 가는 게 나을 것 같아.”
상우는 도진의 대답에 어금니를 꽉 물었다.
도진의 대답이 틀린 건 아니다.
시시각각 달라지는 분위기에 맞춰서 컨셉을 잡는 게 제일 좋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호세 같은 대단한 포수가 마스크를 썼거나 벨 조이스 같은 선수가 마운드에 올랐을 때나 해당하는 이야기다.
그런데 그걸 하겠다고?
상우는 이유를 물었다.
“근거는?”
“그냥 오늘은 느낌이 이상하게 좋네. 이 느낌 그대로 가보고 싶다.”
상우의 턱이 서서히 벌어졌다.
그는 금세 뒤통수를 벅벅 긁었다.
“투수가 그렇다는데 할 말이 없네. 1회는 잘 넘겼으니 일단 감을 믿고 가보자.”
수긍하는 방향으로 대답했지만, 상우는 께름직했다.
‘그래도 정해 놓고 가는 게 좋지 않나? 호세도 그러라고 했고.’
여기서 거절하고 세세하게 맞춰가는 방법도 있었지만, 상우는 그러지 않았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도진이니까.
‘이상하게 이놈 감은 예전부터 예사롭지 않았단 말이지.’
둘은 통로를 벗어나 더그아웃에 도착했다.
도진과 상우는 즉시 전광판을 확인했다.
안타나 출루에 대한 기록은 없는 걸로 보아 조이 히메네즈도 삼자범퇴 이닝을 기록했다.
무엇보다 타석에 들어선 타자들은 하나 같이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있었다.
공이 예사롭지 않다.
오늘 경기 쉽지 않겠다는 뜻을 엿볼 수 있었다.
2회 초. 공수가 다시 바뀌며 도진이 마운드에 올랐다.
‘4번 코너 톰슨. 힘 있는 타자야.’
스윙이 크다. 걸리면 담장을 우습게 넘겨버린다.
대개 이런 타자들의 약점은 선구안이 좋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는 사실이었다.
‘그래도 메이저리거이며 4번 타자지. 여기서 살아남은 것도 모자라 팀의 핵심인 이유가 있겠지.’
도진은 머리를 더욱 굴렸다.
도대체 레인저스의 4번 타자 코너 톰슨이 가진 장점이 무엇일까.
작년 마무리 투수로 나왔을 때 이미 그를 상대해 봤다.
‘그때 결과가 좋긴 했어.’
마무리 보직 특성상 있는 힘껏 던졌고, 그 결과는 매우 좋았다.
도진은 그때 호세의 리드를 떠올려 봤다.
‘변화구 위주의 피칭으로 카운트를 잡았고 패스트볼로 삼진을 잡았지.’
타자는 그것을 염두에 두고 있을 터.
이것이 수 싸움의 시작이었다.
배터리는 다시 한번 타자의 약점을 파고들 것이냐. 아니면 역으로 갈 것이냐.
타자가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따라 결과도 달라진다.
상우의 사인도 바깥쪽 체인지업이었다.
도진은 사인에 고개를 젓더니 역으로 사인을 냈다.
‘정면으로 가자.’
상우는 되묻는 것을 포기하며 슬금슬금 타자의 몸쪽으로 붙어 앉더니 미트를 몸쪽 아래로 고정했다.
이것까진 양보 못 한다는 뜻이었다.
도진은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는 곧장 투구에 돌입했다.
있는 힘껏 던진 공은 포수가 요구하는 위치에서 조금 높았다.
다만 이건 불가항력이었다.
투수가 있는 힘껏 던지면서 원하는 코스로 정확히 던진다?
그것도 파이어볼러가?
매번 그렇게 던진다면 그건 야구의 신이었다.
타자의 배트가 나왔다.
다만 스윙에는 다소 힘이 실리지 않았다.
딱!
둔탁한 소리를 동반한 타구는 소리와는 다르게 중견수 방면으로 쭉쭉 뻗어나갔다.
도진은 고개를 돌렸고.
상우는 마스크를 벗고 타구를 확인했다.
펜스 근처까지 다다른 중견수가 점프 캐치로 타구를 처리하자, 둘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휘유.’
도진은 심장을 쓸어내리며 상우를 힐끗 쳐다봤다.
그가 눈을 부라리고 있었다.
‘그래. 위험했어.’
그래도 잡았잖아?
도진은 미소를 띠었다.
상우도 결국 네가 이겼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후 도진은 5번 타자를 상대로 4구 끝에 안타를 맞았지만, 6번 타자를 상대로 5구를 던지며 병살타를 잡았다.
1, 2회를 무사히 넘긴 도진은 3회 역시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무리했다.
3회까지 그의 투구 수는 고작 23개로 성공적이었다.
조이 히메네즈도 3회를 무실점으로 끝냈다.
그 역시도 도진의 투구에 질 수 없다며 에인절스의 타자들을 노련하게 요리했다.
4회부터는 공기의 흐름이 뒤바뀌고 있었다.
이제는 투구가 눈에 익은 타자들의 표정에 한층 자신감이 실려 있었다.
4회 초 마운드에 오른 도진은 그런 타자들의 기세에도 눌리지 않았다.
‘좋아. 이제 제대로 가볼까?’
도진은 어렸을 적부터 늘 전력투구만을 해왔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선발이 된 지금 전력투구만이 능사는 아니다.
투수는 변화무쌍해야 한다.
그래야지만 타자를 속일 수 있었다.
차후 미래를 봐서라도 운영을 꼭 익혀야만 했고, 레인저스전이 그 운영을 익히기에 안성맞춤이었다.
강팀을 상대로 운영이 통한다면?
다른 팀들을 상대로도 충분히 통할 테니까.
무엇보다 메이저리그는 후반기를 앞두고 있었다.
후반기부터가 진짜 순위 싸움의 시작이었으므로 더 늦어진다면 성적에 쫓겨 시도해 볼 기회는 더욱 줄어든다.
‘하지만 간 보는 건 여기까지.’
이제는 숨겨놓은 힘을 전부 발휘할 때였다.